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 원작자 박소희, "드라마 주인공 모습, 원작과 달라도 이해"
MBC 11일 첫방송 되는 만화 원작 '궁' 원작자 박소희 작가

상상과 실제를 잘 버무린 판타지 순정만화 '궁'의 원작자 박소희 씨도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만화가 드라마로 첫 방영되는 11일을 기다리고 있다.

불황인 만화 업계에서 무려 60만부나 팔린 만화계의 베스트셀러 '궁'의 원작자는 자칭 '박미녀'라고 칭할만큼 발랄하다. 3권까지는 만화 첫 페이지에서 박소희 씨의 사진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내 4편부터는 '혹 남자 아니냐?'는 독자들의 짖궂은 농담에 충격을 받은 듯 그림으로 바꿔버리는 '센스'를 발휘했다.

드라마가 4일 시작을 알리는 제작발표회를 갖고 첫 방송을 앞두고 있는 지난 주말동안 동네 책 대여점에서는 '궁'원작을 드라마 시작전에 보려는 대출 희망자들로 붐볐다는 후문이다.

염색한 금색 단발 머리에 청바지로 멋을 낸 박소희 씨는 쑥쓰러움을 많이 타는 영락 없는 '소녀 필(feel)' 채경과 많이 닮아 있는 듯 했다.

'궁'의 신데델라 채경의 소박하면서도 주체할수 없는 발랄함과 엉뚱함, 그속에 감춰진 아직 덜 숙성됐지만 언뜻 언뜻 비치는 여성미는 바로 박 씨의 분신 아닐까 착각이 들 정도다. 10권까지 나온 만화 '궁'은 드라마가 끝날때까지 결말이 안날 것으로 보인다.

원작자로서 가장 기쁜 일은 아무래도 '재밌다'고 말해주는 독자들이라고. 박 씨는 드라마에서 가장 바라는 점에 대해서 '무엇보다 의상이나 전통문화가 잘 살아났으면 좋겠다'고 희망을 피력했다.

박소희 작가 일문일답
◑만화가가 된 계기는?

- 당연히 만화가 좋으니까 만화가가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만화를 실컷 그릴 수 있는 방향으로 삶의 방향이 흘러가다보니,, 대학도 만화과에 들어가게 됐고, 정식적인 데뷔는 신인공모전에 당선되면서 확정된 것이다.

◑작품 속에 개인적인 경험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 절반 정도는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내가 겪었던 사건들도 그렇지만 주인공들의 심리 상태, 자극에 대한 반응이나 생각하는 패턴 같은 것이 특히 그런 것 같다.

◑집필한 작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 언제나 지금 열중하고 있는 작품이 가장 소중하다. 당연히 지금은 '궁'에 가장 애착을 가지고 있고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

◑본인이 생각하는 ‘만화론’ (만화란 0000 이다)은?

- 만화란 밥이다. 실제로 생계 수단이기도 하지만, 나를 살찌게 하고 생각하게 하고 움직이게 하는 존재, 즉 내가 살아가는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궁'은 설정 자체가 특이하다. 한국에 왕이 존재한다는 입헌군주제라는 설정을 하게 된 계기는?

- 우리나라가 입헌군주제를 채택했어도 재미있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영국처럼 왕족의 일상사를 함께 즐길 수도 있었을 거고, 우리나라에 왕실이 있었다면, 대부분의 입헌군주제 국가와 같이 전통문화가 훨씬 잘 보존되어 있을 수도 있고, 분단 극복에 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오기도 했다. 어쩌면 식민지의 폐해가 덜 남아 있는 나라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영국의 경우 왕의 존재가 국민통합에 구심점이 되어준 면도 크지 않나 생각한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궁'을 그려왔다고 하던데. 그 당시 '궁'을 착상하게 된 배경은?


- 1994년쯤인가 경남 김해의 김수로 왕릉으로 친구들과 '땡땡이'를 치러 갔다. 근처의 누각들이 쓸쓸히 비어 있는 모습을 보고, 너무 쓸쓸하다, 여기 사람들이 활기차게 오가고 있으면 좋을 텐데 하며 공상의 나래를 펴다가 경복궁을 연상했고, 정말로 왕과 왕비, 왕자가 살고 있는 궁궐을 떠올려서 시험기간임에도 불구하고 타오르기 시작했다.

◑채경의 실제 모델이 있는가? 이신과 율 캐릭터의 모델이 있나?

- 캐스팅에 대해 한참 모두 날카롭던 때에 내가 ‘처음에는 XXX가 신채경 역에 어울린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고 한 말을 언론에서 어순을 잘못 해석해서 ‘XXX가 캐릭터의 모델이다’라는 식으로 보도가 되었을 때는 조금 속상했다. 누가 어울릴 것 같다는 의견은 드라마 판권이 계약되기도 전에 얘기했던 것들이고, “캐릭터의 모델”과는 완전 다른 얘기다. 주인공들에게 특별한 모델은 없다.

◑처음 드라마 판권 제의가 들어왔을 때 고민하지는 않았나?

- 다른 만화가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만화를 그릴 때 이 역은 탤런트 누가 맡으면 어울리겠다, 이 역은 누가 딱이다 그런 매치를 해보는 일이 있다. 딱히 드라마화를 염두에 두고 그러는 것이 아니라 실사가 되었을 때를 상상해보는 재미에 가깝고, 캐릭터를 구체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궁’의 드라마화 제의가 들어왔을 때 큰 고민은 없었지만, 역시 소재라는 문제가 조금 걱정이 됐다. 드라마는 보통 아주 일상적이고 현실적인 부류와 아주 판타지적인 부류로 나누는데, ‘궁’의 경우 그런 면이 무척 복합적이기 때문에 드라마로 표현하기에 어렵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드라마의 소재를 넓히는 데 내 만화가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드라마를 제작하시는 분들이 열심히 일하고 계신 만큼, 작가로서, 그리고 한 사람의 시청자로서 좋은 결과물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

◑원작자로서 드라마 제작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 감독님께도 말씀드렸었는데, 무엇보다 의상이나 전통문화가 잘 살아났으면 좋겠다. 단색의 만화로는 표현할 수 없었던 부분들이 드라마의 화면을 통해 화려하고 아름답게 살아날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궁' 주인공 캐스팅에 대한 말이 많았는데 주인공 캐스팅에 대한 작가의 생각은?

- 분명 만화와 드라마는 다른매체이고 시스템 또한 다르다. 제가 만난 제작진분과 배우분들 모두 궁이라는 만화의 캐릭터 분석을 완벽히 하고 있었다. 모두 캐릭터에 대해 많이 연구하고 계신 듯했고,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캐스팅 논란을 겪으면서 안타깝고 마음 아픈 적도 많았지만, 또 가장 크게 깨달은 것은 "많은 사람들이 정말 채경이, 신이, 율이와 효린이를 아끼고 있구나..."하는 것이었다. '궁'을 아끼시는 분들, 그래서 캐스팅에 관해 여러 가지 걱정을 해주시는 분들 모두 '궁'에 나오는 주인공들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감정이입을 하고 있었고, 마치 만화의 주인공이 아니라 옆집 언니나 사촌 오빠의 일인것처럼 생각해 주시는 분들도 많았다. 그런 독자들 속에서 채경이와 신이는 평면적 공간에 갇힌 캐릭터가 아니라 정말 심장이 뛰는 캐릭터, 살아 숨쉬는 캐릭터로 재탄생했다고 생각한다. 드라마 안에서의 채경이와 만화에서의 채경이는 다른 모습일 테고 그에 맞는 캐스팅을 하는 것이 제작가분들의 몫이다. 독자분들도 그런 부분에서 이해를 해주셨으면 한다.

◑만화의 완결편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드라마가 먼저 방송이 되어 독자들은 드라마의 완결부터 먼저 보게 될 것 같은데 만화 결과는?

- 드라마 작가와 그에 대해 여러 번 얘기했지만, 되도록이면 결말에 대해선 언급을 피하고 싶으니 이해해달라.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남궁성우 기자 ]




2006-01-10 (1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