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5월 29일 (토) / 제 1 회
지금으로부터 백여년 전, 당대 최고의 신필로 불리던 젊은 화공 수
묵은 탱화 불사를 하기 위해 연화도 망해암으로 온다. 수묵이 연화
도로 온 진정한 이유는 자신의 연인 선화를 찾기 위해서이다. 선화
는 연화도의 돈 많은 문둥이에게 돈에 팔려 시집을 가야 했다. 탱
화 불사를 뒷전으로 밀어둔 수묵은 남의 아내가 되어 있는 선화와
위험한 만남을 지속한다. 그녀와 함께, 섬에서 도망가기로 한 계획
이 문둥이 남편 최부자에게 발각이 된다. 이에 격분한 최부자는 수
묵을 죽이겠다고 나서고, 선화는 수묵을 구하기 위해 남편이 먹는
약에 양잿물을 넣는다. 최부자가 다음 생에라도 둘을 용서하지 않
겠노라는 저주를 퍼부으며 죽은 뒤, 수묵은 선화와 하루빨리 섬을
떠나려 한다. 하지만, 선화는 이미 문둥병에 감염된 상태. 선화는
자신을 수묵이 그리는 탱화 속에 묻어달라고 유언을 남기고 자결
한다. 죽어서도 죽지 않고 탱화 속에 살아남아 다음 생엔 둘이 가
장 가까운 사이로 다시 만나게 되기를 기원하고 기원하겠다며. 그
당부에 따라 수묵은 선화를 손수 화장한 다음, 그 유골을 안료에
섞어 탱화를 그린다.
현재의 어느 날, 사진작가 찬규는 ‘탱화 화보집’ 출판을 위한 ‘탱화
전시회’의 사진 촬영의뢰로 사진 작업에 나선다. 그때부터 찬규는
정체모를 한 여인이 반복해서 나타나는 이상한 꿈에 시달린다. 사
진 촬영 마지막 날, 찬규는 ‘우란분경 변상도’란 탱화를 찍은 사진
에서 탱화 속에 숨겨진 있는 한 낮선 여인의 얼굴을 발견하고 경악
한다. 그 여인은 바로 꿈속에 등장하던 여인. 이상한 이끌림에 찬
규는 예의 탱화를 소장하고 있다는 연화도의 망해암으로 향한다.
한편, 지금으로부터 이십 칠년 전, 탱화와 단청 분야에서 이름을
높이던 젊은 화공 청죽에게 어느 무당 남매가 찾아온다. 탑골댁이
라는 만신과 그녀의 오빠이자 박수무당인 강씨, 둘은 청죽에게 자
기네 신당에 모실 탱화를 그려줄 것을 부탁한다. 청죽은 탑골댁에
게서 뿜어져 나오는 알 수 없는 기운에 끌려 예의 부탁을 수락하
고 만다. 그렇게 탑골댁 무당집에 머물며 무속탱화를 그리던 중,
청죽은 탑골댁에게 끌려 그녀와 살을 섞기에 이른다. 자신의 동생
이자 신딸을 범했다는 데 격노한 강씨는 불문곡직 작두날을 뽑아
든다. 그리고는 가차없이 청죽의 팔 하나를 날려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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