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간첩 수지김 그 15년의 진실.
“내 아내 수지김은 북한공작원이었다 ”
1987년 1월 9일 서울 김포공항... 싱가폴 북한대사관으로 납치, 
강제납북 당할뻔 했다가  극적으로 탈출했다는 한 남자의 기자회
견이 열리고 있었다. 당시 나이 28세인 이 남자의 이름은 윤태식. 
그는 이 납북미수사건에는 자신의 부인 수지김이 깊숙이 개입되
어 있었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아내 수지김은 처음부터 자신을 납
북시킬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접근, 위장결혼을 한 북한공작원이라
는 것이다. 이 사건은 국내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됐고, 전국민에
게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런데 열흘 후 남편을 납북시키려 
했다던 여간첩 수지김이 홍콩 자신의 아파트에서 피살체로 발견된
다. 아마도 오래 전에 살해된 듯 구더기로 덮인 채 썩고 있던 사체
는 머리에 베개커버가 씌워져 있었고, 목에는 캔버스벨트가 감겨
있었다. 홍콩경찰은 살해된 것으로 추정했다. 그렇다면 북한 공작
원 수지김은 도대체 누구에 의해, 왜 살해된 것일까? 그리고 남편 
윤태식의 납북미수사건과 그녀의 죽음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
는 것일까? 수많은 의혹이 꼬리를 물었지만 87년 1월 박종철군 고
문치사사건이라는 정국에 묻혀 그 죽음의 미스터리는 잊혀지고 말
았다

15년 만에 밝혀진 죽음의 미스터리 .... 
“모든건 남편의 자작극”
사건발생 13년 후 수지김의 죽음에 관한 의문은 다시 제기된다. 유
족들은 그녀의 남편이었던 윤태식을 여동생 수지김을 살해한 혐의
로 검찰에 고소한 것이다. 검찰은 당시 안기부가 납북미수사건으
로 결론내린 이 사건의 재수사를 어렵게 결정했다. 그러나 수사는 
뜻밖의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당시 살해용의자 윤태식의 수사를 
담당한 것은 안기부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아무런 협조를 해줄 수 
없다는 태도를 보였고, 윤태식 역시 검찰의 수사에 응하지 않았던 
것이다. 수지김 가족들이 처참한 세월을 보내는 동안 그는 성공한 
벤처사업가로 변신해 있었던 것이다. 수사는 제자리를 맴돌았다. 
그러던 어느 날 수지김의 오빠는 의문의 사고사를 당하게 된다. 결
국 검찰은 13년 전 이 사건을 살해사건으로 단정하고 지속적으로 
수사를 진행해온 홍콩경찰에 협조를 요청하게 된다. 그리고 홍콩
에서 남편 윤태식이 범인라는 결정적인 단서를 찾은 검찰은 살인
공소시효 15년을 두 달여 앞 둔 2001년 10월 윤태식을 수지김 살해
혐의로 구속기소한다. 

살인인가 vs 폭행치사인가 ?  
그리고 간첩조작사건의 배후는 누구인가?
15년 전 윤태식의 납북미수사건은 자작극으로 밝혀졌다. 15년 전 
그는 부부싸움 도중 아내 수지김을 살해한 뒤, 검거를 피하기 위
해 납북미수사건이라는 자작극을 꾸몄던 것이었다. 전국민을 상대
로 사기극을 벌인 윤태식.. 그러나 그는 검찰수사에서 수지김의 살
해는 단지 우발적인 실수였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형법상의 폭
행치사 공소시효는 7년.. 그의 주장대로 수지김이 부부싸움 도중 
머리를 벽에 부딪혀 죽었다면 윤태식은 무죄로 풀려나는 상황이었
다. 살인죄냐 폭행치사죄냐? 그 여부를 두고 치열한 법정공방이 벌
어지는 가운데 윤태식의 사기행각이 드러나고 당시 이 사건의 조
작에 안기부가 관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건은 일파만파로 번지
게 된다

수지김 家의 죽음... 누가 책임질 것인가? 
법정에서 윤태식은 15년 전 안기부 조사시 자신은 이 사건의 진실
을 모두 털어놓았다는 폭탄선언을 하고 만다. 당시 안기부는 모든 
것이 거짓말이며, 수지김은 북한공작원이 아니라 살해되었다는 사
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국호도용으로 이 사건을 이용하
기 위해 앞장서서 <수지김 살해사건>을 은페조작했다는 것이다. 
전국민은 경악을 금치 못했고, 궁지에 몰린 국정원은 자체적으로 
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발표까지 하게 된다. 그러나 
법정에서 풀어야 할 마지막 쟁점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과연 윤태
식은 계획적으로 수지김을 살해한 것인가? 아니면 그의 주장대로 
단지 실수로 죽인 것인가? 당시 안기부의 수사자료까지 공개되었
지만 윤태식은 그 자료까지도 자신을 위협하기 위해 안기부가 조
작했다고 주장한다. 살인이냐? 폭행치사냐? 그 진실을 아는 유일
한 증인은 당시 윤태식을 조사한 안기부 수사관 뿐이었다. 
결국 법정 증언대에 오른 안기부 수사관... 그는 과연 진실을 말할 
것인가?

이번 주 실화극장 <죄와 벌>에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
야 할 국가권력이 정국을 호도하기 위해 살인사건을 은폐조작하
고, 그 피해자를 간첩으로 내몰아 가족들을 파멸로 내몰았던 <수
지김 살해 은폐조작> 사건의 전모를 낱낱이 밝히고, 아직 밝혀지
지 않았지만 국가권력에 의해 자행된 수많은 조작사건들에 대해 
의혹을 제기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