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독립 운동가였던 아버지는 그녀에게 지도 하나를 쥐어주고 신의주로 떠났다. 그러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남북이 갈리고 영영 아버지를 보지 못하게 된다. 홀로 그 오랜 세월 산운율을 지키던 중 조선족 출신 정희가 자신을 찾아온다. 그 이후, 전설의 독립 운동가 백산의 후예를 찾다가 판수와 돌목을 만나게 된다. 원리원칙주의자이자며 조선 선비의 기개와 품성이 몸에 배어있다. 돈에 있어서의 인색함은 근검절약이라는 미명 아래 산운율 사람들을 조여 간다. 그런 그녀를 웃게 하고 풀어지게 하는 것은 여울이다. 돌목이 무서워 하는 유일한 존재이다.

할머니가 중국 땅에서 활약했던 독립운동가로 조선족 억양이 남아 있다. 노령의 순천을 대신해 집안 살림과 골동품 점을 운영한다. 화통하고 쏘~쿨하다. 몸집은 크고 덩치도 있어 굼떠 보이지만 쿵푸의 달인이다. 밥상머리 젓가락 신공부터 시작해 집안 청소할 때도 야마카시로 휙휙 날아다니며 해치우는 생활형 무술인이다.

아직도 백마 탄 왕자님을 꿈꾸고 있는 철없는 아줌마. 처음 보면 화려한 외모에 혹하지만 말하다보면 푼수 중 푼수다. 마음은 여려서 드라마 보면서 눈물 콧물 다 빼는 소녀감성을 가졌지만 돈 앞에서는 비상한 계산 실력을 갖추고 있다. 돈돈돈 하면서 살았지만 사랑 앞에서는 호구가 되는 가장 큰 약점을 가지고 있다. 허우대 멀쩡한 왕자님만 나타나면 백마쯤이야 충분히 사 줄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여울이 아빠 양기영을 평생 먹여 살렸었다.

아담한 체격에 평범한 얼굴이지만 한 번 말을 섞고 나면 빠져드는 블랙홀 같은 마력이 있다. 아는 것이 많지만 깊게 들어가면 본전이 들통 나는 단점이 있다. 순해 보이는 얼굴과 다르게 강단 있고 철두철미하며 함부로 수를 두지 않을 만큼 머리회전이 빠르다. 이름은 데이빗, 야마모토, 왕췐, 압둘 등으로 다양하다. 나이는 수시로 변하는데 직업도 외교관, 국정원 직원, 국세청 직원, 교수 등으로 다양한 방면의 연기가 가능한 사기꾼이다.

만물상을 운영하며 각종 생활도구를 고치지만 본업은 발명가이다. 시력이 약하고 몸도 허약하여 007영화와 만화를 좋아했던 오타쿠다. 나이에 맞지 않게 컴퓨터에도 능하여 각종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이 쓸모없는 것이다. 가끔씩 기상천외한 발명품을 만들어 사람들을 놀라게 하지만, 막상 판매를 하면 사고가 나 돈을 물어주기 일쑤다.

정희의 외동딸. 무술고수인 엄마에게 된통 맞고 아빠가 도망친 불우한 역사 때문에 무술의 근처에도 가지 않는다. 쿨내 진동하고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단순함이 돌목을 미치게 만든다. 돌목을 감시하려는 목적으로 순천이 심어놓은 첩자이지만 돌목을 협박해서 삥을 뜯는다. 소주의 껌딱지로 정희보다 소주를 더 좋아하기 때문에 돌목과 소주가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애어른이다. 말 한마디도 가려하는, 그 안에 구렁이 한 수십 마리는 있는 거 같은 아이다. 철없더라도 엄마인 박선진이 안타깝고 그래도 엄마라고 자길 안 버리고 키워보겠다고 애쓰는 게 예쁘다고 생각한다. 남자 보는 눈이라고는 티끌만큼도 없는 엄마를 위해서 엄마가 남자 꼬실 때 판을 깨기 일쑤다. 반듯하기 끝판을 보여주며 김순천의 절대적 사랑을 받는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돌목의 행동대장으로 오른팔을 자칭하지만 소심하고 비겁해서 늘 뒤로 숨거나 꼬리를 내린다. 행동보다 말이 앞서며, 어떤 일을 결정할 때도 수없이 많은 변명과 같잖은 설명으로 자신을 합리화한다. 돌목의 도둑질에 망을 봐주거나 바람잡이 역할을 한다. 눈치 빠르고 얍삽하지만 돌목에 대한 우정은 나름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