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사람 출신으로 4남매를 둔 50대 홀아비. 입으로 소주병을 딴 뒤 '퉤' 하고 마개를 멀리 뱉어내 는 사람. 그러면서도 입심이 그럴 듯 해 40대 여성들을 휘어잡는 매력남. 드라마에서 이런 역은 누가 맡아야 할까. 10월 11일부터 새로 시작되는 MBC 주말극 <그대 그리고 나>(김정수 극본·최종수 연출)는 그 자리에 최불암을 세웠다. 독특한 선택이다.

<그대…>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최불암이 맡은 역처럼 특이한 성격을 갖고 있다. 남녀 주인공인 동규(박상원)과 수경(최진실) 정도가 정상적이다. 최불암의 맏아들로 가난하게 자란 동규와 부유한 집에서 걱정없이 자란 수경이 연애를 하고, 집 안의 차이로 헤어졌다 결국 결혼해 함께 살게 되는 것이 중심 줄거리. 그러나 이는 드라마에 연 속성을 주기 위한 수단일 뿐 극의 대부분은 천방지축 튀어다니며 서로 부닥치는 이사람 저사람의 코믹한 이야기들로 채워진다.

동규의 동생 영규(차인표)는 엄청난 부잣집 딸을 꾀어 팔자를 고치려는 건달. 그가 노리는 사람은 시연(이본)이다. 그러나 결국은 나물장수 미숙(김지영)에 붙들려 시장에서 장사를 하게 된다. 수경의 아버지(심양홍)는 사윗감 동규를 처음 보자마자 불쑥 '대선에서 누구를 찍겠느냐'고 묻는 인물. 어머니(김혜자)는 순박하기 이를 데 없어 맹추같아 보이기까지 한다.

홍여사(박원숙)도 빼놓을 수 없다. '파스칼'을 들먹이며 수다를 떠는 그의 직업은 평생교육원 교수 로 돈이 많아 사채놀이도 하며 최불암에게 흠뻑 빠지게 된다. "홍여사의 직업과 수다스런 성격은 최근 방송강의로 '잘 나가는' 한 여성을 본땄다"는게 최종수 PD의 귀띔.

모델을 꿈꾸는 동규의 여동생(서유정)은 제딴에는 한껏 멋을 낸다는 머리모양나 옷차림이 촌스럽 기 이를 데 없고, 행동에서는 푼수끼가 철철 넘친다. MBC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에서 이의 정의 파트너인 송승헌이 내성적이고 우울하며 가끔 주먹을 휘둘러 크게 사고를 치는 동규의 막내 동생으로 나온다.

극의 초반은 동규의 고향이자 아버지와 동생들이 살고 있는 시원한 바닷가 풍경이 많이 펼쳐진 다. 또 스튜디오 녹화부분이 적고 대부분 야외촬영인 것도 화면의 싱싱함을 더한다. 작가 김정수(48)씨는 80년부터 12년 동안 MBC <전원일기>를 썼으며 역시 MBC의 <엄마의 바 다>, <전쟁과 사랑> 등이 대표작. 연출자 최종수 PD는 87년 이덕화·남성훈이 주연이었던 MBC 주말극 <사랑과 야망>과 더불어 <수사반장>, <아버지와 아들> 등을 만든 바 있다.

50부까지 방송될 <그대…>는 삼성이 MBC에 편당 1억원의 제작비를 지원한다. 삼성은 MBC 드 라마 <간이역> 제작에도 같은 액수를 지원한 바 있다.

- 1997년 10월 10일 중앙일보 권혁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