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 별곡 (別曲).
충남 홍성 신대마을에는 별난 시어머니와 별난 며느리가 살고 있
다. 올해 예순 여섯의 며느리 조순례씨. 남편이 버젓이 있는데도
시어머니와 30년 넘게 한 이불을 덮고 살았다는데. 친구 못지 않
은 우정을 간직하며 살아가는 고부간,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길래
이들의 동침은 시작된 것일까.
열아홉에 시집와 서른 둘에 홀로된 시어머니 김임례옹(93). 그 곁
에 지금껏 딸이 되고, 친구가 되어 준 것은 며느리 조씨였다. 그래
도 ‘시집살이’란 그리 녹록치 않은 법. 만만치 않은 성격의 시어머
니, 다정다감하지 못했던 남편과 어렵기만한 시동생들과의 우여곡
절 많았던 삶이 결코 쉽지는 않았단다.
그녀의 남편은 천하의 풍류남아 장철호씨(72). 마을 노인회관의 알
아주는 분위기 메이커다. 예사롭지 않은 박자감각으로 젓가락을
두드리고 노래도 부르며 마을 할아버지들과 어울린다. 좌중을 휘
어잡는 탁월한 장단은 1,2년 두드린 솜씨가 아니고, 그가 없는 노
인회관은 썰렁하기 그지없다는데...
그런 장철호씨가 집에 오면 한없이 과묵해진다. ‘앗싸리판’ ‘칼’
‘딱’. 별명이 말해주듯 남편은 그렇게 좋아하는 술도 ‘딱’ 몇 잔만
들이키고, 아니다 싶은 말은 단‘칼’에 자르는 등 맺고 끊는 것이 분
명한 성격의 소유자. 조순례씨는 단 두마디도 꺼내본 적이 없을 정
도였다.
시어머니를 향한 지극정성함은 이미 마을에 소문이 자자하고, 효
부상도 두 번이나 받았지만 부담스럽다는 순례씨. 이 시대 흔하지
않은 별난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끈끈한 우정! 그러나 결혼 46년만
에 털어놓은 조순례씨의 못 다한 이야기는 무엇일까. “다음세상엔
남자로 태어나고 싶어요.”... 환갑을 훌쩍 넘긴 며느리의 쉽지만은
않았을 시집살이 이야기를 담아본다.
유민, 한국에서 꾸는 꿈.
한국진출 일본배우 1호 유민, 그녀의 당찬 도전은 어디까지인가?
▷ ‘한국사람보다 더 한국적인 외모’의 일본인 배우
- “슬퍼서 많이 울었던 날에도 꿈이 나를 강하게 만들었다” (유민
의 자작 시 中)
한국진출 일본배우 1호 유민(24/본명 후에키 유우코).‘한국 사람
보다 더 한국적인’, ‘순수’, ‘청순의 대명사’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
니는 그녀는 최근 <강호동의 천생 연분> 등 쇼 오락 프로그
램은 물론이고 드라마, CF, MC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며 주
목받고 있다. 다른 나라도 아닌 ‘일본인’이 외국인에 배타적인 한
국 연예계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유민의 드
라마,MC 등의 연예 활동 외에 작은 오피스텔에서의 일상 생활, 그
리고 데뷔 시절부터 그녀를 보아 온 측근들의 인터뷰를 통해 그녀
의 한국 진출기를 들어본다.
2001년, ‘8월의 크리스마스’를 보고 한국영화의 매력에 푹 빠졌
던 유민은 한국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는 꿈을 품고, 한국에 오
기 전부터 ‘한국어’, ‘한국음식’을 연습했다. 뿐만 아니라 직접 한
국 매니지먼트사에 전화를 걸어 ‘한국에서 활동하고 싶다’고 했을
만큼 열망이 대단했는데. 그러나 ‘연습’ 만큼 ‘실전’은 호락호
락 하지 않은 것이 세상 이치. 차츰 그녀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팬 중에는 ‘일본 사람이라 싫다‘ 며 돌아서는 사람들이 생기는
가 하면, 비자 문제를 비롯해 각종 구설수가 계속됐다. 일본인 연
예인이 한국에서 정착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 한일 문화 교류의 전도사로 나선 유민
비온 뒤 땅이 더 굳어지는 법. 송사를 겪고 난 뒤 유민의 한국 사
랑은 더욱 깊어졌다. 한국에서의 ‘성공’보다, 한국에서 만난 ‘사람’
들이 더 귀중하다고 말하는 유민. 최근에는 자신이 일본에서
한국어를 공부할 때 시청했던 일본 NHK 교육방송 <한글 강좌>의
진행을 맡아 한국 문화를 알리는 데 앞장서는 가 하면, 베스트셀
러 ‘TV동화 행복한 세상’을 일본어로 번역해 출판할 예정이기도 하
다. 일본정부에서도 유민의 활동을 ‘한일문화 교류의 전령사’로서
고무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물론 한국어 공부도 쉬지 않고 있다. 나날이 피곤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일주일에 세 번 유민은 학생이 된다. 화장기 없는 얼굴
에 수수한 차림으로 여느 학생들처럼 이대 한국어 교육원을 찾아
한국어 공부를 한다. 이젠 자신의 한국 생활 2년여를 한국어 에세
이로 발표할 만큼 실력이 수준급이다.
▷ “친가족처럼 신경 써주는 좋은 사람을 만나 너무 행복합니다”
바쁜 스케줄에, 늘 남들보다 수 십 배는 더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
는 그녀. 스트레스도 만만치가 않은데. 유민만의 스트레스 해소법
은 바로 농구. 학창시절 농구선수로 활약한 까닭에 틈만 나면 공
을 들고 운동장을 찾는다. 어쩌다 쉬는 날에는 일본에서
공수해온 인스턴트 음식들로 향수를 달래고, 한국 영화를 보면서
한국어 공부와 함께 ‘한국 영화의 주인공’이란 꿈을 다시 한번 다지
곤 한다.
바깥 나들이라고 해야 친구와 만나 김치찌개를 먹고, 서점에서 한
국 시와 소설을 보는 것이 전부. 요즘에는 얼마 전 촬영
에 들어간 드라마 <좋은 사람> 촬영현장을 찾아가기도 한다. 자
기 배역의 촬영이 없는 날도 현장에 찾아가 상대 배우 신하균의 연
기를 체크하는 것. 그녀가 이렇게 노력하는 것은 모두
‘한국영화의 주인공’ 이란 꿈 때문이다.
일본인에 대한 편견을 딛고 ‘유민’이라는 이름을 세상에 알린
여자. 모두들 안 된다고 해도, 결국 해내고야 마는 집념의 배우 유
민, 그녀의 당찬 도전은 어디까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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