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 기획특집 미니시리즈< 다모 > 기획 : 조중현 극본 : 정형수연출 : 이재규 방송 : 월,화 밤9시55분
 
 
  조회:
정형수 작가가 말하는 <다모>와 정형수
정형수 작가. 아직 이름이 생소하다. 작가로 이름 올린 작품은 <베스트 극장> 두어 편과 <상도> 후반부가 전부다. 그러나, <다모>를 보다 보면 현란한 액션과 매력적인 연기자 뿐 아니라 가슴을 파고드는 대사에 필이 꽂히게 된다. 도대체 누굴까?
액션 장면을 보면 억센 남자일 것 같고, 애잔한 대사들을 보면 연애 경험이 풍부한 감성적인 사람일 것 같고, 민초들의 삶을 그려낸 걸 보면 굵직한 인간미를 가졌을 것 같은….

궁금증을 견디다 못해 작가를 만나기 보기로 했다. <다모>의 공신은 지금까지도 죽을 고생 다하며 촬영하고 있는 제작진과 연기자라며 한사코 인터뷰를 사양하던 정형수 작가. 그러나, 네티즌들이 너무 만나보고 싶어한다는 간곡한 요청에 드디어 다모폐인들 앞에 섰다.
 

  <다모> 작가는 진짜 다모.

드라마 작가실엔 언제나 녹차 향이 가득하다. 작가실에 들르는 사람이면 세번 중 두번은 꼭 정형수 작가의 정성어린 차를 대접 받게 된다. 인터뷰를 약속하고 작가실에 들어서니 이미 테이블에 정갈한 다기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뿌리가 깊어 보인다.
"절에 가서 스님들과 이야기 하며 먹기 시작했는데, 맛있더라구요. 차에 대한 깊이 같은 건 잘 모르구요, 그냥 맛있어요.

맛있으니까 남들에게 권하고 싶고, 맛있는 차 마시며 이야기 하면 그 이야기는 더 달죠. 주로 작설을 마셔요. 우전은 상품이라 너무 비싸고, 두번 째가 세작인데, 작설은 세작의 한 종류죠. 제가 <다모>를 맡게 되니까 누군가 사람들 올 때마다 차 공덕을 쌓다보니 그걸 맡게 됐구나 하더군요. 그냥 의미 없이 지나가는 인연이 없다는 말이 맞는가 봐요."

<다모> 작가도 다모폐인

정형수 작가는 시청자 게시판을 꼼꼼히 살펴 본다. 이미 원고 작업은 다 끝낸 상태이지만 엔딩 장면과 일부 수정 작업이 남아 있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반응을 놓치지 않는다. 원고를 쓰지 않을 때는 다모 게시판에서 살고, 어느 으슥한 밤에 슬며시 <다모아>클럽 채팅 방에 들어가 직접 팬들과 만나기도 한다.
"고민이에요. 윤이 죽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윤을 살려달라고 하더라구요. 이미 만들어진 스토리라인을 바꿀 수는 없지만, 윤을 사랑하는 분들이 수긍할 수 있게 더욱 애절하고 아름다운 죽음을 맞도록 수정할 생각이에요."
 

애절한 대사는 <다모>를 향한 작가의 애정 표현

윤과 채옥, 성백 처럼 지독한 사랑을 해본 적은 없다. 작품 집필에 들어가면서도 제일 걱정했던 부분이 멜로 장면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 였다. 그러나, 1회, 2회 써가면서 그런 걱정이 사라졌다. 작중 인물에 빠져들면서, 윤이 되었다가, 채옥이 되었다가, 성백이 되었다가… 그렇게 작중 인물이 되어 울고, 웃으면서 멜로 대사가 저절로 나왔다고 한다.

 

"그래서 초반 보다는 후반으로 가면서 더 애절한 사랑이 펼쳐집니다. 진짜 울면서 집필 했어요. 통곡하고 흐느끼는 눈물이 아닌, 가슴으로부터 올라오는 눈물을 휴지로 닦아가면서 썼죠. 작중 인물이 헤어졌다 만나고, 또 죽고 하는 게 너무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기 위해.

정형수 작가와 이재규 PD에게 다모는 특별한 드라마이다. 이재규 PD에게는 첫 연출 작품이고, 정형수 작가에게도 첫 미니시리즈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 함께 작업을 시작하면서 감회가 남달랐다고 한다. 시청자의 반응을 직접 느끼지 못한 채 홀로 글을 써야 했던 6개월 동안 이재규 PD와 함께 마음을 나눠가며 한 회, 한 회 작품을 완성해 나갔다.
서로 만족할 때마다 희열감을 느꼈고, 입체화 된 장면을 상상할 때 마다 가슴이 벅찼다
"이재규 PD가 작업에 들어가기 전 술 한잔 하며 그랬죠. 우리 아들들이 스무살 쯤 돼서 우리 드라마를 볼 만한 나이가 되었을 때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만들자구요. 가슴이 뻐근했어요."
 

 

만화 <다모>와 드라마 <다모>

정형수 작가는 재미만을 추구하지 않고, 정사 뒤의 민초 이야기를 깊이 있게 그려내는 방학기 작가의 만화를 좋아했다. <다모>를 드라마화 한다고 했을 때, 그래서 더 의욕이 생겼다. 하지만, 정작 집필을 시작하려니 난관에 부딪쳤다. 만화와 드라마는 너무도 달랐던 것이다. 결국 모든 것을 뒤엎을 수 밖에 없었다. 사주전이라는 소재를 차용하고, 윤과 채옥, 마축지, 타박녀 외의 인물은 모두 새롭게 창조해

야 했다. 그리고, 만화적인 인물을 드라마화 시키기 위해 윤과 채옥의 캐릭터도 새로이 설정해야 했다.
"만화와 드라마의 차이를 집어내라는 것 조차가 힘듭니다. 너무 다르거든요. 하지만, 원작 자체가 너무 좋기 때문에 만화를 꼭 한번 보라고 권하고 싶네요."


정인과 사랑, 경중을 가릴 수 없다.


이재규 PD는 인터뷰에서 '채옥에게 있어 윤은 정인이고, 성백은 사랑'이라고 했다. 이재규 PD와 한 마음으로 작업했다는 작가는 정인과 사랑의 차이를 이렇게 말한다.
"채옥은 황보윤을 사랑합니다. 그건 분명하죠. 하지만 서출로 태어나 간신히 종사관 자리에 오른 윤에게 자신이 걸림돌이 된다는 생각이 너무 강합니다. 그래서 받아들이지 못하고, 거부하고 부정하죠. 감히 사랑이라고 느끼지도 못하는 겁니다. 그러던 채옥이 제도권에서 볼 수 없는 들짐승 같은 성백은 만나게 됩니다. 자유롭고 거리낄게 없는 성백에게서 채옥은 가슴 속에 눌러만 뒀던 사랑의 감정을 그제서야 끄집어 내게 된 것이죠. 바라만 볼 수 밖에 없는 마음과 갖을 수 있고, 또 갖고 싶은 마음의 차이. 그게 정인과 사랑 아닐까요?"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

작가는 <다모>를 집필하면서 정말 모든 작중인물에게 깊은 애정을 느꼈다. 성백의 혁명에 대한 의지에 매료됐고, 자신의 꿈을 접으면서까지 한 여자를 사랑하는 윤의 마음에 따뜻함을 느꼈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작가를 가장 답답하게 했던 건 채옥.
"채옥의 입장에 섰을 때 가장 고민했습니다. 대사로 표현하기 힘든 그녀의 행동들, 사랑을 역설적으로 표현할 수 밖에 없는

그녀의 행동들에 마음이 아팠거든요. 채옥에 대한 안타까움, 윤의 답답한 마음, 성백의 기백이 왔다갔다 하느라 정말 머리가 터질 것 같았습니다."

이서진, 뜰 줄 알았다.


<다모>는 신문에서도 몇번 보도되었지만 캐스팅에 약간의 우여곡절이 있었다. 이서진은 처음엔 황보윤, 나중엔 장성백으로 역할이 정해졌다가 다시 황보윤으로 캐스팅 되었다.
정형수 작가는 처음부터 황보윤 역에는 이서진이 적격이라고 생각했다.
"<그 여자네 집>에서 중저음의 목소리, 착하고, 또 어떤 때는 우유부단해 보이는 모습을 보면서 저게 바로 윤의 성품이라고 생각했었어요. 최종적으로 이서진 씨가 이 역할로 결정되었다는 말을 듣고 정말 반가웠죠. 김민준 씨는 신인이라 참 어려웠을 텐데, 괄목상대라는 말이 딱이에요. 아마 중반 이후에는 여러분도 실감하실 겁니다. 후반에서는 극 분위기를 완전히 장악하죠."
 

드라마 작가로서의 정형수

정형수 작가는 1999년 <베스트 극장> 극본 공모에 당선되면서 데뷔했다. 중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구성작가인 아내가 글을 쓰는 걸 보면서 '나도 할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 작가협회에 등록했고, 한번의 낙오도 없이 4개 과정을 수료한 후, 바로 극본 공모에 당선, 그야말로 드라마 작가로서는 엘리트 코스를 밟은 셈이다.
하지만, 그 후로 3년 동안 이렇다 할 작품을 내지 못한 채 시련의 시
 
간들을 보내야 했다. 다른 드라마 작가의 보조 작가로 대신 글을 쓰기도 했고, 무협지를 쓰기도 했다. 힘들었지만 그 모든 작업들이 드라마 집필을 위한 훈련이 되었기에 소중하다고 자부한다.
"드라마 작가를 천직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다만 내가 생각했던 것을 가장 적합하게 표현해냈을 때 가장 즐거워요. 그게 바로 글을 쓰는 매력이기도 하구요. 때문에 드라마로 돈을 벌수 있던 없던 글을 쓰는 것 자체가 행복합니다."
 
  앞으로 만나게 될 작품들

정형수 작가는 시청률에 영합하는 작품을 싫어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시청자를 외면하고 작품의 질만 생각하는 것도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시청자의 기호를 정확히 간파해서 시청자를 만족 시키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도 할 수 있는 접점을 찾을 수 있는 통찰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드라마는 장인이 만드는 '예술품'이 아니고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명품'이라는 생각이 투철하다.

"드라마는 대중적인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드라마 작가는 순수문학 작가들보다 더 큰 소명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사실 <다모> 때문에 애들이 칼싸움 하면서 놀까봐 걱정되거든요. 하하"

은근한 녹차 만큼이나 향기로웠던 대화. 정성스럽게 우려내는 '다모'의 접대를 받을 수 있었던 시간은 <다모>를 시청하는 시간 만큼이나 흥미진진했고 유익했다. 앞으로 계속될 <다모>의 감동과 재미, 그리고 그 후에 또 계속 될 정형수 작가의 작품이 기대된다.


"평생 살면서 두어 작품만 성공하면 작가로서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다모>도 그 속에 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욕심 부리지 않고, 제가 할 수 있는 한 많은 분께 감동과 추억을 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iMBC 전은아






2003-08-07(1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