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0월 15일 (일) / 제 27 회
민족일보와 조용수
(1) 가판 1위의 신문 : 민족일보는 4.19 혁명이 가져온 자유의 공간에서 우리 민족
의 비원인 통일 문제와 소외된 근로대중에 대해 집중적으로 지면 을 할애했다. ''…
근로대중의 권익을 옹호하고 조국의 통을 절규한다.'' 민족일보는 당시 절대적인 호
응을 받았다. 당시 유력지들이 5만 부 정도를 발행할 때 3만 5천부를 발행했으며, 가
판에서는 판매 1위를 달렸다. 창간 후 겨우 석달 남짓밖에 발행하지 못한 사실을 감
안하면 경이적인 기록이다.
(2) 민족주의자 조용수 : 당시 겨우 32살이었던 사장 조용수의 삶도 흥미를 끈다.
6.25 전쟁 중, 일본으로 건너가 민단에서 주요 간부를 지냈던 그는 재일교포들의 북
송에 대해 열성적으로 반대했었다. 도쿄 시나가와역에서 철로를 베고 드러누워, 북
송교포들을 실은 니가타행 열차의 출발을 저지하기도 했다. 북송교포 반대 시위는
당시 중앙공보실에서 촬영해 각 극장에서 ''대한뉴스''로 방영되었다. 한편, 그는 비슷
한 시기에 죽산 조봉 암을 사형으로 몰아간 진보당 사건이 일어나자 조봉암 구명운
동에 적극 뛰어든다.
열성적으로 벌였던 조봉암 구명운동에도 불구하고 조봉암은 사형당하고 만다. 그때
부터 이승만 독재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가졌던 듯 하다. 4.19로 자유당 정권이 붕
괴하자 그는 흔연히 조국으로 돌아와 혁신 운동에 가담한다. 60년 7월 29일 민의원
선거에, 경북 청송에서 사회대중당 후보로 출마하지만 낙선의 고배를 마신다. 7.29선
거는 그의 패배일뿐 아니라, 혁신계의 패배이기도 했다. 혁신계의 정치세력화를 위
해서는 혁신계 대변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 그는 불과 몇 개월의 준비
끝에 민족일보를 창간한다.
(3) 통일을 절규한 신문 : 혁신계의 대변지로 창간된 민족일보가 가장 지면을 많이
할애했던 것은 통일문제였다.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 만나자, 판문점에
서'', ''이 땅이 뉘 땅인데 오도가도 못하느 냐'', 구호들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당시
는 통일 에 대한 망과 함께 여러 통일론이 만개한 백화제방의 시기였다. 당시 통일론
을 주도한 혁신계의 주장은, ''평화통일론''과 ''비소비 미 노선''으로 설명될 수 있다.
이승만의 ''북진통일''이 통일을 위해서는 또 한번의 전쟁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강경
한 입장인데 반해, ''평화통일론''은 이 땅에서 전쟁이 다시 일어 나서는 안 된다는 것
이며, 북한을 현실적인 실체로서 인정하고 통일을 협의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통
일의 방향은 ''민족적이며 자주적''이어야 하는데 강대국들의 입김에 더 이상 예속되
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미국과 소련, 어느 쪽 이든 우리에게 이익이 된다면 굳이
적대시 할 이유가 없다 는 ''비미비소 노선''인 것이다.
(4) 5.16과 민족일보 : 이러한 통일론은 방향에 있어서 ''중립화 통일론'', ''자주적 통일
론'' 등 차이를 보이지만, 대한민국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으로부 터 자유롭지 않고는
통일이 있을 수 없다는 견해에서는 일치한다. 당시 미국은 이러한 통일론을 미국의
국익과 관련해, 매우 위험하게 생각했고 장면 정부에 혁신계의 주장을 통제해 주기
를 바랐으나 장면 정부는 그럴 능력이 없었다. 그래서 미국은 ''네윈 타입의 군부쿠데
타''를 생각하게 된다. 소문으로 떠돌던 쿠데타는 5.16으로 현실화되었고, 5.16 세력
은 ''반공을 제일의의 국시로 삼고'' 대대적인 혁신계 검거에 나선다. 민족일보 조용
수 사장은 5월 18일 구속된다. 그리고 그해 12월 21일, 사형당한다. 언론사의 발행인
을 사형에 처한 것은 일제시대에도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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