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월 27일 (월) / 제 3 회
“살인자 없는 살인사건”- 이태원 대학생 살해사건
▶ 참혹한 살인, 이유는 단지 재미로?
97년 4월 3일 밤, 여자친구를 집에 데려다주는 길이던 대학생 조
중필(24세)씨가 이태원의 한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서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부검 결과 피해자는 날카로운 흉기에 좌우 목과
복부를 무려 아홉차례나 찔려 숨진 것으로 밝혀졌다. 도대체 누
가, 무슨 이유에서 이토록 잔혹한 살인을 저질렀을까? 사건은 미
육군 범죄수사대 CID에 걸려온 한 통의 제보전화로 빠르게 풀려가
기 시작했다. 제보의 내용은 당시 햄버거 가게에 있던 두 명의 미
국계 아이들이 살인사건의 범인이라는 것. 그 중 미군속의 자녀 패
터슨은 사건 이틀 후 CID에 의해 검거되었고, 또 한 명의 용의자
인 재미교포 2세 에디 역시 며칠 뒤 한국 검찰에 자수했다. 이로써
살해 현장에 있던 두 명의 용의자가 모두 구속되었다.
수사 결과, 이들이 조중필씨를 살해한 이유는 단지 “재미로”였는
데. 기가 막힌 상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두 명의 피의자 모
두, 자신은 목격자일뿐 살인을 한 것은 상대방이라며 자신의 범행
을 강력히 부인했던 것이다. 진실을 알고 있는 유일한 두 사람의
증언이 엇갈리면서, 핏자국이나 부검의의 소견, 용의자 친구들의
증언 등 부수적인 증거에 기대 진범을 가려내야 하는 재판부는 고
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 범인은 둘 중 하나! 살인자인가, 목격자인가?
손을 씻으러 화장실에 갔다 패터슨의 범행을 목격했다는 에디와
뭔가 보여주겠다는 에디를 따라 갔다가 살인을 목격했다는 패터
슨. 상반되는 두 사람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여러 가지 정황 증거들
이 재판의 쟁점으로 부각되었다.
먼저 부검을 맡았던 법의학자는 피해자 몸에 남은 칼자국의 방향
과 피해자가 방어한 흔적이 전혀 없었던 점을 들어 범인이 피해자
에 비해 키가 크고 힘이 센 사람일 것이라는 소견을 제시했다. 이
것은 패터슨보다 훨씬 덩치가 컸던 에디가 범인이라는 결정적 증
거였다. 거짓말 탐지기 조사에서 나타난 ‘거짓’ 반응 또한 에디에
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그러나 당시 패터슨이 온 몸에 피를 뒤집어쓰고 있었다는 친구들
의 증언과 범행 직후 흉기를 인멸한 행동은 오히려 패터슨의 유죄
여부를 의심케 하기에 충분했다.
둘 중 하나가 범인임은 분명한 상황!
과연 살인자는 누구이며, 법은 누구를 심판할 것인가.
이번 주 실화극장 ‘죄와 벌’은 97년 이태원 햄버거 가게에서 일어
난 살인사건과 그 재판 과정을 재연, 법적 쟁점으로 부각된 사항들
을 되짚어보며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고, 당시 범인으로 지목됐던
에디와 패터슨의 현재 행적을 추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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