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돈과 문수신앙 2
신돈의 건의에 따라 공민왕이 궁중에서 문수회를 개최하였는데, 나팔불고 북치는 소리가
마치 군대가 나팔불고 북치며 행진하는 것처럼 도성 내에 진동하자 사람들이 처음에는
궁중에 변란이 발생한 줄 알고 놀랐다고 한다.

연복사에서 문수회를 개최할 때에는 채색비단으로 수미산(須彌山 ― 세계의 중심에 있다고
불교에서 생각하는 상상의 산)을 만들고 스님 300명을 뽑아 수미산을 둘러싸고 의식을
진행하였더니 이들이 하는 범패(부처님의 공덕을 찬양하는 노래)가 하늘을 울렸고,
이때 행사를 진행한 사람들이 무려 8천 명이었다.

이 행사에서 신돈이 선남선녀가 왕을 따라서 문수의 좋은 인연을 맺기 원한다면서 부녀자들이 전(殿)에 올라 설법을 들을 수 있도록 하자 남녀가 혼잡하게 섞였고, 과부 중에는 신돈을 위해 화장하는 사람도 있었다. 신돈이 떡과 과일을 부녀자에게 나눠주자 모두 기뻐하면서
신돈이 문수의 후신이라고 외쳤다.

당시 개최되었던 문수회를 묘사한 내용을 살펴보면 이는 일반 대승불교 종파의 행사 모습이 아니라 밀교의 행사 모습에 가까웠음을 알 수 있다. 또 선발된 승려가 300명에 행사 진행자가 8,000명이나 될 정도로 큰 행사였다면 참가자들은 최소한 수만명에 이르렀을 것이다. 신돈이 주도한 문수회가 이같은 대규모의 대중법회였다는 점은 문수를 통해 대중이 차별없이
구제받기를 신돈이 열망했음을 시사한다.

이는 신돈이 전민변정도감을 설치해서 권세가들이 빼앗은 토지를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고, 원래 양인이었다고 주장하는 노비들은 모두 양인으로 만들어주니 노비들이 감격하여 성인이 출현하였다고 찬양한 사실과 연결된다. 신돈은 문수회와 전민변정을 통해 대중을 성(性)과 신분의 차별없이 모두 구제하였고, 그 결과 대중의 열광적 호응과 지지를 얻어 문수 혹은
성인으로 추앙받았다.

불교도로서 신돈은 문수신앙을 통해 대중에게 다가가는 불교운동을 벌여서 대중의 열렬한
호응을 얻었다. 이는 고고한 모습을 가진 선사였던 보우가 실제로는 여기저기에 절을 많이
짓고, 자신의 거주지에서 커다란 규모의 농장을 경영하였던 점과 비교된다.




2006-04-24(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