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무 | 배우 : 전태수 >>

진무

"아비를 죽인 자와 오늘도 농을 나누고 밥술을
나누고 술을 나누니,
이 치욕을... 이 고통을... 살아 갚을 수 있을꼬.

나는 알고 있다.
네 아비가 내 아비를 죽여 용상을 차지하고 인자한
낯빛을 위장하고 있는 것을 알고,
너 역시 그 사실을 알고서도 모르는 체
나를 내려보는 것을 안다.
내... 오늘도, 내일도, 그 후에도 참을 것이나...
길지는 않을 것이다.
무령왕의 허리를 끊어 힘줄을 씹어 삼킬 것이요,
네 팔다리를 묶어 아비가 죽는 것을 보는 아들의 심정을
느끼게 해 줄 것이다.

다만, 걸리는 것은, 그 년... 설난이 너를 보고 있는 것.
천하고 요망한 년이 너로 인해 애달파하니 그것이 걸릴 뿐이다.
이유는 알 수 없으나, 내... 설난의 눈에 눈물이 흐르는 꼴을 보기 싫구나.

허나, 네 부자의 목숨줄을 끊는 것이 내 아비께 드릴 유일한 제삿밥이니,
고작 계집 때문에 멈출 수는 없다.
다만, 지옥에 가... 그 벌을 달게 받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