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5월 2일 (금) / 제 2 회
은수가 태진의 폭력에 시달려왔고, 시부모가 있는 데서도 거리낌
없이 주먹을 휘두를 정도로 상습적인 폭력을 행사해 왔다는 사실
은 태진의 가족을 뒤흔들어 놓는다. 권위적이면서도 은수에게만
은 누구보다 너그러웠던 시아버지와 권위적인 아버지를 그토록 미
워했던 시누이조차 은수의 허물을 탓한다.
그 때 한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태진이 여성단체에서 주는 상의 수
상자로 선정됐다는 전화다. 시댁 가족은 집안의 부끄러운 일이 새
어나가는 것을 제일 먼저 두려워한다. 시아버지는 은수를 불러앉
혀 놓고 단도리를 하고, 시어머니조차 태진의 폭력을 언급조차 하
지 않길 바란다. 사랑이 실종된 가정, 폭력이 은폐되는 가정, 은수
는 자신이 이런 가정의 감옥 안에 갇혀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소스
라치게 놀란다. 은수가 남편에게 맞고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모르
던 때와는 또다른 새로운 절망감이 은수를 엄습한다.
혜성이 힘들어 하는 게 은수에 대한 미련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하
영은 태진의 시상식에 혜성을 끌고 간다. 태진은 아주 그럴듯한 수
상소감을 밝힌다. 그 순간, 혜성은 은수의 얼굴에 스치는 그늘을
놓치지 않고 포착한다. 하영는 취재기자 자격으로 태진과 대화를
나누면서 자신의 남자친구인 혜성이 은수 걱정을 지나치게 해 샘
이 난다고 털어놓는다. 그로 인해 태진은 은수가 혜성과 함께 여행
을 다녀온 사실을 알게 되고, 다시 폭력의 전조가 스친다.
남편의 폭력이 어린 아들 지우마저 망가뜨리고 있는 현실 앞에서
은수는 마침내 굳은 결심을 한다. 은수는 지우를 데리고 집을 나
와 친정으로 간다. 그러나, 성실하게 사는 착한 남동생 부부와 딸
의 행복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고 있는 어머니 앞에서 솔직한 사정
을 털어놓지 못한다. 게다가 남편 태진은 아이를 데리러 당장 오겠
다고 하자 은수는 지우를 데리고 친정을 나온다. 갈 곳이 없는 은
수는 혜성을 찾아가고, 혜성은 은수와 전에 함께 갔던 들판에서 잠
시나마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