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6일 막을 내리는 문화방송의 인기 주말극 <그대 그리고 나>는 어떻게 끝날까.
특히 인기몰이의 큰 축인 박선장(최불암 분)과 계순(이경진 분), 홍여사(박원순 분) 사이의 삼각구도의 결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작가 김정수씨는 원래 기획대로라면 박 선장(최불암 분)이 계순(이경진 분)을 택해 영덕으로 떠나야 하는데, 홍 여사(박원숙 분)에 쏠리는 예상밖의 시청자 인기 때문에 결말처리에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제작진은 2일부터 8일까지 일주일간 문화방송 인터넷을 통해 이 삼각구도의 해법에 대한 시청자의 의견을 접수해 제작에 참고한다고 밝히고 있다.

김씨는 "박 선장이 도덕적으로 괴로워했던 과거의 빚을 청산하려면 계순과 맺어져야 하고,
홍 여사와는 책임이라는 부분에서 피할 수 없는 인간적 고뇌가 있다"며 "그렇다고 무조건적으로 남자가 여자를 선택하도록 그리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세 사람이 인생의 마지막 선택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중년들도 20대 못지 않게 사랑으로 고민한다는 점을 부각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인생을 수동적으로 살았던 계순은 최후의 선택 앞에서 홍 여사와 아들 민규(송승헌 분)의 미래를 놓고 고민한다.

문제는 홍 여사다. 물불 안 가리고 사랑에 빠져 있는 그는 박 선장이 영덕에 가서 살자고 하면 모든 것을 포기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가는 "극 후반부로 갈수록 홍 여사의 고민의 깊이가 보는 이의 마음을 안타깝게할 것"이라며 "박 선장, 계순, 홍 여사가 각자의 처지에서 상대를 선택하도록 여운을 남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작가의 이런 모호한 입장은 작가 스스로 파놓은 함정에 빠져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박 선장과 홍 여사의 관계가 예상 밖의 인기를 끌자 무리하게 두 사람의 관계 중심으로 드라마를 이끌고가면서 박 선장이 결국 계순을 택한다는 애초 기획대로 결말을 내기가 부담스럽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홍 여사를 택하는 것도 막판 드라마 인기몰이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 작가가 "시청자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다"며 진부한 핑계를 대고 제작진이 인터넷을 통해 시청자 의견을 받는다고 하는 것은 우리 드라마의 한계를 다시 한번 드러내는 셈이다.

한편 주인공 수경(최진실 분)은 애초 대본대로 시누이 상옥과 장사를 시작하는 것과는 달리 임신상태에서 3개월 무급휴가를 끝내고 직장에 복귀할 예정이다. 또 영규(차인표 분)는 미국행을 포기하고 결국 미숙(김지영 분)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드라마는 끝을 낼 것으로 보인다.

- 1998년 4월 1일 한겨레신문 권정숙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