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방영된 MBC TV 미니시리즈 「별은 내가슴에」가 발견한 스타는 안재욱 뿐이 아니다. 중견탤런트 박원숙(49)도 「별은 내가슴에」가 발견한 중견스타 임에 틀림없다.
고아인 최진실을 구박하는 콩쥐엄마같은 배역이었지만 그녀는 시청자들에게 미움보다는 사랑을 받았다.

폼을 잡으면서 우아한 척 하려고 해도 결국 결정적인 실수를 해서 어리숙한 계획이 탄로나고야 마는 「희극적 악역」. 교양있는 모습을 보이려고 우아하게 걷다가 잘 닦여진 유리문에 얼굴을 부딪히고는 『이거 자동문 아니냐?』며 얼굴을 문지르는 그녀를 어떻게 미워할수 있겠는가.

MBC TV 「그대 그리고 나」에서 그녀는 사회생활에 닳고 닳은듯 보이지만 내면에는 소녀다운 순진함이 가득한 「교수님」이다. 그녀가 마음을 두고 있는 최불암이 결혼 안한 이유를 묻자 진지한 표정으로 『제가 좋아하는 사람은 그레고리 펙이에요. 그런 남자를 아직 만나지 못했거든요』라고 대답한다.

최불암에게 잘 보이기 위해 그 앞에서는 품위있고 우아한 행동을 하려고 하 지만 사실은 떡볶이를 좋아하고 TV보면서 깔깔거리는 다소 철없는 『늙은 소녀』다. 그런 그녀에게 이자놀이를 하면서 돈을 모으는 악착같은 속물근성이 있다는 것은 더 재미있다.
꿈을 꾸는듯한 소녀같은 눈을 하고 있다가도 돈을 꿔달라는 조카에게 『내가 돈이 어딨니?』하면서 능청을 떠는 이중적 모습은 이 드라마의 시청률 절반을 책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기요? 정말 요즘 애들말로 떴다는 느낌이 들어요. 「토지」의 임이네역이나 「한지붕 세가족」의 순돌엄마역등을 맡으면서 나름대로 인기를 얻었던 탤런트라고 생각해왔는데, 지금은 그 몇배로 더 실감하고 있어요. 하루에도 인터뷰와 방송 출연 섭외가 서너건씩 오거든요』

원래 낙천적이고 재미있는 성격의 그녀는 방송국 분장실에서도 「참새 방앗간」으로 통한다. 그녀가 있는 곳에는 항상 재미있는 이야기와 웃음이 끊이지 않기 때문. 선배탤런트를 무서워하는 신세대탤런트들에게도 그녀는 예외다. 최진실 고소영 이승연이 결성했다는 친목모임 「공주병클럽」에서도 그녀를 게스트로 초빙했지만 워낙 바쁜 탓에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고 소개한다.

『솔직하고 낙천적인 성격인 것은 사실이에요. 아마 그렇지 않았다면 지난 세월을 견디기 힘들었을지 몰라요』

유명만화가였던 아버지 고 박광현씨는 6남매중 맏이였던 그녀를 퍽이나 귀여워했다. 중학생때부터 명동의 유명양장점 송옥에서 대여섯벌씩 옷을 맞춰줄 정도로 맏딸에게는 돈을 아끼지 않았다.
덕분에 물질적·정신적으로 부족함 없이 지내오다가 지난 93년 재혼했던 남편의 사업실패로 하루아침에 집까지 팔아야 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돈도 돈이지만 엄청난 정신적 충격을 받았던 일이었다. 아직도 그 후유증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특유의 낙천성으로 훌훌 털어버렸다.

『요즘은 청소년 쇼프로그램에서 심심치않게 출연섭외가 와요. PC통신에도 제 얘기가 엄청나게 올라온다나요? CF출연섭외도 7∼8건 와있구요』

2년전 결혼한 아들부부가 아이를 낳기만 하면 곧 할머니대열에 들어서게 된다. 하지만 그 때도 그녀는 드라마에서나 실제 생활에서나 여전히 깔깔대며 크게 웃는 만년소녀의 모습을 잃지 않을 것 같다.


- 1998년 2월 12일 경향신문 이무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