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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가 굵직한 정통 주말극으로 침체 일로를 걷고 있는 주말극 살리기에 나섰다. 11일 오후 8시 첫방영되는 새주말극 <그대 그리고 나>(김정수 극본, 최종수 연출)는 호화군단이 총동원된 역작이라는 점에서 이의가 없을 듯하다. 국내 최장수 드라마인 <전원일기>를 12년간 집필하고 <엄마의 바다> <전쟁과 사랑> <자반고등어>를 통해 중견작가로서의 역량을 인정받아온 김정수. 여기에 <수사반장> <아버지와 아들> <사랑과 야망>을 비롯, 창사특집극 <명태>를 통해 선굵은 연출가로 정평이 난 중견연출가 MBC 최종수 제작위원이 손잡았다.
근래 보기드문 초호화 배역도 화제다. 탤런트의 대부·대모격인 최불암과 김혜자를 비롯, 톱스타 최진실, 박상원, 차인표, 송승헌, 이본 등이 총동원됐다. 여기에 박원숙, 심양홍, 윤철형 등 타고난 조연급 스타들이 뒤를 받친다. 또 삼성그룹이 공동제작형식으로 참여, 편당 1억원이라는 거액의 제작비를 전액 지원하고 나선 점도 눈길을 끈다.
장르상으로는 코믹과 멜로를 적절히 뒤섞은 가족드라마. 한 회사에서 만난 수경(최진실)과 동규(박상원)가 우여곡절 끝에 결혼하여 수시로 닥쳐오는 결혼생활의 위기를 극복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민다는 줄거리. 그러나 시사회를 통해 보여진 첫회분부터 노련한 연기자와 작가의 성실함에 힘입어 빛나고 있다.
'양지뜸 김회장' 이미지를 굳혀온 최불암은 극중 마도로스 출신의 몰락한 뱃사람으로 출연한다. 때로는 거친 욕설과 허풍으로 맏아들 동규를 궁지에 몰아넣는 무능한 아버지로 변신했다. <영웅반란>을 통해 귀공자의 이미지를 벗고 거듭난 차인표도 동규의 동생으로 출연, 연기의 맛을 제법 풍긴다. 얼굴 하나만 믿고 부잣집 딸을 꼬드겨 일확천금을 노리다 결국 주저앉고마는 어설픈 '지골로'. 첫회에서 말년병장으로 출연, 부잣집 외동아들인 신병을 어르면서 누나를 소개받으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나 부대주변에서 나물장사를 하는 시골처녀 미숙(김지영)을 등치는 장면은 배꼽을 잡게 한다. 동규의 막내동생으로 출연하는 신인 송승헌은 <남자 셋 여자 셋>의 까불대는 연기와는 전혀 다르게 반항아적 이미지를 만들어 간다.
수경의 부모로 출연하는 김혜자와 심양홍의 무르익은 연기와 이모역의 박원숙이 보여주는 코믹연기는 절정이다. 차인표의 상대역으로 출연하는 이본은 MBC 드라마에 첫출연하고, 내레이터 모델을 꿈꾸는 동규의 철부지 여동생역을 맡은 신인 서유정도 가능성을 읽게 해준다. 여전히 귀여운 최진실과 여전히 무던한 박상원이 주축임은 물론이다.
탄탄한 재력을 갖춘 중상층 가정에서 큰 수경과 어촌에서 뱃사람의 아들로 태어나 어렵게 대학을 마치고 대기업에 입사한 청년 동규. 이 드라마는 이들 두 가정의 독특한 인물군상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을 웅변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때로는 가슴 뭉클한 감동도 있고 포복절도할 웃음도 있다. MBC가 주말극 인기의 재건을 선언한 이 드라마가 시청자의 눈길을 얼마나 붙잡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 1997년 10월 11일 경향신문 오광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