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서노(주체 능동)와 주몽(통합 포용)의 리더십
 
 
 

 

‘주몽’ 리더십이 뜨고 있다. 드라마 ‘주몽’ 속 소서노와 주몽은 대중들이 닮고 싶어 하는 캐릭터로 부상했고, 정치가들은 이를 자신의 이미지로 끌어들이고 싶어한다.

고구려 건국의 주역인 둘은 진취적이고 긍정적 이미지의 전형이다. 경제는 안 풀리고 갈수록 내집장만은 힘들어지고 있는 답답한 세상에서 뭔가 시원하게 풀어줄 개척자형 인물들이다.

역사에서 우리가 필요로 하는 이런 화통한 영웅들은 과거에도 많이 나왔다. 하지만 소서노와 주몽은 또 다른 의미로 대중의 마음을 잡아끈다.

소서노는 기존 사극에서 좀체 볼 수 없는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다. 지금까지 사극에서 여성은 남성의 조력자, 또는 투기와 모함을 일삼는 ‘여인천하류’로 한정된 점에 비해 소서노가 남성과 대등하게 일하고, 남성에게 의존하지 않고도 거뜬히 한 부족을 이끌어 나가는 모습은 그야말로 신선하다.

위급한 상황에서도 무술 실력을 갖춰 스스로 자신의 연타발 상단을 지켜내는 모습은 귀감이 될 만하다. 소서노는 남성과 부딪쳐가며 주변국과의 교역을 확대해 상단을 키워나가는 무역인의 전형이기도 하다.

소서노는 두 왕자 사이에서 흔들림 없이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판단과 선택을 내린다. 주몽을 도와 고구려를 건국하지만, 결국에는 주몽에게 그의 황후로 인정받지 못하는 비극적 운명의 여주인공이다. 하지만 여기에 굴하지 않고 비류와 온조, 두 아들을 데리고 남하해 백제를 건국하는 데에 앞장서는 개척자다. 위축된 현대인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덕목이다.

주몽은 부드러운 화합, 포용형 리더십의 전형이다. 그는 고조선 유민들을 무력으로 정복하지 않았다. 그들의 기득권을 인정해주면서 항상 백성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힘썼다. 졸본을 통합해 새 나라 고구려를 건국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여기서 나왔다.

재사 무골, 묵거 등 토착 세력을 부하로 영입하고 적대 세력인 대소의 부하 부분노는 아예 주몽의 신하가 되기 위해 제 발로 찾아왔다. 토착 세력의 우두머리인 송양마저 스스로 굴복하게 만들었고 사돈 관계까지 맺는다. 주몽은 부하나 적의 실수에 대해 관용을 베풀어 이들로부터 신뢰를 쌓아나가는 인물이다. 이는 말꼬리 잡고 늘어지며 호통 치기 좋아하는 우리 정치인들이 배워야 할 모습이기도 하다.

사실 주몽은 어린 시절 얼뜨고 유약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해모수로부터 각종 무예를 배우며 몸과 마음을 단련시켜 훌륭한 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었다.

주몽에게 연속 활쏘기를 가르치던 해모수의 지극히 인자한 강의 방식은 요즘 학교 현실에서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해모수는 이상적인 ‘멘토’로서의 아버지상을 구현했다. 주몽은 다물군을 이끌고 고조선의 재건을 꿈꾼 해모수의 부드럽고 인자한 카리스마를 그대로 물려받았다.

그런 주몽은 조금도 권위적이거나 가부장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그 자신도 어려운 환경에서 성장했기에 백성들의 고민을 누구보다 잘 안다. 용맹하고 외향적이면서도 수평적이고 따뜻한 감성을 지닌 지도자가 주몽이다. 주몽이 조정과 통합, 포용 능력이 강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요즘 지도자는 업무 능력보다는 인적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자질로 부각된다. 개개인의 능력은 뛰어나지만 이를 조화롭게 통합할 수 있는 인물은 드물다. 주위 사람들과 진정으로 소통해 화합하게 하고 승복까지 이끌어내는 주몽과 소서노의 리더십이 더욱 그리워지는 시대다.

[헤럴드생생뉴스]






2007-02-13 (10: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