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 O.S.T 주인공 '두번째 달'
에스닉 퓨전 밴드 두번째 달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악기가 얼마나 많은데요"

아이리시 휘슬, 잼베, 만돌린, 토킹드럼, 다부카, 부주키…. 이름조차 생소한 이 악기들이 만들어내는 음악은 어떨까.

이집트, 파키스탄, 그리스 등 다양한 나라와 민족의 전통 악기를 한데 섞어 만드는 이른바 '에스닉 퓨전(ethnic fusion) 음악'을 표방하는 밴드 두번째 달.

이들의 음악이 악기 이름처럼 낯설 것이라 여기는 건 성급하다. 매주 수ㆍ목요일 방영되는 MBC TV 드라마 '궁'의 배경음악이 바로 이 밴드의 작품이다.

생소한 악기만 사용하는 건 아니다. 김현보 기타, 박진우 베이스, 박혜리ㆍ최진경 키보드, 백선열 드럼, 조윤정 바이올린, 린다 컬린(아일랜드인) 보컬 등 멤버 7명 모두 '평범한' 악기는 기본으로 다룬다.

세계 각국의 전통 악기를 '퓨전'이라는 마술로 엮은 두번째 달의 음악은 21세기 속 입헌군주제라는 설정과 제대로 맞물리며 이 드라마의 분위기를 한껏 살리고 있다.

드라마 음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MBC TV 드라마 '아일랜드'에 쓰인 '서쪽 하늘에'는 두번째 달을 세상에 처음 소개한 곡으로 봐도 될 만큼 큰 사랑을 받았다. 이뿐 아니다. 두번째 달의 1집 수록곡 '고양이 효과'와 '더 보이 프롬 원더랜드(the Boy from Wonderland)'는 최근 화장품 브랜드 미샤와 더 페이스 샵 배경음악으로 각각 쓰였다.

◇"드라마ㆍCF 음악은 대중과 만나는 통로"

두번째 달 멤버 중 4명은 영화ㆍCF 배경음악을 만드는 업체에서 처음 만났다. 지금껏 멤버 각자가 만든 영화ㆍCF 음악을 합하면 모두 몇 곡인지 세기도 힘들 만큼 '선수'인 이들은 2003년 12월 리더 김현보의 제안으로 그들만의 음악을 하기로 결의했다.

"회사에 있던 친구들한테 밴드를 만들어 '우리' 음악을 하자고 제안했죠. 그냥 가벼운 호기심 같은 거였어요. 반드시 앨범을 내겠다는 생각도 없었고요."(김현보)

이 4명 외에 다른 3명은 아는 사람 소개로 인연을 맺었다. 멤버 중 누구에게도 큰 욕심이 없었기에 지금의 유명세는 오히려 부담스러울 정도다.

"처음엔 어떤 직장인 밴드에 드러머가 필요한 걸로 잘못 알고 밴드에 합류했어요.(웃음)"(백선열)

그저 음악을 하겠다는 것 말고는 별 생각 없이 밴드를 꾸려 클럽에서 공연한 게 전부였지만 지금껏 들어본 적 없는 새로운 음악은 금세 반향을 일으켰다.

"드라마 '아일랜드'로 '서쪽 하늘에'가 알려진 뒤 팬이 순식간에 늘었어요. 어느 날 자고 일어나니 인터넷 팬카페 회원이 수천명 늘어 있어 감격했던 기억이 나요."(박혜리)

드라마나 CF음악의 성공이 오히려 밴드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건 아닌지 걱정될 때도 있지만 드라마ㆍCF음악은 두번째 달과 대중을 연결하는 유일한 통로였음을 멤버들은 인정한다.

"우리가 추구하는 음악은 물론 드라마 음악 이상이에요. 하지만 O.S.T 작업을 하지 않았다면 대중을 만날 수도 없었겠죠. 생각도 못했던 1집 음반을 내게 된 것도 '서쪽 하늘에'의 성공에 힘입은 거였고요."(최진경)

◇"우리 음악은 세계일주와도 같아요"

최근 두번째 달에겐 엄청난 일이 있었다. 14일 열린 제3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최고영예인 '올해의 앨범'을 비롯, '올해의 신인' '최우수 재즈ㆍ크로스오버 앨범' 등 3개 부문을 휩쓸며 최다관왕에 오른 것.

대중음악의 '제왕'이 된 소감을 묻는 질문에 멤버들은 의외로 덤덤했다. 이번 수상으로 두번째 달의 음악이 에스닉 음악의 '정수'로 여겨지는 건 아닌지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우리가 각국의 전통악기를 쓴다 해서 그 나라의 정통한 민속음악을 연주하는 건 아닙니다. 그냥 알려드리고 싶을 뿐이에요.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악기가 이렇게나 많다는 것을…. 두번째 달의 음악은 유쾌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는 세계일주에 비유하면 적당할 것 같아요."(김현보)

멤버들은 정작 어리둥절해하는 이번 수상은 그러나 분명 이유 있는 결과다.

기타, 베이스, 드럼, 건반에 바이올린, 첼로와 같은 현악기를 추가하는 통상의 밴드 구성에서 벗어나 다양하고 새로운 악기를 선보인 것만으로도 두번째 달은 공을 세운 셈이다.

두번째 달은 대부분 거기에서 거기인 밴드 구성에 식상했을지 모를 대중의 귀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었다.

두번째 달은 내달 9일 서울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대중음악상 수상을 기념하는 콘서트를 펼친다.

"그 동안 클럽이나 공연장에서 무대를 꾸미긴 했지만 우리 모습을 제대로 보여드린 적은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사랑해주시는 팬들께 이번만은 정말 멋진 음악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연합뉴스 신기원 기자]





2006-03-23 (1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