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3월 15일 (월) / 제 20 화
<한 순간>
제 1 편 : 만남
극본 : 스토리밴드
출연 : 이애정, 서윤아
누군가 뭉크의 화집의 페이지를 넘기고 있다. ''''Eye in Eye''''라는 제
목의 그림에서 손길이 멎는다. 화집을 보고 있는 건 여학생 A. 방
과후의 텅 빈 교실에 혼자 앉아있던 A는 이내 화집을 가방에 넣는
다. 그리고 CDP를 꺼내 플레이 버튼을 누른다. Suede의 ''''The
Next Life''''가 흘러나온다.
교실 밖으로 나온 A는 체육관 앞을 지나다 반쯤 열려 있는 문틈으
로 안을 들여다본다. 혼자서 농구를 하고 있는 여학생 B의 뒷모습
이 보인다. A는 그냥 돌아가려다가 다시 몸을 돌린다. 그리고 B는
그제야 체육관 입구의 A를 발견한다. A는 멍하니 혼잣말로 ''''농구
부 강미지...'''' 라고 B의 이름을 읊조린다.
B가 던진 공이 A의 앞까지 굴러오자, B는 공을 돌려달라는 듯 손
을 내민다. 공을 건네주려던 A는 공에 휘갈겨 쓴 ''''Suede''''라는 글
씨를 보고 잠시 망설인다. A는 귀에 꽂고 있던 헤드폰의 한쪽을
빼 B의 귀에 꽂아준다. B는 A에게 묻는다. ''''너 방송반이지?'''' 라고.
A는 B가 자신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란다.
제 2 편 : 입맞춤
A를 따라 방송실에 간 B. A가 가방에서 앨범 재킷을 찾는 동안 B
는 가방 안의 뭉크 화집에 시선을 준다. B가 뭉크를 알아차리자 A
는 반가워한다. B는 뭉크는 별로 이지만 그의 목판화 <입맞춤>은
좋아한다며 화집에서 그림을 찾아 A에게 보여준다. B가 작품에 대
해 이야기하는 동안, A의 시선은 그림에서 B의 입술에 가 멎는다.
B는 A에게 입맞춤의 순간은 한 순간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어느새 뻗은 손은 A의 입술에 닿을 듯하다. B는 묘한 미소를 지으
며 천천히 돌아선다.
제 3 편 : 질투
B를 따라나선 A. 학교 내에 있는 은밀하고 한적한 공간에 나란히
앉은 두 소녀. B는 그곳이 비밀장소임을 밝히고 A에게 뭉크의 화
집을 한번 더 보여달라고 부탁한다. B는 화집을 쥐고 있는 A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포갠다. B는 뭉크의 화집에서 <질투>가 담진 페
이지를 펼친 채, A에게 그림 제목을 묻는다. 그림에 대한 설명을
하기 시작한 B, A는 왠지 모를 불안함을 느낀다. 그리고 B가 비밀
장소에서 누군가를 만나기로 했다는 얘기에 그 곳을 떠나는데….
제 4 편 : 이별
B는 아까 A가 들려준 음악이 좋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교내 방송
을 통해 듣는 A의 목소리를 좋아한다고도 말한다. A는 눈물이 터
질 것 같은 표정으로 고개만 까닥한채 돌아서서 걸어간다.
다음 날, 방송실 방송 부스 안에는 뭉크의 화집 <이별>이라는 제
목의 그림이 펼쳐져있다. 그림을 멍하니 보던 A는 사인을 받자 이
야기한다. A는 교내 방송을 통해 뭉크의 그림을 말한다. <이별> <
질투> <입맞춤>에 대하여. 그리고 Suede의 음악을 방송한다. 누
군가가 이 노래를 기억해주기 바란다는 멘트와 함께. 같은 시간 B
는 비밀장소에서 A의 방송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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