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민 / 최진상 역

29세. 강원도 산골이긴 하지만 그 지방에서 행세께나 하는 유지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사람만 좋고 맺고 끊음이 불분명한, 술. 여자. 친구를 좋아하는 한량인 아버지 덕분에 대대로 물려받은 꽤 많던 논밭은 거의 다 없어지고, 지금은 면소재지에서 조그맣게 약방을 운영하며 근근히 살고 있다.

진상이 초등학교 다닐 때만해도 양조장과 방앗간을 운영하며 동네 유지행세를 톡톡히 하여 진상도 어디를 가나 도련님 소리를 들으며 남부럽지 않게 살았지만 진상이 대처로 유학을 나와 있던 중 고등학교 시절, 아버지가 국회의원 선거에 몇 번 출마하면서 집안이 완전히 몰락해 버린다.

철들면서 알게 된 아버지의 실상(사람만 좋고 무기력한, 그래서 이리저리 사람들에 이용당해 폐물로 전락)에 실망한 진상은 대처로 유학 나와 있던 중학 시절 이후 고향에 발길을 거의 끊고 지내다가 집안이 경제적으로 몰락한 이후에는 아예 남처럼 지낸다.

고등학교만 겨우 졸업하고 근처 농촌으로 시집 간 여동생, 형 때문에 모든 걸 포기하고 농고를 나와 농사를 짓고 있는 남동생, 아직도 옛날의 영화만을 되뇌이며 한량처럼 살고 있는 아버지, 자기만 보면 절절 매는 엄마.

진상은 이 모든 게 싫을 뿐이다. 지금과 같은 경쟁사회에서는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하며 그것도 승자로서 살아 남았을 때만이 의미가 있다는 생각에, 진상은 점점 외로운 들개처럼 성장한다.

중학교 때부터 혼자 자취를 하면서 식구들과는 거의 인연을 끊고 지내 아주 가까운 친구들도 그의 환경에 대해 전혀 모른다. 자기에게 득이 될 수 있는 사람과만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득이 안된다고 생각되면 가차없이 버리는 냉정한 성격으로 변해가는 진상.

24시간 긴장을 늦추지 않는 완벽함으로 자신의 본 모습을 감추고 있기 때문에 주변에 사람이 끊이질 않고 특히 여자 다루는 솜씨가 뛰어나 다른 사람들은 그저 능력있는 부잣집 아들 정도로 생각하고 부러워한다.잘 나가는 회사에 입사하여 야망을 키워가던 어느날 감추고 싶은 자신의 모든 과거와 집안사에 대해서 낱낱이 알고 있는 데다가 어린 시절 집안의 돈과 권력으로도 안눌러지던 유일한 라이벌 만호가 나타나 긴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