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회

S #1 만호네 옥상 (밤)

 

만호, 흥신소 직원이 가져온 진상과 스타가 찍힌 사진을 보고 있다.

 

S #2 빈 사무실

 

만호와 성기, 보스, 대협, 총련, 비어 있는 사무실을 둘러보고 있다.

대협과 총련, 넓고 전망 좋은 사무실을 보며 좋아한다.

 

관리인 이 사무실이 말이죠, 입주한 업체마다 대박이 난 사무실입니다.

위치에 비해서 가격도 싼 편이고요, 특히 관리비가 저렴합니다.

어떻습니까? 맘에 드십니까?

보스 음... 맘에 들어. (창가쪽 자리를 가리키며) 조오기 내 자리하면 되겠네.

(그 옆을 가리키며) 고기는 미스리 자리.

여기로 하지. 당장 짐 옮겨.

 

대협과 총련, 너무 좋다.

 

관리인 가격이 말이죠, 평당 이백삼십입니다.

보스 (째려본다)

관리인 요새 이 가격에 이 주변에선 사무실 못 얻습니다.

벤처 때문에 사무실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예요.

보스 백오십!

관리인 하, 참, 장난하십니까? 맘에 안 드시면 다른 데 구해 보세요.

보스 백사십!

관리인 지금 저 바쁘거든요? 나가시죠?

보스 백삼십.

 

관리인, 약간 쫄아서 보스를 돌아보고

대협과 총련도 계약은 물 건너 같아 실망스러운 얼굴로 보스를 본다.

 

보스 아니면 말고. 가자.

 

보스와 일행, 나간다.

 

S #3 진상의 사무실

 

진상, 컴퓨터 앞에 앉아 일을 하다가 문득 하던 일을 멈추고 서랍을 열어

성기의 명함을 꺼내 들여다본다.

 

진상 (명함을 만지작거리며) ... 삼천만불.... 강만호... 삼백억...

 

진상, 한참 뭔가를 생각하다가 전화를 본다.

진상, 천천히 손을 뻗어 수화기를 들었다가 다시 탁 내려놓는 순간 인터폰이 울린다.

 

안내 (소리) 사장님, 경제신문 기자분들 오셨는데요?

진상 어, 그래. 회의실로 안내해.

안내 (소리) 네.

 

진상, 서랍을 열어 손거울을 꺼내 머리모양과 얼굴을 여기저기 훑어보고 마지막으로

이-- 하고 잇새에 낀 게 없나 본다.

 

S #4 제이스 크레딧 회의실

 

허부장을 비롯한 제이스의 직원들, 바쁘게 일을 하고 있는 가운데

진상, 사진 기자 앞에서 여러 가지 포즈를 취하며 여기자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고

미래, 한 옆에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

 

진상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굳이 정의한다면 온라인 상에서의 거래를

지원해주는 일종의 전자결제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 이 사업에 대한 구상은 언제부터 하셨나요?

진상 전부터 생각해 오던 인터넷 관련 사업 아이템들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기자 그럼, 엘앤씨에 입사하기 전부터 생각을 해오신 건가요?

진상 그렇다고 할 수 있죠.

기자 포즈 좀 취해 주시겠어요?

 

진상, 기술팀 여직원 뒤에 가서 모니터를 가리키며 뭔가 지시하는 척 한다.

사진기자, 찍는 동안 기자는 계속 질문을 하고

진상은 다양하게 포즈를 바꿔가며 질문에 꼬박꼬박 대답한다.

 

기자 외국 투자가들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요?

진상 구체적으로 투자협상이 진행중인 데가 몇 군데 있습니다.

기자 지금까지 투자금이 얼마나 들어왔습니까?

진상 70억 정도 됩니다.

기자 앞으로 사업을 확장하신다고 들었는데요.

진상 기존 설비의 활용도를 높이면서 추가설비투자를 최소화할 수 있는 분야로

영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기자 구체적으로 좀 말씀해주시겠어요?

진상 먼저 온라인 상에 삼차원 쇼핑몰을 구축할 예정이구요, 나아가 인터넷 방송과

위성방송분야까지 진출할 계획입니다.

기자 요새 바이오벤처가 각광을 받고 있는데 그 쪽으로 영역을 넓히실 계획은

없으세요?

진상 ... 기회가 된다면요.

기자 현이사님도 이리 와서 같이 한 장 찍으시죠?

미래 그럴까요?

 

미래, 웃으며 진상의 옆에 서서 열심히 일하는 척 다정하게 서류를 같이 들여다보는

포즈를 취한다.

후레쉬 터진다.

 

S #5 화장실

 

만호, 변기에 앉아 힘을 주며 진상과 미래의 사진이 박혀 있는 경제신문을

들여다보다가 부들부들 떤다.

 

만호 입사 전부터 생각을 해? 으으으으! (시원하다) 사기꾼같은 자식!

 

S #6 만호네 집

 

성기와 철호, 밥을 먹고 있는데

신문을 구겨든 만호,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 밥상 앞에 앉는다.

성기, 밥을 먹으며 신문을 들여다보다가 재 풀에 마구 흥분해 소리친다.

 

성기 이야! 이 자식, 출세하긴 했나보네? 우리나란 꼭 이런 애들이 출세한다니까.

나라 팔아먹은 이완용이 같은 매국노 아니면,

일본 육사 나온 일제 앞잡이가 판을 치더니

이제는 정보 팔아먹은 놈이 출세하고 말이야.

우리 할아버지는 만주벌판에서 말달리던 독립운동가였는데 내 꼴은 이게 뭐냐?

매국노 후손들은 대대로 배터지게 잘 먹고 잘 사는데. 에잇!

조국이 싫다. 조국이 싫어!

이 자식도 분명히 매국노 후손일 거야. 그지? 맞지?

너, 한 동네 살았으니까 알 거 아냐?

만호 진상이한테 연락 안 왔어?

성기 안 오는데? 우리가 헛다리짚은 거 아닐까?

철호 도대체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거야?

성기 넌 몰라도 돼 임마.

내가 다시 한 번 찔러볼까?

만호 아냐. 그 쪽에서 연락 올 때까지 하지 마.

성기 혹시 계속 연락이 안 오면 어떡하냐?

만호 ...

성기 우리 정회장한테 맞아 죽을텐데...

 

이때 성기의 휴대전화벨이 울린다.

만호와 성기, 동시에 벨소리가 나는 곳을 돌아본다.

 

S #7 보스사무실

 

만호는 보스 책상에서 컴퓨터를 하며 전화통화를 하고 있고

성기는 괜히 왔다갔다하며 전화하는 만호를 초조하게 본다.

보스, 대협, 총련, 소파에 앉아 조그만 계산기를 두드려가며 장부를 맞춰보고 있다가

계산이 틀릴 때마다 성기를 째려본다..

 

보스 이만 삼천 칠백오십원이요, 사만구천 이백칠십원이요,

 

대협, 계산기를 두드리고 총련은 열심히 장부에 받아 적다가 틀린다.

 

총련 저, 회장님. 다시 한번만.

보스 (짝 째려보다가) 이만삼천 칠백오십원이요, 사만구천 칠백이십원이요.

만호 그래요? ... 캐릭터는 필요 없구요, 그냥 박수만 치면 되는데... 그래도 그래요?

... 네, 잘 알겠습니다. (끊는다)

성기 뭐래?

만호 안되겠어. 한 오십명만 쓸래도 사오백만원은 그냥 깨지겠는데?

거기다 장소 빌리고 그러면. 어후...

성기 후....

보스 뭐야? 사람 불안하게 왜들 그래?

만호 아무 것도 아닙니다. ... 후...

대협 (탁자를 꽝 내리치며) 말을 해! 계산이 안되잖아!

보스 (깜짝 놀란다) 사무실에서 소리지르지 말라 그랬지!

대협 죄송합니다, 회장님.

보스 무슨 일이야?

 

성기, 뒷주머니에 꽂고 있던 신문을 꺼내 보스 앞에 펼친다.

진상과 미래의 사진이 나온다.

 

보스 뭐야?

성기 잘 보십시오. 이 놈이 그 놈입니다.

보스 어떤 놈?

성기 미스리를 집에 끌어들인 최진상 그 놈입니다.

보스 정말이야?

 

보스, 신문을 확 빼앗아 코앞에 놓고 들여다본다.

 

성기 지금까지 우리가 계획한 일이 수포로 돌아갈지도 모릅니다.

보스 그건 또 왜?

성기 이 놈을 철저히 속이려면 투자설명회도 열어야 되고 또 사람도 동원해서

진짜처럼 꾸며야 되는데 문제는 돈이 없다는 겁니다.

보스 그게 뭐가 문제야?

성기 예?

보스 돈 안들이고 하면 되잖아?

만호 어떻게요?

보스 아직도 날 그렇게 모르나? 한부장.

대협 예, 회장님.

보스 양사장한테 큰 방 하나 내놓으라 그러고 심심한 애들 다 모이라 그래.

하이에나만 빼고.

대협 예, 회장님.

 

만호와 성기, 보스의 능력이 놀랍다.

 

S #8 사업설명회장

 

멤버쉽 클럽의 작은 홀

만호, 대협, 총련과 함께 좌석 배치, 플래카드 설치, 꽃 장식 등등

사업설명회를 위한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는데 아가씨 두 세명이 껌을 짝짝 씹으며

대협에게 다가온다.

 

아가씨 오빠, 우린 뭐해?

대협 어, 니네들은 입구에서 손님들 들어올 때 인사해.

아가씨 그냥 인사만 하면 돼? 어쏘세요. 이렇게?

대협 교양있게 좀 못하냐?

아가씨 알았어. 교양있게. 오빠 나중에 꼭 술 한 잔 사야돼.

총련 음, 내가 사줄게.

 

대협에게 꼬리를 치던 아가씨들, 총련이 나서자 갑자기 흥! 하며 고개를 돌리고 가버린다.

총련, 슬프다.

 

대협 귀여운 것들. ... 전과장.

총련 예, 형님.

대협 난 왜 이렇게 인기가 좋은 거냐? 니가 생각해도 피곤하겠지?

총련 ...

대협 자, 빨리 서두르자.

 

이때, 허박사가 들어온다.

만호, 허박사의 한복을 보고 깜짝 놀란다.

 

만호 양복 입고 오시라 그랬잖아요?

허박사 좀이 슬어서...

만호 그럼, 미리 연락을 좀 하시던가요. 아, 미치겠네...

전과장.

총련 왜?

만호 박사님한테 맞을만한 옷 어디서 구할 수 없을까?

총련 (허박사를 아래위로 보며) 다 덩어리들인데 요만한 옷이 어딨어?

 

만호, 난감해 하다가 레이스 달린 와이셔츠에 빨간 나비넥타이를 매고 지나가는

작은 웨이터를 슥 돌아본다.

 

S #9 클럽 건물 앞 (낮)

 

고급 승용차들이 속속 도착하고 건장한 청년들의 호위를 받으며 암흑가 보스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간다.

진상, 조금 떨어진 곳에 차를 세우고 입구를 주시하고 있고

그 뒤에서 하이에나 역시 차안에서 입구를 노려보고 있다.

 

S #10 사업설명회장 앞

 

진상, 살벌한 인상의 어깨들이 서서 지키고 있는 복도를 걸어 입구로 다가간다.

진상, 약간 긴장한 얼굴로 사업설명회에 모인 사람들의 면면을 예리하게 훑어본다.

남자들은 모두 인상은 조금 험해도 입성이나 악세사리등이 장난이 아니다.

가끔 화려하게 화장을 한 마담스타일의 여자들도 눈에 띤다.

다른 사람들도 무리 중에 유일하게 범생이처럼 보이는 진상을 신기한 듯 힐끗거리며

지나가고 진상, 그때마다 긴장한다.

대협, 입구에서 초대자 명단과 초청장을 대조하며 사람들을 들여보내고 있다.

진상, 성기를 찾아 두리번거리는데 성기가 안에서 나와 사람들을 헤치고 다가온다.

 

성기 오셨군요.

진상 아, 예.

성기 절 따라 오시죠.

 

진상, 성기를 따라 안으로 들어간다.

 

S #11 설명회장

 

정면 단상에 웨이터의 양복을 빼앗아 입은 허박사가 바짝 쫄은 얼굴로 앉아

설명회에 참석한 살벌한 인상의 사람들을 둘러보고 있다.

진상, 성기를 따라 안으로 들어오면

만호, 작은 탁자 위에 놓인 컴퓨터와 정면 스크린의 잭을 연결하며 준비를 하고 있다가

진상과 눈이 마주친다.

만호, 하던 일을 멈추고 굳은 얼굴로 진상을 보는데

진상, 입가에 슬쩍 옅은 웃음을 띠고 성기를 따라 테이블에 앉아 성기와 귓속말을

주고받으며 여유 있게 웃는다.

만호, 기분 나쁜 얼굴로 성기와 진상을 노려보지만

진상, 만호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맞받는다.

이때, 소란스럽던 장내가 갑자기 조용해지더니 입구에서부터 사람들이 양옆으로 비켜서며

일제히 고개 숙여 인사를 한다.

진상, 무슨 일인가 하여 목을 빼고 내다보는데

정회장이 사람들 사이를 지나 맨 앞 테이블의 중앙에 자리를 잡고 앉으면

다른 사람들도 자리에 앉는다.

진상, 정회장의 얼굴을 자세히 보려고 애쓰는데 갑자기 불이 꺼지고 정면 중앙에만

핀 라이트가 떨어진다.

만호, 조명불빛을 받으며 사람들에게 인사한다.

일동, 박수.

 

만호 감사합니다. 바쁘신 가운데 이렇게 투자설명회에 참석해주신 여러 투자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면서 오늘 이 자리에서 인류 역사상

페니실린의 발견 이후 최대의 사건이랄 수 있는 기적의 항산화제에 대하여

발표해 주실 허 한 박사님에 대한 간단한 소개말씀부터 올리겠습니다.

허박사님은 명문대에서 식품영양학을 공부하시다가 굴욕적인 한일 회담에

반대하는 학생 운동의 선봉에 서시는 바람에 수사기관의 추적을 받게 되자

밀항선을 타고 일본으로 건너가시게 되었습니다.

일본 와세다 대학에서 못다한 향학열을 불태우시던 허박사님은

조국에 봉사할 방법을 고민하시다가 그때까지도 미개척분야였던 분자생물학을

공부하기 위해 다시 한 번 밀항선을 타고 하와이를 거쳐 미국으로 건너가

숱한 시련 끝에 마침내 유전공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호킹스 센타에 연구원으로 들어가시게 되었습니다.

 

일동, 박수.

허박사, 식은땀을 닦아낸다.

 

만호 그때 같이 연구하시던 분들 중에는 노벨상 수상자인 귄터교수를 포함하여

세계적인 석학들이 여러분 계시다고 합니다.

그러나 조국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일념으로 온갖 조건을 내걸며 회유하는

연구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다시 조국으로 돌아와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여

오늘날 세계에 유래가 없는 신비의 항산화제를 개발해 내기에 이른 것입니다.

 

일동, 다시 박수.

 

만호 현재 미국 FDA의 인증을 받기 위한 프로세스를 진행중이고

아울러 허박사님과 연구소에서 같이 동문수학했던 세계적 석학들로 이루어진

연구팀이 작용기전을 밝혀내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자, 그럼, 허 한 박사님을 모시고 영생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새로운 물질에 대하여 간단한 설명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허박사, 보이지 않게 떨며 좌중의 박수를 받으며 나와 만호 옆에 선다.

 

만호 (마이크를 손으로 가리고 귓속말로) 침착하게 하세요.

그리고 약장사처럼 하지 말고 학자처럼, 아셨죠? 학자풍으로! (뒤로 간다)

허박사 감사합니다. 허 한입니다. 여러분께 나누어 드린 설명서 첫 장을 넘겨주십시오.

 

다른 참석자들, 벌써 하품을 늘어지게 하는 가운데

진상, 진지한 얼굴로 첫 페이지를 연다.

허박사, 만호에게 했던 설명을 더욱 그럴듯한 제스츄어와 목소리 톤으로 열정적으로

시작하는데 정회장, 대협, 총련, 허박사의 말이 시작되자마자 졸기 시작하고

만호와 진상, 서로 불꽃 튀는 눈빛을 교환한다.

 

S #12 설명회장 앞

 

안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가 들리고 문이 열리면 사람들, 손에 봉투 하나씩을 들고

밖으로 나온다.

진상, 성기를 따라 설명회장을 빠져 나오다가 앉은 자리에서 다른 회장들과 대협, 총련,

어깨들에 둘러싸여 있는 정회장을 주의 깊게 보는데 말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대협 제 평생 이렇게 공부 많이 해 본 적은 처음입니다.

총련 전 졸려서 죽는 줄 알았어요.

보스 나두!

 

진상, 정회장의 뒷모습만 보여 얼굴을 돌리기를 기다리는데 성기가 잡아끈다.

 

성기 가시죠.

진상 예.

 

진상, 입구에서 손님들을 배웅하던 만호와 눈이 마주친다.

만호, 기분 나쁜 얼굴로 성기를 본다.

 

성기 강사장님, 수고 많았어요.

만호 예.

성기 최사장 알죠?

만호 ... 예.

성기 두 분이 친구사이라 그래서 내가 오시라 그랬어요.

만호 비공개로 하기로 했잖습니까?

성기 우리 최사장님 같은 분이 관심을 가져주면 강사장한테도 도움이 될텐데요?

만호 ...

 

이때 정회장이 대협, 총련을 거느리고 지나가다가 만호의 어깨를 툭툭 친다.

 

보스 수고했어.

만호 예, 회장님.

보스 박사장, 가지.

성기 예.

 

보스, 가면 만호, 깍듯이 인사한다.

 

성기 (진상에게) 자, 그럼, 전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성기, 정회장을 따라가며 뭔가 귓속말을 하면 정회장, 진상을 매섭게 돌아본다.

진상, 정회장과 눈이 마주치자 가볍게 목례를 하는데 정회장, 고개를 홱 돌리고 가버린다.

 

진상 니가 인복이 있나보다?

만호 (픽 웃는다)

진상 난 또 무슨 대단한 아이템인 줄 알았더니 별 거 아니네?

만호 신경꺼. 불청객 주제에.

진상 아무튼 잘 되길 바란다.

 

진상, 씩 웃고 돌아서지만 돌아서는 순간 만호가 대박을 터뜨릴 것 같은 불길한 예감에

얼굴이 싸늘하게 굳는다.

진상, 자기를 빤히 보고 있는 만호의 시선을 의식하며 복도를 걸어간다.

 

S #13 거리 (밤)

 

달리는 보스의 차 안.

 

성기 정말 회장님의 능력에 대해 재삼재사 감탄한 하루였습니다.

보스 (흐뭇하다) 그래?

성기 어떻게 전화 한통화로 그 모든 일들을 처리하실 수 있는지, 전, 정말...

보스 (뻐기며) 그게 바로 카리스마라는 거야.

대협 우리 회장님 정말 대단하시지? 박사장.

난 벌써 십 년 넘게 회장님을 모시지만 늘 존경심이 새록새록 솟아난다니까.

으하하하...

총련 저도 그렇습니다, 회장님. 으하하하

 

총련, 웃다가 갑자기 앞으로 끼어드는 차 때문에 급브레이크를 밟는다.

일동, 앞으로 확 고꾸라진다.

 

대협 (앞으로 확 고꾸라졌다가 고개를 번쩍 들며) 운전 똑바로 못해!

 

하다가 앞을 막아선 하이에나의 차를 보고 긴장한다.

 

대협 뭐야? 차 빼!

 

총련, 차를 뒤로 빼려는데 뒤에도 다른 차가 한 대 와서 막아서는 바람에

보스의 차, 꼼짝 못하고 갇힌다.

일동, 차 안에서 앞 뒤의 차를 살피는데

하이에나와 부하들이 차에서 내려 보스의 차를 에워싼다.

 

보스 하이에나, 저 자식!

대협 걱정마십시오. 회장님.

 

대협, 얼른, 문을 잠군다.

하이에나의 부하들, 문을 열려다가 잠겨 있자 부하 한 명이 야구 방망이를 들고와

유리창을 내려칠 듯이 번쩍 치켜든다.

 

보스 (창문을 조금 내리며) 잠깐! (대협에게) 문 열어.

대협 안됩니다. 회장님.

보스 차 망가지잖아. 문 열어!

 

대협, 할 수 없이 문을 열면 보스, 기죽지 않으려는 듯 폼나게 차에서 내린다.

대협, 총련도 따라서 내리는데 성기는 차 밑바닥에 숨는다.

 

보스 뭐하는 짓이야? 대로상에서.

하이 내가 분명히 경고했을텐데. 나만 따돌리면 전쟁이라고!

보스 그래서?

하이 그래서는 뭐가 그래서야? 얘들아!

 

하이의 부하들, 보스일행을 에워싸며 좁혀드는데

 

대협 (보스의 앞을 막아서며) 피하십시오. 회장님. 여기는 제가 맡겠습니다.

 

하는 순간 누군가의 발길질에 의해 뒤로 나가떨어진다.

보스와 총련, 대협이 나가떨어지자 절망스런 얼굴로 두 주먹을 위로 올리며 임전태세를

갖추는 동안

성기, 반대편 문을 살며시 열고 기어 내려와 걸음아 나 살려라 도망을 간다.

도망가는 성기의 뒤로 하이에나 부하들의 함성과

보스와 대협, 총련의 처절한 비명 소리가 들린다.

 

S #14 만호네 집

 

만호, 세수를 하고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들어오는데

성기, 수화기를 한참 들고 있다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내려놓는다.

 

성기 사무실 전화 안 받는데?

만호 오늘 일요일이잖아?

성기 아, 그렇지! ... 정말 무슨 일 생긴 건 아니겠지?

만호 설마 무슨 일이야 있겠어?

성기 정말 아무 일 없겠지?

만호 그렇게 걱정할 거 왜 혼자만 도망왔어?

성기 야! 너도 걔네들 봤잖아? 내가 있어봤자 도움이 안돼.

만호 무슨 일 있었으면 연락이 왔겠지.

성기 그랬겠지? 에라, 모르겠다. 잠이나 자자.

 

성기, 다시 자리에 벌렁 드러누웠다가 다시 벌떡 일어난다.

 

성기 미스리는 또 어떡하지? 어흐... 걘 거기 안 그만둔대냐?

만호 그러게 왜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해?

성기 그럼, 어떡하냐? 당장 맞아죽게 생겼는데.

미스리는 밥 사 줬냐?

 

S #15 진상이네 집

 

진상, 윗몸 일으키기를 미친 듯이 하다가 설명회장에서의 만호가 떠오르자 동작을 멈춘다.

 

진상 바이오벤처?

 

진상,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미친 듯이 윗몸 일으키기를 하는데 전화벨 울린다.

 

진상 네, 최진상입니다. ... 미래씨? .... 웬일이에요. ... 특별한 약속은 없는데요...

그러죠.

 

S #16 보석가게

 

진상, 보석을 고르고 있다.

진상, 반지와 목걸이, 귀걸이 등이 같이 들어있는 고급스러운 박스를 고른다.

 

진상 이거 세트로 포장해주세요.

 

점원, 보석을 포장하고 있는 동안

진상, 그 옆에 진열된 실반지들을 본다.

 

S #17 극장

 

미래와 진상, 영화를 보고 있다.

미래, 감동받은 듯 눈에 눈물이 맺혀 푹 빠져서 보고 있지만

진상은 간간이 터져 나오는 하품에 눈물이 맺힌 채 눈을 부릅뜨고 가까스로 졸음을

참아내고 있다.

 

S #18 전철역 앞 (저녁)

 

만호, 시계를 보며 기다리고 있는데 연옥이 다가온다.

 

연옥 안녕하세요?

만호 잘 지냈어요?

연옥 웬일로 전화를 다 주시고...

만호 내가 저녁 산다 그랬잖아요.

연옥 안 그래도 되는데...

만호 내가 번번이 미안해서 그래요.

연옥 자꾸 뭐가 미안하다는 거예요?

만호 ... 그런 게 있어요. 뭐 먹고 싶어요?

연옥 ... 아무거나.

만호 그럼, 뭘 먹을까....된장찌개 좋아해요?

 

S #19 진상의 차 안 (저녁)

 

진상, 운전을 하고 있고 미래, 동반석에 앉아 있다.

 

미래 어쩌면 그렇게 영화 내내 졸아요? 재미 없었어요?

진상 아뇨. 난 영화 보면 잘 자요.

미래 난 책 보면 자는데.

진상 (씩 웃으며) 그래요?

미래 저녁 뭐 먹을까요?

진상 미래씨가 고르세요. 내가 오늘 최고로 모시겠습니다.

미래 (잠시 생각하다가) 제가 아는 집 있는데 거기로 갈래요?

진상 아, 좋아요.

 

미래, 차창으로 고개를 돌린다.

 

S #20 된장찌개집 (밤)

 

만호와 연옥, 찌개를 기다리고 있다.

 

연옥 저... 사실 저도 부탁이 있어서 나왔거든요?

만호 무슨 부탁이요?

연옥 혹시 최진상 사장님이 박사장님이나 정회장님하고 저하고 아는 사이냐고 물으면

모른다고 좀 해주세요.

만호 예?

연옥 저, 그게 그러니까요. 혹시 옛날에 그 일로 해서 제가 제이스크레딧을 갑자기

그만두게 될지도 몰라서요.

만호 그게 무슨 얘기예요?

연옥 정말 처음으로 직장다운 직장을 구한 거거든요?

그런데 현이사는 절 자꾸 쫓아낼려 그러고,

만호 현미래씨가요?

 

이때 미래와 진상이 안으로 들어온다.

 

미래 이런데 괜찮으세요?

진상 좋은데요.

 

미래와 진상, 무심코 자리에 앉다가 뒤늦게 만호와 연옥이

옆에 앉아 있는 것을 본다.

네 사람, 깜짝 놀라고 순간적으로 네 사람의 눈빛이 복잡하게 얽힌다.

진상과 미래, 그 자리에 있고 싶지 않지만 이미 앉았기 때문에 다시 일어나는 것도 우스워

아무렇지도 않은 척 애쓰고,

미래는 만호가 연옥을 데리고 왔다는 사실에 대한 질투의 감정과

자신이 진상을 데리고 여기로 온 것을 만호에게 들킨 민망함 때문에 점점 격앙된다.

만호도 불타오르는 질투의 감정을 억누르며 애써 태연한 척하고 있고

연옥 또한 질투의 감정과 아울러 진상이 오해할까봐 걱정스럽기도 하다.

 

진상 (만호에게) 자주 보네?

만호 그러게.

진상 (연옥에게) 두 사람, 자주 만나나 보지?

연옥 아뇨. ...그런 건 아니에요.

만호 상관할 거 없잖아?

미래 (아무래도 껄끄럽다) 다른 데 가서 드실래요?

진상 왜요?

미래 ..좀 지저분하지 않아요?

진상 괜찮은데요, 뭐. 여긴 뭐 잘해요?

 

이때, 만호네 자리에 된장찌개가 나온다.

 

진상 우리도 저거 먹죠. 아줌마, 된장 두 개 주세요.

만호 (연옥에게) 들어요.

연옥 네.

 

만호와 연옥, 밥을 먹기 시작한다.

 

만호 어때요? 맛있죠?

연옥 네.

미래 (도끼눈을 뜨고 두 사람을 보고 있다가 비아냥거리듯) 이연옥씨.

벤처한다는 애인이 강만호씨였나봐요?

 

네 사람, 다시 복잡한 시선이 오간다.

 

연옥 저한테 신경 좀 꺼 주실래요? 총괄이사님?

미래 (뚜껑이 열리지만 콧방귀로 참는다) 허, 차!

 

만호와 진상, 그제서야 미래와 연옥의 사이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감지한다.

 

진상 엊그제 투자 설명회한 사람치고는 꽤 한가해 보인다?

만호 (막 먹으며) 넌 밥도 안 먹고 사냐?

진상 ... 내일 사무실에 좀 들를래?

만호 내가? 왜?

진상 너한테 할 말이 있어서 그래. 중요한 일이야.

만호 난, 너하고 별로 할 말 없는데?

진상 만나서 얘기 들어보면 생각이 바뀔 거야.

만호 ... (대꾸 없이 밥만 먹는다)

미래 (혼잣말처럼) 되게 튕기네. 잘난 것도 없는 주제에.

만호 (밥 먹다말고 미래를 빤히 노려본다)

진상 아무 때고 들러.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진상이네 테이블에도 찌개가 나온다.

 

진상 우리 미래씨가 추천한 집이니까 어디 얼마나 맛있나 맛 좀 볼까?

만,연 (속으로) 우리? 하!

진상 들어요, 미래씨.

 

미래, 마지못해 밥을 먹기 시작한다.

 

미래 오늘 먹어 보니까 별로다.

진상 먹을만한데요, 뭐.

연옥 (넘어올 것 같다. 만호에게) 다 드셨으면 나가죠.

만호 연옥씨는?

연옥 전 다 먹었어요.

만호 그럼 나가서 차 한 잔 할까요?

연옥 네.

 

만호, 연옥, 자리에서 일어난다.

 

연옥 사장님, 총괄 이사님, 많이 드세요. 내일 사무실에서 뵈요.

진상 어, 그래. (만호에게) 내일 사무실에 들르는 거 잊지 마라.

만호 들러야지, 잘난 것도 없는데 튕겨서 뭐하겠어?

(연옥의 등을 에스코트 하며) 갑시다.

 

만호와 연옥이 사라지자 미래, 딸꾹질을 시작한다.

 

진상 물 좀 마셔요.

 

진상, 미래에게 물을 먹여준다.

카운터에 서 있던 만호와 연옥, 그런 둘을 째려본다.

 

S #21 미래네 집 앞 (밤)

 

진상의 차가 선다.

진상의 차안.

 

미래 안녕히 가세요.. (내리려는데)

진상 (미래의 손목을 잡으며) 잠깐만.

 

진상, 동반석 앞에 있는 박스 문을 열어 포장된 보석 세트를 꺼내 미래에게 준다.

 

미래 이게 뭐예요?

진상 별거 아니에요. 집에 가서 열어봐요.

 

미래, 포장을 벅벅 뜯어 안에 든 것을 열어보고 보석세트가 들어있자 놀란다.

 

진상 그냥 지나다가 미래씨 생각나서 샀어요

미래 ... (뚜껑을 탁 덮으며) 고마워요.

진상 맘에 들어요?

미래 네.

진상 다행이네요. 사실 처음 사 보는 거라 좀 불안했는데.

미래 (씩 웃으며) 저도 이런 선물은 처음이에요. 정말 고마워요. 내일 뵈요.

 

미래, 내리면 진상도 따라 내려 집 문 앞까지 같이 간다.

 

미래 들어가세요.

진상 미래씨 들어가는 거 보구요.

미래 (벨을 누른다) 저예요.

 

S #22 미래방 (밤)

 

미래, 거울 앞에 앉아 다시 보석 케이스를 열어 목걸이를 꺼내 목에 대보다가

다시 집어넣고 거울을 빤히 바라본다.

 

S #23 연옥이네 집 앞 (밤)

 

만호와 연옥, 걸어오고 있다.

두 사람, 각각 미래와 진상 때문에 기분이 좀 가라앉아 있다.

 

연옥 이렇게 안 바래다주셔도 되는데...

만호 ... 현미래씨하고는 왜 그렇게 사이가 안 좋아요?

연옥 좀 싸가지가 없어요.

만호 (흠칫)

연옥 처음 봤는데 글세 다짜고짜 스타킹 심부름을 시키더라구요.

만호 (깜짝 놀란다)

연옥 그래서 뭐, 급한 사정이 있겠지 싶어서 사다줬어요.

그랬더니 색깔이 안맞는다고 바꿔오라는 거 있죠?

만호 ...

연옥 남자들한테는 잘 하나 보더라구요. 그런 여자들이 있어요. 전형적인 내숭.

근데 남자들은 꼭 그런 여자한테 뻑 가더라.

만호 ...

연옥 근데 강만호씨는 최진상씨하고 왜 그렇게 사이가 안 좋으세요?

만호 그럴 일이 있어요.

연옥 무슨 일이요?

만호 아, 그 더럽고 치사한 자식 얘긴 하지 맙시다.

연옥 ... 최진상씨가 왜 더럽고 치사해요?

만호 같이 일하면서 그런 거 못 느꼈어요?

연옥 아뇨.

만호 (픽) 여자들한텐 잘하나 보지? 정말 대단해! 최진상. 이야! 정말!

연옥 최진상씨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니에요.

만호 (은근히 기분 나쁘다) 이연옥씨가 그렇게 진상이에 대해서 잘 알아요?

연옥 꼭 잘 알아야 아나요? 느낌으로 아는 거지?

만호 (갑자기 삐졌다) 집이 어디예요?

연옥 다 왔어요.

만호 그럼 갈께요.

 

만호, 갑자기 돌아서서 막 가고

연옥, 기가 막혀 하며 가는 만호를 보다가 돌아서는데 쓰레기봉투를 든 엄마가 서 있다.

 

연옥 어머, 깜짝이야.

엄마 저 남자냐?

연옥 뭐가?

엄마 사귄다는 남자.

연옥 사귀긴 누굴 사귄다 그래?

 

연옥, 엄마를 확 지나쳐 집 쪽으로 올라가버리고

엄마도 부지런히 쓰레기봉투를 버리고 연옥을 따라간다.

 

S #24 연옥이네 집 (밤)

 

식구들 둘러 앉아 수박을 먹으며 TV를 보고 있다.

 

엄마 뭐 하는 남자냐?

연옥 나랑 상관없는 사람이라니까.

지옥 상관없는 사람이 집에까지 데려다 줘?

연옥 (지옥에게 종주먹을 들이민다)

엄마 (아버지 들으라고 연옥에게) 남자는 뭐니뭐니해도 능력이 있어야 돼.

아버지 그럼, 식구들 부양할 능력은 있어야지.

엄마 삼시 세때 밥만 먹는다고 부양하는 게 아니고 풍족하지는 않아도

쪼들리지는 않게 해 줘야되는 거야.

허구헌날 윗돌 빼서 아랫돌 괴고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으로 살림하지 않게.

알았냐?

연옥 아니라니까 왜 그래?

엄마 내 말 명심해 들어. 나중에 늙어서 후회하지 말고.

아버지 지금 나 들으라고 하는 말이야?

엄마 아니, 연옥이한테 하는 말이야.

(다시 연옥에게) 그리고 남자는 얼굴 잘생긴 거 하나 필요 없다.

얼굴이 밥 먹여 주니?

엄마 봐. 엄마가 남자 얼굴 밝히다가 늙어서 이 모양이잖니.

니 아버지 젊었을 땐 신성일이 왔다가 울고 갔거든.

 

연옥과 지옥, 이상한 얼굴로 엄마와 아버지를 돌아본다.

아버지, 화를 내야할 지 말아야 할 지 헷갈린다.

 

S #25 병실 (밤)

 

허름한 나이롱 병실

보스와 대협, 총련, 머리 팔 다리 목에 온통 붕대를 칭칭 감고 깁스를 하고

각자 침대에 앉아 자장면을 힘겹게 먹고 있다.

 

대협 회장님.

보스 (힘겹게 돌아본다)

대협 이렇게 당하고만 계실 겁니까?

보스 ...

대협 하이에나형님한테 회장님의 진정한 힘을 보여 줘야 됩니다.

보스 ... 됐다.

대협 자꾸 참으시니까 하이에나가 깝죽대는 거 아닙니까?

보스 한부장

대협 예, 회장님. 말씀만 하십시오. 당장이라도 애들 풀어서

말죽거리를 쑥대밭으로 만들겠습니다.

보스 밥이나 먹어.

대협 예. 회장님.

총련 (대협에게) 저, 형님, 제가 곰곰이 생각을 해봤는데요,

이렇게 된 원인이 최진상이한테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보스 (갑자기 눈을 날카롭게 뜬다)

대협 그렇다면 최진상이가 하이에나를 시켜서 우리를 쳤단 말이야?

총련 (헷갈린다) 얘기가 그렇게 되나요?

대협 바보같은 놈,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밥이나 먹어!

보스 (예리하게) 아니야, 전과장 말도 일리가 있어.

대협 예?

총련 (신난다) 그렇죠? 회장님. 결국 투자설명회 때문에 당한 거 아닙니까?

대협 그래서?

총련 투자 설명회를 우리가 왜 했습니까? 최진상이 때문에 한 거 아닙니까?

대협 (갸우뚱)

보스 (부들부들 떤다) 최진상이 이놈을 기냥! (꽥) 한부장!

대협 예. 회장님.

보스 당장 가서 잡아와!

대협 예? 예. 회장님.

 

S #26 제이스 크레딧

 

만호,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온다.

 

안내 어서 오세요. 어떻게 오셨죠?

만호 차 타고 왔는데요?

안내 네?

 

연옥, 탕비실에 있다가 누군가 하고 돌아보다가 만호와 눈이 마주친다.

 

만호 (연옥에게 손을 들며) 안녕.

연옥 (시큰둥) 안녕하세요. (다시 자기 일을 한다)

만호 (안내에게) 사장 있어요?

안내 지금 안 계신데요?

만호 그럼, 기다리죠. 어디서 기다릴까요?

안내 오늘 약속 있으신가요?

만호 그럼요.

안내 성함이...

만호 강만홉니다.

안내 저기 좀 앉아 계세요.

 

만호, 안내 데스크 앞 의자에 앉아 탕비실 쪽을 기웃거린다.

 

만호 (큰 소리로) 이연옥씨!

연옥 네?

만호 시원한 물 한잔만 줄래요?

 

연옥, 커피를 타다말고 물을 따라 만호에게 갖다주고 돌아간다.

 

만호 고마워요.

 

이때 방에서 나와 탕비실로 가던 미래, 만호와 눈이 마주친다.

미래, 멈칫 섰다가 곧 만호를 싸늘하게 외면하고 탕비실로 들어간다.

 

미래 (연옥에게) 내 것도 한 잔 부탁해요.

 

미래, 다시 자기 방으로 돌아간다.

만호, 미래의 뒷모습을 뚫어져라 보는데 진상이 들어온다.

 

진상 (안내에게) 연락온 데 없었나? (하다가 만호를 보고) 어, 왔냐? 들어가자.

(다시 안내에게) 우리 차 두 잔.

 

진상, 앞장서 가면 만호, 진상의 뒤를 따라간다.

 

S #27 진상의 사무실

 

만호와 진상, 소파에 마주 앉아 있다.

 

진상 투자 좀 들어올 거 같애?

만호 그건 니가 알 거 없고 중요한 얘기가 뭐야?

진상 ... 그거 나한테 넘겨라.

만호 뭘?

진상 니 아이템.

만호 (기가 막히다) 무슨 개소리야?

진상 얼마면 팔래?

만호 (어처구니가 없어 웃는다) 너, 돌았구나?

그런 시답잖은 소리하려고 바쁜 사람 오라 그런 거냐?

(일어나려는데)

진상 아마 투자자가 안 나설 걸? 정회장도 발을 뺄 거고.

만호 그게 무슨 소리야?

진상 너, 전과 있다는 거 소문 나면 투자자들이 가만 있겠냐?

만호 ...

진상 니 몫은 섭섭지 않게 떼어줄게.

만호 그래서 나 전과자라는 거 소문내고 다니겠다고?

진상 꼭 내가 아니라도 소문 나게 돼 있어. 벌써 알고 있던데? 그쪽에서.

만호 ... 누가, 박사장이?

진상 현실은 냉정한 거야. 이 바닥에서 그런 소문 돌기 시작하면 어떤 투자자도 안붙어.

생각을 해봐. 취직도 안되는데 사업이 되겠어?

그리고 박사장 아니라 정회장이라도 니가 돈을 벌어줘야 이쁘지,

너 때문에 투자자 떨어져 나가는데 널 이뻐하겠냐?

만호 ...

진상 빨리 결정하는 게 좋아. 그래야 니 몫도 커지니까.

막판에 몰리면 아무 것도 건지지 못할 수도 있어.

만호 ...

 

진상, 책상으로 돌아가 앉으며 수표책을 꺼낸다.

 

진상 얼마면 되겠어? 내가 섭섭지 않게 해줄 테니까 이걸로 다시 한 번 재기해 봐.

만호 (픽 비웃으며) 아무리 그렇다 그래도 옆집 아저씨한테 넘기면 넘겼지,

너한텐 안 넘겨!

 

진상, 얼굴 굳고

만호, 자리에서 일어나 썬그라스를 폼나게 쓴다.

 

만호 그렇게 탐나냐?

진상 (눈만 껌벅껌뻑) ...

만호 내가 너한테는 투자 안 받을라 그랬는데 정 그렇다면 너도 껴 줄게.

치사하게 이상한 소문 내고 다니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투자해.

최소한 백배는 보장할게. 수고해라. 나, 간다.

 

만호, 나간다.

진상, 만호가 나가자 굶주린 늑대처럼 사무실 안을 어슬렁거리다가 무슨 생각이 났는지

눈을 번득이며 인터폰을 누른다.

 

진상 허부장 들어오라 그래.

 

진상, 자리에 앉아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데 노크소리에 이어 허부장이 들어온다.

 

허부장 부르셨습니까?

진상 예. (통장과 도장을 허부장 앞에 놓으며) 일억만 찾아오세요. 현금으로.

허부장 예? 뭐하게요?

진상 사장이 부장한테 돈쓰는 용도까지 얘기해야 됩니까?

허부장 ...

진상 가방 하나에 담아 오세요.

허부장 (티껍게) 스타카드는 언제 만날 거예요?

진상 내가 알아서 한다 그랬죠?

 

허부장, 꾹 참으며 통장과 도장을 집어들고 밖으로 나간다.

진상, 회전의자를 돌려 밖을 보며 의미심장하게 씩 웃는다.

 

S #28 일식집 방

 

진상과 성기, 마주 앉아 있다.

진상, 옆에 있던 가방을 들어 탁자 위에 올려 놓고 뚜껑을 타닥 열어

성기 쪽으로 돌려놓는다.

만원짜리 다발이 그득하다.

 

성기 (깜짝 놀라) 이게 뭡니까?

진상 강사장한테 좀 전해 주십시오.

 

성기, 돈을 보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수천억을 주무르던 박사장에서

궁색한 인간 박성기로 돌아오지만 돈에 눈이 뒤집힌 진상,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다.

 

성기 왜요?

진상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같은 아이템이라면 사장님은 강만호한테 투자하겠습니까,

아니면 저한테 투자하겠습니까?

성기 ... 그거야... (이러면 안되는데) 최사장님이겠죠?

진상 바로 그겁니다. 저는 정회장님의 삼백억이 삼천억, 아니, 삼조가 되게 만들

자신이 있습니다.

성기 ... (계획에 없던 일이 벌어져 당황한다)

그러지 말고 이번 아이템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투자를 하시죠?

진상 투자보다 제가 인수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성기 ... 그냥 투자를 하시죠?

진상 회장님께서 투자를 안 하실 것처럼 박사장님이 중간에서 시간을 좀 끌면서

다른 투자자들의 접근을 막아주시면 됩니다.

다급해지면 아이템을 넘기겠죠. 돈 앞에 장사 있습니까?

성기 (돈을 힐끗거리며) 투자만 하셔도 꽤 괜찮은 사업이 될텐데...

진상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성기, 돈을 뚫어져라 보다가 얼른 정신을 차리고 진상을 본다.

 

성기 한 번 해 보죠.

 

성기, 얼른 가방의 뚜껑을 닫는다.

 

S #29 만호네 집 (밤)

 

만호와 철호, 잠자리에 들어 있다.

 

철호 성기형은 왜 안와?

만호 궁금하냐? 그새 정들었나 보지?

철호 (퉁명스레) 정은 무슨? 맨날 옆에서 코 골던 사람이 안 들어오니까

걱정 돼서 그러지.

 

만호, 시계를 보는데 새벽 한 시가 넘었다.

만호, 왠지 불안하다.

 

S #30 진상이네 집 앞 (밤)

 

진상, 차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가는데 덩어리들이 앞을 가로막는다.

진상, 의아한 얼굴로 본다.

 

S #31 지하창고

 

진상, 무릎으로 기어다니며 덩어리들에게 엉망으로 얻어터지고 있다.

 

진상 도대체 왜 이러시는 겁니까? 이유를 말씀하셔야죠. 윽!

제가 뭘 잘못했다고 이러는 겁니까? 악!

 

진상, 영문도 모른 채 맞고 있는데

창고의 철문이 열리고 깁스와 목발 차림의 보스와 대협, 총련이 들어온다.

진상, 바닥에 쓰러진 채 눈을 가늘게 뜨고 올려다보는데 낯이 익은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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