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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째 하루 두서너시간 밖에 못잤다. 인기고, 뭐고 간에 우선 잠이나 푸욱, 좀 잤으면…. 촬영장 이동중 차안에서 토막잠을 자야 하는데, 이게 안된다. `토막잠의 달인-김우중 대우그룹회장'에게서, 그 비법이라도 전수받아야 할 판이다.".
요즘 연일 상종가를 치고 있는 신세대 스타 송승헌(22). 얼마 전 샴푸 광고 모델로 몇 곳을 전전했을때, 또래의 신세대 여성팬들로 초만원을 이뤘다.
`짙고 잘 정돈된 눈썹이 일품이다' `그리스의 조각같다' `우수에 젖은 눈과 시니컬한 웃음이 묘한 앙상블을 이룬다'. 팬들의 평은 천차만별. 누군가는 말한다.
"송승헌은 영화 <이유없는 반항>에서의 제임스 딘을 떠올리게 한다. 왠지 '해질녘, 산등성이에 웅크리고 있는 작은 짐승'같다.".
기실 송승헌은 제임스 딘을 미치게 좋아 한다. <자이언트> <에덴의 동쪽> 등 제임스 딘 출연 영화는 모두 봤다. 그것도 몇번씩이나. 알파치노와 로버트 드니로도 좋아하는 배우.
송승헌. MTV 주말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에서 3형제 중 '배다른 형제'로 나온다. 가정부의 아들. "'출생 콤플렉스'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대사가 별로 없고, 눈빛으로 연기해야 한다. 힘들다."
<그대…>의 주무대는 영덕 바닷가. 야외촬영이 많아 '24시간 스탠바이'할 때가 적지 않다. 대본도 하루전에야 날아 든다. 미치고 펄쩍 뛸 판이다. 더욱이 시트콤 <남자셋 여자셋>에서는 톡톡튀는 대학생역. 극 중 두 역의 괴리는 '냉탕과 온탕'만큼이나 크다.
'괜찮은 연기'. '1년반짜리 연기자'에겐 무리다. 이따금씩 최종수 PD로부터 잔소리깨나 듣는다. 송승헌. 서울 태생. 영훈초등학교-서울사대부중-영훈고 졸업. 안성산업대 산업경영과 3년 재학중. 1m79, 70㎏. 대학 1년. 캠퍼스 라이프. 캠퍼스는 신기루였다. 도통 신명이 안났다. 심심하기까지 했다. 아니 온몸이 뒤틀렸다.
아르바이트 삼아 청바지 `스톰'의 카탈로그 모델에 응모했다. 우연찮게 이 카탈로그를 본 MBC TV 송창의 PD. 뭔가 짚이는 게 있었다. 이내 송승헌을 만났다. 수려한 외모. `우수'와 `반항'이 녹아 있었다. 여기다 잘 다져진 체격. 얼마후 <남자셋…>에 투입된다. 그러나 알아야 면장을 하지. `촌닭'이었다. 어색한 연기, 굳은 표정.
"탤런트는 그때까지도 안중에 없었다. 탤런트가 되는 부류는 따로 있는 걸로 알았다. 그런데, 어느덧 탤런트라는, 라벨이 붙기 시작했다. 실감이 안났다. 어슴프레, `운명'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촌닭 송승헌은 어느 연극배우에게 연기지도를 받기 시작했다. `과외수업'이었다. `연기독백집'을 통독했다. 이론만으로 연기자가 된다면 누군 못하나?. "이건, 생짜배기 아냐? 답답하군, 언제, 사람만들지…. 연기는 하는게 아냐. 진한 가슴으로…, 그래 느끼는 거야. 연기에 만점은 없어.".
연극배우가 답답하다며 가슴을 쿵쿵 쳤다. 이런, 답답하긴 송승헌이 더하지. 6개월간 과외수업을 받았어도, 뭐가 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저 하라는 대로 할 뿐.
그러나 `가랑비에도 옷은 젖는다'. "연기가 뭔지는, 아마 죽는날까지도 모르겠지만, 요즘은 역에 빠져 든다. 욕심도 생기고….".
<그대 그리고 나>는 4월말쯤이면 땡 칠 예정. 이후 <남자셋 여자셋>에만 전념하려 한다. 그러나 송승헌은 `한가한 팔자'는 못된다. 밀려드는, 각종 매스컴의 인터뷰에다, 영화 시나리오만 15개를 받아 쥐고 있다. 뿐인가. MBC TV, KBS TV 등 몇몇 드라마에 출연제의까지 받아 놓고 있다.
송승헌. 선배 탤런트 이병헌을 끔직히도 따른다. "SBS TV 드라마 <아름다운 그녀>에 출연 때, 병헌형과 처음 만났다. 자상하고 남자다운데다, 웃기기도 잘하는, 매력만점의 사나이다."
송승헌. 낯을 잘 가린다. 아무나 금세 친해지진 못한다. 그러나 일단 친했다하면, 정신없이 빨려든다. 말수가 적다. 조용하다. 짬나면 소설을 읽는다. 노래도 무척 좋아한다. 특히 발라드풍을. 포지션의 <리멤버>나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는 애창곡.
그러나, 어쩌다 노래방에 가도 송승헌은 노랠 할 수 없다. 주위에서 한사코 말리며 내뱉는 말. "부르는 넌, 즐겁겠지만, 듣는 우린 괴롭단다."
- 1998년 4월 5일 스포츠조선 서병욱(부국장대우 편집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