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회

S #1 대회의실

 

6부의 연결.

 

만호 계속하시죠.

 

다른 사람들, 다시 진상을 돌아보고

진상, 만호를 의식하여 식은땀을 흘리며 더듬거리지만 곧 평정을 되찾는다.

 

진상 에, 오, 오늘날 음.. 인터넷을 통한 전자 상거래가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에... 궁극적으로는 기존 오프라인 보다 온

라인상의 시장 및 거래규모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상하에

전자 상거래시 발생하는 제반 크레딧의 문제를 효율적으로

통합 관리해줄 수 있는 음, 음, 이-크레딧에 관한 사업을

구상하게 된 것입니다. 앞으로 여러분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회사로 키워내는 것만이 도와주신 모든 분들에 대한

보답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뛰겠습니다. 끝으로 그동안

관심과 애정으로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리며 인사의 말씀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인사한다)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으며 진상, 단상에서 내려온다.

사람들, 진상의 주위로 몰려들어 악수를 청하고

사진기의 후레쉬가 다시 펑펑 터지기 시작한다.

진상, 끊임없이 자신을 노려보는 만호가 계속 신경에 거슬리지만

애써 무시하며 람들 사이를 누비고

미래도 만호에게 다가가려 하지만

현회장이 계속 사람들을 소개시켜주는 바람에

현회장 곁을 떠나지 못한다.

만호, 진상이 자기 근처로 오기를 기다리며 계속 진상을 노려보고 있다가

 

만호 (큰 소리로) 최진상씨! 잠깐 봅시다.

진상 (현회장과 다른 사람에게) 죄송합니다. 잠깐 실례하겠습니다.

 

진상, 더 이상 만호를 무시하지 못하고 만호에게 다가간다.

 

진상 어, 왔냐?

만호 (악수를 청하며) 축하한다.

 

진상, 만호의 뜻밖의 행동에 새삼 긴장하지만

어쩔 수 없이 억지 웃음을 띠고 악수를 받는다.

 

진상 와줘서 고맙다.

만호 잠깐 얘기 좀 할까?

진상 나중에... 지금 좀 바쁘거든.

만호 잠깐이면 돼.

 

진상, 손을 빼려는데 만호가 손을 안 놓자 당황한다.

 

진상 (괜히 웃으며) 너, 왜 이래?

만호 여기서 얘기할까?

진상 ...

 

만호, 진상의 오른 손을 잡은 채 왼손으로 진상의 어깨를 감싸안고

밖으로 나간다.

연옥, 이상한 포즈로 나가는 두 사람을 의아한 얼굴로 보고

미래, 뒤늦게 만호가 서 있던 곳을 돌아보지만 만호는 간 곳이 없다.

손님과 얘기하던 현회장도 진상을 찾아 두리번거리다가 미래에게 묻는다.

 

현회장 행장님께서 많이 도와 주셔야죠, 허허허. (미래에게) 어디 간

거야?

미래 모르겠는데요?

현회장 찾아봐.

 

S #2 복도

 

연옥, 회의실에서 나와 두리번거리다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라지는 두 사람을 본다.

 

S #3 옥상 (밤)

 

옥상에 있는 광고판의 커다란 화면에는 인터넷 광고들이 명멸하고 있고

근처 빌딩에서는 네온사인들이 번쩍이고 있다.

만호, 옥상으로 올라오며 진상을 탁 밀어 부치고 천천히 다가간다.

진상, 비굴한 웃음을 지으며 주춤주춤 난간 끝까지 밀려간다.

 

진상 왜 이래, 만호야?

만호 그 더러운 주둥이로 내 이름 함부로 부르지 마.

진상 (기분 나쁘지만 꾹 참는다) 우리 이러지 말고 말로 하자, 응?

응?

만호 오늘 여기서 끝내자.

진상 뭘 끝내?

만호 오늘 너 죽고, 나 죽자. 나, 별로 인생에 미련 없다. 니가

알아서 뛰어내릴래, 내가 던져줄까?

진상 (뒤를 한 번 슥 돌아보고) 야, 너, 농담이 지나치다.

만호 농담? 에잇!

 

만호, 갑자기 진상을 들려고 하면

진상, 사색이 되어 방어한다.

 

진상 잠깐, 잠깐!

만호 왜? 혼자 뛰어 내리게?

진상 그래, 알아. 니 심정 다 이해해. 니가 무슨 얘길 하고

싶어하는지도 알고. 안 그래도 나도 너 만나서 얘기하려고

했어.

만호 무슨 얘기?

진상 니 아이디어라는 거. 그 말하고 싶은 거지? 인정해. 하지만

너도 이거 한 가지는 인정해 줘야돼. 나 아니었으면 이거

그냥 묻혔어. 시작은 너지만 그 아이디어에 뼈대를 세우고

살을 붙여서 이만큼 빛을 보게 한 건 나야.

만호 그래서 고맙게 생각하라고?

진상 그게 아니라... 엄밀한 의미에서 이제는 니 아이디어라고 할

수 없다는 거지. 하지만 시작이 니 아이디어였다는 걸

밝혀달라면 밝혀주지 뭐. 그거 그렇게 어려운 문제 아냐.

얼마든지 밝힐 수 있어. 그런데 말이야, 이제 와서 밝힌다고

무슨 소용이 있겠냐? 이제 겨우 시작하는 사업이야. 아까

봤지? 안에 모인 사람들. 다 이 사업에 투자하지 못해서

안달이 난 사람들이야. (만호의 손을 두 손으로 꼭 잡으며)

만호야! 여기서 깨빡 놓을 순 없어. 이 은혜 죽어도 안

잊을게. 니 아이디어라는 거 죽을 때까지 기억할게.나, 이번

기회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아. 그동안 내가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지 아냐?

만호 얘기 다 했냐?

진상 (갑자기 무릎을 꿇는다) 만호야. 한번만 살려주라. 너한테

섭섭하지 않게 해줄게. 우리 손잡고 같이 일해보자. 응?우린

친구잖아.

만호 (한참을 보다가) 정보 넘긴 것도 너지?

진상 (펄쩍 뛴다) 그건 아냐. 얘기했잖아. 난 정말 모르는

일이라고.

만호 일어나.

진상 (겁에 질려) 왜?

만호 (용서가 안된다) 에잇!

 

만호, 갑자기 진상의 사타구니에 손을 껴 넣어 급소를 잡고 번쩍 든다.

진상, 사색이 되어 버둥거린다.

 

진상 으아아아! 만호야! 만호야! 이거 놔! 안내려 놔!

만호 너 정말 솔직하게 얘기 안하면 던진다.

진상 (너무 무섭다) 사람 살려!

 

이때 연옥, 옥상문을 열고 들어오다가 그 광경을 보고 놀라 달려온다.

 

연옥 왜 이래요? 이러지 마세요!

 

연옥, 만호를 뜯어 말리고, 만호, 연옥의 소리에 당황한다.

 

진상 (뵈는 게 없다) 이연옥씨! 나 좀 살려 줘. 이연옥씨!

연옥 강만호씨! 내려 놔요! 참으세요!

만호 에잇!

 

만호, 진상을 떨어뜨릴 것처럼 하다가 옥상 바닥에 던져 버린다.

진상, 벌떡 일어난다.

 

연옥 회장님이 찾으시는데요.

진상 아, 그래?

 

진상, 만호를 한 번 쫙 째려보고 급히 가려는데

 

만호 최진상.

진상 (멈칫)

만호 이대로 끝나진 않을 거야.

 

진상, 잠시 섰다가 연옥을 지나쳐 간다.

연옥도 진상을 따라 돌아서다가

 

연옥 저기... 안 내려가세요?

만호 먼저 가요.

연옥 무슨 일이에요?

만호 ... 그럴 일이 있어요. 여기서 뭐해요?

연옥 저, 취직했어요.

만호 (픽 웃는다)

연옥 먼저 내려갈께요.

 

연옥, 내려간다.

만호, 난간으로 가 멀리 야경을 바라보며 골똘히 생각에 잠긴다.

 

S #4 엘리베이터 안

 

진상과 연옥, 나란히 서 있다.

진상, 민망하지만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한다.

 

진상 (연옥의 기색을 살피다가) 오늘 힘들지?

연옥 (어색하게) 예...

진상 (괜히 웃으며) 아, 자식, 성질하군...

연옥 ....

진상 언제 올라왔어?

연옥 방금이요.

진상 만호하고 내가 한 얘기 들었나?

연옥 아뇨...강만호씨, 왜 저래요?

진상 그냥 열등감이지, 뭐.

연옥 ...

 

이 때 문이 열리고 연옥, 서둘러 내리려는데

진상, 연옥을 잡아끌고 닫힘 단추를 누른다.

연옥, 불안하다.

 

진상 (연옥의 팔을 잡은 채) 사람들한텐 얘기하지 마.

연옥 ..네.

진상 힘든 일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고.

 

연옥, 끄덕이면

진상, 환하게 미소를 지어주며 다시 열림 단추를 누른다.

 

S #5 복도

 

연옥, 급히 안으로 들어가고

뒤따라 오던 진상, 연옥의 뒷모습을 잠시 보다가

주변을 둘러보며 무릎을 탁탁 털어 내고 바지주름을 다시 세우고

입가에 미소를 띠며 표정관리를 해 본 다음 안으로 들어간다.

 

S #6 다시 회의실

 

진상, 문을 슬그머니 열고 살짝 들어와 엘앤씨 직원들 틈에 끼어 든다.

 

장차장 귀하신 몸이라 여기 와서도 얼굴 보기 힘드네?

진상 죄송합니다.

김대리 오늘 2차 없어?

진상 글쎄요.

장차장 우리끼린 한 번 해야 되는 거 아냐? 앞으로 만나기도 어려울

텐데.

진상 상황 봐서 자리 만들겠습니다.

 

허과장, 다급하게 온다.

 

허과장 여기서 뭐해..요? 사람들이 찾고 난리 났는데.

진상 네, 그럼.

장차장 앞으로 잘 좀 부탁해요.

 

허과장, 다시 장차장을 째려본다.

진상, 부리나케 현회장 쪽으로 가며 마주치는 사람들과 악수와 인사를 한다.

미래, 진상이 돌아온 것을 보고 만호를 찾아 두리번거린다.

 

미래 강만호씨는요?

진상 바쁜 일이 있어서 먼저 갔어요.

 

미래, 실망한다.

연옥, 써빙을 하며 진상을 유심히 본다.

 

S #7 진상의 차 안 (밤)

 

진상과 미래, 나란히 앉아 있다.

미래, 창 밖을 멍하니 보고 있다.

 

진상 우리끼리 축하주라도 해야되는 거 아닌가? 오늘 정말

성공적이었어요. 아까 그 사람들 반응 봤죠?

미래 ... 네.

진상 다 미래씨 덕분이예요.

미래 ... (픽 웃는다)

진상 피곤해요?

미래 네. 좀.

진상 그럼, 오늘은 푹 쉬어요.

미래 ....어디 가서 기분 좀 풀고 갈래요?

진상 아...그럴까요?

 

S #8 나이트클럽 (밤)

 

진상과 미래, 미친 듯이 춤을 춘다.

진상, 와이셔츠가 땀에 흠뻑 젖었지만

만호를 머리 속에서 털어내려는 듯 격렬하게 몸을 흔들고

미래도 만호 생각을 잊으려는 듯 미친 듯이 춤을 춘다.

 

S #9 포장마차 (밤)

 

만호, 핏발 선 눈으로 말없이 술을 마시다가

문득 진상이 생각나자 테이블을 힘껏 내리친다.

가벼운 플라스틱 테이블이 부서질 듯 흔들리며 술병이 쓰러진다.

만호, 얼른 술병을 잡아 세우고 주위를 둘러본다.

사람들, 만호를 힐끗거리다가 얼른 시선을 돌리는데

만호, 핸드폰으로 전화하는 사람을 뚫어지게 노려본다.

전화하던 사람, 괜히 쫄아서 얼른 전화를 끊는다.

 

만호 전화 좀 빌립시다.

사람 예? (전화기를 내민다)

만호 고맙습니다.

 

만호, 전화기를 한참을 뚫어지게 보며 갈등한다.

전화기 빌려준 사람, 불안하다.

 

S #10 나이트클럽 (밤)

 

진상,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키고 탁 내려놓는데 미래의 휴대전화가 울린다.

진상, 받을까말까 잠시 생각하다가 받는다.

 

진상 네. 현미래씨 전홥니다.... 여보세요? ... 여보세요?

 

S #11 다시 포장마차 (밤)

 

만호, 전화기를 잠시 보다가 탁 끊고 전화기를 이마로 들이받는다.

빌려준 사람, 사색이 되지만 감히 달란 소리도 못하는데

 

만호 (돌려주며) 잘 썼습니다.

사람 예.

 

만호, 갑자기 테이블을 뒤집어버릴 것처럼 벌떡 일어났다가

다시 조용히 앉아 술을 마신다.

 

S #12 다시 나이트클럽 (밤)

 

잔잔한 부르스 곡이 흐르고 있다.

진상, 전화를 끊고 전화기를 만지작거리며 누굴까 생각하는데

미래가 화장실 쪽에서다가오자 전화기를 테이블에 내려놓는다.

미래, 많이 취해 있다.

 

미래 (혹시나 해서) 전화 왔었어요?

진상 잘못 걸린 전화예요.

미래 (털썩 앉으며) 정말 웃겨, 웃기는 자식이야. 안 그래요?

진상 누가요?

미래 있잖아요. 강만혼가 하는 자식. 뭐 잘났다고 코빼기만 슥

비치고 가는 거야? 잘났어. 지가 잘나면 얼마나 잘났다고.

진상 답답하니까 왔겠죠. 뭐.

미래 내가 미쳤지. 우리 춤이나 춰요.

 

미래, 진상의 손을 잡아 플로어로 끌고 가 진상의 목에 매달리듯 안긴다.

진상, 그런 미래의 허리를 힘을 주어 잡는다.

 

미래 ... 아까 강만호씨하곤 무슨 얘기한 거예요?

진상 (기분 잡치지만)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아요.

미래 ...왜요?

진상 이상한 억지를 부리고 가더라구요.

미래 ... 무슨 억지요?

진상 이번 사업 아이템이 자기 거라는 거예요. 걔 처지를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나올 줄은 정말 몰랐어요. 같이

일하자고 까지 얘기했는데....

미래 웃기는 사람이네.

진상 오죽 답답하면 그러겠어요?

 

진상, 미래를 더욱 바짝 끌어당기며 스텝을 두어바퀴 밟아 돌린다.

진상, 춤을 추면서도 머리 속에서 만호의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S #13 미래네 집 앞 (밤)

 

미래와 진상이 탄 택시가 집 앞에 서고 취한 미래가 내린다.

 

미래 (내리려는 진상에게) 됐어요. 그냥 가세요. 오늘 즐거웠어요.

기분 풀어줘서 고마워요.

진상 잘 자요.

 

택시 떠나면 미래, 손을 흔들고 돌아서는데

어둠 속에 만호가 서 있자 깜짝 놀란다.

 

미래 (술이 확 깬다) 강만호씨.

 

만호, 갑자기 미래의 손목을 잡고 근처 골목으로 막 끌고 들어간다.

 

미래 왜 이래요? 강만호씨. 어머!

 

S #14 골목 (밤)

 

만호, 미래를 확 벽에 밀어붙이고 양팔로 벽을 짚어 미래를 안에 가둔 다음

미래를 뚫어지게 본다.

이미 술이 다 깨버린 미래, 만호의 심상치 않은 눈길을 피하는데

만호, 갑자기 미래의 머리를 확 끌어안고

얼굴을 마구 비벼대며 키스를 하고 떨어진다.

미래, 얼떨결에 핸드백으로 만호의 얼굴을 갈기고 당황한다.

만호, 자괴감과 질투, 절망감 등에 휩싸여 피식 웃는다.

 

만호 ... 미안하다.

 

만호, 돌아서서 가버린다.

미래, 안타까운 눈으로 가는 만호를 보며

부를까, 따라갈까, 잡을까, 갈등하는 사이만호는 가버린다.

미래, 첫 키스의 여운을 뒤늦게 느끼며 입술을 조심스레 어루만진다.

 

S #15 진상이네 집 (밤)

 

진상, 집으로 들어오며 신경질적으로 가방을 집어던지고

넥타이를 풀고 양복을 벗다가

의자에 앉아 앞으로 이 일을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가 고민한다.

진상, 갑자기 전화번호부를 막 뒤져 심부름센터가 나온 페이지를 찾는다.

 

S #16 만호네 집 (밤)

 

성기, TV를 보며 혼자 울고 있다. (불쌍한 어린이가 나오는 프로)

철호,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고 있다가 훌쩍거리는 성기를 짝 째려본다.

 

철호 TV 좀 끄면 안돼요?

성기 (훌쩍거리며) 잠깐만, 요거만 보고.

철호 에이, 정말.

 

이때 문이 벌컥 열리고 술 취한 만호가 비틀거리며 들어온다.

철호는 슥 돌아보고 다시 책을 향한다.

 

성기 (TV에 시선을 고정한 채) 왔냐?

 

만호, 철호가 공부하고 있는 것을 보고 TV를 탁 꺼버리고 방에 벌렁 눕는다.

 

성기 야, 야, 요거 조금만 보면 돼. 그 자식은 만났냐? 반

죽여놓지 그랬어?

 

성기, 다시 TV를 켠다.

 

만호 안꺼?

성기 아, 자식 조금만 보면 된다는데.

만호 (버럭) 안꺼!

성기 알았어, 알았어. 끄면 될 거 아냐. 지네 테레비라고 더럽게

치사하게 구네. 자식.

만호 치사하면 가.

성기 뭐, 임마?

만호 치사하면 가라구. 가면 될 거 아냐?

성기 허, 차, 야, 내가 가라면 무서워할 줄 아냐? 알았어. 갈게.

간다.

만호 가! 양말 한 쪼가리 남기지 말고 다 가져가.

성기 알았어, 임마! 가면 될 거 아냐!

만호 진작 그랬어야지. 왜 그렇게 구차하게 살아? 후배 집에

얹혀서 눈칫밥이나 먹고, 양아치 사채업자 새끼들한테

얻어터지기나 하고. 인생이 불쌍하다.

성기 (못 참고 만호의 멱살을 잡아 일으킨다) 이 자식이 보자보자

하니까. 너, 말 다했어?

만호 왜? 내가 틀린 말했어?

성기 그러는 넌 얼마나 잘났냐? 인생 불쌍한 선배한테 빌붙어서

건강식품 팔러 다니는 주제에!

만호 (멱살을 잡은 성기의 손을 확 걷어내며) 그래! 나도 별 볼 일

없는 놈이야. 인생 종친 놈이라구. 아니, 이 방에 있는 놈들,

모조리 인생 종친 놈들 아냐? (철호의 의자를 발길로

걷어차며) 때려쳐 자식아! 니가 공부해서 대학 가봐야 별 수

있을 거 같애?

 

성기, 갑자기 만호의 뺨을 철썩 갈긴다.

만호,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성기를 노려본다.

 

성기 너, 나와.

 

성기, 만호의 멱살을 잡아끌고 밖으로 나간다.

 

S #17 동네 공터 (밤)

 

성기, 다짜고짜 만호를 한 대 갈긴다.

만호, 바닥에 나동그라진다.

 

성기 일어나, 자식아! 세상 사람들이 다 너만 못해서, 속이 없어서,

웃으면서 사는 줄 아냐? 어디서 술주정이야? 엉?

만호 쳤어?

성기 그래 쳤다.

 

만호, 벌떡 일어나 성기를 받으려 달려드는데

성기, 피하며 다시 한 대 갈긴다.

만호, 다시 바닥에 쓰러진다.

 

성기 누명쓰고 아이디어 도둑 맞은 게 그렇게 억울하냐?억울하면

출세해, 자식아. 출세해서 갚아주면 될 거 아냐?

만호 (픽픽 비웃으며 일어난다) 누에가루 팔아서? 웃기지 마.

박성기. 이 사기꾼, 쓰레기같은 자식아! 넌 쓰레기야, 알아!

 

성기, 쓰레기란 말에 눈알이 홱 뒤집혀 만호를 확 덮쳐 바닥에 쓰러뜨리고

두들겨 패기 시작한다.

 

성기 (눈물이 핑 돈다) 쓰레기? 니가 내 인생을 알아? 너같은

자식이 뭘 알아? 뭘 안다고 까불어? 니 눈엔 내 인생이

그렇게 하찮아 보이냐? 그러는 넌, 나보다 난 게 뭐 있냐?

니가 날 비웃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냐? 쥐뿔도 가진 거

없는 게 왜 사람을 무시해?억울하면 널 그렇게 만든 놈한테

가! 애매한 사람들 괴롭히지 말고. 자식아!

 

성기, 만호를 패대기치고 일어난다.

만호, 바닥에 웅크린채 꼼짝도 않고 있는다.

 

성기 넌 위선자야, 자식아! 겉으로만 아닌 척, 정의로운 척 하면서

나같은 인생, 비웃지 마.난 너처럼 자기 연민에 빠져서

그렇게 허우적거릴 시간도 없는 사람이야.

 

성기, 눈물이 핑 맺힌 채로 웅크린 만호를 뒤로 하고 가버린다.

만호, 참담한 심정으로 소리 죽여 오열을 터트린다.

 

S #18 옥상 (새벽)

 

만호, 바닥에 담배꽁초가 어지러이 널린 옥상에서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다가

갑자기 눈빛을 빛낸다.

 

S #19 만호네 집 (새벽)

 

만호, 양복을 차려 입고 거울 앞에서 머리를 쫘악 넘긴 다음

코를 골며 자고 있는 성기를 흔들어 깨운다.

 

만호 형! 일어나. 일어나!

성기 응? 왜? 뭐야?

만호 일어나봐.

성기 지금 몇신데?

만호 시간이 문제가 아니야. 우리 칠백억 벌러 가자.

성기 야, 야, 무슨 얘기야? 자자.

만호 (성기의 멱살을 잡아 벌떡 일으킨다) 일어나! 나 돈 벌어야

된단 말이야!

성기 야, 왜 이래?

만호 우리 칠백억 벌어보자.

성기 (기가 막혀 웃는다) 하, 차, 어떻게?

만호 벌 수 있다며?

성기 그거야 그냥 한 번 해 본 소리지? 목숨이 왔다갔다하는데

무슨 소린 못하겠냐?

만호 아냐. 잘 하면 될 수도 있어. 나가자. 나가서 사업계획 새로

짜보자.

성기 조금만 더 자고 하면 안될까?

만호 안돼. 일어나!

성기 ... 너, 왜 이러냐?

만호 ... 억울해서 그래.

 

성기, 만호를 뚫어지게 보면

만호, 갑자기 벌떡 일어나 책상 위에 있는 컴퓨터를 막 뽑는다.

 

S #20 보스의 사무실

 

만호, 보스의 책상에 앉아 컴퓨터로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고

성기, 소파에 앉아 졸고 있는데 문이 벌컥 열리고

보스와 대협, 총련이 들어선다.

보스, 만호와 성기를 의아한 눈으로 노려본다.

 

보스 뭐하는 거야, 지금?

 

성기, 화들짝 놀라 깨 인사를 하려고 하는데

만호가 먼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만호 나오셨습니까, 회장님?

보스 누가 내 자리에 함부로 앉으라 그랬어?

만호 컴퓨터로 작업 좀 하느라고요.

보스 컴퓨터는 어디서 났어?

만호 집에서 갖고 왔습니다. 차 한 잔 드릴까요?

 

보스, 사무실에 없던 것들이 생기고 만호가 너무 싹싹하게 굴자 헷갈린다.

 

만호 앉으시죠.

 

보스, 대협, 총련, 얼떨결에 소파에 앉는다.

만호, 커피포트의 전원을 켜고 종이컵에 봉지커피를 따른다.

 

보스 미스리는?

성기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있어서요, 나중에 합류할 겁니다.

보스 언제쯤?

성기 ...곧이요.

보스 내가 박사장한테 기대가 커. 칠백억짜리 프로젝트는 언제쯤

완성이 되나?

만호 그래서 제가 준비한 게 있습니다.

 

만호, 기다렸다는 듯이 책상 위에서 종이를 갖고와 나눠준다.

일동, 의아해서 보는데

 

만호 이번 공공칠 프로젝트의 일단계 사업계획입니다.

일동 공공칠?

만호 뒤집으면 칠공공, 칠백억이란 얘기죠.

보스 오...

만호 앞으로는 한부장님하고 전과장님도 적극적으로 뛰어주셔야

됩니다.

대협 우리가?

총련 뭘?

보스 그럼, 수금은 누가 하지?

만호 수금이 문제가 아닙니다. 그리고 우선 착수금으로 백만원만

주십시오.

보스 백만원?

 

일동, 어리둥절한 얼굴로 만호가 나눠준 종이를 들여다보는 동안

만호, 커피잔을 돌린다.

성기, 만호가 왜 저러나 싶다.

 

S #21 청계천

 

만호와 성기, 앰프, 마이크 등을 파는 가게 안에서 마이크 시험도 해보고,

엠프도 조절해 보는데 누군가가 멀리서 만호를 카메라에 담는다.

 

S #22 풍선가게

 

만호, 풍선을 막 불고 있다.

또 누군가가 그런 만호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S #23 그릇가게

 

만호와 성기, 플라스틱, 대야, 바가지 등을 고르고 있다.

역시 사진이 찍힌다.

 

S #24 찻집

 

진상과 흥신소 직원이 마주 앉아 있다.

흥신소 직원, 사진을 진상 앞에 내민다.

사진엔 성기의 모습은 절묘하게 빠지고 만호만 찍혀있다.

 

직원 요 며칠 스물 네 시간 따라 다니면서 감시를 했는데요,

이상한 것만 사러 돌아다니더라구요? 그 외에는 별다른

행동은 없었습니다.

진상 (이게 뭘까 고민을 한다) 특별히 만나는 사람은 없었습니까?

직원 예. 아직까지는.

 

진상의 전화벨

 

진상 네, 최진상입니다. ... 라이온펀드? (시계를 보며) 오늘 두시

약속 아니야?... 알았어. 금방 올라갈께...(전화 끊고 흥신소

직원에게) 어디서 뭘하는지, 누굴 만나는지 수시로

알려주세요.

직원 예. 알겠습니다.

 

진상, 봉투를 하나 꺼내 테이블에 놓고 일어나 나간다.

 

S #25 진상의 차 안

 

진상, 흥신소 직원한테서 받은 사진을 꺼내

다시 한 번 들여다보며 갸우뚱한다.

진상, 만호의 꿍꿍이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아 불안하다.

 

S #26 진상의 사무실

 

라이언 펀드에서 온 외국인이 소파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고

미래와 허과장이 부리나케 들어온다.

라이언 자리에서 일어난다.

 

미래 (활짝 웃으며) 하이!

라이언 (이하 영어) 안녕하십니까?

미래 만나서 반가워요.

라이언 반갑습니다.

미래 앉으시죠.

라이언 고맙습니다.

 

일동, 악수를 나누고 명함을 교환한 뒤 자리에 앉는다.

잠시 침묵이 흐른다.

 

라이언 (시계를 보고) 사장님은 아직 안오셨나보죠?

허과장 곧 올 겁니다.

라이언 (영어) 그럼, 두 분께 먼저 간단히 이번 방문의 목적에 대해

말씀드리죠.

미래 으흠!

라이언 이번 동아시아 펀드는 한국, 중국, 말레이시아에

집중적으로투자할 예정입니다.

미래 (끄덕 끄덕) 음...

라이언 특히 우리 투자자들은 한국 시장에 관심이 많습니다.

허과장 (끄덕 끄덕) 음...

 

미래와 허과장, 무슨 말인지 잘 몰라 진땀을 흘리며 고개만 끄덕인다.

 

라이언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상대적으로 아직까지는 한국경제

전체가 저평가 되어 있고 최근의 경기 활성화로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미,허 음...

 

이때, 연옥이 차를 들고 들어와 세 사람 앞에 내려놓는다.

 

라이언 (연옥에게) 고맙습니다.

연옥 천만에요.

라이언 (다시 미래에게) 사장님이 좀 늦으시는 것 같은데

기술팀하고 먼저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미래 으흠?

라이언 구체적인 사업내용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거 같은데요.

 

미래와 허과장, 서로 얼굴을 마주본다.

 

허과장 (얼굴에 미소를 띤 채) 얘들은 뭘 믿고 한국말도 못 하는

거야?

미래 최진상씨는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죠?

 

연옥, 안되겠는지 나가려다가 다시 돌아온다.

 

연옥 (라이언에게) 따라오시죠. 기술팀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라이언 고맙습니다. (일어난다)

 

미래와 허과장도 영문을 모르는 얼굴로 덩달아 따라 일어난다.

 

연옥 (허과장에게) 기술팀하고 먼저 미팅을 하고 싶다는데요?

제가 안내할께요.

허과장 아, 그래? 이연옥씨, 고마워.

 

연옥, 쟁반을 들고 나가면 라이언과 허과장, 뒤따라 나간다.

미래. 잠시 연옥을 째려보다가 확 밖으로 나간다.

 

S #27 제이스 사무실

 

연옥, 라이언과 기술팀 사이에 서서 통역을 해주고 있고

허과장, 뒤에서 흐뭇한 얼굴로 보고 있는데 진상이 급하게 들어온다.

 

진상 아, 죄송합니다.

라이언 아닙니다. 내가 좀 일찍 왔죠? (연옥이를 가리키며) 이 분

덕분에 재미있게 얘기하고 있는 중입니다.

진상 아, 그래요? (연옥에게) 수고했어. 이제 내가 하지.

연옥 (라이언에게) 그럼, 좋은 시간 되세요.

라이언 고마워요.

 

연옥, 자리로 돌아가면

진상, 연옥을 잠시 보다가 라이언과 얘기를 주고받으며 안으로 들어간다.

 

S #28 미래 사무실

 

미래, 연옥이한테 무시당한 게 자존심이 상해 책상에 우두커니 앉아 있는데

진상이 들어온다.

 

진상 왜 그러고 있어요?

미래 갔어요?

진상 네. 그 친구 되게 깐깐하게 굴더라구요. 찾는 자료는 왜

그렇게 많은지.

미래 이연옥씨 영어 잘 하던데요?

진상 글세 말이에요. 나도 그 정돈지는 몰랐는데 아까 그 친구가

꽤나 칭찬하던데요?

미래 그래요? 그건 그거구요. 강만호씨 때문에 만든다던 기획안

다 됐어요?

진상 왜요?

미래 제가 한 번 만나보려구요.

진상 (긴장한다)

미래 이제 더 감추고 말고 할 게 없잖아요? 더 이상 그런 식으로

내버려두면 안되겠더라구요. 기획안도 자기 아이디어라고

우겼다면서요? 어떻게 해서든지 재기할 수 있게 도와줘야

되지 않겠어요, 우리가?

진상 (씁쓸하게 웃으며) 그건 그런데...

미래 다 됐으면 한 부 주세요.

진상 나도 몇 번 연락 해 봤지만 집에 없는 것 같던데?

미래 찾아 봐야죠.

진상 내가 알아봐 드릴까요?

미래 그래 주실래요?

진상 그러죠.

 

진상, 떨떠름한 미소를 짓는다.

 

S #29 지하이벤트장 입구

 

트로트메들리가 울려나오는 지하실 입구.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삼삼오오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S #30 이벤트장 안

 

비어있는 지하실을 빌려 꾸민 이벤트장.

풍선과 제품포스터등이 벽에 붙어있다.

무대에서는 성기가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어울려 춤을 추고 있고

대협과 총련, 박자에 맞춰 박수를 치고 있다.

만호, 구석에서 바가지와 휴지들을 챙기고 있다.

 

성기 자, 이것이 바로 우리가 국내는 물론 전세계에 자신있게

내놓는 아미노산 열세 종류가 모두 들어있는 천연아미노산

100%짜리 제품입니다.아마도 지구상에 순수아미노산

100%짜리 제품은 없을 것입니다. 현재 이 제품의 시중가격은

434,000원.

소리 너무 비싸다

성기 이게 비싸다구요? 병원에서 아미노산 맞아보신 적 있죠?

소리 무신 주사? 영양제?

성기 바로 그겁니다. 영양제 주사! 그거 한 병에 7-8만원씩

하죠.그것도 아미노산이 십프로에서 20프로 밖에 안들어있는

겁니다. 거기에 비하면 정말 싼 거 아닙니까? 아미노산을

아시는 분은 너무 싸니까 의심까지 해요. 나, 참.그런데 그걸

다 받냐? 천만의 말씀, 만만의 말씀, 이번 행사 기간에

특별히 할인해서 299,000원에 모시기로 했습니다. 회사에서

이렇게 결정하니까 전국 대리점에서 난리가 났어요.우리는

뭐 먹고 사냐! 그래서 설득에 설득을 했습니다. 우리

국민들의건강을 위해서 이 홍보기간동안만은 서로 참고

양보하자고 밤새 설득했습니다. 그래서 간신히 의견을

모았고 299,000에 드실 수 있게 된 겁니다. 다만 오늘 이

자리에서만 말입니다. 그럼 돈은 어떻게 하냐? 지금 당장

그런 큰 돈이 어디 있느냐? 돈 필요 없습니다. 돈 안

받습니다. 우리는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홍보가

목적이기 때문에 오늘은 절대로 돈을 받지 않습니다.제품을

구입하시고자 하는 분은 주문만 하시고 돈은 나중에 천천히

내시면 됩니다.열흘정도만 꼭 드세요. 반드시 변화가

일어납니다. 돈은 그때 주시면 됩니다. 자, 그럼, 잠깐 막간을

이용해서 우리회사 한부장님의 노래를 청해 듣겠습니다.

 

대협, 당황한다.

 

성기 자, 박수!

소리 그 총각 잘생겼네....

 

대협, 얼떨결에 무대로 끌려나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면

총련, 뒤에서 춤추고, 그 바람에 모두 일어서서 흥겹게 춤을 춘다..

성기, 만호에게 다가온다.

만호의 옆에는 플라스틱 바가지와 대야 등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성기 주문서 빨리 빨리 나눠주고, 나눠주면서 바가지도 같이

돌려라.

 

만호, 플라스틱 바가지와 주문서를 나눠주며

바가지를 두들기며 흥을 돋구는데

미래가 얼떨떨한 얼굴로 들어서다가 만호와 눈이 마주친다.

만호, 당황한다.

 

S #31 동네 다방

 

만호와 미래, 서로 민망한 얼굴로 마주 앉아 한참 말이 없다.

미래, 핸드백에서 서류를 꺼내 만호 앞에 놓는다.

 

만호 뭐예요?

미래 우리 회사 영업팀, 만호씨가 맡아주세요.

만호 (피식 웃는다) 진상이 생각이에요?

미래 누구 생각이면 어때요? 이러고 다니는 거 보단 낫잖아요?

만호 이러고 다니는 게 어디가 어때서요?

 

미래, 만호가 삐딱한 반응을 보이자 빤히 본다.

 

미래 강만호씨. 정말 비겁한 사람이네요.

만호 ...

미래 그런 식으로 열등감을 드러내서 뭘 어떡하겠다는 거예요?

만호 ... 나, 열등감 없어요.

미래 그래서 그 날 그런 거예요?

만호 ...

미래 그러고 가면 날 더러 어떡하라는 거예요? 돈이 좀 없으면

어때요? 상황이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자기 진심을 보이면

되는 거 아니에요? 강만호씨, 원래 그런 사람 아니었어요?

적어도 난 강만호씨를 진심으로 대했어요.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싫으면 싫다고 이 자리에서

얘기해요. 비겁하게 사람 갖고 놀지 말고.

 

만호, 안타깝게 미래를 바라본다.

 

미래 나, 강만호씨한테 바라는 거 아무 것도 없어요.

만호 ...

미래 기다릴게요. 강만호씨가 자신있게 내 앞에 나타날 때까지.

 

미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계산하고 나간다.

만호, 참담한 심정으로 자리에 굳은 듯 앉아 있다.

 

S #32 거리

 

달리는 대협의 차 안.

총련, 운전하고 있고 그 옆에 만호, 뒷자리에 성기와 대협이 앉아 있다.

만호, 혼자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고

대협, 부글부글 끓고 있다.

 

대협 한 번만 더 노래시키면 죽을 줄 알아!

성기 노래 잘하던데, 왜? 가수 부를 돈이 없으니까 그렇지.

대협 그럼 니가 하면 되잖아.

성기 이봐, 한부장. 나는 강사잖아.

대협 자꾸 한부장, 한부장 할래? 내가 당신 부하직원이야?

 

만호, 사이드미러를 통해 자신들을 뒤쫓는 차를 확인하고 계속 주시한다.

 

성기 난 사장이고 당신은 부장이잖아. 그럼, 부장을 부장이라고

부르지, 뭐라고 불러?

대협 내가 당신 회사 부장이야? 왜 반말이야?

성기 너, 몇 살이냐?

대협 나? 육삼 토끼다. 그러는 넌?

성기 (막 생각하다가) 나? 나 육이 뱀이야.

대협 육이? (분하다) 음....

성기 (대협의 뒤통수를 탁 때리며) 앞으로 조심해.

만호 (앞 골목을 가리키며) 저기로 들어갑시다.

총련 왜?

만호 빨리!

 

총련, 영문을 모른 채 급하게 핸들을 꺽는다.

대협과 성기, 뒤를 홱 돌아본다.

 

성기 뭔데?

대협 뭐야?

 

S #33 골목 안

 

인적이 없는 골목에 흥신소 직원의 차가 들어와 선다.

직원, 아무데도 만호네가 탄 차가 보이지 않자 차에서 내려 두리번거리는데

만호와 성기, 대협, 총련이 골목 양쪽에서 나타난다.

직원, 네 사람의 험악한 인상에 깜짝 놀라 차에 기대 선다.

 

만호 당신 뭐야?

직원 예? 아무도 아닌데요?

대협 (살벌하게) 아무도 아니라구?

직원 (공포에 질려) 잘못했습니다. 살려주세요.

 

직원, 살벌한 인상의 네 명이 점점 포위망을 좁혀오자

공포에 질려 차를 타고 주루룩 미끄러져 내린다.

 

S #34 보스사무실

 

흥신소 직원, 사무실 중앙에 무릎을 꿇고 앉아 덜덜 떨고 있고

만호는 씩씩대며 서성대다가 갑자기 흥신의 멱살을 잡아 끌어올린다.

 

만호 도대체 뭘 알아내라는 거야?

흥신 그냥 따라 다니면서 누구 만나는지, 뭐 하는지 알아오라고...

잘못했어요, 사장님.

만호 최진상, 이자식을 그냥!

 

만호, 흥신을 때릴 듯이 주먹을 치켜들었다가 보스의 책상을 꽝 내리친다.

 

보스 (책상이 무사한지 슬쩍 보고) 그렇게 치사한 놈이야? 한부장,

잡아 와.

대협 예, 회장님.

성기 아, 아, 아, 지금 그렇게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회장님.

보스 안될 거 뭐 있어? 몇 대 맞으면 다 반성하게 돼 있어.

반성하면 용서하고, 그렇게 사는 거지. 그래도 반성 안 하면

또 패고, 또 패고, 반성할 때까지 패는 거야.

만호 (다시 흥신의 멱살을 잡는다) 가서 진상이한테 전해. 한번만

더 이런 짓하면 그땐 정말 집어던진다고. 가.

흥신 고맙습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성기 잠깐!

 

성기의 눈빛이 반짝인다.

 

성기 이렇게 하면 어떨까?

 

일동, 성기를 본다.

 

S #35 J's 크레딧 회의실

 

진상, 연옥, 미래, 허과장, 다른 직원들,

회의 테이블에 둘러앉아 회의를 하고 있다.

진상과 허과장만 양복을 입고 있고

다른 남자 직원들은 자유로운 복장에 자유로운 머리,

귀에는 피어싱까지 하고 있다.

 

미래 이연옥씨는 가서 일 봐요. 회의 참석 안 해도 되니까.

진상 아, 내가 참석하라 그랬어요. 이연옥씨도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좀 알아야 될 거고.

미래 ...

진상 (허과장에게) 프로그램개발이 늦어지는 이유가 뭡니까?

허과장 그 쪽 보안시스템하고 충돌이 생긴답니다. 처음부터 같이

프로그래밍했으면 문제가 없는데 새로 별도의 프로그램을

짜서 옮겨오려니까 자꾸 문제가 생긴대거든요?

진상 아무튼 지금 그 일에만 매달릴 여유가 없어요. 이미

투자자금은 다 들어와 있고 다음단계로 나가야 되는데

언제까지 기다려야겠습니까? 서둘러 주세요.

허과장 ...예.

진상 혹자는 어떤 수익모델을 창출해 내느냐에 인터넷 사업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도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누가

시장을 선점하느냐입니다. 우리는 누구보다 유리한 고지에

서 있습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어렵겠지만 분발해

주세요.

 

진상, 얘기하는 중간에 안내 여직원이 조심스럽게 들어온다.

 

안내 저, 사장님..

 

일동, 돌아보면

 

안내 이연옥씨한테 전화 왔는데요.

미래 회의중이잖아요?

안내 얘기했는데요, 급한 일이라고 막무가내로 바꿔 달라

그래서요. 강만호씨라는데요?

 

미래, 어이가 없다.

 

진상 받아 봐요.

 

회의 중단되고,

연옥, 직원들의 눈치를 보며 자리로 가 수화기를 든다.

진상, 전화 받는 연옥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연옥 (조용히) 여보세요? 무슨 일이세요? 빨리 얘기하세요.

.....오늘이요? ... .어디요? 알았어요. 빨리 끊어요.

 

연옥, 전화 끊고 다시 돌아와 앉는다.

 

진상 아, 어디까지 했죠?

 

연옥, 미안해서 고개를 못들고

미래, 그런 연옥을 째려본다.

 

S #36 미래 사무실

 

미래, 자리에 앉아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데 노크소리

 

미래 네. 들어와요.

 

연옥이 들어온다.

 

연옥 무슨 일이세요?

미래 (바쁜 척 서류를 넘겨보며) 이미 입사해서 다니고 있으니까

입사하게 된 경위라든가, 자격기준 갖고 왈가불가 하지는

않겠어요

연옥 ?

미래 하지만 총괄 이사로서 몇 가지 당부는 해야겠어서 오라

그랬어요.

연옥 (기분 나쁘다) 총괄 이사가 뭐 하는 이사예요?

미래 (어처구니가 없어 비웃는다) 직장 생활하면서 그것도

몰라요? (열받는다) 다 총괄하는 게 총괄 이사예요. 설계사

하기 전에 정말 경리 일 해 봤어요?

연옥 네.

미래 어디서요?

연옥 (잠시 막 생각한다) 건강...과학 식품 연구소요.

미래 그런 데도 있어요? 어쨌든 우리는 벤처회사예요.

연옥 거기도 벤처 회사 였어요.

미래 그럼 잘 알겠네. 출퇴근 시간도 일정치 않고 업무량이나

업무의 강도, 모두 설계사하고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높다는 거.

연옥 네, 알아요.

미래 그리고 목표를 향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하는 만큼

상사한테 감정적으로 대든다든가 하는 몰지각하고 몰상식한

행동은 삼가해 주기 바래요.

연옥 (쌓인다)

미래 (잘난척) 그리고 한 가지 더, (잠시 우물쭈물) 강만호씨는 왜

전화한 거예요?

연옥 벤처 회사는 사생활까지 보고해야 되나요?

미래 누가 보고하랬어요? 물어보는 거잖아요!

 

이때 노크소리와 동시에 진상이 서류를 들고 들어온다.

 

진상 미래씨. (연옥을 보고) 아, 이따가 얘기하죠.

미래 아니에요. 얘기 끝났어요. 들어오세요. (연옥에게) 나가 봐요.

연옥 네.

미래 아, 그리고 커피 두 잔만 부탁해요. 원두커피 말고

다방커피로.

연옥 (기분 더럽다)

진상 아, 아니 됐어요. 내가 갖고 올께요. (다시 나간다)

 

연옥, 기분 좋은 얼굴로 밖으로 나간다.

미래, 울화통이 터진다.

 

S #37 탕비실

 

진상과 연옥, 같이 커피를 타고 있다.

 

진상 내가 한다니까.

연옥 다른 분들도 드리게요.

 

진상과 연옥, 동시에 커피통에 손을 뻗다가 손이 부딪힌다.

연옥, 괜히, 얼굴이 빨개진다.

 

진상 이연옥씨하고 나하고 특별한 인연이 있는 거 같애.

연옥 네?

진상 처음 입사했을 때도 인상적으로 만났었는데.

연옥 (화끈거린다)

진상 (슬쩍) 만호하곤 잘 알아?

연옥 아뇨.

진상 LNC에 있을 때 친해졌나 보지?

연옥 그런 건 아니예요.

진상 그럼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야?

연옥 (잠시 생각하다가) ..네.

진상 아, 연봉 얘기는 했나?

연옥 네.

진상 마음에 들어?

연옥 네.

진상 (커피 두 잔을 들고 나가며) 수고!

 

진상, 밖으로 나간다.

연옥, 영문 모를 진상의 친절이 어쨌든 기분 좋다.

 

S #38 커피숍 (밤)

 

만호, 머리도 깔끔하게 올려붙이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양복을 입고

자리에 앉아 있다가 연옥이 들어오자 일어나 맞는다.

 

만호 안녕하세요?

연옥 안녕하세요?

 

두 사람, 자리에 앉는다.

 

연옥 (주변을 둘러보다가) 오늘은 박사장님하고 같이 안

나오셨어요?

만호 네.

연옥 왜 보자 그러셨는데요?

만호 뭐 드실래요?

연옥 사이다요.

만호 (얼른 시킨다) 여기 사이다 두 잔. 회사는 다닐만 해요?

연옥 네.

만호 월급 많이 준대요?

연옥 연봉 계약했어요.

만호 오...

연옥 하실 말씀이...

만호 간단하게 얘기할께요. 이연옥씨한테 스카웃 제의를 하러

왔어요.

연옥 저를요? 왜요?

 

S #39 진상이네 집 (밤)

 

진상, 운동을 하면서 카세트에서 나오는 만호와 연옥의 대화를 듣고 있다.

 

연옥 똑같은 회사를 차린다고요?

만호 똑같은 거는 아니고 업무가 겹쳐지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달라요.

연옥 말도 안되요. 이 사업이 돈이 얼마나 많이 드는데요.

만호 정회장님 알죠? 그 쪽에서 투자를 결정했어요.

연옥 정회장님이라면... (깜짝 놀라며) 그 분이요?

만호 그리고 이건 아직 극비사항인데 엘앤씨하고 경쟁관계에 있는

카드사에서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어요.

연옥 스타카드요?

만호 쉿!

 

진상, 운동을 멈추고 굳은 얼굴로 귀를 기울인다.

 

연옥 그럼, 그 칠백억 프로젝트라는 게 혹시...

만호 맞아요. 그리고 이크레딧엔 치명적인 문제가 있어요.

연옥 무슨 문제요?

만호 진상이가 똑똑하니까 아마 지금쯤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아냈겠지만 해결하긴 쉽지 않을 거예요. 정회장님이나,

다른 카드사에서 투자하겠다는 이유도 그 문제가 해결됐기

때문이에요.

연옥 근데 강만호씨는 어떻게 그렇게 잘 아세요?

만호 그건 최사장한테 물어봐요.

 

진상의 얼굴이 싸늘해진다.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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