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위하여.
1읍 1면, 인구 3만 1000명의 초미니 지방자치단체  충북 증평군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초대 군수, 군의원 선거 그 치열한 접전!

1읍 1면, 인구 3만 1000명의 초미니 지방자치단체 충북 증평군. 
이 작은 마을이 요즈음 떠들썩하다. 바로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초대 군수, 군의원 선거 때문. 지난 5월 군 승격 확정 후 온 마을이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을 정도로 자치시대를 여는 주민들의 기쁨
과 기대는 남달랐다. 이에 첫 증평 지방 선거에 후보들이 대거 출
마. 군수 선거 4명, 군의원 선거에는 무려 23명의 후보자가 출마선
언을 했다. 이중 단 4명만이 증평군 군의원으로 활동 할 수 있다.

23명 군의원 후보 중 동네 주민들이 알만한 사람은 다 나왔다. 마
을 이장부터 몇 십 년 농사만 짓던 농사꾼, 시장 상인까지 출마를 
선언을 한 것. 제철에 수확해야하는 농사일도 미루고, 식당에 옷장
사도 전폐하고 길거리로 나섰다. 합동연설회를 앞두고 23명의 후
보자들이 더욱 바빠졌다. 처음 해 보는  연설회인 만큼 만반의 준
비가 필요한 것. 간이 단상을 만들어 놓고 연습하는 가 하면 담력
을 키우고자 몇 십 명의 운동원 앞에서 연설문 연습하기를 마다하
지 않는다. 소신을 가지고 고향 땅을 지켜온 기호 4번 이준호씨의 
당선을 돕기 위해 6남매는 사돈의 팔촌까지 동원 물심양면으로 지
원했다. 밤새워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 이준호씨. 날계란에 청심환
을 먹고 서야 연설회장으로 출발했다. 

첫 고비는 누가 먼저 연설을 하느냐. 연설 순위 추첨에 긴장한 기
색이 역력한 후보들이다. 1번부터 23번까지 그 희비가 엇갈리고 본
격적인 유세가 시작됐다. 넙죽 절을 하는 것은 기본, “심봤다! 심봤
다!”를 목 터져라 외친 기호 13번 박인석 후보는 자신의 캐릭터인 
인삼을 유권자를 향해 던져 환호를 받았다. 각 후보들은 재래시장 
활성화부터 영세민을 위한 복지 혜택, 농산물 판로 확대등 증평군
의 굵직 굵직한 현안들을 내놓았다. 평생 농사 짓던 15년 이장 경
력을 앞세운 이준호씨(59)도 무사히 연설을 마쳤다.

“식구들을 다 이렇게 고생을 시켜요. 이걸 왜 했나 싶기도 하
고..” -기호 4번 이준호 후보
“그동안 키우느라고 고생하셨는데 저희가 뭐 효도하는 거죠” 
-이준호 후보 아들 이제우

“딸아이에게 이제껏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뭐했나, 후회 스러워
요.”-기호 12번 최건성 
“무뚝뚝하고 간섭이 심해 미워하기 까지 했던 아빠에 대한 사랑 이
제야 알았어요”
-최건성 후보 딸 최민숙

선거일 D-4, 23명의 후보자들의 우열을 가릴 수가 없다. 700표만 
얻어도 당선은 가능한데, 그게 호락호락 하지 않은 것.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한 선거운동은 총력전에 들어가고 거리마다 홍보차량들
과 운동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손놓고 있을 수 없는 상황, 이준
호씨 가족이 특단의 대책을 마련했다. 선거비용을 줄이고자 만들
지 못했던 로고송을 급히 제작하기로 결정한 것. 가족들 똘똘 뭉
쳐 개사를 하고, 아들 친구를 동원 동네 노래방에서 급히 녹음을 
마쳤다. 마지막 비상책은 “가족”을 부각 시켜라! 인쇄소를 하는 둘
째 아들이 가족 관계를 적은 명찰을 만든 것. <첫째아들>, <둘째
아들>,<며느리>에 <제수씨> 명찰까지 가슴에 달고 나가니 주위 
반응이 의외로 좋아 가족들이 신이 났는데, 반나절만에 선관위 직
원에게 적발됐다 . 어깨띠 이외의 홍보물 부착은 불법이라는 것. 
이에 질세라 둘째 아들이 가족관계를 적은 어깨띠를 다시 만들고 
거리로 나섰다. 

그나마 가족들 많은 이준호씨가 부러운 기호 12번 최건성씨 딸 민
숙씨. 결혼하고 줄곧 청주에 떨어져 살았던 민숙씨는 선거에 출마
한 아버지를 돕기 위해 2주째 증평에 머물고 있다. 한참 엄마를 찾
을 나이인 3살, 2살 딸들을 떼어놓고 선거판에 뛰어 든 것. 평소 살
갑지 않고 무뚝뚝한 아버지 선거운동에 혼자서 고군 분투 해보지
만 영 쉽지가 않다. 연세 많은 아버지의 예전 같지 않은 모습이 안
쓰럽다는 딸 민숙씨, 가는 사람마다 붙잡고 “기호 12번!”외치는 딸
을 보는 마음이 편치만은 않은 최건성씨다. 마지막 선거 운동일. 
각 후보들이 사활을 걸고 거리로 나섰다. 이준호씨 가족들은 15년
간 이장 생활을 했던 표밭 예상지역 ‘초중리’로 향하고 막판 스파트
를 올렸다. 마을 어르신들의 따듯한 격려에 왈칵 울음이 쏟아지는 
가족들이다.

드디어 증평군 군수 · 군의원 투표일. 새벽부터 일어나 투표장으
로 향한 이준호씨. 제일 먼저 투표함에 자신의 손으로 투표를 하
고 나왔다. 출마 결정부터 지금까지 식구들 고생시킨 것이 미안하
고 또 고마운 이준호씨다. 몇 시간 후 개표가 시작됐다. 

13년만의 증평군 승격, 초대 군수와 군의원 선거! 치열한 선거
가 이들에게 안겨 준 것은 비단  각 후보자들의 당락여부 만은 아
니었다. 떠들썩한 지역 선거 열풍 속에 감춰진 후보자 가족들의 끈
끈한 가족애를 들여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