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몽’의 다양한 허구인물, 그 의미는?

MBC 인기사극 ‘주몽’(극본 최완규 정형수ㆍ연출 이주환)에는 가공인물이 대거 포진해 있다. 퓨전사극을 표방하는 ‘주몽’에는 실존인물 외에도 극의 흐름을 위해 허구의 인물이 적지 않게 창조됐다.

최완규 작가가 쓰는 사극들의 공통점은 사료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 최 작가는 “‘허준’ ‘상도’ 등 전작 사극과 마찬가지로 ‘주몽’도 역사적 기록이 적어 어려움이 있지만 기록에 얽매이지 않고 작가적 상상력을 발휘하는 데 매력을 느낀다”면서 “대하사극인 ‘불멸의 이순신’이 사료가 많아 풀어 나가기가 좋았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많은 사료로 인해 작가적 상상력은 크게 제한받았을 것”이라고 상상력 발휘의 묘미를 알려줬다.

‘주몽’에서 작가의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인물은 여미을(진희경)과 영포(원기준), 부득불(이재용), 모팔모(이계인), 사용(배수빈), 무송, 도치 등이다.

부여의 신녀(神女) 여미을은 신비롭고 카리스마가 넘친다. 금와왕은 주요 사안을 결정할 때마다 예지력과 의술까지 지닌 여미을의 자문을 받는다. 그러던 중 금와왕이 해모수를 숨긴 여미을과 더 이상 국정을 상의하지 않겠다고 통보하자 천지신명에 대한 모독이라며 열을 낸다. 사출도의 신녀들을 총집합시킨 그녀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스토리가 안 풀릴 때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여미을은 선악이라는 드라마의 단순구도를 복잡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녀는 부득불과 공모해 해모수를 20년간 동굴감옥에 가두어놓고, 향후 금와와 주몽의 갈등이 본격화하면 주몽 편에 서게 되는 이유가 사사로운 욕심에서가 아니라 자신의 가치기준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매력적인 캐릭터다.

금와왕의 둘째아들 영포는 작가의 개인적 흥미가 반영된 인물이다. 대소에게는 7명의 동생이 있지만 영포라는 이름은 없기 때문에 작가의 상상력을 동원할 수 있는 캐릭터다. 영포는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단순한 악역이다. 처음에는 형인 대소를 따르다가 주변의 말을 듣고 형을 배신하고 태자가 되려는 욕심을 가진다. 밀무역꾼 도치 등과 공모해 적대국인 옥저에 무기를 팔아먹고 이문을 챙기기도 한다. 의욕과 열정은 강하지만 우직하고 치밀하지 못해 오히려 밉지 않은 캐릭터다.

금와의 군사(軍師) 부득불은 천문을 통한 예지능력이 뛰어나고 학문이 깊다. 금와의 장남인 대소에게 충성을 맹세함으로써 해부루와 금와, 대소의 3대에 걸치는 권력을 유지하는 부득불은 권력에 기생해 그 권력을 놓고싶지않은 기득권층을 상징한다. 그의 이름은 항상 금와에게 “부득불~할 수밖에 없다”고 간하기 때문에 그렇게 붙여졌다.


부여 철기방 책임자 모팔모는 부여 철제 무기 개발의 비밀을 쥐고 있다. 부득불의 친구로 부득불보다 더 괴팍하지만 주몽에게는 충성을 바치고 있는 모팔모의 무기제조 비법은 세 왕자의 태자 경합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연타발 상단의 책사인 사용은 묘한 동성애적 매력을 불러일으킨다. 남자도 아닌 듯, 여자도 아닌 듯 묘한 몸을 지녀 사람들이 업신여기지만 지략이 뛰어나고 냉정하다.

동굴감독 책임자로 주몽과 인연을 맺는 무송과 밀무역꾼 도치는 극의 재미를 위해 만들어낸 ‘양념’ 캐릭터다.

‘주몽’의 허구인물은 대부분 선악구도가 분명하지 않아 언제든 갈라설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고 있어 보는 재미를 더한다. 그러나 허구인물을 다루는 데에는 주의를 요한다. 한류 전문 사이트인 ‘한류열풍사랑’에서 ‘창천의 검’이라는 ID를 쓰는 네티즌은 “사극의 특성상 역사적 사실을 변형하고 인물을 창조해낼 수는 있다. 하지만 허구인물을 실존인물이라 여기는 사람이 많다”면서 “사극과 역사는 다르다는 점을 시청자에게 알려줘야 한다”는 요지의 글을 올렸다.

최 작가는 “‘주몽’의 실존인물이 드라마의 뼈대라면 허구인물은 드라마의 살 역할을 한다”면서 “작가의 상상력이 발휘되는 허구인물이 살아날수록 드라마가 시청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wp@heraldm.com)






2006-07-11 (1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