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몸이 굳어 돌처럼 변해가는 박진식씨(40세). 그는 돌시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마
비된 몸 굳어버린 손가락으로 돌시인은 희망이란 단어를 써 내려간다. 돌시인 옆에
는 투병30년 동안  한결같이 그를 돌봐온 어머니 조순씨(61세)가 계신다. 스무살까지
만 살 거라는 기대를 두 배로 살아내어 돌시인은 올해 마흔이 되었다. 

그런데 요즘 어머니가 달라졌다.  마네킹처럼 굳어버린 몸을 일으킬 때면 
“아이구! 어이구!”
하는 후렴구가 길어지더니 어머니는 아예 아들의 머리를 감겨주지 않겠다고 드러누
우셨다. 

올해 환갑이 되신 어머니. 어머니는 늙어가고 계신다. 그리고 돌시인의 투병생활은 
기약이 없다. 이제 어머니와 돌시인의 머리감기 한판 전쟁이 시작된다.

돌시인과 어머니의 이야기는 아픈 사람을 둔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픈 가족을 
돌본다는 것은 많은 인내심을 요구한다. 길어지는 투병생활 속에서 가족들은 조금
씩 지쳐간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간병은 이제 일상이 되어있고, 가족들은 사소한 일
로 서로에게 생채기를 낸다. 그러나 힘들고 고달프지만 돌시인과 어머니에게는 마
음 속 깊이 흐르는 사랑이 있다.


흐르는 눈물을 스스로 닦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눈물도 이젠 내게 짐이 되는가 봅니다(박진식시인의 시 중에서) 

열 살 때부터 다리에 힘이 빠져 걷기 힘들더니, 박진식씨의 몸은 조금씩 굳어갔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직 후인 14살 때부터는 아예 자리에 드러누웠다. 지난 30년 동안 
석회화증으로 몸은 조금씩 돌처럼 굳어서, 이제 그의 육신은 시멘트 속에 갇혀 있는 
것처럼 되었다. 

투병30년 동안 그가 흘린 눈물은 산을 이루고 강을 이루었지만, 시인은 굳어버린 손 
때문에 흐르는 눈물을 스스로 닦을 수가 없었다.  30년의 투병생활 동안 오로지 어머
니가 그의 곁을 지켜주었다. 


 ■ 시인이 되다

 
“마비된 몸 
 마비된 언어
 굳어버린 손가락 
 희망이라는 단어 하나를 겨우 썼다“ 
(시인의 시 그대에게 보내는 편지 중에서)

두 평의 공간. 
석회화되어 굳어버린  몸. 

방이라는 공간과 육체라는 틀 속에 이중적으로 갇혀있는 박진식씨는 세상을 향해 나
아가기 위해 시를 쓴다. 무엇보다 박진식씨는 어머니를 위해 시를 쓰기 시작했다. 어
머니의 희생과 고통이 의미 없는 일이 아니란 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새로 
나온 시집을 보여드리면 언제나 어머니는 “아이고 장한 내 아들!!”하고 기뻐하셨다. 
시를 쓰는 건 그에게 삶의 새로운 시작이 되었다.  


■ 연소성 피부근염에 의한 범발성 석회화증
 
지난 30년 동안 한결같이 박진식씨를 씻기고 입히고 먹이신 어머니. 

의사는 박진식씨에게 스무 살까지만 살 거라고 했지만 그는 두 배를 살아내어 올해 
마흔이 되었다.

최근에야 “연소성 피부근염에 의한 범발성 석회화증”이란 병명도 알게 되었다. 
석회화증 환자 중 박진식씨는 세계에서 가장 심한 케이스라고 한다.

하루하루가 생의 마지막인 듯 살아온 박진식씨는 이제 마흔이 되었지만 아직 죽지 
않았다. 
다만 몸이 굳어진 채  늙어갈 뿐이다. 또한 어머니도 점점 더 늙어 가신다.


■ 어머니가 달라졌다!! 

“당신은 내게 
 늘 바람막이가 되고
 나는 늘 당신의 모진
 바람만 되는 것을“

(시인의 시 ”사모곡“ 중에서)

어머니하고 부르시면 곧장 달려오시던 어머니가 이제는 세 번 네 번을 부르면 한참 
뒤에야 ‘어이쿠!’하시며 일어난다. 어머니는 늙어가고 계신다. 돌시인은 몸무게가 늘
어가고 있다. 어머니는 점점 돌시인을 힘에 부쳐하신다.

머리를 감는 화요일과 금요일이면 돌시인과 어머니는 신경전을 벌인다. 

어머니:  진식아? 오늘은 그냥 지나가면 안 되겠니? 엄마가 머리가 아프다!
진   식:  어머니 가려워 미치겠어! 꼭 감아야혀!!

어머니는 언제까지 돌시인을 번쩍 들어 올릴 수 있을까?


■ 환갑이 되신 어머니 

 “당신은 내게 많은
  도움을 주셨지만
  나는 빈손이어서
  드릴 게 없습니다“(시인의 시 빈 손 중에서)

 어머니를 가장 편하게 하는 길은 자신이 어머니를 떠나는 것이라고 박진식씨는 말
한다. 어머니의 어깨에서 자신의 짐을 내려드리는 거라고 한다. 그러나 여전히 마음
은 14살 소년인 박진식씨는 어머니를 떠나 살아갈 자신이 없다고 한다. 단 하루라도 
어머니 없이 살아갈 수 없다는 시인이 환갑을 맞으신 어머니를 위해 자신만의 사랑
을 펼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