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드라마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붙잡아라.
MBC-TV가 주말극 석권을 위해 비장의 카드를 내던졌다. MBC-TV는 11일 첫선을 보인 새주말 극 <그대 그리고 나>(극본 김정수, 연출 최종수)를 간판드라마로 내세워 주말은 물론, 'MBC = 드라마 왕국'의 명성을 확고하게 굳힌다는 복안이다. 그동안 미니시리즈 등을 중심으로 상승 분위 기를 타고 있는 MBC는 유독 주말극에서만은 열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형편.

'주말극이 살아야 전체 드라마가 산다'는 절박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올여름 잠시 분위기를 반전시킨 <신데렐라> 외엔 이렇다할 히트드라마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대 그리고 나'는 이런 점에서 MBC가 모처럼 주말극에서 자신감을 갖게 한 또 한편의 드라마로 꼽힌다.

드라마는 최진실, 박상원 중심의 홈멜로이면서도 최불암, 김혜자, 박원숙, 심양홍 등 중견연기자들의 코믹터치 감초연기가 분위기를 밝고 경쾌하게 이끌고 있다. 전체 드라마의 큰 줄기는 각기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남녀의 결혼이야기. 그러나 결혼이 당사자뿐 아니라 양측 가문의 결합일 수밖에 없는 한국적 현실과 그곳에서부터 파생되는 갖가지 문제점들을 담고 있다.

본격적인 극의 전개는 어촌 출신의 3남 1녀중 장남인 동규(박상원)와 유복한 가정에서 자란 수경(최진실)이 우여곡절 끝에 결혼하면서부터 시작된다. 드라마는 터프한 듯 허풍쟁이 연기로 시선을 붙든 최불암, 심양홍의 감칠맛 나는 연기, 그리고 귀공자풍의 이미지 대신 코믹 스타일로 모습을 바꾼 차인표의 연기변신 등 주변인물들의 활약이 특별한 재미를 더해준다.

- 1997년 10월 13일 스포츠조선 강일홍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