즘 시청자들의 시선을 부쩍 끌고 있는 MBC의 인기 주말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를 보면 나오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독특하고 분명한 개성을 지니고 있다. 우선 발랄한 신세대 미시족을 연기하고 있는 주인공 수경(최진실 분)과 우리� ざ瓚� 전형적인 장남을 보여주는 수경의 짝 동규(박상원 분)가 그렇고, 반반한 얼굴 하나 믿고 부잣집 딸을 잡아 팔자 고치려는 말썽 많은 시동생 영규(차인표 분), 그리고 <전원일기>에서의 한국적 아버지와는 달리 거친 뱃사람 연기를 보여주면서 가장 성공적인 연기 변신� � 한 것으로 나타난 동규아버지 재천의 최불암 등, 재미있고 극적인 인물 설정이 앞으로의 극 전개를 무척 궁금하게 한다.

이렇게 색깔이 뚜렷한 개성을 가진 주인공들이 벌이는 갖가지 해프닝의 전개를 더욱 흥미진진하고 감칠 맛나게 풀어나가는 것이 드라마 곳곳에 사용된 배경음악이다. <그대 그리고 나>의 배경음악은 그동안 신병 치료로 활동이 뜸했던 우리나라 영화 음악계의 거목 신병하가 맡았다.

짙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폭풍 전야를 연출하면서 앞으로 일어날 심상치 않은 사건 전개를 인상적으로 암시하는 타이틀이 바로 신병하가 작곡한 것으로, 대도시 부잣집에서 곱게 자라 탄탄한 직장에서 커리어 우먼으로 인정받던 최진실과 어촌에서 뱃사람의 맏아� 冗� 태어나 어렵게 대학을 마치고 대기업에 입사한 청년 동규의 힘겨운 결혼에 수시로 닥쳐오는 위기를 암시하는 듯하다.

신병하는 <그대 그리고 나>에서 이야기 위주로 음악을 만들었다고 하지만, 여기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테마는 그들의 성격과 감정을 너무나 잘 대변해준다. 예를 들면 동규아버지 재천(최불암 분)이 등장하는 장면에 나오는 음악은 세태에 찌들리고 오염된 세상에서 놓치기 쉬운 인간미와 진짜 삶이 진하게 묻어 있는 인간상을 대변하는 것이고, 자기만의 세계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민규(송승헌 분)의 테마 역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 일종의 '사모곡'이다. 그밖에 주인공인 수경과 동규의 테마도 그의 작품이다.

이 테마들 말고 <그대 그리고 나>에 사용된 음악은 드라마 제작팀에서 선곡한 곡들로, 각 장면의 분위기를 최대한 반영한 선곡이 특징이다. 엔딩곡으로 사용된 'Lou Christie'의 (Beyond the Blue Horizon)은 따뜻하고 감동적이면서도, 슬픔과 코믹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드라 마의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선곡이 됐다.

또 영규의 테마로 선곡된 'Grace Jones'의 (I've Seen that Face Before)는 차인표가 극중에서 보여주는 불량스러우면서도 매력적인 성격을 부각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정성들여 제작 및 선곡되는 <그대 그리고 나>의 배경음악은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에 흥미를 더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