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시대를 맞아 TV드라마속의 여성상이 보수화하고 있다. 가족애를 강조하는 가족드라마들이 늘어나면서 희생적이고 강인한 전통적인 모성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것.
자기 주장이 강한 신세대 여성, 남편 이외의 사랑을 꿈꾸고 기성 윤리에 항거하며 가족의 파괴까지 감행했던 진보적 여성들이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여성상으로 교체되고 있다.

SBS 새 아침드라마 <엄마의 딸>은 구두닦이로 자식들을 성공시킨 어머니(정혜선)의 희생담을 소재로 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 종로 허리우드 극장 옆에서 30여년간 구두닦이를 해온 할머니가 모델.
MBC <육남매>의 어머니(장미희) 역시 30대에 남편을 잃고 떡장사 등으로 6남매를 길러내며 세상을 원망하거나 좌절하지 않는 강인한 모성을 보여준다.

SBS 주말극 <사랑해 사랑해>에는 여자만 7명이 사는 집안의 가장인 어머니가 나온다.
젊은 나이에 남편을 잃고 홀로된 어머니(고두심)는 자신의 세 자녀 외에 시어머니와 자폐증이 있는 시누이, 말썽많은 친정어머니까지 거두면서 약국을 운영해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는 '초인적인' 존재로 그려지고 있다.

전통적인 어머니상의 부활과 함께 희생적인 누나, '똑순이' 맏딸의 이미지도 부활하고 있다.
<육남매>의 큰딸 숙희는 우등생이지만 다른 형제들을 위해 학업을 중단하고 공장에 다닌다.
MBC <맏이>, KBS <모정의 강>의 큰딸들도 희생적인 어머니 역할을 대신한다.

신세대 여성의 이미지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MBC <그대 그리고 나>의 수경(최진실)은 원래 맹렬한 커리어우먼이자 전형적인 신세대 여성으로 설정되어 있었으나, 최근에는 결혼한 여성은 출가외인이라는 전통적인 관념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다.시아버지와 시동생의 복잡한 여성관계를 해결하는 데까지 관여하는 수경은 자신의 처지를 걱정하는 친정엄마에게 오히려 화를 낸다.

MBC <보고 또 보고>의 은주(김지수)도 비슷하다. 간호사인 은주는 의사들의 부당한 지시에 꼿꼿이 맞서 싸우는 당찬 신세대 여성이지만, 살림을 잘하는 전통적 맏며느리의 미덕을 갖췄다는 이유로 연적인 여의사를 물리치고 검사와 결혼하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다.

- 1998년 3월 31일 문화일보 양성희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