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교양 >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방송 : 1999.9.12~ 일요일 밤 11시 30분
2005(3/20 첫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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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1999
최승호 | 이채훈 | 김환균 | 한홍석 | 오상광 | 이모현 | 채환규 | 조준묵 | 이규정 |


잘 있지요?런던의 날씨는 어떤가요?
여전히 흐릿한 하늘에, 어제와 같은 오늘의 바람은 시간이 도대체 흐르고나 있는지 의심을 품게 만들고 있겠지요.

그러고 보면 89년 대학 1학년, 우리가 같이 나눈 시간은 1년 남짓 밖에 안되는데, 마치 진행형처럼 사라지지 않고 주위를 맴돌고 있네요. 전 뭐 대학 때나 마찬가지로 여전히 짝다리를 짚은 채로, 냉소적인 반문과 열광할 때 물 뿌리기, 만장일치에 반대표 던지기 등을 일삼고 있지요.

95년 제가 MBC에 들어가게 되었다고 했을 때 당신이 했던 말이 생각나네요. “그래 이젠 어른들 하고 살 준비가 된 거에요?” 사실 그때는 얼떨결에 들어와 방송국이 뭘 하는 곳인지도 몰랐어요, 그냥 어쩌다 굴러 들어왔으니까요. 그리고는 그럼 이왕 들어온 거 재밌는 세트 코미디를 한번 만들어 볼까 생각했지요. 근데 그 놈의 알량한 시대에 대한 의무의식과 함께 했던 친구들에 대한 부채의식이................. 그래도 지금 생각해보면 다행이라 여겨지기도 해요. 세월의 풍화작용에 그나마 이 정도 밖에 마모되지 않고 버티면서, 사회와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세상의 사건들에 자기를 대입시키면서 그래도 아직까지는 자기합리화 보다는 자기검열의 방법을 택하고는 있으니까요

그러고 보니 제가 했던 프로그램들을 한번도 알려드린 적이 없군요
‘생방송 화제집중’,‘와 E멋진세상’,‘일상탈출 야호 등등과 추석특집다큐 ‘왕피리 사람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강요된 해방구-86 건국대 사건’ ‘잊혀진 전쟁- 황해도 신천학살’, 우리시대 ‘에이즈와 기근의 현장 남부아프리카를 가다’ 등을 했어요

이번에는 ‘IMF 구제금융 사태’를 하려고 해요.
당신도 기억 하시지요? 97년 11월 , 제2의 국치일이라 불리우던 그 날의 스산했던 풍경을.....
영국도 역시 헤지펀드들의 공격을 받아 무너진 경험이 있어 곁에서 보아 알겠지만,
그 날 이후 한국에서는 섬마을 소년들도 IMF라는 ‘국제기구’를 알게 되었고, ‘은행’도 망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기계가 열라 돌아 이득을 내고 있어도 기업이 부도가 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지요. 또한 외국인 사장과 일을 하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요. 그 만큼 IMF 구제금융은 단지 부족한 돈을 외국에서 꿔오는 것만이 아닌 사회의 기본 개념을 바꿔 놓는, 새로운 경제 질서를 이 땅에 심어 놓는 결과를 가져 왔죠.

하지만, 이런 사회전반에 질적인 변화를 가져온 이른바 ‘IMF 사태’의 속내를 정확하게 알지 못합니다. 대한민국이 어떻게 하다 이런 비참한 상황에 몰렸는지, 도대체 요청하는 과정은 어떻게 된 건지, 누구의 책임인지, 그리고 지금의 상황에도 해당되는 우리의 선택은 올바른 건지 등등 제대로 정리 된 것이 없어요.

정치적인 책임론만이 강조되면서, 사태의 전후 맥락과 과정에서의 선택, 그리고 그런 결정이 현재의 우리에게 주는 영향등 차분히 검토되어야 할 것들이 사라 졌지요.

혹시 제가 곧잘 중얼거리면서 다니던 말 기억하세요? ‘무지는 한번도 역사 발전에 도움이 된 적이 없다.’고요. 우리가 과거의 경험을 통해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우리는 또다시 같은 잘못을 되풀이 할 지도 모릅니다. 치부를 들어내는 아픔이 있더라도 우리는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변함이 없습니다.

주고 간 사진은 이제 너덜너덜하고, 얼굴의 윤곽조차 희미합니다.
언제나 같은 공기를 마실 수 있을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