괘씸죄의 희생양인가, 상습 절도범인가?- 1983년, 대도 조세형 사건 <1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었던 화제의 사건을 재연하는 「실화극장 죄
와 벌」. 단순히 '죄'만을 추궁하는 형식에서 탈피, 그 이면에 숨겨
진 사연과 진실을 추적한다. 이번 주에는 80년대 초반 화제가 되었
던 대도(大盜) 조세형 사건을 다룬다. 6월 23일(월)과 6월 30일
(월), 총 2주에 거쳐 조세형 사건을 재연하며 그 이면에 감춰진 이
야기를 찾아간다. 유명인사와 부유층의 집만을 골라 10여 차례에
걸쳐 당시 5억 원 대의 금품을 털었던 조세형. 제 1부의 내용은 다
음과 같다.

# 고관대작의 금고를 훔쳐 본 도둑 - 대도(大盜) 조세형
1970년대와 80년대 초, 권력가와 재벌의 집만을 골라 터는 신출귀
몰한 행각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도둑 조세형. 그는 10여 차례
에 걸쳐 훔친 현금 일부를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눠줘 '대
도'(大盜)인 동시에 '의적'(義賊)으로 불리기까지 했다. 그 대도 조
세형이 1982년 11월 검거됐다. 조세형의 검거 후, 권문세가의 금고
에서 훔쳤다는 물방울 다이아몬드 등 희귀한 물품들이 언론에 알
려지며 화제가 되었고, 이를 통해 소시민들은 당시 대한민국 상류
사회의 사치스러움을 엿볼 수 있었다. '이철희, 장영자' 사건 등 부
정부패로 사회 분위기마저 혼란스러웠던 시절, 때문에 일개 절도
범이었던 조세형이 몰고 온 사회적 파장은 유례없이 컸다.

# 목숨을 건 5박 6일간의 탈주극, 그리고 재검거
검찰은 조세형을 특수상습절도로 기소하는 동시에 보호감호를 청
구한다. 38년의 인생 중 16년을 소년원과 교도소에서 보낸 전력으
로 보아 재범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반대로 변호인
은 조세형이 절도범이지만 사람을 해친 적이 없다는 점을 들어 선
처를 호소, 제2의 징역인 보호감호처분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그
러나 검찰은 무기징역과 보호감호 10년을 구형했고, 결국 이날 조
세형은 법원 대기실에서 대낮의 탈주극을 벌인다. 5박 6일 동안의
도주 끝에 2백 여명의 무장 경찰과 대치하게 된 조세형은 머리에
치명적인 총상을 입은 채 다시 검거된다.

# 축소·은폐된 수사, 사건의 진실은?
조세형은 경찰의 비정상적인 수사 방식에 대한 불만 때문에 탈주
극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외부의 압력으로 수사내용이 축소, 은폐
되었으며 자신과 모종의 합의 끝에 피해자의 이름을 뒤바꾸고 피
해액수도 축소했지만, 결국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시
여론은 조세형의 범죄행각보다 귀중품을 도난 당한 피해자들의 치
부 행태에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때문에 피해자들은 저마다 피해
사실을 감추고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을 꺼려했다.

한편, 변호인은 무기도 없이 자수의사까지 밝혔던 탈주범에게 경
찰이 총구를 겨눈 이유에 대해서 의혹을 제기했다. 경찰은 조세형
이 생선회칼을 휘둘렀으며 자수의사를 밝히지 않았음을 주장했
다. 엇갈리는 양측의 진술 속에서 끝내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결국 재판부는 조세형에게 징역 10년을 선고, 보호감호 10년에 처
한다. 이에 불복한 조세형은 항소했으나 형량만 늘어날 뿐이었다.
징역 15년에 보호감호10년, 이는 사실상 종신형에 해당하는 것이
었다. 과연 이 사건은 외부에 의해 은폐된 것일까, 아니면 조세형
은 거짓 증언을 하는 것일까? 그 진실을 추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