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1 미래네 집 앞 (밤)
미래의 차가 선다.
미래의 차 안.
만호, 시동을 끄고 차 키를 미래에게 건네는데
미래, 자기의 속내를 드러내고, 만호의 품에 안겨 운 것이 너무 창피한지
만호를 슬쩍 외면한 채 고개를 못 들고 있다.
만호, 핸드백을 잡고 있는 미래의 손에 키를 슬쩍 갖다 댄다.
미래, 흠칫 놀랐다가 키를 받는다.
두 사람 사이에 긴 침묵이 흐른다.
만호, 뭔가 말을 하려고 돌아보는데
미래 (계속 외면한 채) 왜 아무 말도 안 해요?
만호 지금 막 말하려던 참이었는데...
미래 무슨 말이요?
만호 ... 갈께요. (말은 해 놓고 선뜻 내리지 못한다)
미래 (스스로가 한심한지 피식 웃는다) ... 고마워요, 데려다줘서..
만호 아, 아니에요.
미래 그리고 미안해요.
만호 뭐가요?
미래 ... 여러 가지...
만호 ... 들어가요.
만호, 차에서 내리는데 미래는 내릴 생각도 않고 가만히 앞만 보고 앉아 있다.
만호, 그런 미래를 잠시 보다가 옆으로 돌아가 미래쪽 문을 열고 손을 내민다.
미래, 만호가 내민 손을 잠깐 보다가 잡고 내린다.
만호, 미래가 내리자 문을 닫는다.
두사람, 서로 잡고 있던 손을 어색하게 빼낸다.
만호 잘 자요. (돌아서는데)
미래 만호씨.
만호 (본다)
미래 앞으로도 나, 피할 거예요?
만호 ...
미래 그럴 거면 지금 말해줘요. ... 전화 안할게요.
만호 (괴롭다) ... 전화할게요.
미래, 비로소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만호 (씩 웃어주며) 잘 자요.
만호, 돌아서서 간다.
미래, 가는 만호의 뒷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는데
만호, 저만치 가다가 혹시나 하여 슬쩍 돌아보는데 미래가 자기를 보고 있자
괜히 민망하여 손을 한 번 흔들고 돌아서서 막 뛴다.
미래, 그런 만호를 보며 환하게 웃는다.
S #2 미래의 방 (밤)
미래, 화장대 앞에 앉아 악세사리들을 떼어내다가
문득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미래, 거울 속 자신을 향해 미소를 지어본다.
S #3 지하철 안 (밤)
만호, 승객도 별로 없는 지하철 문 옆에 기대서서
차창 밖의 어둠을 보고 있다.
자신의 처지와 그런 자신을 향한 미래의 마음을 생각할수록
마음이 점점 어두워진다.
S #4 만호네 동네 어귀 (밤)
대협의 차가 선다.
대협의 차 안.
총련은 운전석에 앉아 있고 뒷자리에 대협과 성기가 타고 있다.
성기 이봐, 한부장. 아는 처지에 그렇게 무지막지하게 때릴 수
있는 거야? 그것도 누명을 씌워 갖고? 아까 죽는 줄
알았잖아!
대협 자꾸 한부장, 한부장 할래? 내가 당신 부하직원이야?
성기 난 사장이고 당신은 부장이잖아. 그럼, 부장을 부장이라고
부르지, 뭐라고 불러?
대협 내가 당신 회사 부장이야? 왜 반말해?
성기 너, 몇 살이야?
대협 나? 육삼 토끼야. 그러는 넌?
성기 (막 생각하다가) 나? 나 육이 뱀이야.
대협 육이? (분하다) 음....
성기 (대협의 뒤통수를 탁 때리며) 앞으로 조심해.
성기, 차 문을 열고 내리는데
대협 잠깐!
성기, 긴장하여 선다.
대협 미스리하고 약속, 잊으면 안돼.
성기 아, 알았어.
대협 우리 회장님, 약속 어기는 거 제일 싫어하시는 거 알지?
성기 알았다니까.
대협 가자.
대협의 차, 떠난다.
성기, 떠나는 대협의 차를 잠시 보다가
맞은 부위를 어루만지며 골목을 올라가기 시작한다.
S #5 대협의 차 안 (밤)
대협, 계속 골똘히 뭔가를 생각한다.
대협 으... 분하다. 한 살 차이로 밀리다니. 으...
총련 저... 형님.
대협 (날카롭게) 뭐야?
총련 저기, 뱀띠는 육오년생인데요?
대협 뭐? 그럼, 육이년생은?
총련 호랑이띠요.
대협, 갑자기 운전하고 있는 총련의 뒤통수를 막 때리기 시작한다.
대협 그 얘길 왜 이제 하는 거야? 엉?
총련 죄송합니다, 형님. 지금 생각났어요.
대협 에잇! 멍청한 놈! 이 바보같은 놈!
총련 으! 으! (맞으면서도 열심히 운전을 한다)
대협, 분이 풀릴 때까지 총련을 때리고
뒷자리에 다시 털썩 기대 씩씩거리다가
홱 뒤를 돌아본다.
대협 박성기, 이 자식을 기냥!
S #6 연옥이네 집
연옥, 수첩을 펴놓고 전화기를 보며
전화를 할까말까 고민하고 있다.
은지의 말이 귀에 쟁쟁하다.
'어마어마한 사무실 얻어서 독립했잖아.'
'그런 데서 너같은 애를 쓰겠냐? 벤처회사라는데.
컴퓨터도 잘하고 그런 사람 쓰겠지.'
연옥 (혼잣말로) 그래, 밑져야 본전이다. 아니, 최진상 얼굴은 한
번 볼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연옥, 결심한 듯 수화기를 들고 전화를 한다.
S #7 이크레딧 사무실
진상, 허과장과 얘기하고 있다.
진상 엘앤씨에서 행사장 제공하기로 했으니까 담당 만나서
구체적으로 협의해 보세요.
허과장 그러지, ..요.
이때 문이 열리고 미래, 활기찬 걸음으로 사무실로 들어오며
사무실 직원들에게 밝게 인사한다.
미래 안녕하세요.
일동 안녕하세요?
진상 어젠 잘 들어갔어요?
미래 (환하게 웃으며 자기 방 쪽으로 간다) 네.
허과장 뭐, 좋은 일 있었나 봐?
미래 네. (방으로 들어간다)
허과장, 서류를 들고 사라지고
진상. 미래의 뒷모습을 씁쓸한 얼굴로 보다가 자기 방으로 들어가는데
안내 사장님. 전화 왔는데요?
진상 누구?
안내 이연옥씨라는데요?
진상 이연옥? ...
안내 그냥 그렇게만 말씀드리면 알 거라고.
진상 이연옥? 누구지? (잠깐 생각하다가) 내 방으로 돌려.
(방으로 들어간다)
S #8 진상의 사무실
진상, 자리에 앉으며 수화기를 든다.
진상 네, 최진상입니다. ...
S #9 연옥의 방
연옥 안녕하세요? 저, 이연옥인데요. ... 엘앤씨 크레딧설계사...
S #10 진상의 사무실
진상 (잠깐 생각하다가) 아! 이연옥씨! ... 무슨 일로 전화했어요?
S #11 엘리베이터 안
연옥, 긴장한 얼굴로 엘리베이터 안에 혼자 서 있다.
연옥, 최대한 예쁘게 꾸미고 나왔지만 불안한지 머리를 만져보다가
갑자기 핸드백을 열어 거울을 꺼내 얼굴을 들여다본다.
연옥, 거울을 가방에 다시 넣고 섹시한 태도를 취해 본다.
연옥 (요염하게) 안녕하세요?
연옥, 이 포즈, 저 포즈 취해 보다가 갑자기 문이 땡 열리자
혼자 민망해하며 내린다.
S #12 이크레딧 사무실
연옥, 바짝 긴장한 얼굴로 사무실 안으로 들어온다.
연옥,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에 주눅이 드는데
안내데스크에 있던 여직원이 상냥하게 맞이한다.
안내 어서 오세요.
연옥 (우아하게) 안녕하세요.
안내 어떻게 오셨어요?
연옥 저, 최진상씨, 아니 사장님 좀 만나러 왔는데요.
안내 약속하셨어요?
연옥 네.
안내 성함이.
연옥 이연옥이요
연옥, 안내가 데스크에 있는 스케쥴판을 확인하는 동안 자기가 일할
사무실이라도 되는 듯
둘러보며 흐뭇해한다.
안내 ... 그런 이름은 없는데... 약속하신 거 맞아요?
연옥 (우아함이 무너진다) 아침에 전화로 약속했는데요?
안내 죄송합니다만 오늘 스케쥴이 꽉 차서요, 뵙기 힘드실 거
같은데요?
연옥 (황당하다) 무슨 얘기예요? 아침에 약속했다니까요?
안내 아무튼 지금 안 계시니까 다음에 약속하시고 다시 오세요.
연옥, 더러운 기분으로 돌아선다.
안내 잠깐만요. 이연옥씨라 그러셨죠?
연옥 (다시 기대에 차서 돌아선다) 네.
안내 죄송해요. 여기 메모가 있는데 제가 미처 못봤네요.
연옥 (그럼, 그렇지)
안내 이력서 놓고 가시면 연락 주시겠답니다.
연옥, 참담한 심정으로 잠깐 망설이다가 가방에서 이력서를 꺼내는데
진상이 들어온다.
진상 연락 온 거 없었나?
연옥 (반갑게 돌아보며) 안녕하세요.
진상 (전과 달리 예뻐진 연옥을 못 알아본다) 아, 예.
연옥 저, 이연옥이예요.
진상 (그제서야) 아, 아. 약속 못 지켜서 미안해요. 급한 약속이
생겨서. (안내에게) 다음 미팅이 몇 시지?
안내 세시 삼십분이요.
진상 자료는?
안내 책상에 있습니다.
연옥, 얼른 벽에 걸린 시계를 본다. 세시 십오분이다.
진상 (손목시계를 슥 보고) 그럼, 오분은 시간 낼 수 있겠네. (자기
사무실로 가며 안내에게) 내 방에 차 좀, 아, 아냐. 차는
됐어. (연옥에게) 들어 와요.
진상, 자기 사무실로 들어가 버린다.
연옥, 기분 나쁘지만 취직을 위해 꾹 참고 진상을 따라 안으로 들어간다.
S #13 진상의 사무실
진상, 자리에 앉아 서류를 뒤적이며 간간이 컴퓨터 모니터도 들여다보고 있고
연옥, 불쾌감을 꾹 참으며 소파에 혼자 앉아 있다.
진상 (계속 서류를 뒤적이며)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요?
연옥 잘 지냈어요.
진상 내가 시간이 없으니까 용건만 간단히 얘기합시다. 괜찮죠?
연옥 ... 네.
진상 용건이 뭐예요?
연옥 (기가 막히다) 전화로 대충 말씀 드렸는데요.
진상 아, 그렇지. 이력서 갖고 왔어요?
연옥, 가방에서 이력서를 꺼내 진상의 책상에 올려놓는다.
진상 (힐끗 보고 다시 자기의 일로 시선을 돌린다) 특기 있어요?
연옥 어떤 특기요?
진상 컴퓨터라든가, 외국어라든가, 하여간에 남들보다 잘 하는 거.
연옥 ...
진상 이연옥씨가 억울하게 회사 그만두게 된 거 알기 때문에 오늘
만나 주는 거예요. 하지만 우리 회사는 설계사는 필요
없다는 거, 알죠?
연옥 영어는 좀 하구요, 컴퓨터도 웬만큼은 다룰 수 있어요.
진상 좀 해 갖고는 어려운데... 아무튼 이력서 놓고 가요. 내가
우리 회사 아니더라도 한 번 알아볼 테니까.
연옥 (도저히 더 이상은 못참겠다) 이 회사에 사람이 필요한
거예요, 아니면 필요 없는 거예요?
진상 (하던 일을 멈추고 돌아본다)
연옥 처음부터 거절을 할 일이지, 이럴 거면 날 왜 오라
그랬어요?
진상 (어처구니없다는 듯 픽 웃는다)
연옥 지금 똥개 훈련시켜요? 오분이요? 만나준다구요? 최진상씨.
지금 얼마나 잘 나가는지 모르지만 사람을 이런 식으로
우롱하는 거 아니에요.
연옥, 진상의 책상에 놓았던 이력서를 확 구겨서 움켜쥐고 나간다.
진상, 얼떨떨한 얼굴로 연옥이 나간 쪽을 보고 있다가 픽 웃으며
책상으로 고개를 돌리는데
이력서가 그대로 있자 씩 웃으며 들어서 본다.
진상 이연옥이라...
S #14 엘리베이터 앞
연옥, 씩씩대며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다가 움켜쥐고
온 이력서가 아까워 펴 본다. 이력서가 아니다.
연옥, 황당한 얼굴로 사무실과 종이를 번갈아 보며 다시 들어갈까 말까
망설이는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미래가 내린다.
두 사람, 서로 깜짝 놀란다.
미래 (의아한 얼굴로 연옥을 아래위로 보다가) 이연옥씨가 여기
웬일이예요?
연옥 알 거 없어요.
연옥, 막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을 비집고 타 닫힘 단추를 마구 누른다.
엘리베이터 문 닫히고 연옥이 사라지면
미래, 괜히 기분 나쁜 얼굴로 사무실로 들어간다.
S #15 공사장
한참 건물을 올리고 있는 공사현장.
양복 차림에 가방을 든 만호, 작업반장인 듯한 사람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반장 기술도 없다면서?
만호 뭐든지 시켜주시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반장 아, 글세, 지금은 자리가 없다니까.
반장, 양복을 입고 건설현장에 나타난 만호를 미친 놈 보듯 하며
인부들이 밥을 먹고 있는 곳으로 가버린다.
만호, 인부들이 먹고 있는 새참을 보며 자기도 모르게 침이 꿀꺽 넘어간다.
만호, 얼른 자리를 뜨며 주머니를 뒤져보는데
천원짜리 한 장과 동전 몇 개가 나온다.
천원짜리 뒤에 미래의 명함이 딸려 나온다.
만호, 명함을 들여다보다가 앞에 있는 공중전화를 보고 잠시 갈등하지만
명함을 그냥 주머니에 넣고 지나친다.
S #16 만호네 집 (밤)
성기, 계속 연옥이네 집으로 전화를 하며 연옥의 아버지가 받으면 끊고
다시 걸기를 반복하고 있다.
소리 (연옥부) 여보세요.
성기, 얼른 끊고 조금 있다가 다시 전화를 한다.
소리 (연옥부) 여보세요. 어떤 놈이 자꾸 장난전화질이야? 엉?
성기, 얼른 전화를 끊고 괴로워한다.
성기 아, 정말. 미치겠네. 이 양반은 화장실도 안 가나?
이때 만호가 들어온다.
만호 뭐해? 전화통 끼고 앉아서.
성기 어, 너 마침 잘 왔다. 너, 나 대신 전화 좀 해줄래?
만호 (옷을 갈아입으며) 어디다?
성기 미스리한테.
만호 미스리?
성기 아, 왜 있잖아.
만호 ... 아! 이연옥? 그 아가씬 요새 어떻게 지내?
성기 그 때 그 일로 회사 짤렸대나봐.
만호 그래? (기가 막히다) 차! 억울한 사람이 또 있었구만.
성기 그래서 말인데, 내가 미스리를 꼭 좀 만날 일이 있거든?
근데 미스리 아버님이 전화를 바꿔줘야 말이지.
만호 만나서 뭐하게?
성기 만호야. 이건 정말 중요한 일이야. 이번 일만 잘 되면 니 돈
갚을 수 있을지도 몰라.
만호 됐어. 나, 그 돈 없어도 살 수 있으니까 괜히 엉뚱한 일에
애매한 사람 끌어들이지 마.
성기 미스리한테 밀린 월급도 좀 줄라고. 요새 어려운가 보더라.
만호 정말이야?
성기 그럼, 임마. 나도 양심이 있는 사람인데.
만호, 성기를 살피듯 보는데 성기, 수화기를 들어 만호에게 내민다.
S #17 패스트푸드점
연옥, 카운터에서 주문을 받고 있다.
연옥 불고기세트 나왔습니다, 손님. 감사합니다. (계산대를
정리하며) 어서 오세요.
손님 치즈 버거 두 개하고, 콜라 두 잔이요.
연옥 (계산기를 두드리며) 치즈버거 두 개, 콜라 두 잔이요.오천
육백원입니다, 손님.
매니저 이연옥씨 전화.
연옥 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손님.
연옥, 눈치를 보며 전화를 받으러 간다.
연옥 여보세요. ... (놀란다) ...어머, 안녕하세요.
S #18 야외 카페
연옥, 만호를 찾아 두리번거리다가 만호를 발견하고 다가간다.
연옥 안녕하세요?
만호 (일어나며) 안녕. 앉아요.
연옥 (앉으며) 나오셨단 얘긴 들었어요.
만호 그래요?
연옥 근데 무슨 일로.
이때 성기가 아이스크림 세 개를 사들고 자리로 온다.
성기 (반갑게) 미스리.
연옥, 미스리 소리에 놀라 돌아보다가 성기가 서 있자
어처구니없는 얼굴로 만호를 돌아본다.
시간경과.
세 사람, 아이스크림을 핥아먹고 있다.
성기 아버님이 화가 많이 나셨나 봐.
연옥 사장님 때문에 우리 집 조용할 날이 없어요.
성기 미안해. 내가 뭐 그러고 싶어서 그랬겠어?
연옥 그렇다고 다른 사람을 시켜서 전화를 해요? 시킨다고
전화하는 사람이나.
만호 나도 연옥씨 한 번 만나고 싶었어요.
연옥 왜요?
만호 어떻게 지내나 궁금해서요.
연옥 강만호씨가 왜 궁금해요?
만호 글쎄요, 궁금하더라구요.
연옥 ...
성기 아르바이트 힘들지? 미스리도 나이가 있는데 이제는
안정적인 직장을 가져야 되지 않겠어? 우리 옛날에 환상의
콤비였잖아.
연옥 (기가 막히다) 빚쟁이 따돌리는 콤비요?
성기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연옥 사장님하곤 절대로 일 안 해요. 그러니까 다시 끌어들일
생각은 마세요.
성기 내가 지금 구상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말이야,
연옥 (다 알고 있다는 듯) 몇 억짜린데요?
성기 칠백억.
연옥 (어이가 없어 말이 안나온다) 허, 차.
성기 이번엔 멤버가 확실해. 물주 빵빵하고, 영업사원, 채권회수팀
전부 대한민국 최정예 요원이야.
연옥 됐어요.
성기 내가 미스리한테 줄 돈이 있지?
연옥 필요 없어요. 사장님 가지세요. (일어나는데)
성기 당장 준다니까!
연옥 (솔깃해서 본다)
성기 월급 얼마면 되겠어? 백? 이백?
연옥 이백?
성기 오케이. 이백.
연옥 (다시 앉는다)
만호 (기가 막히다)
성기 자, 인사하지. 영업사원 강만호.
만호, 기가 막혀 성기를 보는데 성기, 연옥이 눈치채지 않게 눈을 찡끗거린다.
연옥 강만호씨도 같이 일해요?
성기 (만호가 뭐라 말할 틈을 주지 않고) 자, 얘기 끝났으니까
우리 어디 가서 저녁이나 먹지. 가자고.
성기, 만호를 막 밀고 간다.
연옥 이백?
연옥, 성기를 놓칠세라 부지런히 쫓아간다.
S #19 중국집
허름하지만 역사와 전통이 있는 듯한 중국집.
중국풍의 그림과 빨간 글씨들이 굉장히 중국집답다.
만호와 연옥, 성기, 테이블에 앉아 메뉴를 들여다보고 있다.
만호 형이 웬일이야? 밥을 다 산다 그러고?
연옥 저, 잡채밥 먹어도 돼요?
성기 될 거야.
연옥 네?
성기 아니, 된다고.
만호 그럼, 난 삼선 자장 먹어도 돼?
성기 글세, 너까진 잘 모르겠다.
만호 뭐?
연옥 사장님은요?
성기 어... 조금 있다가 주문하지.
만호 왜? 배고픈데, 빨리 시키자. 여기요!
종업원 예에! (다가오는데)
성기 (손을 들며) 잠깐! 조금 있다가.
종업원 오다가 돌아간다.
만호 뭐야?
성기, 진땀난다.
이때 입구에 쳐진 발을 대협과 총련이
양 쪽에서 벌려주는 사이로 보스가 폼나게 들어온다.
성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인사하고
만호, 연옥, 보스, 대협, 총련, 서로를 보며 깜짝 놀란다.
대협, 들어서면서부터 성기를 계속 못마땅한 얼굴로 째려본다.
성기 오셨습니까, 회장님.
보스, 얼굴을 찌푸리며 성기를 보다가 놀라고 있는 연옥을 보고
부드럽게 미소 짓는다. 연옥, 미치겠다.
만호, 보스일행과 성기를 번갈아 보며 얼굴이 싸늘하게 굳는데
보스 오랜만이야, 강군. 자네까지 나올 줄은 정말 몰랐네.
만호 (보스를 무시하고 성기에게) 뭐하는 짓이야?
성기 (연옥에게) 미스리. 알지? 전에 같이 잡혀갔었잖아? 이번에
우리 사업의 기둥이 돼주실 분이야. 정회장님.
연옥 (보스가 무서워 화도 못낸다) 어떻게 된 거예요, 사장님?
보스 (연옥의 옆에 앉으며) 내가 밥 한 번 사주고 싶어서. 모르고
나왔나?
대협과 총련, 보스의 뒤에 선다.
만호 (일어난다) 나, 먼저 갈게.
연옥 (따라 일어나며) 저두요.
성기 (다급하게) 미스리, 만호야!
보스 (만호에게) 성깔 부리지 말고 앉아!
만호, 보스를 탁 쏘아보는데
보스 젊은 친구가 너무 예의가 없구만. 내가 자네한테 밥을
사달라는 것도 아니고 밥을 사주겠다는데, 왜 반항해?
만호 당신한테 밥 얻어먹을 이유가 없으니까.
대협 당신? 이 자식이 또!
보스 (손을 들어 말린다) 밥을 먹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해? 배가
고프면 먹는 거야. 앉아!
만호, 살벌하게 보스를 노려보다가 연옥의 손목을 잡는다.
만호 갑시다.
보스 (부들부들 떨며 가까스로 참고 있다가 식탁을 쾅 내리친다)
앉아!
중국집 안에 일촉즉발의 긴장이 감돈다.
연옥 (덜덜 떨며 만호에게) 앉죠.
만호 (일전을 불사할 기세로 버티고 서 있다)
연옥 (보스와 대협, 총련의 눈치를 보며) 앉아요. 사주신대잖아요.
만호, 연옥과 보스를 번갈아 보다가 연옥이 때문에 할 수 없이 앉는다.
보스 (연옥에게) 우리 사무실에 방문했다가 잡혀 간 거 때문에
내가 늘 찜찜했어. 사무실 주인으로서 미안한 마음에 밥
사는 거니까 너무 부담 갖지 말고 마음껏 들어.
연옥 ... 네.
보스 주문하지.
대협, 종업원을 손짓해 부른다.
종업원, 다가온다.
보스 난 자장.
성기 나도.
연옥 저두요.
보스 요리 하나 시켜줄까?
연옥 아, 아뇨. 됐어요.
보스 음...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자장으로
통일하지. 한부장하고 전과장도 앉아.
한,전 예, 회장님.
대협과 총련, 옆 테이블에 앉는다.
보스 (연옥에게) 미스리라 그랬지?
연옥 ... 네.
보스 직업이 뭐야?
성기 안 그래도 이번 프로젝트에 미스리도 같이 합류하기로
했습니다.
보스 (입이 찢어진다) 오, 그래?
연옥, 울상이 되어 성기를 돌아보지만
성기, 전혀 개의치 않는다.
성기 그래서 말씀인데요, 지금 사무실에 이 인원이 다 들어가면
좀 비좁지 않겠습니까? 작은 사무실 하나만 마련해 주시면
저와 미스리가 의욕적으로 이번 프로젝트를 추진할
생각입니다.
보스 뭐하러 그래? 그냥 내 사무실 써.
성기 박스도 쌓아둬야 되고요, 영업팀 공간이 좀 있어야 됩니다.
보스 미스리는 내 책상 쓰라 그러고 (대협과 총련을 가리키며)
쟤들은 나가 있으라 그러지, 뭐.
대협과 총련, 깜짝 놀라 성기를 짝 노려본다.
성기 강군도 같이 합류할지도 모릅니다.
만호, 성기를 짝 째려본다.
보스 그래?
이때 종업원, 자장면을 들고와 식탁에 내려놓는다.
보스 자, 들자고. 그 얘긴 나중에 다시 하기로 하고.
일동, 말없이 자장면을 비비기 시작한다.
만호, 기가 막힌 얼굴로 성기와 보스의 대화를 듣고 있다가 자장면을 비빈다.
S #20 중국집 앞 (밤)
대협, 보스의 차 문을 열고 기다리고 있는데
보스, 만호의 뒤에 숨듯이 서 있는 연옥에게 다가온다.
보스 집이 어디야?
연옥 (사색이 된다) 아, 아니에요. 됐어요.
만호 (연옥을 보스에게서 보호하듯 앞으로 나서며) 저녁 잘
먹었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보스, 만호를 기분 나쁜 얼굴로 보다가 할 수 없이 차에 탄다.
성기 그럼, 들어가십시오, 회장님.
대협 (뒷문을 닫고 앞문을 열며 성기에게 싸늘하게) 육이년 뱀띠?
사무실에서 보자.
대협, 문을 쾅 닫으면 보스의 차, 붕 떠난다.
성기, 차 뒤꽁무니에 다시 한 번 절을 하고 허리를 편다.
성기 미스리. 오늘 고마워. 내가 사무실 구하는 대로 연락할게.
성기, 돌아보는데 만호와 연옥이 무섭게 자기를 노려보고 있자 흠칫 놀란다.
연옥, 씩씩거리고 노려보다가 갑자기 성기의 코에 주먹을 날린다.
성기 욱! (코를 감싸쥔다)
연옥, 홱 돌아서 간다.
성기 미스리! 미스리! 아우 내 코.
만호, 고통스러워하는 성기를 고소해하며 보다가 연옥의 뒤를 따라간다.
S #21 버스정류장 (밤)
연옥, 서 있는데 만호가 옆에 와 선다.
연옥, 만호를 싸늘하게 돌아보고 외면한다.
만호 ... 미안해요.
연옥 (쌀쌀맞게) 됐어요.
만호 정말 몰랐어요. 일이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전화 안 했을
텐데...
연옥 이제 와서 그런 얘기하면 뭐해요? (혼잣말로) 어흐, 정말
기가 막혀서. 도대체 박사장님하고 무슨 관계예요?
만호 ... 후... 어쩔 수 없는 관계예요. 아무튼 미안해요.
연옥, 만호가 거듭 사과하고 또 만호가 감옥에 갔다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문득 생각이 미치자
괜히 자기가 조금 미안해진다.
연옥 괜찮아요. 강만호씨 잘못이 아니에요.
만호 ...
연옥 월급 이백만원에 눈이 어두워서 홀랑 따라간 내가
미친년이지. 어으, 이 돌대가리. 바보. 멍청이. (버스가 오는
것을 보고) 어, 버스 왔다. 저, 갈게요. 안녕히 가세요.
만호 잘 가요.
버스가 서고 연옥, 타고 떠난다.
만호, 연옥이 탄 버스가 가는 것을 보고 있다가
문득 주머니에서 미래의 명함을 꺼내 들여다본다.
S #22 미래 사무실 (밤)
미래, 전화기를 노려보고 있다가 벌떡 일어나
옷과 가방을 집어들고 밖으로 나가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미래, 쏜살같이 뛰어와 수화기를 든다.
미래 여보세요? ... (실망) 좀 있다 갈 거예요. ... 네 ... 알았어요.
미래, 힘없이 수화기를 내려놓고 다시 잠깐 보다가
홱 돌아서 불을 끄고 나간다.
S #23 이크레딧 사무실
미래, 자기 방에서 나오는데 진상의 방문이 열려 있고
안에 불이 환하게 켜 있다.
미래, 그냥 나가려다가 진상의 방안을 슬쩍 들여다보며 열린 문을 노크한다.
S #24 진상의 사무실
진상, 와이셔츠 소매를 걷어 부치고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가 노크소리에
고개를 드는데 코피가 주루룩 흐른다.
미래 어머! (막 달려온다)
진상의 와이셔츠와 서류 위에 핏방울이 투두둑 떨어진다.
진상, 고개를 젖히고 코를 손으로 쥐는데
미래, 휴지를 막 뽑아 진상의 얼굴을 닦아주면
진상, 미래의 손에서 휴지를 받아 코를 틀어막는다.
미래, 진상이 코를 틀어막는 동안 진상의 얼굴과 와이셔츠, 서류에 묻은
핏자국들을 대충 닦아낸다.
진상 (가까이 다가온 미래의 얼굴을 느끼며) 고마워요.
미래 너무 무리하셨나 봐요.
진상 괜찮아요. 퇴근하는 길이에요?
미래 네. 오늘은 그만 들어가시죠? 내 차로 모셔다 드릴까요?
진상 아, 됐어요. 하던 건 마저 해야죠.
미래 뭘 하시는 건데요?
진상 오프닝 세레모니 전까지 마쳐야 할 일도 많은데 거기다가
만호, 그 자식까지 자꾸 걸려서요.
미래 (솔깃) 네? 강만호씨가 뭐요?
진상 차 한 잔 할래요?
미래 커피요?
진상 (일어난다) 아니, 내가 갖고 오죠.
미래 아니에요.
미래, 가방을 내려놓고 진상의 방 한 쪽에 있는
커피메이커에서 커피를 따른다.
진상, 소파로 가 앉으며 그런 미래를 유심히 살피다가
미래가 커피를 들고 돌아서려 하자
소파 등받이에 머리를 기댄다.
미래, 커피를 내려놓고 마주 앉는다.
미래 강만호씨가 왜요?
진상 (큰 휴지를 코에 꽂은 채) 미래씨 생각엔 만호가 다시
재기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미래 ...
진상 저번에 미래씨가 한 얘기를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아무래도
우리가 도와줘야 할 거 같아요.
미래 어떻게요?
진상 방법을 생각해 봤는데요, 지금은 기술팀 위주로 인력을
운영한다 그래도 언젠가는 영업쪽 인력도 보강을 해야 할
테니까 그 쪽 일을 외주형태로 밀어주면 어떨까 뭐,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아까 그 기획안 마무리하던 중이었어요.
미래 (감격한다) 그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진상 근데 워낙 자존심이 센 친구라... 내가 이런 제안을 해도
받아들일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얘긴데 당분간 만호한텐
비밀로 해주세요. 만호가 날 좀 싫어하거든요. 못 느꼈어요?
미래 ... 좀, 그런 거 같더라구요. 두 분이 왜 그러는 거예요?
진상 글쎄요. 나한테 라이벌 의식을 느끼나? ... 남자들끼린 그런
거 있어요.
이때, 미래의 가방 안에서 휴대전화가 울린다.
미래, 급히 전화를 꺼내 바쁘게 받는다.
미래 여보세요? ... (다시 실망) 들어갈 거예요, 지금. ...
알았다니까요. (확 끊는다)
진상 회장님이 찾으시나 보죠?
미래 가끔 이래요.
진상 그럼, 먼저 들어가요. 난 좀 더 있다 들어갈 테니까.
미래 그러지 말고 가시죠.
진상 그럴까요? 그럼, 태워 주실래요?
미래 그래요. 가는 길인데요, 뭐.
S #25 건물 앞 (밤)
만호, 길 건너편에서 진상의 사무실 건물을 올려다보고 있다가
여기까지 찾아온 자기 자신이 갑자기 한심하게 느껴져 픽픽 웃으며 돌아선다.
이때, 현관에서 미래와 진상이 나온다.
만호, 두 사람을 유심히 보는데 두 사람, 미래의 차에 같이 타고 떠난다.
만호, 착잡하고 괴롭다.
S #26 게임방 (밤)
철호, 게임 삼매경에 빠져 있다.
사람들, 철호의 주변에서 철호의 컴퓨터를 들여다 보며
환호와 탄성을 지르고 있고
상대편 주위에 서 있는 사람들, 우거지상을 하고 있다.
S #27 게임방 비상계단 (밤)
철호, 계단에 쪼그리고 앉아 만원짜리 지폐를 세고 일어나 뒷주머니에 꽂는데
게임방에서 우거지상을 하고 있던 불량배들이 계단 아래에 나타난다.
철호, 불량배들과 눈이 마주치자 후닥닥 계단 위로 튀어 도망간다.
S #28 만호네 동네 어귀 (밤)
만호, 터덜터덜 집으로 올라가는데 근처 게임방 입구에서
철호가 튀어나와 어디론가 막 달려가고 뒤이어
불량배들이 뛰어나와 철호의 뒤를 쫓아간다.
만호, 철호의 노랑머리를 알아보고 막 뛰기 시작한다.
S #29 공터 (밤)
철호, 불량배들에게 잡혀 바닥에 쓰러져 있다.
불량1 (멱살을 잡아 일으키며) 짜샤, 그러게 좋은 말로 할 때
들었어야지. 내놔.
철호 싫어.
불량2 싫어? 이 자식, 이거 완전히 꼴통이잖아?
철호 내가 정정당당하게 딴 거야.
불량1 정정당당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우리 돈 따먹고 니가 이
동네에서 무사할 줄 알았냐? 빨리 안 내놔?
불량1, 금방이라도 내리칠 듯 주먹을 드는데 누군가 뒤에서 주먹을 잡는다.
불량1 뭐야, 이거?
불량1, 돌아보는데 만호, 다짜고짜 불량1의 얼굴에 주먹을 날린다.
불량1 욱!
불량1, 코를 움켜쥐고 바닥에 웅크린다.
불량2가 뒤에서 덤벼들어 보지만 만호, 보지도 않고 가볍게 뒷발로 얼굴을
갈긴다.
철호, 깜짝 놀라 만호를 본다.
철호 형!
만호 너, 이 자식. 집에도 안 들어오고 어딜 싸돌아다니는 거야?
잘한다. 길바닥에서 이런 놈들한테 얻어터지기나 하고.
철호 (불량1,2가 전열을 가다듬고 만호의 뒤에서 공격을 해오는
것을 보고 놀라) 형!
만호, 철호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양쪽에서 다가오는 불량1,2를 두 주먹으로 동시에
가격해 쓰러뜨린다.
만호 (철호에게) 가자.
만호, 돌아서서 가면
철호, 형의 실력에 놀라 반항할 생각도 못한 채 따라간다.
S #30 만호네 집 (밤)
만호, 문을 거칠게 열고 들어온다.
성기, TV를 보고 있다가 깜짝 놀란다.
성기 너, 어디 갔다 오냐?
만호 (꽥) 들어와, 이 자식아!
성기, 움찔 놀라는데 철호, 잔뜩 주눅이 들어 안으로 들어온다.
만호, 다짜고짜 철호의 머리통을 세게 갈긴다.
만호 너, 이 자식. 니가 정신이 있는 놈이야, 없는 놈이야? 너,
형이 지금 이러고 있으면 속이라도 썩이지 말아야 할 거
아냐? 하루 종일 공부만 해도 모자랄 놈이 게임방에서
돈내기나 해?
철호, 만호를 짝 째려보면 만호, 다시 한 대 뻑 갈긴다.
성기 야, 만호야. 말로 해. 다 큰 앨 왜 때리고 그래?
만호 뭘 잘했다고 노려봐? 얼마나 더 내 속을 썩여야 되겠어? 너,
그럴 거면 나가! 꼴도 보기 싫어! 나가!
만호, 철호의 물건들을 닥치는 대로 문 쪽으로 집어던지다가
철호를 발로 짓밟는다.
성기 야, 만호야! 만호야!
만호 내가 지금 내 한 몸 건사하기도 얼마나 힘든 줄 아냐? 니
눈엔 내가 지금 제 정신으로 살고 있는 거 같아 보이냐?
나가! 다 필요 없어. 나가!
철호 (울먹이며) 왜 나만 갖고 그래? 형이 못 벌면 나라도 벌어야
할 거 아냐?
만호 (버럭) 누가 너더러 돈 벌어 오래!
철호 새벽부터 아줌마가 월세 밀렸다고 돈 달라 그러는데 형
같으면 학교 갈 맘이 나겠어? 나도 돕고 싶어서 그런 거란
말이야.
만호, 더 이상 철호를 때리지도 못하고
우는 철호를 보다가 밖으로 확 나가버린다.
성기, 철호를 달래며 나가는 만호 쪽을 돌아본다.
S #31 만호네 집 옥상 (밤)
만호, 터지는 속을 주체하지 못하고 난간을 짚고
서서 눈물을 뚝뚝 흘리며 숨죽여 운다.
S #32 만호네 집 (아침)
만호, 양복을 입고 있는데
철호, 말없이 책가방에 책을 막 쑤셔 넣고 가방 메고 밖으로 확 나간다.
만호 야! 차비 있어?
성기, 구석에 놓인 밥상에서 밥을 먹으며 만호의 눈치를 보고 있다.
만호 (성기에게) 안 나갈 거야?
성기 어, 나가야지. 넌 어디 가냐?
만호 나갈 거면 빨리 준비해.
성기 왜?
만호 뭐라도 해서 벌어먹고 살아야 될 거 아냐. 오늘부터 같이
나갑시다.
성기 정말이야? 알았어.
성기, 밥상을 들고 잽싸게 밖으로 나간다.
만호, 넥타이를 매다 말고 자신이 내린 결정이
과연 옳은 것인지 생각을 하며 거울 속 자신을 빤히 들여다본다.
S #33 이크레딧 사무실
이른 아침.
진상, 아무도 없는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와 자기 방으로 간다.
S #34 진상의 사무실
진상, 들어와 브라인드를 활짝 젖히고, 커피를 들고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서랍을 열어
서류들을 꺼내다가 연옥의 이력서를 본다.
진상, 이력서를 꺼낼까 말까 하다가 꺼내며 씩 미소 짓는다.
S #35 연옥이네 집
연옥, 뻗어서 자고 있는데 문이 벌컥 열리고 엄마가 들어온다.
엄마, 연옥의 자는 모습을 한심하다는 듯 보다가 이불을 확 걷는다.
엄마 일어나!
연옥 (잠에 취해) 왜 그래? 나, 피곤하단 말야.
엄마 일어나서 밥 먹어. 다 큰 기집애가. 지금 몇시야? 아버지
출근하시는데 인사도 드리고 그래야지!
연옥 조금만 더 자고.
엄마 안 일어나? 언제까지 이렇게 빈둥빈둥 놀면서 늦잠이나
퍼질러 잘 거야? 요새는 취직도 어렵지도 않다더구만.
그렇게 놀 거면 시집이나 가든가.
연옥, 자기를 포기하고 벌떡 일어난다.
연옥 엄마, 왜 그래? 시집은 맨 입으로 가? 나, 시집 보내줄 돈
있어?
엄마 그러니까 빨랑빨랑 취직하란 말이야. 집에서 노는 꼴 더
이상 못보겠으니까.
연옥 엄마는 내가 언제 놀았다 그래? 여지껏 내가 그냥 논 적
있어? 취직 안되면 아르바이트라도 했잖아?
엄마 그 잘난 아르바이트해서 몇 푼이나 번다고. 너 처럼 이쁘고
똑똑한 애가 도대체 왜 취직이 안되는 거냐?
연옥 똑똑하긴 뭐가 똑똑해?
S #36 연옥이네 집 마루
아버지와 지옥, 밥을 먹으며 연옥과 엄마가 싸우는 소리를 듣고 있다.
엄마 (소리) 그만하면 이쁘고 똑똑하지.
연옥 (소리) 그건 엄마 생각이고 내가 밖에선 무슨 수모를 당하고
다니는지 알아? 내가 학벌이 있어? 돈이 있어? 특별한
기술이 있어? 나도 힘들어. 그러니까 나한테 뭐라 그러지
말란 말이야.
엄마 (소리) 아니, 이 기집애가 아침부터 왜 소리를 빽빽 지르고
지랄이야?
이때 전화벨 울린다.
연옥, 방에서 나와 밥상 앞에 앉는다.
엄마 눈꼽이나 떼고 밥먹어!
아버지 여보세요. ... 맞습니다만, 당신 누군데 꼭두새벽부터
전화질이야? ... 누구요? ... 잠깐만요. (연옥에게)
최진상이라는데?
연옥, 깜짝 놀란다.
S # 보스의 사무실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