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 건물앞
날은 건물 앞에 검은 승용차가 와서 선다.
잠시후 앞문이 열리고 선그라스를
쓴 총련이 차에서 내려 좌우를 날카롭게 둘러본 다음 뒷문을 열어준다.
뒷자리에서 역시 선그라스를 쓴 대협이 거만하게 내려
건물을 싸늘하게 노려보다가 안으로 들어간다. 총련, 얼른 따라들어간다.
S#2. 건물 안 계단
좁고 지저분한 계단을 오르는 대협과 총련, 대협, 싸늘한 얼굴로
계단 모퉁이를 돌아서다가 깜짝 놀란 얼굴로 양팔을 벌리고
벽에 바짝 붙어 선다. 음식 찌꺼기가 여기저기 묻은 짜장면, 짬뽕 그릇을
양손에 가득 든 중국집 배달원이 게걸음으로
두사람의 앞을 아슬아슬하게 지나 계단을 내려간다.
대협과 총련, 혹시라도 자신들에게 묻을세라 고개를 돌린 채
머리까지 벽에 딱 붙이고 배달부가 지나가기를 기다린 다음
못마땅한 얼굴로 배달부의 뒷모습을 째려보는데
위에서 내려오던 성기가 두 사람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 소리없이 돌아간다
대협과 총련, 성기가 사라지자마자 배달부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다시 싸늘한 얼굴로 계단을 올라간다.
S#3. 성기의 사무실
연옥 글세, 출장 가셨다니까요.
이때 성기가 문을 벌컥 열고 뛰어드러오다가연옥이 전화를 받고 있는 것을
복 살그머니 문을 닫는다.
연옥 한달 뒤에 전화하세요.(끊는다)
성기 어떻하지? (숨을 곳을 찾아 두리번거리다가 소파 뒤에서
숨으며작지만 다급한 목소리로)미스리!나, 없는 거야.1알았지?
나 없어!
연옥, 벌떡 일어나 캐비넷 문을 벌컥 연다.
연옥 거긴 들어오면서 바로 보인다고 몇번을 얘기해야 되요?
성기 아, 그래? (민망하게 웃으며 소파 뒤에서 일어나 캐비넷
안으로 들어간다.) 고마워 미스리. 내 이 은헤 잊지 않을게
연옥, 성기가 미처말을 끝내기 전에 캐비넷 문을 신경질적으로 닫는데
그순간 출입문이 벌컥 열리고 총련이 들어온다.
연옥 (캐비넷에서 미쳐 손을 뗄 사이가 없자 그대로 섹시하게
손을 뻗은 채) 어떻게 오셨어요?
대협, 총련의 뒤에서 나타나 싸늘하게 안을 둘러보다가 연옥을 노려보며
다가온다. 총련, 대협의 뒤를 따라 들어오는 문을 발로 닫는다.
연옥, 심상치 않은 두 사람의 태도에 일순 긴장하지만
이미 이력이 난 듯 아무렇지 안은 얼굴로 자리에 앉으며
연옥 사장님 만나러 오셨으면 다음에 오세요. 지금 안계셔요.
대협, 픽 웃다가 연옥의 책상 위에 다리 한쪽을 올려놓고
주머니에서 아미나이프를 꺼낸다.
연옥 사삭이 되는데 대협, 줄칼을 펴 손톱을 다듬기 시작하고
총련은 소파를 뒤집어 밑을 살펴보고 테이블도 뒤집어버리면서
거칠게 성기를 찾기 시작한다.
연옥 왜, 왜들 이러세요? 다음에 오시라니까요.
대협 (부드럽고 위엄있게) 애인있어?
연옥 네?
대협 나 무섭지.
연옥 네?
대협 사장 어딨어?
연옥 출장중 이신데요.
대협 (작게)뭐?
연옥 추, 출장...
대협 (크게)뭐?
연옥 (거의 안 들리게) 출장이요....
대협, 책상에서 다리를 내리고 연옥의 책상을 가볍게 뒤집어 버린 다음
연옥의 멱살을 잡아 일으켜 벽에 밀어붙인다.
대협 (위협) 좋은 말로는 안되겠구만.
대협, 총련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며 주먹을 치켜들고
사무실 여기저기를 뒤져보던 총련이 캐비넷에 손을 뻗는 순간 연옥,
사색이 되어 눈동자가 가운데로 몰리며 비명을 지른다.
연옥 아아아악! 사장니이임!
연옥, 멱살을 잡힌 채 기절한 척 하는데 순간 문이 벌컥 열린다.
대협과 총련, 문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연옥도 눈을 살짝 들고
문 쪽을 보나. 사무실 창과 열린 출입문으로 부는 맞바람에
머리카락과 넥타이를 날리며 만호가 서 있다.
대협 (연옥의 멱살을 잡은채) 뭐야?
만호, 뭔가 이상한지 품에 손을 넣는다.
대협, 총이라도 꺼내는 줄 알고 깜짝 놀라 흠칫 굳는데 만호,
품에서 쪽지를 꺼내 들여다보고 사무실 문에 붙은 호수를 확인한다.
대협, 안심한다. 연옥, 소리를 질러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고
성기, 캐비넷 안에서 조심스럽게 밖을 살핀다.
만호 여기가 박성기씨 사무실 아닙니까?
대협 지금 우리 바쁜 거 안보여?
만호 박성기씨 좀 만나러 왔는데요.
대협 야, 한과장. 쟤 좀 내보내라.
총련 야! 가!
만호 (총련을 무시하고 대협에게)그손, 놓고 얘기하시죠.
대협, 기가 막혀 만호를 보다가 연옥의 멱살을 잡고 있던 손을 그대로 놓아
버리면 연옥, 기절한 척 벽을 타고 주루룩 그 자리에 주저앉아
실눈을 뜨고 상황을 살핀다.
대협 (예리하게 노려보다가 같잖다는 듯 비웃으며 천천히
다가간다) 어린놈이 간뎅이가 부었구나.
만호 ...뭐?
대협, 느닷없이 만호에게 주먹을 날린다.
만호 얼떨결에 대협의 일격을 맞고 나가떨어진다.
대협 너, 오늘 잘못 걸린 거야. 좋게 얘기할 때 갔어야지.
언제부터인지 철제 캐니넷의 문이 달달달 떨리는 소리가 들리지만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 만호, 기가 막혀 픽픽 웃으며 일어난다.
대협 웃어? 한과장 잘 봐둬라. 이런놈들은 어떻게 다루는지
내가 오늘 확실하게 시범을 보여줄 테니까.
만호 니들 뭐하는 놈들이야?
대협 놈드을?
대협,다시 주먹을 날리는데 만호, 대협의 팔목을 잡는다.
성기,덜더 떨며 캐비넷 문을 손으로 꼭잡은 채 틈 사이로
밖늘 내다보고 있다.
대협 아쭈, 이거 안 놔?
대협, 다시 주먹을 날리는데 만호, 이번에도 팔목을 잡는다.
대협, 양손이 잡히자 머리로 받을 달려들지만만호,
순식간에 대협의 뒤로 돌아서며 대협의 양팔로 대협의 목을 조인다.
대협 욱! 한과장! 총련아!
총련, 대협을 돕기 위해 만호에게 달려들지만 만호,
기다렸다는 듯 뒤로 발을 뻗어 총련에게 날린다.
총련, 만호의 발길질에 연옥 위로 나가떨어지면
여옥, 잽싸게 몸을 굴려 피한다.
대협, 만호가 발길질을 하느라 중심이 흐트러진 트을 타
만호를 업어치기로 넘겨 버린다. 바닥에 쓰러진 총련, 일어날까 말까
잠시 망설이며 옆을 돌아보다가 연옥과 눈이 마주친다.
연옥, 얼른 눈을 질끈 감고 총련도 얼떨결데
벌떡 일어나 대협을 도와 만호에게 달려들지만
만호의 번개같은 손놀림, 발놀림에 변변히 대항도 못해보고
성기가 숨어 있는 캐비넷을 안고 마닥에 쓰러진다.
만호, 쓰러진 대협과 총련을 잠시 보다가 연옥에게 다가가 손을 내민다.
연옥, 황홀한 얼굴로 만호의 손을 잡고 일어난다.
만호 괜찮아요?
연옥 (다소곳하게) 네.
만호 전화 한 통만 쓸게요.
만호, 수화기를 들고 112를 누른다.
만호 여보세요? 112죠?
연옥 안돼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수화기를 빼앗아 끊는다. )
만호 (의아한 얼굴로 보다가) ... 여기 직원이예요?
연옥 네.
만호 여기 사장이 박성기씨 맞아요?
연옥 네. 그런데 누구세요?
만호 사장님 들어오시면 강마노란 사람이 찾아왔었다고
전하세요. 내일 다시 올테니까 내일까지 준비해 놓 으라고..
연옥 그렇게만 전해드리면 아실까요?
만호 모르면 인간도 아니죠.
연옥 ...네.
만호 (돌아서 나가다가 문득 다시 돌아보며) 나 같으면 여기
당장 그만 두겠습니다.
연옥 저도 그럴 생각이예요. 안녕히 가세요.
만호, 돌아서 나간다.
연옥, 만호가 사라진뒤에도 만호가 나간 문을 한참을 보는데
캐비넷 안에서 신음소리가 들린다.
성기 (솔)으으으... 미스 리. 어떻게 된거야? 그놈들 갔어? 나좀
꺼내줘.
연옥 (캐비넷을 잠시 보다가 핸드백을 들고 일어난다.) 안녕히
계세요. 밀린 월급은 떼먹으세요. (나간다)
성기 (소리) 미스리! 미스리!
성기, 밖이 조용하자 어렵게 캐비넷 문을 열고
가까스로 캐비넷 안에서 빠져 나오다가
바닥에 뻗어있는 대협과 총련을 보고 소리 없아
간단한 서류와 전화기 등을 챙긴다.
성기, 마지막으로 사무실을 한 번 더 둘러보고 사무실을 나가려는데
대협이 으으으 신음소리를 내며 정신을 차리려 하자 들고 있던
전화기로 대협의 머리통을 한 대 내리치고 나간다. 대협, 다시 쭉 뻐는다.
S#4 보스의 사무실
넓은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을 등지고보스가 폼나게 회전의자에 앉아 있다.
보스, 싸늘하게 대협과 총련을 노려보고 있고
여기저기 반창고를 붙인 대협과 총련은 고개를 푹 숙이고
두 손을 앞으로 모아 잡고 보스의 책상 앞에 공손하게 서 있다.
보스 (한참을 노려보다가) ... 전대협.
대협 예, 회장님.
보스 이름이 아깝다.
대협 ... 죄송합니다, 회장님.
보스 그돈이 어떤돈인 줄 알지?
대협 ...
대협 한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 회장님.다음번에는 반드시
해결하겠습니다. 그 놈이 느닷없이 나타나지만 않았어요,
보스 변명하지마.
대협 ...
보스 둘 다 잡아와.
대협 예, 회장님.
보스 가 봐.
대협과 총련, 보스에게 꾸벅 인사하고 돌아서면
성기의 사무실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작은 사무실의 저체 모습이 드러난다.
보스의 책상과 소파세트가 집기의 전부이다.
대협과 총련, 비닐소파가 그들의 자리인듯 돌아가 앉는다.
소파 테이블에는 팅팅 불은 자장면 두그릇이 놓여 있다.
대협과 총련, 떡이 된 면을 비벼보려고 애쓰다가 포기하고
보스의 누치를 슬쩍 보며 그냥 베어먹기 시작한다.
보스, 회전의자를 돌려 창 쪽을 향한다.
보스 그릇 꼭 내와라. 사무실 냄새 배지 않게.
대협 (입에 가득 물고) 예, 회장님.
보스 (혼잣말로) 박성기 이 자식을 그냥!
S#5. 여관방
방아에는 사무실에서 대충 들고 나온 집기와 셔류들이 지저분하게
널려 있고 속옷 차림의 성기, TV를 켜 놓은 채 장부 정리를 하고 있다.
성기 정회장, 천오백.... 김호장 팔백........... 이여사 오백......김양
삼백.... 강만호 이백.......
성기, 갑자기 만호가 생각났는지 수첩을 뒤져 전화번호를 찾아 전화를 건다.
전화벨이 계속 울리지만 아무도 받지 않는다.
S#6. 바닷가
인적이 드문 백사장. 석양이 지고 있다.
사각 수영팬티를 입은 만호와 삼각 수영팬티를 입은 진상이
선그라스를 낀 채 양 팔꿈치로 상체를 지탱한 똑같은 포즈로
모래밭에 비스듬히 누워 지는 해를 바라보고 있다.
진상의 얼굴이 붉게 물들어 있다.
만호 여기서 만날 줄은 몰랐다.
진상 나도 마찬가지야. 넌 좀 다르게 살 줄 알았더니 별수
없구나?
만호 먹고사는게다 그렇고 그렇지,뭐. 너야말로 무슨 고시반인가
들어갔다고 들은 거 같은데?
진상 ...전술이야 상황에 맞게 구사해야 하지 않겠어?
만호 ..(놀고 잇네) ... 어머님 자주 찾아 뵙냐?
진상 안그래도 부탁하려고 했는데 집안 얘기는 아는 척 하지
말아 줬으면 좋겠다. 나도 너희 부모님 얘기는 꺼내지 않을
테니까.
만호 .... 그러지, 뭐. ..(바다를 보며)좋다! 좋지?
진상 이제 그만 들어가 봐야 되지 않을까?
만호 설마 죽이기야 하겟냐?
진상, 초조하게 시계를 들여다본다. 두 사람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흐른다.
이때, 두 사람과 석양의 중간쯤에서 수영을 하던 연인이 수영을 마치고
바닷가로 걸어 나온다. 진상은 진지한 얼굴로 다시 말을 건네지만
만호는 석양을 등지고 물속에서 나타난 늘씬한 비키니
차림의 여인에게 이미 넋이 나가있다.
진상 넌 인생의 목표가 뭐냐?
만호 뭐?
진상 인생의 목표가 뭐냐구.
만호 그런 거 꼭 있어야 되냐?
진상 (그런 만호를 비웃으며) 난 십억이야
만호 (다가오는 여인을 눈을 쫓으며) 십억?
진상 (여전히 진지하게) 십억만 모으면,
만호 나 일억만 꿔주라!
진상, 김이 팍 새서 만호를 째려보는데 만호,
여인을 더 자세히 보기 위해 썬그라스를 반쯤 내린다.
여인(미래), 만호와 진상의 옆을 지나쳐 커다란 타올이 깔려 있는 자리로
가 물에 젖은 탐스러운 머리를 흔들어 물기를 털어낸 다음
타올로 머리를 닦고 잦은 수영복 위로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머리부터 뒤집어 써입고 옷안에서
비키니와 윗조각과 아랫조각을 벗어 옷 밖으로 꺼낸다.
만호, 점점 눈이 동그래지고, 만호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리던
진상, 입이 딱 벌어진다.
미래, 수영복과 타올 등을 가방에 넣고
가방을 어깨에 메고 돌아서다가 자신을 보고 있는 만호,
진상과 눈이마주친다.
만호 (여유있게) 안녕.
미래,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돌리고 가버린다.
만호와 진상, 미래의 뒷모습을 목이 부러져라 바라본다.
만호 분명히 안입었지.
진상 응.
만호 ...(상상하다가)으아1 못참겠다. 수영이나 하자.
만호, 벌떡 일어나 바닷물로 뛰러드고
진상, 미래가 간 쪽을 다시 한 번 도아보고 시계를 들여다본다.
S#7. 에이스카드 연수원담(밤)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만호와 진상의 소리가 들린다.
만호 구멍이 어디야?
진상 그리로 나왔잖아. 나온 데도 못 찼냐?
만호 깜깜해서 보여야지.
만호와 진상, 궁시렁거리며 겨우 개구멍을 빠져나오는데
후레쉬 불빛이 얼굴에 비친다.
두사람, 엉거주춤 기어 들어오던 자세
그대로 후레쉬 불빛을 향해 눈살을 찌푸린다.
S#8. 에이스카드 연수원(밤)
만호와 진상, 가스메 에이스라고 쓰인 운동복
차림에 굳은 얼굴로 교육담당 앞에 서 있다.
교육 연수원에 소풍 왔습니까? 입사시험엔 합격했으니까 이젠
내 멋대로 하겠다? 그런 썩어빠진 정신상태로 어떻게 이
사회의 치열한 생존경쟁을 헤쳐나가겠습니까? 지금 이
시간부터 연수원 교육이 끝나는 그 날까지 두 사람한테 특별
개인교습을 실시하겠습니다. 내 명예를 걸고 쓰레기 같은 두
사람을 이 사회의 동량이 될 재목으로 변모시키고야
말겠습니다. 자, 에이스맨 시작1
만호와 진상, 두 발을 강당 바닥에 쾅쾅 딛고 두 손으로
자신의 허벅지와 배, 가슴, 이마 등을 펑펑 때려가며 악을 쓰기 시작한다.
이마에는 핏발이 서고 얼굴은 시뻘겋게 달아오르고
목소리는 이미 쉬어 있다. 만호와 진상,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반복한다.
만,진 (꽥) 나는 냉철한 머리와 뜨거운 가슴,
교육 (꽥) 더 크게!
만,진 강인한 체력과 불굴의 정신력으로 무장하고
교육 힘차게!
만,진 튼튼한 두 발로 대지를 굳게 딛고 드넓은 가슴으로 온
세상을 품에 안고
교육 소리가 그거박에 안나오나! 밤새도록 하고 싶어1
만,진 무쇠 같은 두 팔로 그 어떤 역경이라도 헤치고 나가는
싸나이 중의 싸나이다! (교육도 함께) 하나된다. 에이스!
안되면 되게하라. 에이스!
교육 연속 이십회 반복!
만,진 나는 냉철한 머리와 뜨거운 가슴,
S#9. 연수원 샤워실
만호와 진상, 벽에 나란히 박힌 샤워 꼭지 앞에 서서 씻고 있다.
만호 (가볍게) 아, 쪽팔려. 사회에 나와서까지 이렇게 혼나고
살아야 되는거야? 여기가 무슨 군대야, 뭐야?
진사, 머리를 헹구다말고 갑자기 벽을 주먹으로 힘껏 내지른다.
진상 에잇!
만호, 떠들다 말고, 놀라 진상을 보는데 진상, 만호를 무섭게 노려본다.
진상 너, 조용히 안 할래?
만호 왜 그래, 임마?
진상 (화를 참으며 씹어뱉듯이) 너 땜에 자식아 전략기획팀은
물 건너갔어. 알아?
만호 (기분 더럽다) 이 자식 웃기는 자식이네? 그게 왜 나
때문이라는 거야?
진상 (잠시 빤히 노려보다가) 관두자. 너처럼 생각 없는 놈하고
무슨 얘길 하겠냐? (다시 씻기 시작한다. )
만호 뭐야 임마? 너 다시 얘기해 봐.
만호, 진상의 어깨를 잡고 돌려세우려는데 진상, 만호의 손을 거칠게 쳐내고
수도꼭지를 잠근다.
진상 너, 앞으로 내 주변에 얼쩡거리지마.
진상, 일방적으로 툭 내뱉고 밖으로 나가버린다.
만호, 기분 나쁜 얼굴러 나가는 진상을 보며 어처구니 없어
픽픽 웃다가 다시 씻기 시작한다.
S#10.연수원 게시판 앞
부서배치공고가 붙은 게시판 앞에 똑같은 츄리닝을 입은 신입사원드이
우글우글 모여 공고를 보고 있다.
전략 기획, 상품개발, 고객만족, 채권기획, 여신기획, 여업기획,
마케팅, 심사, 등등의 무서명 밑에 한두명씩 이름이 적혀 있다.
영업본부 빝에 진상과 만호의 이름이 적여 힜다.
진상, 사원들 틈에서 싸늘하게 구든 얼굴로 공고를 노려보고 있다.
뒤늦게 나타난 만호, 공고를 들여다보다가 픽 웃는다.
만호 (진상에게) 너 어떻하냐? (돌아서 간다.)
진상, 만호의 말에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고 그 자세 그대로 서 있다.
S#11. 만호네 집 계단(밤)
다가구주택의 옥타방으로 올라가는 계단.
만호, 커다란 가방을 들고 게단을 올라가는데
주인 아줌마가 발소리에 창을 열고 내다본다.
주인 총각. 이제와?
만호 예. 그동안 안냥하셨어요?
주인 동생한테서 연락 아갔어?
만호 아뇨.
주인 붙잡혀 있디야. 가봐. (창문을 쾅 닫는다.)
만호, 얼굴 굳는다.
S#12. 경찰서(밤)
만호, 경찰관 책상 앞에 앉아 있다.
경찰 여기 싸인 하시고.
만호 예.
경찰 (한심하다는 듯이 혀를 찬다) 차, 하고 다니는 꼬라서니하고.
만호, 경찰관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서서 벤치에 앉아 있는 동생을 잠시 보다
가 다가간다. 머리는 샛노랗게 물을 들익 한쪽 귀에 귀걸이를 한 10대 후반
의 철호, 얼굴 여기저기 얻어 터져 있다. 철호, 만호가 다가오거나 말거나 머
리를 벽에 대고 있다가 게슴츠레 눈을 떠 만호를슥 한번 올려다 보고 다시
눈을 감는다.
만호 (꾹 참으며) 가자.
철호 ...
만호 안갈꺼야?
철호, 괜히 인상쓰면서 일어나 반항적으로 만호
아을 슥 지나쳐 문쪽으로 간다.
만호, 뒤다라가며 뒷통수를 한 대 갈긴다.
만호 인사 드리고 감, 마.
철호 (자존심 상한 얼굴로 인상을 다시 한 번 구기며 옆으로
대충 인사한다) 안녕히 계세요.
동생, 문을 거칠게 열고 나가고 만호, 얼른 따라 나간다.
S#13. 만호네 집 (밤)
작고 지저분한 방. 여기저기 만화책과 잡지, 입고 벗어 던진 옷가지들이
지저분하게 널려 있고 컵라면 그릇들도 구석에 아무렇게나 처박혀 있다.
벽에 주욱 박힌 못에는 만호의 계절별 단 벌 양복 두 벌과
티셔츠 등이 걸려 있다.
깔아 놓은 뒤로 한 번도 안 갠 듯한 후줄근한 요 위에 팬티와 런닝이
뒹굴고 있다. 만호, 밥상을 들고 들어와 벽을 보고 모로 누워 있는 철호
앞에 내려 놓는다.
만호 야, 일어나. 밥 먹어.
철호 (그 자세 그대로)...
만호 (꽥) 밥 안 먹을 거야?
철호 형이나 먹어.
만호 (동생의 뒷통수를 노려보다가) 너 도대체 커서 뭐가 될라
그래? 왜 쓸데 없이 싸우고 돌아다녀?
철호 ....
만호 착교는 왜 안 갔어?
철호 ...가기 싫어서.
만호 너 고등학교도 안나와서 뭐해 먹고 살거야?
철호 내 인생,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형은 신경 꺼.
만호 (끓어 올라 한 대 칠 듯이) 어으, 이걸 그냥.
철호 ....
만호 너 내일 당장 할머니한테 내려가. 너 이러는 꼴 나도 더
이상못봐주겠어. 세상에 고아가 너 하나냐?
철호 ... 나 고아 아니야.
만호 그래서 그러는 거야? 고아가 아니라서? 엄마도 엄마
인생이 있는 거야. 너도 이제 그런 거 이해할 나이 되지
않았냐?
철호,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소리 지른다.
철호 그래, 형, 잘났어. 형은 다 이해해서 좋겠다. 그래서 나보고
어떻하란 거야/
철호, 밖으로 뛰쳐 나간다.
만호 야! 안들어와?
S314. 옥상 - 만호방 앞(밤)
많, 야겨을 내려다 보다가 함수을 팍 내쉬며 소주를 벌컥벌컥 들이킨다.
S#15. 만호방
자명종이 요란하게 울린다.
만호, 자명종 반대쪽으로도아누웟다가 안되겠는지 손을 뻗어
더듬더듬 자명조을 끄고 다시 잠을 청하다가 깜짝 놀란 얼굴로
눈을 번쩍 뜨고 뒤를 돌아본다
노랑머리가 보이자 안심하고 벌떡 일어난다.
S# 16. 진상이네 집
강남의 현대식 원룸.만호방보다 훨씬 크고 잘 정리도어 있다.
침대와 AV세트, 응접세트, 주방설비 등이 제법 고급스러워 보인다.
욕실 문이 열리고 샤워를 마친 진상이 머리를 털며 밖으로 나온다.
진상, 욕실 근처에 잇는 콘솔에서 스킨을 집어드러
신일룡처럼 폼나게 얼굴에 두들 바른 다음 한 쪽 벽을 차지하고 있는
붙박이장을 연다. 진상, 와이셔츠와 양복을 골라 양손에들고
거울 앞에 서서 자기 몸에 대 본다.
진상, 겅ㄹ 속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다가 자신 있게 씩 웃어 본다.
S#17. 에이스 카드 로비
만호, 회전문을 열고 들어오다가 다른 문으로 들어오던 진상과 마주친다.
진상과 두사람, 잠시 멈칫하다가 말없이 엘리베이터로 걸어가 사람들 뒤에
선다. 잠시 후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만호와 진상,
사람들 틈에 섞여 엘리베이터에 탄다. 문이 닫히려는 순간
미래가 엘리베이터를 향해 다가오자 진상, 얼른 열림 단추를 누른다.
미래,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면 LS상, 단추에서 손을 뗀다.
S# 18. 엘리베이터 안
직원들로 꽉 찬 엘리베이터 안. 문 가까운 곳에
만호와 진상 사이에 미래가 바작 붙어서 있다.
미래 (진상을 보지도 않고) 고마워요.
만호와 진상. 소매없는 원피스를 입은 미래를 곁눈으로 힐긋 보다가
서로 눈이 마주치자 얼른 시선을 앞으로 돌리지만 잠시 후
거의 동시에 미래를 알아보고 놀란 눈으로 미래를 향해 고개를 돌리는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미래,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만호와 진상,
얼른 따라 내리는데 미래, 여자화장실 안으로 쏙 들어가 버린다.
만호와 진사, 괜히 아닌 척 복도를 두리번거리며
어디로 가야되나 잠깐 고민된다.
S#19. 회의실
만호와 진상, 커다란 회의 테이블에 멀멀하게 마주 앉아 있다.
서로 눈길을 마주치지 않으려 한참동안 애쓰고 있다가
만호가 답답한 침묵을 못 참고 말을 건넨다.
만호 걔도 여기 다니나 보지?
진상 ...
만호 난 계처럼 섹시한 여자가 좋더라? 넌?
진상 ...
만호 솔직히 너도 마음에 있지?
진상 ...
만호 ...어 아직도 나한테 화났냐?
진상 ....
만호 앞으로 매일 얼굴 맞대고 살텐데 유치하게 이러지 말자.
진상 ...
만호 아, 자식, 정말.
이때 문이 벌컥 열리고 영업팀장(장차장)과 부팀장(허과장)이 괜히 서로 견
제하며 들어온다. 장차장은 30대 중반으로 보이고 허과장은 40대초반으로 보
인다. 만호와 진상,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만,진 안녕하세요.
장차장 앉아.
장차장, 자리에 앉으며 만호와 진상에게 명함을 하나씩 준다.
장차장 난 영업팀장 장동석 차장이고(허과장이 자신을 소개하려는
타이밍을 뺏으며)이쪽은 부팀장, 허봉수과장.
만,진 안녕하세요
김샌 허과장, 건성으로 인사를 받는다.
허과장 어.
장차장 (만호와 진상의 인사카드를 들여다보며)누가 최진사이지?
진상 네,접니다
장차장 (인사카드의 사진과 진상의 얼굴을 확인하고)취미가 외국어
야?
진상 예.
장차장 몇개국어나 해?
진상 영어, 일어, 중국어, 삼개 국어 합니다.
허과장 오... 술술?
진상 예
허과장, 진상의 거침없는 대답에 말문이 막히고 만호, 진상을 슥 돌아본다.
허과장 (비아냥 섞인) 오... 공부 뒤지게 열심히 했나 보네.
진상 ...
장차장 그러, 해킹도 할 수 있나?
진상 마음만 먹으면 할 수는 있지만 그런 건 안 합니다.
허과장 (밸이 꼴린다.) 그런데 왜 자네 같은 인재가 우리 회사에
들어왔냐? 요샌 벤처가 인기라던데?
진상 전 백퍼센트 확신이 서지 않으면 투자하지 않습니다.
일동, 잠시 침묵.
장차장 강만호씬 뭘 잘해9?
만호 ...(골똘히 생각한다) 음,,,
장차장 잘하는 거 없어?
민호 네, 없습니다.
S#20. 에이스카드 영업팀
창쪽으로 차장과 과장의 책상이 나란히 있고 그 앞으로 직원 책상
여섯 개가 차장과 과장의 책상을 향해 2열 종대로 배치된 사무실.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면 신문보고 잡담하던
오대리와 김대리가 갑자기 전화기도 들고 모니터도 드여다보며
열심히 일하는 척 한다.
만호와 진상, 허과장을 따라 영업팀으로 들어선다.
허과장 (간이 회의 테이블에 서류를 거칠게 내려놓고 앉으며 자,
모여, (영업팀 경리사원에게) 책상은 다 준비됐나?
오대리 예.
오, 김, 괜히 바쁜 척 의자를 돌려, 앉은 걸음으로 테이블 주위로 모인다.
만호와 진상, 사무실 안을 둘러보는데 사람 수보다 책상이 하나 더 있고
책상 위에는 여자 핸드백과 의자 등받이에는 겉옷이 걸처져 있자
궁금해 한다.
허과장 인사들 해. 이쪽은 신입사원, 최진상씨, 강만호씨.
만,진 안녕하세요.
허과장 오래리는 업인 영업담당이고, 김대리는 가맹점 담당. 우리
경리 심경미씨.
진,만 잘 부탁드립니다.
허과장 현미래씨는 어디 갔어?
오대리 (샤프하게)잘 모르겠는데요?
허과장 그럼, 회의 시작하지.
진사, 얼른 수첩을 펼쳐 놓고 메모준비하고
오대리와 김대리도 필기도구를 준비한다.
만호, 자기도 몸 여기저기를 뒤적거려 보지만
볼펜 하 자루 나오지 않자 그냥 멀멀하게 듣는다.
허과장 ... (심각하게) 오대리.
오대리 (새프하게) 예.
허과장 (계속 심각하게) 김대리.
김대리 (역시 샤프하게) 예.
허과장 오늘 본부장님께서 말이야 실적이 나쁜건 이해를 해도,
계산이 틀리는 건 이해를 못하시겠다더군.
오대리와 김대리, 숙연해진다.
허과장 긴 말 안 하겠어. 내가 이 회사에서 더 이상 출세하는 건
진작에 포기했지만, 나 말이야, 앞으로 10년은 더 벌어야 돼.
우리 작은애, 초등학교 6학년인거 알지?
오,김 (기어 들어가는 소리로) 예.
허과장 그러니까 알아서들 해.
오,김 ...예. 명심하겠습니다.
이때 문이 열리고 미래가 들어온다. 만호와 진상, 속으로 깜짝 놀란다.
미래 나오셨어요? 과장님?
허과장 아칩부터 어디 갔다와?
미래 계약직 여직원들 특별 교육 좀 하느라구요.
허과장 왜 무슨 문제 있어?
미래 (회의 테이블에 기어 앉으며)현장에서 자꾸 컴플레인이
들어 와서요. 미스심, 나도 커피한잔.
미스심, 미래를 슥 흘겨보며 신경질적으로 커피를 탄다.
허과장 아, 인사해. 신입사원들이야. 이 쪽은 설계사 교육담당하는
현미래씨
만,진 (입가에 번지는 미소를 참으며 입술을 실룩거린다.
안녕하세요.
미래 반가워요.
허과장 (만호와 진상에게) 오늘은 김대리하고 현미래씨 다라
나가서나 한 바퀴 돌아봐.
만호와 진상, 서로 미래와 나가게 되기를 기대하는데
김대리 차 있는 사람?
진상 (그럼, 나랑 갑시다.)
진상 예?
만호 좋아서 어쩔줄 모른다.
S#21. 에이스 건물 앞
진상, 김대리를 따라 현관문을 나오는데
만호가 옆자리에 탄 미래의 스포츠카가 주차장을 빠져 나와
두 사람 앞에 선다 만호쪽의 차창문이 스르르열린다.
미래 (만호의 품에 안기듯이 고개를 만호의 창쪽으로 쑥 빼고
김대리에게) 수고하세요.
만호 (흡) 다녀오겠습니다.
만호, 의기양양한 얼굴로 진상을 슥 보고 차창을 오린다. 진상, 약오른다.
진상 (부러 아무렇지도 않은척) 봉급쟁이가 저런 차 타고
다녀도 되는 거예요?
김대리 월급갖곤 굼도 못꾸지.
진상 위화감 소정할 일 있나?
김대리 괜히 열받지 마.우리 회사 자금부에서 급하면 저 집으로 달려간다는
소리가 있어.
진상 뭐하는 사람인데요?
김대리 큰 소니래. 차 어딧어?
진상, 미래의 차가 간 쪽을 다시 한 번 본다.
S#22. 거리
달리는 미래의 차안 마노, 보도 듣도 못하 차 안의 장치를구경하느라
정신이 없다.
미래 나이가 어떻게 되요?
만호 스물 여덟이요.
미래 나보다 T 살이나 많네요.
만호 그래요?
미래 아, 맞다. 강만호.
만호 ...
미래 아까 같이 있던 신입사원 이름이 뭐라 그랬더라?
만호 진상이요, 최진상.
이때 앞 유리에 빗방울 후두둑 듣기 시작한다.
마래 어? 비가 오네? 난 비 올 때 드라이브하는 거 좋아해요.
음악 크게 틀어놓고 음... (그새 이름을 까먹었다) 강... 그
쪽은 어때요?
만호 아직 차가 없어서요. 그런 거 안 해봤는데요.
미래, 민호를 힐긋 돌아보고 식 웃으며 음악을 튼다.
차안에 비장한 클레식 음악이 흐르고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만호 (얘기를 할까 말까 잠시 고민하다가) 저 혹시 기억 안나요?
미래 우리 언제 만난적 있어요?
만호 바닷가에서 한 번 본 적 있는데.
미래 바닷가요? 어느 비치요? 플로리다?
만호 아니, 우리 회사 연수원 앞 바다 있잖습니까?
미래 아, 거기요? 거기 있었어요?
만호 ...네.
미래 아, 거기요? 거기 있었어요?
만호, 더 이상 할 말이 업어 좌석 옆에 붙은 단추들을 만지작거린다.
만호 이런 차는 얼마나 해요?
미래 몰라요.
만호 뭐가 많네요. 이 단추는 뭐예요? (확 누른다.)
미래 (비명) 그거 누르지 말아요!
하지만 벌써 차의 뚜껑이 지익 하고 열리기 시작하고
미래, 놀라 급브레이크를 밟지만 차의 속력 때문에 뚜껑이 고장나며
활짝 열려 버린다. 만호, 뒤늦게 당황하여 뚜껑을 닫아보려 하지만
뚜껑은 요지부동이고 두 사람 쏟아 붓듯이 내리는 비에
금방 흠뻑 젖어버린다. 만호, 무지무지 미한한 마음에 난감한 얼굴로
미래를 돌아보는데 세팅한 머리가 다 풀어져 내리고
하늘하늘한 옷이 흠뻑 젖어 몸에 찰싹 달라붙은 미래,
입술이 파랗게 변한 채 싸늘한 얼굴로 앞만 보고 있다.
S#23. 백화점 출입문 앞
쭉쭉 빵빵한 아가씨들이 아슬아슬한 핫 팬티를 입고
좌판 앞에 서서 들락거리는 사람들에게 카드 가입을 권유하고 있다.
쭉쭉 (예쁜 척 하며) 이번 행사 기간에 가입하시는 분께는요,
연회비 면제해 드리구요,
빵빵 (섹시한 척하며) 놀이동산 무료 이용권도 드려요,
감사합니다.
연록, 상대적으로 초라한 바로 맞은 편 좌판에서
두세명의 사람들에게 가입신청서를 받고 있는 쭉쭉 빵빵을 부러움과
시샘이 섞인 눈으로 째려보다가 가끔 틈을 노려 한 마디씩 한다.
연옥 우리는 시제 세트 드려요.
쭉쭉 추첨을 통해 김치 냉장고를 열대나
드리드리구요.(가입신청서를 내는 손님에게) 감사합니다.
완전평면 테레비두 열 대나 드리구요. 감사합니다.
빵빵 자전거는 삼십대나 드려요. 감사합니다.
연옥 (쭉쭉 빵빵의 톤을 흉내내서 예쁜 척하며) 우리 에이스
카드는 가입하시는 모든 분께 드려요.
아줌마 뭘 준다구?
연옥 어서오세요. 저희 카드를 사용하시면요 일정 금액 이상일
때 6개월 무이자 할부도 되고요, 이번 행사기간에
사은품으로 세테세트 드려요.
아줌마 어떻게 신청하는데?
연옥, 신나서 가입신청서의 기재란을 가리키며 설명하려는데
쭉쭉 거기거 아니에요, 사모님. 이 쪽으로 오세요.
아줌마 다 같은거 아닌가?
빵빵 어머, 아니에요. 사모님. 사은품이 다르잖아요.
연옥, 열받아서 째려본다.
쭉쭉 이 쪽으로 오시라니까요.
아줌마, 양 족 좌판을 비교해보고 다시 쭉쭉 빵빵 앞으로 간다.
연옥 실용저기잖아요. 아줌마. (애절하게) 아줌마, 아줌마!
우리는 육개월 무이자할무가 된다니까요.
아줌마, 중간에서 다시 서는데
쭉쭉 저희도 돼요, 사모님. 사은품을 비교해 보시ㅏ니까요.
아줌마, 잠깐 망설이다 쭉쭉빵빵 앞으로 간다.
연옥, 쭉쭉빵빵을 잠시 노려보다가 도저히 못참겠는지 다가간다.
연옥 이거 보세요. 우리 서로 최소한의 상도의는 지켜가면서 하죠.
쭉쭉 우리가 뭘요?
연옥 그런 식으로 신님 빼돌리지 말란 말이에요.
쭉쭉 어머어머,. 웬일이니? 우리가 언제 빼돌렸다
그래?이거봐요. 방해되니까 좀 지켜줄래요?(연옥을 툭툭
밀어낸다)
빵빵 (혼잣말인데 다 들리게) 못생기면 다야? 왜 남의 좌판에
와서 행패야? 요기다 쓰시면 되요. 사모님.
연옥 너 지금 뭐라 그랬어?
빵빵 노려보면 어떡할 건데?
연옥, 갑자기 빵빵의 머리채를 확 낚아챈다.
비명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쭉쭉, 빵빵의 좌판이 아수라장이 되고,
연옥, 너 죽고 나죽자는 심정으로 빵빵의 머리채를 놓지 않는데
쭉쭉 빵빵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이때 진상과 김대리가 좌판으로 다가오다가
그 광경을 보고 깜짝 놀라 달려 간다.
김대리 이연옥씨 왜 이래?
김대리와 진상, 여자들 사이를 뚫고 들어가 말려보지만
악에 바친 연옥, 빵빵의 머리채를 끝까지 놓지 않는다.
김대리 이연옥씨1 이거 놔!
진사의 완력에 연옥에게서 떨어진 쭉쭉 다시 연옥에게 달려들고
그 와중에 진상과 김대리도 얼굴에 상처를 입는다
김대리 (빵빵을 잡고) 최잔상씨. 여긴 나한테 맡기고 우리 여직원
데리고 빨리 피해!
진상,쭉쭉을 끌고 밖으로 나가려는데
김대리 아니1 그쪽이 아니야!
진상, 연옥을 끌고 안으로 들어가는데 구경하는 사람들 틈에
대협과 총련의 모습이 보인다. 대협, 연옥을 보며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S#24. 백화점 비상계단
연옥, 산발을 하고 계단에 쪼그려 앉아 소리를 죽이며 서럽게 운다.
잠시 후 진상, 자판기 커필ㄹ 뽑아 들고 와 내민다.
진상 ....마셔요.
연옥 (받으며) 고마워요. 끄으으으....
진상, 난감하다.
진상 그만 울고 진정해요.
연옥 으으으(울다가 진상을 할끗 올려다보며) 근데 누구세요?
진상 신입사원입니다. 이름은 최잔상이라고 하구요.
연옥 (잘생긴 남자가 서 있자 울음을 그친다) 안녕하세요.
연옥, 자신의 몰골이 갑자기 생각나 손으로 머리도 막 가다듬고
얼굴도 닥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진상 이름이 뭐예요?
연옥 음, 음. 이, 연옥이요. 고맙습니다.
연옥, 쪽팔리고 민망하여 얼른 자리를 떠난다.
S#25. 회사 로비
쇼핑백을 든 미래, 고개를 약간 숙이고 다른 사람들이 볼세라
급히 엘리베이터 쪽으로 간다. 만호, 역시 젖은 채
몹시 미안한 얼굴로 조금 떨어져서 미래의 뒤를 따라 가는데
미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버린다.
S#26. 회사 여직원 화장실
연옥, 세면대 거울앞에서 거울에 얼굴을 비춰보며 상처를 살펴보고 있다.
은지 괜찮아?
연옥 니 눈엔 괜찬아 보이냐?
은지 어머, 이 상처 좀 봐. 아주 살점이 떨어져나갔네?
손톱자국은 오래 가는데? 어머, 머리도 훤하네? 너 많이
뽑혔구나? 그것들 아주 박살을 내버리지 그랬어
연옥 안 그래도 김대리님만 아니었으면 아주 박살을 낼라 그랬지.
은지 그나저나 어떻하냐? 일년 넘게 사기꾼 사무실에서 월급도
못받다가 제대로 된 직장구한 지 겨울 한 달 밖에 안됐는데.
연옥 어떻게 되겠지, 뭐 (한숨) 어흐, 챙피해.
은지 됐어. 잊어 버려.
연옥 싸운게 문제가 아니야. 그 남자가 이꼴읇고 속으로 어떻게
생각했을까?
은지 어떤 남자?
연옥 최진상이라는 신입사원인데, 어흐, 행피해.
은지 신입사원도 같이 왔어?
연옥 응.
은지 잘생겼어?
연옥 응.
은지 키는?
연옥 한... 백팔십?
은지 (샘나지만) 백팔십도 백팍십 나름이지. 머리 크고, 허리
길고, 다리 짧은 백팔십도 쌧어.
연옥 그런 백팔십이 아니라 제대로 된 백팔십.
은지 정말?
이때, 화장실 문이 벌컥 열리고 엉망이 된 미래가 쇼핑백을 들고
씩씩거리며 들어온다.
미래 조금만 비켜줄래요?
미래, 두 사람이 서 있는 사이를 뚫고 거울을 독차지한 채
자기 모습을 보며 점점 더 열이 받는다.
미래 (겉옷을 막 벗으며) 무식하면 다야? 어흐, 정말 그딴게 다
있지? (쇼핑백을 열어보다가) 스타킹 안사왔네?
연옥과 은지, 기가 막혀 미래를 보다가 슥 나가려는데
미래 잠깐만. (핸드백에서 지갑을 꺼내며) 미안하지만 매점에서
스타킹 하나만 사다줄래요?
미래, 연옥에게 안기듯이 돈을 건네고 화장실 문들을 노크해 보는데
빈 곳이 없다. 얼떨결에 돈을 받아든 연옥,
기가 찬 얼굴로 미래를 보는데 미래, 나가려다가 서 있는 연옥을 본다.
미래 아직도 안갔어요? 강의실로 좀 갖다줘요.
미래, 급하게 나가버린다. 연옥과 은지, 황당하다.
S#27. 강의실
만호, 젖은 양복을 벗어 의자에 대충 걸쳐놓고 양말을 벗는데
문 밖에서 인기척이 나자 놀라 걸쳐 놓은 옷가지를 집어 들고
교탁 뒤로 숨는다. 문이 컬컥 열리고 미래가 들어온다.
미래, 당연히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고 옷을 갈아입기 시작하고
만호, 교탁 뒤에서 볼까 말까 갈등하다가 훔쳐보려고 하는 찰나
다시 문이 벌컥 열리고 대충 머리를 빗어 넘겼지만
얼굴의 상처는 더 부어 올라 있는 연옥이 스타킹을 들고 들어온다.
속치마 바람의 미래, 깜짝 놀란다.
미래 어머, 노크 좀 하고 들어오지, 놀랬잖아요.
연옥 (티껍다) 문을 잠그고 갈아입으시던지.
미래 사왔어요?
연옥, 말없이 건네주고 돌아선다.
미래 고마워요. (하다가 스타킹 색을 보고 또 짜증) 어머,
비둘기 색으로 사오면 어떻해? 난 커피색만 신는데.
미안하지만 이거 커피 1호로 좀 바꿔다 줄래요?
연옥 (입바람으로 앞머리를 날리며 돌아선다) 야, 너 뭐하는 애야?
미래 네? (그제서야 여옥의 얼굴을 보고 흠칫 놀란다)
연옥 내가 니 스타킹 심부름해주러 이 회사에 다니는 줄 알아?
미래 ...(당황스럽지만 티를 안 내려 애쓰며)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연옥 오늘은 내가 얼떨결에 샂 줫지만 앞으로 그런 일은 직점
하도록 해. ( 돌아서는데)
미래 야! 너 이름 뭐야?
연옥 이연옥이다.
미래 무슨 부서야?
연옥 나? 계약직 크레딧 설계사다, 왜?
연옥, 문을 쾅 닫고 나간다.
미래 너! 내가 가만 둘 줄 알아?
미래, 씩씩거리며 돌아서다가 마침 궁금증을 못 이겨
교탁 너머로 머리를 빼꼼 내밀던 만호와 눈이 마주친다.
미래 으아아아악!
S#28. 강의실 앞 복도
진상, 텅 빈 복도를 걷고 있는데
갑자기 비명소리가 들리자 멈칫 서서 주변을 둘러본다.
강의실 문이 벌컥 열리고 옷뭉치를 가슴에 안은 속치마 차림의 미래가
달려 나와 진상을 미처 보지 못하고 진상의 앞쪽으로 달려 사라진다.
미래 아아악!
진상, 강의실로 다가가 열린 문 안을 들여다보는데.
만호가 팬티 바람에 젖은 바지를 다리에 꿰고 잇지 눈에 불이 난다.
진상, 문을 벌컥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S#29. 다시 강의실
만호, 바지에 다리를 꿰다 말고 문이 벌컥 열리자 고개를 들어서 보다가
진상이 다가오자 어색하게 웃으며 뭐라 말하려는데
진상, 다짜고짜 주먹을 날린다.
만호, 중심을 잃고 책상들과 함께 우당탕 나가떨어진다.
진상 더러운 자식. 바닷가에서 껄떡댈 때 어떤 놈인지 알아봤어,
임마.
잔상, 내뱉듯이 말하고 확 나가버린다. 만호 황당하다.
S#30. 사무실
미래, 방금 전 연옥과의 일을 떠올리며 생각할수록 불쾌해져
혼자 씩씩거리고 있는데 진상이 들어온다.
진상, 미래를 슥 보고 자기 자리에 가 앉고 잠시 후 만호가 들어온다.
만호, 미래의 책사에 스타킹을 탁 던지듯이 놓는다. 미래, 놀라 보는데
만호 커피1호라 그랬죠?
진상과 오대리, 김대리, 무슨 일인가 하여 두 사람을 본다.
미래, 잠깐 망설이다가 얼른 스타킹을 책상 밑으로 감추고
만호의 시선을 피한다. 진상, 얼른 미래의 다리를 살피는데 맨다리다.
만호, 미래에게 말을 마치고 진상을 무섭게 노려보다가 그냥 자리에 앉는다.
이때 허과장 책상의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한다.
한쪽 손으로 옆얼굴을 가린채 절묘하게 안자는 척 자고 있던
허과장, 갑자기 눈을 번쩍 뜨고 안 잔 척 수화기를 든다.
허과장 (예리하게)네, 허봉수과장입니다....여보세요. 전화를
하셨으면 말씀을 하셔야요. (수화기를 귀에서 때어 노려보며)
누구야?
허과장, 그제서야 자신이 서화기를 거꾸로 들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얼른 똑바로 들어 다시 귀에 댄다.
허과장 여보세요. 여보세요? (수화기를 내려놓으며 자기를 보고 있는
직원들에게 괜히 소리지른다) 뭐해? 일들 안하고! 이따
회식하려면 빨리 qkFFL 일들 끝내야 될 거 아냐?
직원들, 갑자기 열심히 일을 한다.
S#31. 단란주점 (밤)
영업팀의 회식자리. 미래, 노래하고 있고
장차장, 허과장, 오대리, 김대리, 미스심은 미래의 노래에 맞춰
각자 엉성하게 춤추고 있다. 만호와 진상은 자리에 앉아
시선은 미래를 고정한 채 신경전을 벌이며
노래에 맞춰 박수를 치고 있다.
만호 뭐 눈에 뭐만 보이는 법이야.
진상 뭐야, 임마?
만호 니 수준을 알겠다. 그 딴 상상이나 하고.
진상 그런 오해받지 않으려면 평소에 잘했어야지.
허과장 두 사람 뭐해? 나와. 오루루루루..
만호 예, ...너, 나 알아?
진상 한 동네에서 컷는데, 모르겠어?
만호 (비웃으며) 철 좀 들었는 줄 알았더니 예날 그대로네. 얼쩡
거리지 말라 그랬지? 너나 내 앞에서 얼쩡거리지마
이자식아.
만호, 마침 다가온 오대리에게 손을 잡혀 플로어로 끌ㄹ나가고
진상은 미스심한테 끌려나간다.
만호와 진상, 어설프게 어깨춤을 추며 서로 노려본다.
S#32. 노래방
연옥과 은지, 곡을 고르고 있다.
연옥 어으, 내가 미쳤지. 스타킹을 왜 사다줬지?
은지 개, 원래 그런 애야. K이는 우리랑 동갑인데 대졸
사원이라고 고졸사원들 무시하고 아주 싸가지 없는
기집애야. 남자직원들 앞에서는 얼마나 여우짓 하는데.
어떻하니, 우리가 참아야지.
은지, 번호를 누른다.
연옥 오늘 일진이 왜 이러냐?
빠른 음악이 나오고 은지와 연옥, 벌떡 일어나 춤을 추기 시작한다.
S#33. 거리 (밤)
직원들, 택시를 잡고 있다.
먼저 장차장과 허과장이 떠나고 미스심과 오대리, 김대리가 같은 차에 탄다.
김대리 (미래에게) 우리가 먼저 가서 어떻하지?
진상 걱정 마십시오. 제가 같은 방향이니까 안전하게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미래 (약간 취해 있다) 내일 봐요, 대리님.
김대리 일행이 탄 택기가 떠나면 다시 빈 택시가 와서 선다.
진상, 처 문을 열고 미래를 돌아본다.
진상 타세요.
미래, 진상의 말은 듣지도 않고 우두커니 서 있는 만호에게 다가온다.
미래 집이 어디에요?
만호 다른 방향이니까 신경쓰지 마세요.
미래 (만호를 아래위로 보고 괜히 쌀쌀맞게) 잘 가요.(돌아서서
택시에 탄다)
진상, 미래 옆에 타고 만호를 슥 woFU보고 떠난다.
만호, 잠시 서 있다가 돌아서 걷기 시작하는데
근처 노래방에서 연옥과 은지가 나와 헤어진다.
연옥 잘 가.
은지 그래. 지각하지마.
연옥, 은지에게 손짓하며 만호의 앞을 지나쳐가고
만호, 무시코 여옥을 보다가 아무래도 낯이 익은 듯하여
고개를 돌려 잠시 보고 다시 돌아서 저만치 가다가 문득 생각이 나
다시 도아보는데 연옥의 앞에 대협과 총련이 나타나 길을 막는다.
만호, 성기 사무실에서 마주쳤던 세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고
천천히 다가간다.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