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월 2일 (일) / 제 45 회
[가족의 힘 - 스물 아홉, 태용씨의 홀로 서기]
-오른 팔을 쓸 순 없지만, 왼팔로 할 수 있는 일도 많이 있다.
가끔은 너무 힘들어 주저앉기도 하지만, 내 마음속에는
꿈이 가득 차 있어 일어설 수 있다.-
-2003년 12월 태용씨의 일기 중에서 -
스물 아홉 태용씨는 정신지체 2급에, 오른 손이 마비된 청년이다.
3년 전,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주유소에 세차원으로 취직했을 때만
해도 그는 한쪽 팔을 쓸 수 없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
지 온몸으로 느껴야 했다. 그러나, 햇수로 3년을 넘기던 지난해 겨
울, 태용씨는 최우수직원으로 선정되었다.
8살이 되던 해, 엄마의 손에 이끌려 복지관으로 들어왔던 아이.
태용씨의 홀로 서기는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 늘 지방 출장을 다녔던 아빠와 그런 아빠를 대
신해 장애를 앓고 있는 아들을 혼자 키워야 했던 엄마는, 위암 말
기 판정을 받고, 태용씨를 복지관으로 보냈다.
그렇게 20여 년의 세월이 흘렀고, 스물 여덟이 되던 지난해부터는
또래 친구들과 함께 그룹 홈을 시작하면서, 태용씨는 본격적인 홀
로 서기를 준비한다.
어렵기만 했던 세차 일도 이제는 단골이 생길 정도로 숙달되었고,
일주일에 한번, 비번인 날에는 세차 일을 시작한 복지관 후배들을
찾아 지도를 해줄 만큼, 베테랑이 됐다.
그리고, 두 달 전에는 그토록 찾고 싶었던 아버지도 만났다.
녹록치 않은 형편과 지방출장이 잦은 탓에 힘들게 찾은 아들을 자
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아버지는 내년, 태용씨와 함께 살기를 계획
하고 있다.
태용씨 또한 아버지와 함께 살 그날을 생각하며, 혼자 살아가는 연
습에 열심이다. 피를 나누진 않았지만, 세상 앞에 당당히 서기 위
해, 서로 의지하며 힘을 모으는 가족들. 그리고 뒤늦게 시작하는
아버지와의 만남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깨달아 가는, 스물 아홉
태용씨의 홀로서기를 만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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