다시 최진실(29)이다.
한동안 그는 침묵하고 있었다. 아니 무엇인가 말하려해도 큰 목소리를 낼 수 없 었다. 팬들은 아쉬웠지만 「그의 시대는 갔다」는 냉정한 세간의 평가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최진실이 다시 연예계의 전면으로 부상했다. 트레이드 마크인 만년 소녀 의 깜찍한 이미지에 「경륜」이라는 무기를 장착하고 거세게 인기사냥을 하고 있 다.
일단 그는 주종목인 영화와 방송 드라마를 통해 팬들의 시선을 휘어잡는데 성공 했다. 눈물샘을 자극하는 최루영화 <편지>와 MBC의 주말연속극 <그대 그리고 나>. 22일 서울극장을 비롯한 서울 15개 극장에서 동시 개봉된 <편지>(이정국감독)는 주말 이틀 동안만 서울에서 5만명, 지방까지 합쳐서 20만명의 관객을 끌어들였다. 개봉당일 서울극장의 경우 하오 2시 30분에 전회가 매진되는 한국 영화로서는 드문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편지> 속에서 최진실의 연기는 「관객의 눈물」을 정확하게 노리고 있다. 영화 의 성격에 맞춰 작품 속에 자신을 녹이는 노련함이 그의 몸에 배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극중 뇌종양에 걸려 세상을 떠나는 남편 역의 박신양과 호흡을 맞춰 관객을 원없이 울리고 있다.
MBC가 「드라마 왕국의 재건」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그대 그리고 나>도 안 방극장을 점령하는데 성공했다. 지난 일요일(23일)에는 40.7%의 시청률을 기록했고, 이번 주에는 만년 시청률 1위인 KBS의 <정 때문에>와 일합을 겨룰 것으로 예상된 다.
드라마에서 박상원과 함께 부부연기를 보이는 최진실은 커리어우먼이자 아내, 그 리고 시집식구들에게 들볶이는 복잡한 상황의 수경 역을 침착하게 소화해내고 있 다. 최불암, 김혜자, 심양홍 등 걸출한 연기파들 속에서도 그의 모습은 전혀 위축된 것을 찾아볼 수 없다.
연예계에서는 최진실에게 인기를 되찾아 준 것은 그의 이미지가 아니라 실력이라 고 평가하고 있다. 거품이 걷힌 알짜 최진실의 인기는 그래서 상당히 오랫동안 지 속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 1997년 11월 26일 한국일보 / 권오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