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회

S #1 술집 (밤)

 

만호, 얼굴이 굳은 채 잠시 두 사람을 보고 있다가 질투에 눈이 멀어 진상을

빤히 보며 다가간다.

 

진상, 미래를 토닥이느라 만호가 다가오는 것도 모르고 있다가 누군가 앞에 와

서자 무심코 올려다보고 뜻밖에 만호가 서 있자 깜짝 놀라는 순간

 

만호, 미래를 진상의 품에서 떼어낸다.

 

미래, 그제서야 만호를 보고 깜짝 놀라는데

 

만호, 미래의 손목을 잡은 채 일으켜 세우려한다.

 

만호 가자.

 

미래, 순간적으로 반갑지만 다음 순간 화가 치밀어 올라 만호의 손을 탁 뿌리

친다.

 

미래 놔!

진상 (픽 웃으며) 뭐하는 짓이야, 너?

만호 (진상을 무시하고 미래에게) 일어나. 가자.

미래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마.

만호 (다시 손목을 잡으며) 가자.

미래 싫어.

 

진상, 일어나 만호의 어깨를 잡아 미래에게서 떼어내려 한다.

 

진상 너, 왜 이래? 싫다잖아?

만호 (진상의 손을 탁 쳐내며) 넌 빠져.

진상 이 자식이 진짜!

 

만호, 그동안 쌓였던 모든 분노를 주먹에 실어 진상을 뻑 갈긴다.

진상, 우당탕 뒤로 자빠지고 미래, 술이 확 깬다.

 

미래 어머! 최진상씨!

 

만호, 주먹이 뻐근하다.

 

만호 (다시 미래의 손목을 잡으며) 가자.

미래 (다시 만호의 손을 탁 뿌리친다) 정말 왜 이래요? 미쳤어요?

 

미래, 쓰러진 진상을 부축해 일으키다가 진상의 입술이 찢어져 피가 나자 급한

마음에 손으로 막 닦아낸다.

 

만호, 그런 미래를 보며 가슴이 찢어진다.

 

미래 어머, 어떡해! 어떡해!

진상 아, 괜찮아요. 아... 아...

 

진상, 이가 흔들리는지 이를 잡고 흔들어보다가 만호를 짝 째려본다.

 

미래 괜찮아요?

 

진상, 미래 앞에서 기죽기 싫어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고

양복 겉옷을 벗어 부친다.

 

진상 너, 나와.

 

미래, 얼른 진상의 앞을 막아선다.

 

미래 진상씨, 참아요. 저 사람 상대하지 말아요. 그럴 가치도 없는

사람이예요. 가요.

 

미래, 진상을 막아선 채 진상의 겉옷과 자기 핸드백을 챙겨 진상을 문 쪽으로

밀어낸다.

 

진상 (못 이기는 척 밀려가며) 너! 오늘은 내가 미래씨 봐서 참는

다.

 

진상, 홱 돌아서서 미래와 함께 나간다.

 

미래, 나가다가 만호를 슬쩍 돌아보는데

만호가 자기를 슬픈 눈으로 빤히 보고 있자 가슴이 찢어진다.

 

S #2 거리 (밤)

 

진상의 차 안.

진상, 말없이 운전하고 있고 미래, 창 밖을 보고 있다.

 

진상 ... (이를 흔들어보다가) 만호하고 무슨 일 있어요?

미래 ... 미안해요. 나 때문에 괜히...

진상 아니에요.

미래 ... 번번이 고마워요.

진상 고맙긴 뭐가 고맙다 그래요?

미래 ... 늘 옆에 있어주잖아요.

진상 (말없이 웃는다)

미래 ... 저 좀 누워 있을께요. 도착하면 알려줘요.

진상 그래요.

 

미래, 등받이를 뒤로 젖히고 누워 팔로 눈을 가린다.

진상, 미래를 힐끗 돌아보고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S #3 골목길 (새벽)

 

만호, 모자 달린 운동복을 입고 머리까지 모자를 푹 뒤집어 쓴 채

성기와 함께 좁고 가파른 달동네 골목길을 뛰고 있다.

 

만호, 땀을 비오듯 흘리고 있지만 이를 악물고 뛰고 있고

성기는 숨이 턱에 차 헐떡거리며 간신히 따라 뛴다.

두 사람, 언덕 꼭대기 시내가 보이는 곳에 선다.

 

성기, 두 팔을 무릎에 짚고 허리를 숙인 채 헐떡거린다.

 

만호, 훤하게 밝아 오는 동녘 하늘을 보며 크게 심호흡을 한다.

 

만호 ... 그 자식이 정말 넘어올까?

성기 (숨을 헐떡거리며) 걱정하지마, 오십프론 넘어왔어.

포장만 조금 그럴 듯하게 하면 백프로 넘어올 거야.

만호 ...

성기 우리 잘하면 이번에 진짜 떼돈도 벌 수 있을 거 같애.

이번 일만 잘 되면 우리 저기 남태평양에 가서 돌고래랑 물

장구 치면서,

만호 형. 난 돈이 목표가 아냐.

성기 그럼, 뭐가 목표냐?

만호 ... 누명 벗고, 아이디어만 되찾으면 돼.

성기 그래도 돈도 벌면 더 좋지 않냐?

 

만호, 성기를 잠깐 보다가 다시 뛰기 시작한다.

 

성기 야! 같이 가! 만호야!

 

S #4 제이스 건물 앞

 

양복을 샤프하게 차려 입은 만호, 선그라스를 끼고 제이스건물을 올려다보고

있다. 선그라스에 반짝반짝한 건물이 비친다.

만호, 휴대전화로 전화를 한다.

 

만호 이연옥씨 부탁합니다.

 

S #5 제이스 크레딧

 

기술팀 여직원 자리에서 전화를 받고 있다.

 

여직원 (연옥의 빈자리를 보고) 방금 있었는데? 화장실 가셨나 보네

요. 오분 있다가 다시 전화 주시겠어요? ... 네? .... 네.... 네

알겠습니다.

 

여직원이 통화하고 있는 옆에서 미래, 허부장과 얘기하고 있다.

 

허부장 컨셉은 잡았으니까 수 일 내로 시안이 나올 겁니다.

그 때 들어오면 다시 얘기해 보죠.

미래 너무 그 사람들한테 끌려가는 거 아니에요? 여기저기서 받아

보면 더 좋은 게 나올 수도 있잖아요? 아니면 프리젠테이션

을 한 번 붙여보든지.

 

여직원, 전화 끊는데 연옥이 자리로 돌아오다가 미래를 보고 불쾌한 얼굴로 자

리에 앉는다.

 

여직원 이연옥씨. 어떤 남자가 지하 다방에서 기다리고 있겠대.

연옥 어떤 남자요?

여직원 강만호래나, 뭐래나?

 

미래, 허부장과 얘기하다말고 연옥을 돌아본다.

 

S #6 지하 다방

 

만호, 기다리고 있다가 연옥이 들어오면 손을 번쩍 든다.

 

만호 이연옥씨. 여기!

 

연옥, 만호의 앞에 앉는다.

 

S #7 제이스 크레딧

 

성기, 샤프하게 안으로 들어온다.

 

안내 어서 오세요.

성기 사장님 계시죠?

안내 어디서 오셨죠?

성기 정회장님이 보내서 왔습니다.

안내 아, 박사장님이세요?

성기 네.

안내 이 쪽으로 오시죠.

 

안내, 성기를 안으로 안내한다.

 

성기, 안내의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다가 자기 방으로 가던 미래와 마주친

다.

 

미래 (반갑게) 아, 안녕하세요?

성기 (당황하여) 네?

미래 어머, 죄송합니다. 아는 분인 줄 알고.

성기 별 말씀을.

 

미래, 가볍게 목례하고 지나쳐 방으로 들어간다.

성기, 남몰래 안도의 숨을 내쉰다.

 

안내 이리 오시죠.

성기 아, 예.

 

S #8 진상의 사무실

 

성기, 안내의 안내를 받아 안으로 들어서면 진상, 문 쪽으로 걸어나오며 반갑

게 맞이한다.

 

진상 어서 오십시오.

성기 사무실이 훌륭하네요.

진상 이 쪽으로 앉으시죠.

성기 아, 예.

진상 (안내에게) 여기 차 두 잔.

안내 예. (나간다)

 

성기와 진상, 소파에 앉는다.

 

성기 제가 바쁘신 시간을 뺏은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진상 아닙니다.

성기 바쁘실 테니까 용건만 간단히 말씀드리죠.

저희 회장님께서 지대한 관심을 갖고 계시다는 건 저번에 말

씀드린 대로고 이번에 얼마나 투자를 받을 생각입니까?

진상 처음엔 오십억이 목표였습니다만 지금 투자자가 몰리고 있어

서 목표를 크게 올려 잡을 생각입니다.

성기 아, 예...

 

전화벨

 

진상 아, 죄송합니다. (인터폰 누르고) 지금 손님하고 대화 중이니

까 나중에 전화하라 그래.

안내 (소리) 라이언펀드 레논씬데요?

진상 돌려. (성기에게) 죄송합니다. 잠깐 실례하겠습니다.

성기 그러시죠. (속으로 막 외운다) 라이언펀드, 레논.

 

진상, 책상으로 돌아가 전화를 받는다.

 

진상 (영어로) 안녕하십니까? ... 예 ... 검토해보셨습니까? ... 예...

(놀란다) 예? 천만불이요?

 

성기, 눈이 똥그래진다.

안내, 들어와 차를 내려놓고 나간다.

 

진상 ... 그러시죠 .... 예 .... 예.... 그럼, 그날 거기서 뵙도록 하겠습

니다. 예. 감사합니다.

 

진상, 전화 끊고 약간 흥분된 얼굴로 성기에게 돌아온다.

 

진상 죄송합니다.

성기 아, 괜찮습니다.

진상 차, 드시죠.

성기 아, 예. 라이언펀드라는 데서 천만불을 투자하겠다고 나서는

모양이죠?

진상 예, 처음부터 상당히 관심을 보이더라구요.

성기 으흠.... 우리도 제이스크레딧의 사업계획서를 검토하면서 이

게 작게 벌일 사업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진상 아, 예.

성기 우리 회장님께서는 삼천만불 정도 투자하면 어떻겠냐고 말씀

을 하시던데...

진상 (깜짝 놀란다) 삼천만불이요?

성기 뭐, 아직 검토 중이긴 합니다만.

어떤 젊은이가 얼마 전에 아주 매력적인 아이템을 들고 왔더

라구요. 그래서 그 쪽에 투자를 할까, 아니면 최사장한테 투

자를 할까 지금 고민중입니다.

진상 어떤 아이템인지 알 수 있을까요?

성기 하하하, 그거야 지금 말씀드릴 수 없다는 거 잘 아시잖습니

까?

진상 하하하, 그렇죠.

성기 그래서 말씀인데 우리가 투자결정을 하는 데 참고하기 위해

서 자료를 좀 얻으러 왔습니다.

진상 최대한 협조해 드려야죠. 뭐든지 말씀만 하십시오.

성기 아, 그런데, 우리는 독점적 지위를 보장받지 않으면 투자하지

않습니다.

진상 예?

성기 남들하고 같이는 투자하지 않는단 얘깁니다.

진상 아, 예.

 

진상, 순간적으로 머리를 굴린다.

 

S #9 미래 사무실

 

미래, 방안을 서성대고 있다. 궁금해 미치겠다.

미래, 마침내 궁금증을 못 이겨 문을 확 열고 밖으로 나간다.

 

S #10 제이스 크레딧

 

성기, 사무실 입구에서 진상의 깍듯한 배웅을 받고 있다.

 

진상 오늘 이렇게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성기 별 말씀을. 어쨌든 오늘 주신 자료를 바탕으로 투자를 추진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진상 감사합니다.

 

이때, 방에서 나온 미래가 두 사람을 홱 지나친다.

성기, 슥 보고 진상도 당황한다.

 

진상 아, 미래씨,

미래 (그냥 나가버린다)

성기 그럼, 또 뵙겠습니다.

진상 예. 살펴 가십시오.

 

성기, 나가면

진상, 희색이 만면해진다.

 

S #11 지하다방

 

만호와 연옥.

 

연옥 연봉을 아무리 많이 주신다 그래도 지금 회사를 옮기는 건

좀...

만호 아무래도 그렇겠죠?

연옥 네...

만호 그럼, 나중에 생각이 바뀌면 언제라도 연락해요.

연옥 네, 저, 그럼 저는 이만 들어가 볼께요.

만호 잠깐!

연옥 네?

만호 뭐 하나 물어볼 게 있는데.

연옥 뭔데요?

만호 에... 그러니까, 그게 말이죠...투자자금이 얼마나 들어왔어요?

연옥 전 잘 몰라요.

만호 경리라면서요?

연옥 그건 사장님하고 현미래씨가 직접 관리해요.

저, 이제 들어가 볼께요.

 

연옥, 벌떡 일어나면 만호, 얼른 연옥의 손목을 잡는다.

 

만호 잠깐만.

연옥 또, 뭐요? 저, 들어가 봐야 돼요.

만호 한 가지만 더 물어볼께요.

 

미래, 다방 입구에서 연옥의 손목을 잡고 있는 만호를 보며 부글부글 끓다가

돌아서 가버린다.

 

만호 에... 그게.... 한 달에 사무실 유지비가 얼마나 들어요?

연옥 그건 왜요?

 

이때 만호의 전화벨이 울린다.

 

만호 (연옥에게) 잠깐만요. 네, 강만홉니다.

성기 (소리) 나다. 끝났다.

만호 아, 예. 알겠습니다.

(전화 끊고 다시 연옥에게) 이거 미안해서 어떡하죠?

급한 약속이 있는 걸 깜빡했어요. 오늘 고마웠어요.

연옥 예?

만호 오늘 너무 죄송해서 나중에 제가 저녁이라도 한 번 대접하고

싶은데.

연옥 뭐가 죄송해요?

만호 여러 가지로... 그럼, 전화할께요.

연옥 아, 예. 안녕히 가세요.

 

만호, 먼저 일어나 가버리고 연옥, 황당하다.

 

S #12 보스 사무실

 

보스는 장부를 들여다보며 대협, 총련의 보고를 듣고 있다.

일동, 자장면을 한 손에 들고 먹으며 대화를 주고 받는다.

 

보스 (대협에게) 착수금 백만원은 벌써 다 썼나?

대협 남은 돈으로 명함 새로 찍었습니다.

보스 사우나비도 더 들어간 거 알지?

대협 예, 회장님.

보스 (혼자 중얼거린다) 입이 둘이 느니까 자장면 값도 장난이 아

니네?

(총련에게) 투자 받은 건 다 정리했나?

총련 예, 회장님.

(메모를 보며) 한국 룸살롱 이회장님, 이태리제 양복 다섯 벌.

문화관광나이트 박회장님, 골프 회원권.

강남 룸스탠드바 오회장님, 청평 별장.

아싸 단란주점 강회장님, 사교클럽 회원권.

낙원장 최사장님, 자동차.

이상입니다.

보스 군소리들 안 해?

총련 벤처한다니까 두말없이 주던데요?

보스 (헷갈린다) 그래?

대협 회장님. 진작에 벤처라는 걸 알았으면 이렇게 고생 안했을 텐

데요. 우린 정말 억울하게 살았습니다. 우리 돈 빌려주고

이자 쪼끔 받을라고 악을 쓰고 쫓아다니고 그나마도 떼

이기 일쑤고.

보스 한부장!

대협 예. 회장님.

보스 돈이라는 건 그렇게 어렵게 벌어야 가치가 있는 거야.

대협 예, 회장님.

 

이때, 만호와 성기가 들어온다.

 

성기 짜식이 삼천만불 얘기하니까 눈이 홱 돌아가지고 간이라도

빼줄 것처럼 그러더라.

만호 (보스의 책상에 성기가 받아온 서류봉투를 던지듯 내려놓고

겉옷을 벗으며) 어디 전화 온 데 없었어요?

보스 (기분 나쁜 얼굴로 만호를 째려보며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

난다) 없었는데...

 

만호, 그러거나 말거나 서슴없이 보스의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서류를 꺼내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보스, 만호를 잠시 보다가 할 수 없이 소파로 가 앉는다.

 

성기 근데 천만불이면 도대체 얼마냐?

백억이 넘네? 우와... 진짜 그런 돈이 투자자금으로 들어온단

말이지?

만호 (무진장 바쁜 척) 형은 라이언펀드 사무실 찾아가서 레논인가

하는 친구 스케쥴 좀 알아봐.

성기 아니, 그걸 내가 어떻게,

만호 아, 그리고 회장님은 가급적 사람들 눈에 띠지 않게 조심해

주시고요. 한부장님하고 전과장님은 제가 다른 지시 내릴 때

까지는 당분간 하던 일 계속 하세요. 그리고 전과장님, 우리

아직 점심 못 먹었으니까 자장면 두 그릇만 시켜주세요.

 

성기, 만호를 째려보고

보스와 부하들, 기가 막힌 얼굴로 서로 돌아본다.

 

만호 투자자명단은 왜 없어?

성기 그건 극비라 안 된대.

해킹만 하면 다 알아낼 수 있을 텐데...

 

만호, 성기를 돌아본다.

 

S #13 PC 방

 

만호와 철호, 컴퓨터 앞에 앉아 제이스의 컴퓨터를 해킹하고 있다.

 

만호 (뒤통수를 뻑 때리며) 짜식 제법이네?

철호 (반항적으로 째려보며) 어으, 안도와준다?

만호 (다시 한 대 뻑 때리며) 짜식, 이뻐서 그러지 임마.

철호 어으, 정말.

만호 스케쥴 좀 한 번 들어가볼래?

 

만호, 미친 듯이 키보드를 두드리며 해킹을 하는 철호를 대견스럽게 보다가

화면을 뚫어지게 보며 입가에 미소를 떠올린다.

 

S #14 보스 사무실

 

만호만 남고 아무도 없는 사무실.

만호, 컴퓨터 앞에 앉아 철호가 해킹한 제이스 투자자 명단과 진상의 스케쥴표

등 서류들을 보고 있다가 미래의 이름과 사진, 직책 등 미래에 관한 정보들이

나오자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진다.

만호, 그동안 미래와 있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처음 보던 날부터 진상의 품에 안겨 울던 미래의 모습까지, 빗속에 서서 울던

모습, 술집에서 진상을 부축해 밖으로 나가며 자신을 매도하던 미래의 모습 등

등이 교차되자 괴로운지 벌떡 일어나 사무실 안을 서성대다가 결심한 듯 자리

로 돌아가 수화기를 들고 어디론가 전화를 한다.

 

만호 레논씨 부탁합니다.

 

S #15 식당 (밤)

 

진상, 미래, 레논이 화기애애하게 식사를 하고 있다.

 

레논 내 생각엔 머지 않은 장래에 관세 뿐 아니라 자유로운 무역

을 가로막는 대다수 장벽들은 사라지게 될 겁니다.

그리고 그때는 전세계적으로 제이스크레딧의 진가가 더욱 발

휘될 거라고 봅니다. 우리의 투자가 옳은 결정이었기를 바랍

니다.

진상 감사합니다. 라이온에서 투자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제이스크레

딧은 이미 세계적인 기업이 됐습니다.

레논 (시계를 보며) 오늘 저녁 정말 잘 먹었습니다.

(미래에게) 특히 미인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더 즐거웠구요.

미래 으흠.

진상 (레논에게) 약속이 하나 더 있으시다 그랬죠? 그럼, 다음에

또 뵙죠.

 

세 사람,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만호가 입구에서 들어와 레논을 보고 다가오다

가 미래까지 나와 있는 것을 보고 순간 당황하지만 진상과 미래의 뒤쪽에서

다가가 레논에게 반갑게 인사한다.

 

만호 미스터 레논? 강만홉니다.

레논 아, 예. 반갑습니다.

 

만호, 레논의 손을 힘차게 잡고 흔들다가 진상을 돌아보고 깜짝 놀란다.

 

만호 (너무 놀라 자기를 똑바로 보고 있는 진상에게) 어? 요새 자

주 보네? (레논에게) 약속이 있었다는 게 이 친굽니까?

레논 두 분이 아시는 사입니까?

만호 아, 그럼요. 아주 오래된 친굽니다.

그럼 난 저기서 기다리죠.

(진상의 어깨를 툭 치며) 잘 가라, 또 보자.

 

만호, 미래와는 차마 눈을 마주치지 못한 채 외면하듯 건너 테이블에 가 앉는

다.

 

미래, 그런 만호를 빤히 보고 있고

 

만호, 자리에 앉은 다음에도 미래와 눈을 마주치지 못한다.

 

레논, 진상, 미래와 악수를 나누고 만호의 앞에 와 앉는다.

 

진상, 만호를 불안한 눈으로 힐끗거리며 미래와 함께 밖으로 나간다.

 

레논 무슨 얘기죠? 약속대로 오분만 드리겠습니다.

만호 (진상과 미래가 나간 것을 확인하고) 실크 아미노산이라고 들

어보셨습니까?

레논 뭐라구요?

만호 (가방을 꺼내 누에가루를 꺼낸다) 일단 한 번 드셔 보시죠.

 

레논, 병 뚜껑을 여는 만호를 이상한 눈으로 본다.

 

S #16 식당 앞 (밤)

 

진상과 미래, 찜찜한 얼굴로 식당 문을 나와 차 쪽으로 간다.

진상과 미래, 둘 다 궁금해 미치겠지만 아무 말 없이 각자의 차 옆에 선다.

 

진상 (차 문을 열며) 미래씨, 수고했어요.

미래 (역시 차 문을 열며) 안녕히 가세요.

진상 들어가요.

 

미래, 기다렸다가 만호를 보고 가고 싶지만 진상이 먼저 갈 생각을 안하자

할 수 없이 식당 쪽을 한 번 슥 돌아보고 차에 타 먼저 떠난다.

진상, 미래가 떠나자 차 문을 다시 꽝 닫고 식당 입구를 노려보고 선다.

잠시 후 레논이 굳은 얼굴로 나오고 뒤이어 만호가 따라나와 인사를 하지만

레논, 입구에서 기다리던 택시를 타고 그냥 가버린다.

만호, 자기 차 쪽으로 걸어오는데 진상이 불쑥 나선다.

 

진상 (불쑥) 야, 강만호.

만호 어? 아직 안갔냐?

진상 우리 술 한 잔 할까?

만호 (빤히 본다)

 

S #17 고급 룸싸롱

 

진상, 안으로 들어서면 기도와 웨이터들 깍듯이 인사하고

홀 입구에 있던 젊은 마담이 반색을 하고 달려나온다.

 

마담 어머나, 최사장님. 오랜만에 오셨네요? 요즘 바쁘신가 봐요?

진상 그 방 비어 있지?

마담 그럼요.

 

진상, 여유있게 안으로 들어가고

만호, 그런 진상이 꼴 같지 않다.

 

S #18 룸

 

만호와 진상, 넓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있다.

진상, 언더락스 잔에 위스키를 따라 만호의 앞으로 폼나게 밀어보내고

자기 잔에도 술을 따른다.

 

진상 자, 한 잔 해.

 

만호, 한 입에 탁 털어 넣고 빈 잔을 진상의 앞으로 밀어보내면 진상, 다시 술

을 따라 만호의 앞으로 보낸다.

 

만호 (방안을 둘러보며) 너, 이런 데서 노냐?

진상 열등감 느낄 거 없어. 수준대로 노는 거야.

만호 (픽 웃는다) 그래, 이런 데서 술 사면서 나랑 하고 싶은 얘기

가 뭔데?

진상 ... (보다가) 너, 무슨 사업하는 거냐?

만호 왜? 알면 또 훔칠라고?

진상 뭐, 임마?

 

두 사람, 서로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본다.

 

진상 ... 너, 도대체 무슨 꿍꿍이야?

만호 뭐가?

진상 니가 라이언 펀드를 왜 만나?

만호 너한테 허락이라도 받아야 되냐?

진상 ... 너, 똑똑히 알아둬. 이제 나, 옛날 최진상이 아냐.

만호 알아. 너, 잘 나가는 거. 그래서 어떡하라고?

진상 ... 허튼 수작 하지 말라는 얘기야.

만호 ... 허튼 수작?

진상 ... 니가 도움이 필요하다면 도와줄 수도 있어.

만호 뭘 도와주고 싶은데?

진상 뭐든지. 나, 이제 그 정도 능력 돼. 사업을 하고 싶다면 사업

계획서 갖고 와봐. 내가 봐서 밀어줄만 하면 밀어줄께.

만호 허허허...

진상 내 말이 농담으로 들리냐?

만호 아냐. 농담이 아니란 건 알아. 그냥 가증스러워서.

진상 ... (한참을 빤히 보다가) 아무리 발버둥쳐봐야 이젠 안돼.

난 니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멀리 와있어.

만호 그래?

진상 내가 아니면 넌 재기 못해.

내가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을 때

기꺼이 도움을 받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두 번 다시 기회는

없을 테니까.

만호 이번에 내가 잡은 사업 아이템이 뭔지 알면 아마 그런 소리

는 못할 걸? 술 잘 마셨다.

 

만호, 일어나 나가려다가 문득 묻는다.

 

만호 너, 아직도 인생의 목표가 십억이냐? 이젠 아니겠지?

 

만호, 나가면

 

진상, 왠지 만호에게 농락당한 느낌에 부들부들 떨다가

양 손바닥으로 테이블을 꽝 내리친다.

 

S #19 미래네 방 (밤)

 

미래, 침대에 웅크리고 앉아 이불을 뒤집어 쓴 채 울고 있다.

 

미래 으으으...으으으... 이 나쁜 자식. 으으으...

 

미래, 숨이 막히는지 갑자기 이불을 확 걷어내고 심호흡을 하다가 그래도 부족

한지 창을 활짝 열어 젖힌다.

미래, 밤하늘을 보면서 숨을 들이마시다가 무심코 길 쪽을 내려다보는데

저 멀리 길 건너 가로등 아래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남자가 보인다.

미래, 눈물을 닦으며 보는데 만호다.

미래, 생각할 것도 없이 후다다닥 달려나간다.

 

S #20 미래네 집 앞 (밤)

 

미래, 잠옷 차림에 맨발로 집에서 뛰쳐나와 만호가 서 있던 곳으로 가는데

만호는 이미 간 곳이 없다.

미래, 안타깝게 만호를 찾아 두리번거린다.

 

S #21 만호네 집 옥상 (밤)

 

만호, 계단을 올라와 옥상에 있는 의자에 걸터앉아 이마를 짚는다.

 

S #22 보스 사무실

 

보스는 자기 자리에서 대협과 총련은 소파에서 평소와 다름없이 자장면을 먹

고 있는데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린다.

일동, 놀라 돌아보면 하이에나, 문을 발로 뻥 차고 부하들을 너댓명 거느리고

거만하게 들어선다.

보스와 하이에나의 눈길이 싸늘하게 부딪힌다.

 

대,총 (벌떡 일어나 동시에 인사한다) 형님 오셨습니까?

하이 (보스와 대협, 총련 앞에 놓인 자장면을 싸늘하게 둘러보다가

목소리 착 깔고, 비웃듯이) 아직도 자장면이냐? 그러니까 애

들이 자꾸 띵띵 불지.

보스 (엄청 경계하며) 하이에나. 니가 여긴 웬일이냐?

하이 (보스 책상의 컴퓨터를 보고 흠칫 놀란다) 컴퓨터까지?

벤처한다는 소문이 사실이었군.

 

하이에나, 사무실을 다시 싸늘하게 둘러보다가 보스를 등지고 소파에 앉는다.

 

하이 (뒤에 쌓여 있는 바가지를 보고 다시 흠칫 놀란다) 저건 또

뭐야?

보스 니가 알 거 없어. 용건이 뭐야?

하이 왜 나만 따돌려?

보스 무슨 얘기야?

하이 한국 룸살롱 이, 문화관광 박, 강남 룸 오. 아싸 강. 낙원장

최 한테는 투자를 받았다면서?

보스 그래서?

하이 나한테 한 번 맞았다고 나만 뺀 거야?

보스 (발끈) 맞긴 누가 맞아?

하이 지난 얘긴 할 거 없고 나도 투자하겠다. 얼마면 돼?

보스 너같이 치사한 놈 돈은 안 받아.

하이 뭐야?

 

하이에나, 벌떡 일어나 보스를 향해 천천히 돌아선다.

두사람의 눈길에서 불똥이 튀고 사무실엔 서서히 전운이 감돈다.

긴장하는 부하들.

 

하이 ...안 받으면 전쟁인데도?

보스 ...한 번 안 받으면 안 받아!

하이 얘들아!

 

사무실 안에 있던 사람들, 갑자기 비좁은 사무실 안에서 마구잡이로 싸우기 시

작한다. 대협과 총련, 몸을 날려가며 보스를 방어하지만 수적인 열세로 보스파

가 점점 수세에 몰리는데 문이 열리고 만호와 성기가 들어오다가 그 광경을

보고 놀라 선다.

만호, 순간적으로 몸을 날려 하이에나 패거리들을 무찌르기 시작하고

얼른 문 밖으로 몸을 피하려던 성기도 만호에게 맞고 비실거리는 적들을 때려

준다.

순식간에 전세는 역전되고 하이에나, 부하들을 이끌고 밖으로 도망간다.

바가지들이 여기저기 널리고 소파도 뒤집어지고 엉망진창이 된 사무실.

 

만호 (보스에게) 괜찮으세요?

보스 (엉망이 된 사무실을 둘러보며 부들부들 떤다) 하이에나, 내,

이자식을 기냥!

성기 (혼자 무찌른 척 오바한다) 아, 자식들, 별 것도 아닌 놈들이.

 

보스, 성기를 짝 노려본다.

 

성기, 움찔하는데

 

보스 도대체 우리가 무슨 벤처를 하는 거야? 엉?

쓸 데 없이 소문이나 나서 이런 꼴을 당하잖아!

기적의 건강식품은 도대체 언제 나오는 거야!

성기 곧 나옵니다.

보스 미스리는 왜 안오는 거구?

성기 아직 그 쪽 일이 안 끝나서...

보스 빨리빨리 해! 언제 만들고, 언제 팔아서 칠백억을 벌어! 무

슨 공공칠이 이래?

성기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야, 만호야! 가자! 빨리!

 

성기, 만호에게 눈짓을 하며 밖으로 빠져나가고 만호, 얼떨결에 따라나간다.

 

보스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계속 궁시렁거린다) 돈 줘, 차 줘, 옷

줘. 내가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았는데 도대체 이게 무슨 꼴

이야? 나까지 나서서 원숭이처럼 쪽까지 팔았는데 그 결과가

이거야?

총련 저... 계속 속고 계신 거 아닐까요?

보스 ... 누구한테?

총련 저, 두 놈한테요.

 

보스, 심각한 얼굴로 생각에 잠긴다.

 

S #23 연구소

 

가마솥이 두어개 걸려 있는 옛날 부엌.

흙바닥에 장작이 쌓여 있고 벽에는 주렁주렁 약재료들이 걸려 있다.

부뚜막에는 각종 비이커, 플라스크 등 실험용 도구들이 즐비하다.

창문마다 신문지로 가리고 겹겹이 시건장치를 해놔 가마솥의 열기에 연구소

안은 찜통이다.

허박사,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심혈을 기울여 가마솥 안에서 끓고 있는

무언가를 젓고 있는데 문이 끼익 열리고 성기와 만호가 들어선다.

허박사, 날카롭게 돌아보다가 성기가 들어서자마자 멱살을 잡는다.

 

성기 박사님, 왜 이러세요? 박사님!

허박사 (이를 갈며) 재료는 자연에서 구한다 하더라도 밥은 먹고 살

아야될 거 아니야!

성기 그래서 제가 이렇게 찾아온 거 아닙니까?

허박사 (만호를 힐끗 본다)

성기 (잡힌채로) 만호야, 인사드려. 허박사님.

만호 안녕하세요? 강만홉니다.

허박사 (마지못해 멱살을 푼다)

성기 허박사님은 말이야, 우리나라 건식업계에서 독보적인 분이셔.

 

허박사, 갑자기 우쭐해져서 괜히 빈 비이커를 들어 눈금을 들여다 본다.

 

성기 연구는 잘 되시죠?

허박사 이번엔 뭔가 회심의 역작이 나올 거 같애.

우선 앉아서 한 국자씩 먹어보지.

 

만호, 성기, 부뚜막 한켠을 대충 밀어내고 걸터앉는다.

허박사, 신중하게 펄펄 끓는 가마솥에서 한 국자 떠 성기에게 내민다.

성기, 뜨거워서 후후 부는데

 

허박사 죽! 주욱!

 

성기, 겨우 마시며 몸서리친다.

허박사, 다시 만호에게 한 국자 떠 준다.

 

허박사 주욱! 주욱!

 

만호, 허박사의 주욱 하는 박자에 맞춰 마신다.

 

허박사 어때?

만호 ... 솔직히 좀 이상한데요?

허박사 맛을 물어보는 게 아니야. 느낌이 어때?

단전에서 용솟음치는 생명력의 분출 같은 게 느껴지지 않나?

 

만호와 성기, 느껴보려고 애쓴다.

 

성기 이게 뭔데요, 박사님?

허박사 불로장생의 영약이 될지도 모를 신개발품이야.

성기 그래요? 메카니즘이 뭡니까?

허박사 이제부터 밝혀내야지. 내 생각엔 이 안엔 지구상의 어떤 자연

식품보다 많은 Zn과 DHA, 등등 인간의 노화를 방지할 뿐 아

니라 이미 노화된 체세포를 활성화시켜주고, 손상된 장 기능

을 회복시켜주면서, 정력을 강화해주는 수많은 요소들이 들어

있는 거 같애.

 

허박사, 득의 양양한 얼굴로 설명하지만

만호와 성기, 서로 걱정스러운 얼굴로 돌아본다.

 

S #24 진상의 사무실

 

진상, 컴퓨터를 켜놓고 일을 하다가 만호 생각에 일할 의욕이 뚝 떨어지는지

등받이에 기대 고민을 하는데 노크소리에 이어 연옥이 들어온다.

 

진상 무슨 일이야?

연옥 결재 올린 서류 다 됐나요?

진상 어.

 

진상, 쌓여있는 서류 중에서 결재판을 찾아 연옥에게 내민다.

연옥, 받아들고 돌아서는데

 

진상 이연옥씨.

연옥 네?

진상 처음부터 큰 고기를 잡는 게 나을까, 아니면 작은 고기를 잡

아서 더 큰 고기를 잡는 미끼로 쓰는 게 나을까?

연옥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진상 아냐. 내가 머리 속이 좀 복잡해서 그래.

연옥 두 마리 다 잡으시면 되잖아요.

진상 (씩 웃는다) 그게 낫겠지?

 

이때 미래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다.

 

미래 퇴근 안하세요? (하다가 연옥이 있는 것을 보고 기분이 나빠

진다)

진상 들어와요.

연옥 나가보겠습니다.

진상 그래.

 

연옥, 미래를 지나쳐 나가는데 미래, 괜히 연옥을 째려본다.

 

진상 앉아요.

미래 부탁이 있는데요, 이연옥씨, 내보내면 안돼요?

 

S #25 진상의 사무실 문 앞

 

연옥, 문을 탁 닫는 순간 미래의 말을 듣고 문 안 쪽을 짝 째려보며 무슨 말을

더 하는지 듣는다.

 

S #26 다시 진상의 사무실

 

진상 아니, 왜요?

미래 그냥 제가 좀 불편해서 그래요. 회사일만 해도 머리가 터질

지경인데 부하 직원까지 신경 쓰면서 살아야겠어요?

진상 (난처하지만 미소를 잃지 않고) 미래씨같은 분이 왜 그래요?

저런 경리직 여사원한테 신경 쓰고 자시고 할 게 뭐가 있어

요?

미래 신경이 쓰여요. 그때 나한테 대드는 거 보셨죠? 날 우습게 안

다니까요?

진상 아, 저, 그 얘긴 나중에 합시다. 퇴근하는 길이에요? 내가 모

셔다 드릴게.

 

진상, 대충 서류들을 챙기고 겉옷을 들고 미래를 에스코트하여 나간다.

 

S #27 복도

 

진상과 미래, 문을 열고 나오는데 결재판을 든 연옥이 복도 끝으로 홱 사라진

다.

 

진상 (그런 연옥을 슬쩍 보고 다른 직원들에게) 자, 수고들 해요.

먼저 들어갑니다.

직원들 안녕히 가세요.

 

진상, 한 손에 옷과 가방을 들고 한 손으로는 계속 미래의 등 뒤를 받치듯 에

스코트하여 밖으로 나간다.

 

S #28 진상의 집 (밤)

 

진상, 안으로 들어와 겉옷을 벗어 던지고 넥타이를 풀어내며 컴퓨터 앞에 앉는

다.

진상, 컴퓨터를 켜고 가방을 열어 서류를 꺼내다가 찾는 서류가 없자 난감해

한다.

진상, 잠깐 고민하다가 전화를 한다.

 

S #29 제이스 사무실 (밤)

 

연옥, 깜깜한 사무실에서 혼자 전화를 하고 있다.

 

연옥 (우울한 목소리로) 설계사 시절이 그립다, 야.

그래도 그땐 내가 계획 세우고 내 맘대로 다니고...

몸은 고달퍼도 마음은 편했잖아. ... 니 신청서는 대충 받아놨

어. 언제 가져갈꺼야?... 다 퇴근했어. ... 밥먹을 시간이 어딨

냐?... 알았어... 그래.

 

연옥, 전화를 끊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연옥 네. 제이스크레딧입니다. ... 사장님이세요? ...

부장님 퇴근하셨는데요? ... 저 밖에 없는데요. ... 네...

 

S #30 진상의 집 앞 (밤)

 

연옥, 서류봉투를 들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진상의 집을 올려다본다.

 

S #31 진상의 집 (밤)

 

진상, 반바지에 소매 없는 런닝셔츠 차림으로 서류들을 펼쳐놓고 컴퓨터와 서

류를 번갈아 들여다보며 열심히 뭔가를 하고 있는데 벨이 울린다.

진상, 현관으로 다가가 문을 열면 연옥이 서 있다.

 

연옥 안녕하세요? (서류를 내밀며) 이거 맞나요?

진상 어, 맞네. 이거 미안해서 어떡하지? 들어와.

연옥 아니에요.

진상 잠깐 들어왔다 가. 차 한 잔 하고.

 

연옥, 진상의 집이 너무 궁금해 못 이기는 척 안으로 들어온다.

진상, 연옥을 소파로 안내하고 냉장고로 간다.

연옥, 회사에서 보던 보습과는 사뭇 다른 진상과 진상의 깨끗이 정리된 집안을

곁눈질로 슬쩍슬쩍 둘러본다.

 

진상 (냉장고 문을 열고 혼잣말로) 음....뭘 줄까....

연옥 아무거나... 그냥, 물 한 잔 주세요.

진상 참, 저녁 먹었어?

연옥 집에 가서 먹으면 되요.

진상 나도 아직 저녁 전인데 같이 먹을까?

연옥 아, 아니에요.

진상 뭐 좋아해?

연옥 괜찮은데......

진상 내가 복음밥 해줄까?

연옥 아니, 저..

 

연옥, 너무 좋지만 한편으로 당황도 된다.

 

진상 그럼, 복음밥, 오케이? 어디 보자. 재료가 있나...

연옥 (일어나며) 저, 정말 괜찮은데.

진상 거기 가만 앉아 있어.

 

연옥, 좋아서 미치겠다.

 

시간경과.

진상이 진지한 얼굴로 요리를 하고 있는 몽따쥬.

햄과 계란, 실파등 재료를 능숙한 솜씨로 자르는 진상.

후라이팬에 달걀을 풀어 익히다가 갖은 재료를 넣고 볶는 진상.

그런, 진상을 보며 넋이 나간 연옥.

 

시간경과.

두 사람, 복음밥을 앞에 두고 식탁에 마주 앉아 있다.

 

진상 자, 먹지.

 

진상, 먼저 막 먹기 시작하면

 

연옥, 진상을 잠시 보다가 한 숟가락 떠서 먹고 깜짝 놀란다. 너무 맛있다.

 

진상 어때? 먹을만해?

연옥 (씹으며) 음.... 맛있어요.

진상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내가 본격적인 요리를 한 번 해줄게.

오늘은 재료가 없어서 말이야.

연옥 ... 요리... 좋아하세요?

진상 중학교 때부터 자취를 했거든. 웬만한 요린 다 해.

연옥 저보다 낫네요.

 

연옥, 쑥스러워서 께작거리며 먹지만

진상은 왕성한 식욕을 과시라도 하듯 벌써 한 접시를 다 비워간다.

연옥, 그런 진상을 보느라 더 못 먹는다.

전화벨, 울린다.

 

진상 잠깐만.

 

진상, 식탁에서 일어나 전화를 받는다.

 

진상 네, 제이스 크레딧 최진상입니다. ... (얼굴이 찌푸려진다)

아니, 나한테 어떡하라는 거예요? 아버진 도대체 왜 그러신대

요? ... 그러거나 말거나 그냥 내버려두세요.... 저, 안 그래도

지금 머리가 터질 것 같아요. 좀 가만 놔두시면 안돼요? ...

돈, 받았죠? ... 내가 좀 있다 다시 전화할께요.

(신경질적으로 끊는다)

 

연옥, 진상이가 전화 받는 동안 진상의 눈치를 살피며 열심히 먹는다.

 

진상, 전화를 끊고 잠깐 흥분을 삭인 다음 식탁으로 돌아온다.

 

진상 아, 미안. 좀 더 줄까?

연옥 아니에요, 잘 먹었어요. 저, 이제 그만 가볼께요.

진상 그럴래? 못 데려다줘서 어떡하지?

연옥 별 말씀을요.

진상 (연옥의 어깨에 부드럽게 손을 올려놓으며) 그래, 내일 회사

에서 봐.

연옥 안녕히 계세요.

진상 고마워, 서류.

 

연옥, 서둘러 밖으로 나가면

 

진상, 짜증난 얼굴로 수화기를 들다가 확 내던진다.

 

S #32 진상의 집 앞 (밤)

 

연옥, 현관을 걸어나오며 진상이네 집 쪽을 다시 한 번 올려다본다.

 

S #33 연옥이네 집 (밤)

 

연옥 (들어서며 밝게) 다녀왔습니다.

연옥모 (설거지하다말고 반갑게 부엌에서 나온다) 어, 이제 오냐? 저

녁은 먹었어?

연옥 응. (마루에서 TV를 보고 있는 아버지에게) 다녀왔습니다.

연옥부 어, 그래. 오늘도 수고했어. 미스리.

사장님은 안녕하시지?

연옥 네.

 

연옥, 마루로 올라서려는데 엄마가 컵을 들고 부엌에서 다시 나온다.

 

엄마 이거 마셔라.

연옥 이게 뭐야?

엄마 몸에 좋은 거야, 마셔.

연옥 뭔데?

엄마 오늘 시장 갔다가 영지 좀 사왔다.

연옥 이런 거 안 먹어도 돼. 아버지 드려.

엄마 아버지 드셨어.

연옥 그럼, 엄마 먹어.

엄마 돈 버는 사람이 먹어야지.

너, 요즘 날도 더운데 맨날 늦게 다니니까 얼굴이 다 까칠해

졌어. 마셔.

연옥 (한모금 마셔보고 인상을 쓴다) 어으 써.

엄마 쓴 게 좋은 거야. 자, 쭈욱! 쭈욱!

 

연옥, 마지못해 다 마시고 방으로 들어간다.

 

S #34 연옥의 방 (밤)

 

연옥, 방으로 들어와 거울을 보며 옷을 갈아입기 시작한다.

연옥, 진상을 생각하며 콧노래가 저절로 나온다.

책상에 앉아 공부하던 지옥, 그런 언니가 우습다.

 

지옥 왜 그래? 무슨 좋은 일 있어?

연옥 니가 보기엔 나 어떠냐?

지옥 뭐가 어때?

연옥 이쁘지 않니?

지옥 예쁜 여자 다 얼어죽었다.

연옥 구두 내 놔.

지옥 예뻐.

연옥 정말?

지옥 (구두를 지키기 위해 무슨 말은 못하리) 응, 정말.

 

연옥, 계속 거울을 들여다보며 코도 살짝 높여보고 볼도 가려보고 머리도 섹시

하게 내려본다.

 

연옥 (섹시하게 입술을 내밀며) 우!

 

S #35 진상의 사무실

 

진상과 현회장, 소파에 앉아 있다.

 

현회장 정회장?

진상 예, 삼천만불을 투자하겠다는 제안을 해왔습니다.

현회장 어떤 정회장?

진상 전에 종금사 인수하려다 실패했다던데요?

현회장 (잠시 생각하다가) 확실해?

진상 예. 잘 아시는 분입니까?

현회장 아냐, 나도 잘 몰라.

진상 그런데 조건이 있습니다. 다른 투자를 받지 말라는 겁니다.

현회장 그래서?

진상 지금 고민중입니다. 라이언에서 투자를 받으면 대외적으로 공

신력이 올라가서 향후 증자 및 코스닥 진입에 도움이 될 겁

니다. 하지만 정회장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초기투자비의 부담

에서 벗어나서 원래 구상대로 사업을 펼쳐볼 수 있다는 이점

이 있습니다. 시행착오도 줄이고 예상보다 빨리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현회장 ... 자네 아이디어고, 자네 회사야. 잘 생각해서 해. 어떻게 하

는지 두고 보겠어.

진상 ... 예. 알겠습니다.

현회장 한가지만 명심해. 이 바닥에선 돌다리 아니라 쇠다리라도 두

드리면 두드릴수록 좋다는 거. (일어난다)

진상 (얼른 따라 일어나며) 예.

현회장 미래가 요즘 영 힘이 없던데... 무슨 일인지 아나?

진상 ... 아뇨.

 

진상, 문을 열어주면 현회장, 나가고 진상, 따라나간다.

 

S #36 복도

 

진상, 현회장을 배웅하고 돌아서는데 연옥이 탕비실에서 나오다가 마주친다.

 

연옥, 환하게 웃으며 목례하는데

 

진상 혹시 강만호 사무실 어딘지 아나?

연옥 (강하게) 아뇨! 몰라요! 정말 몰라요!

진상 (너무 강하게 부정하는 연옥을 보고 웃으며) 모르면 됐어.

 

진상, 방으로 들어간다.

 

연옥, 왠지 불안하다.

 

S #37 보스 사무실 건물 앞

 

진상의 차 안.

운전석엔 진상이, 조수석엔 흥신이 타고 있다.

흥신, 울상으로 차 바닥에 거의 내려가 있다.

 

진상 왜 그래요?

흥신 그 쪽에서 제 얼굴을 알면 안되잖습니까?

그래서 저는 안올라 그랬는데...

진상 그럼, 여기서 기다려요.

 

진상, 차에서 내려 허름한 건물을 올려다보다가

입구에 붙은 생명공학 벤처연구소 간판을 본다.

 

S #38 보스 사무실

 

만호, 성기, 보스, 대협, 총련, 소파에 둘러 앉아 있다.

보스와 대협, 총련, 성기가 가져온 기적의 건강식품을 한 숟갈씩 먹어보며 인

상을 찌푸린다.

 

보스 이걸 누가 돈 내고 먹겠어?

성기 지금 개발 중이니까요, 여기에 향을 입히고 맛을 개선하면

전혀 다른 제품이 됩니다.

보스 그래?

성기 어떻습니까? 단전에서 용솟음치는 생명력의 분출 같은 게 느

껴지지 않습니까?

 

만호, 단 한 번 들은 허박사의 말을 그대로 옮기는 성기를 신기한 눈으로 본

다.

 

보스 글세...

 

전화벨

 

총련 네, 생명공학, ... 뭐? 정말이야?

 

일동, 무슨 일인가하여 총련을 바라본다.

 

S #39 복도

 

진상, 호수와 간판을 살피며 걷던 진상, 보스 사무실 문 앞에 선다.

진상, 안의 동정을 잠시 살피다가 노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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