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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 놈 될' 이민재 [인터뷰M]

기사입력2025-05-22 09:00
'될 놈 될' 이민재 [인터뷰M]

"이민재는 무조건 뜬다."


최근 이민재를 스친 관계자들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그를 칭찬한다. 업계는 냉정하다. 평가가 일상이자 성적이며 매출과 직결되는 업을 사는 이들의 치열한 전쟁터다. 그만큼 칭찬에 인색하고 점수에 박한 곳이지만, 신인 이민재를 향한 호평은 곳곳에서 비집고 삐져나와 넘실댄다. 반신반의하는 맘으로 마주해 1시간 남짓 대화하니, 의심은 어느새 기분 좋은 예감으로 바뀌어 필자의 입가에는 미소만 남았다.

운과 때를 무시할 수 없지만, 수학 공식처럼 명료하게 존재하는 규칙도 분명한 곳이 연예계다. 외모, 체형, 표정, 목소리, 발음, 끼와 재능, 매력, 인성 등 유무형의 셀 수 없는 조건들이 어우러지며 그 시절의 잣대로 평가되어 스타성이라는 최종 점수로 합산된다. 이민재는 이러한 까다로운 성립 조건들을 충족한 인재라 평할 수 있겠다.

'될 놈 될' 이민재 [인터뷰M]

연기력이 첫 번째다. 타고난 겉모습부터 따져보자면 이민재는 유한 인상을 지녔다. 이목구비의 선이 진하지 않아 무얼 걸쳐도 스며드는 얼굴이다. 흔히들 흰 도화지 같다 표현하는 유형으로 연출진의 창작 욕구를 자극하기 유리하다. 예상대로 선인을 연기하면 제격이다. 되려 악인을 채워 넣으면 더욱 섬찟한 감상을 줄 수 있다.

그는 다채로운 색을 체화시키기에 유리한 얼굴이라는 평에 "어떤 역할을 맡아보고 싶냐는 물음이 가장 어렵더라. 정말 다양한 역할을 나의 감상과 방식으로 풀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고의 찬사인 거 같다. 다채로운 색을 입힐 수 있는 얼굴을 지녔다는 건 배우로서 강점인 거 같다. 감사할 따름이다. 잊지 않고 새길 것"이라고 전했다.

목소리 역시 이민재가 지닌 귀한 무기다. '땐땐하게' 모아져 귀에 꽂히는 톤으로, 명료한 발음과 어우러져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뚫고 청자에게 전달된다. 마치 이병헌, 이도현처럼 말이다. 이민재는 "현장에서 목소리 칭찬을 해주시는 말을 들을 때마다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스스로도 장점을 살리고자 애를 쓰고 연습한다"고 전했다.

'될 놈 될' 이민재 [인터뷰M]

외양이 알맞다고, 만사형통은 아니다.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얻는다지만, 얼추 다 갖춘 경쟁자가 넘쳐나는 경쟁 사회 아닌가. 하지만 이민재는 굴하지 않고 찾아온 기회를 제 것으로 만든다. 그것도 아주 용감하고 영민하게 말이다. 시작부터 그랬다. 그는 "학창시절 태권도를 11년 동안 했다. 태권도 4단, 합기도 2단. 운동이 내 삶의 전부였다. 이후 운동을 관두고, 진로를 정해야 할 즈음 연기에 대한 의지가 생겼다. 방법을 몰라 망설이지 않았고, 무작정 '연기 학원'이라고 검색해 제일 첫 번째에 뜨는 곳에 홀로 찾아갔다"고 회상했다.

이어 "도전 앞에 어려움이나 두려움은 없었던 거 같다. 무작정 평론가, 관계자 분들의 번호를 얻어 전화드린 적도 있다. '자문 구하고 싶다. 식사 한 번 하고 싶다'고 부탁드렸다"며 "그만큼 간절하고 궁금한 세상이었다. 항상 그런 기질을 유지하고 사는 편이다. 익숙하고 편안하면 불안하다. 무언가 새로운 걸 시도하고 어제의 나를 뛰어넘을 때 희열을 느끼는 편"이라고 밝혔다.

운동인의 굳은살이 배긴 근성을 잃지 않고 승부사 기질을 드러내며 나태의 관성을 깨부수는 이민재. 그가 삶을 대하는 태도는 곳곳에서 빛을 발했다. 하다못해 인터뷰를 위해 찾아와 되려 데면데면하게 쭈뼛거리는 소속사 관계자들 사이를 비집고 튀어 나와 가장 큰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던 그다. 안면이 있는 이에게는 주저 없이 먼저 다가가 조잘조잘 감사의 뜻을 표하며 현장의 분위기를 밝혔다. 사소한 행동이지만, 스스로의 평판을 닦고 결과물의 질을 높이는 현명한 처세다.

'될 놈 될' 이민재 [인터뷰M]

'약한영웅2' 고현탁 역할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체 없이 행하며 살다 보니 굴러온 복은 그의 것이 된 셈. 이민재는 "오디션 기회가 생겼고, 꼭 출연하고 싶었다. 이렇게 욕심나는 역할과 작품은 처음이었다. 욕심을 내면 몸이 더 굳는다는 걸 알지만, 감독님들을 눈앞에서 뵙게 되니 더욱 함께하고 싶었다"며 "고현탁이 태권도를 했었다는 설정은 내가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생각했다. '발차기를 볼 수 있냐'는 물음에 단번에 '할 수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그 자리에서 일어나 뒤돌려차기를 보여드렸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그 발차기 한방에 반했다고 해주셨다. 자칫 망설이다 안 하면 어쩔뻔했나"라며 웃었다.

간신히 얻은 기회를 귀히 여기는 마음 역시 갸륵하다. 운동인의 삶을 포기한 이의 감정선부터 태권도 경력까지, 역할과 실제의 교집합 탓에 자칫 얕보기 십상인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민재는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해봤고 느껴본 것이기에 곱절은 잘 해내야 한다고. 그는 "운동을 했던 인물이기에 어떤 생각과 감정이 스쳐갔을지 예상이 됐다. 나와 걸어온 길이 비슷하기에 두배로 더 잘 표현하고 싶었다. 무조건 이민재가 투영되기보다는 그곳에 살아있는 고현탁의 버전으로 기막히게 그려내고 싶었다"며 "액션도 마찬가지다. 잘할 거라는 기대감이 크다는 걸 의식하고 액션 스쿨을 열심히 다니면서 굳은 몸을 풀었다. 대역 없이 모두 직접 해내고 싶었고, 성공했다"고 귀띔했다.

'될 놈 될' 이민재 [인터뷰M]

즐기는 자는 이길 도리가 없다. 이민재는 "'너 그 역할같이 말하네'라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신기하고, 흥분된다. 계속해서 공부하고 연구하고 그 역할 자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골똘히 들여다보려 애쓴다. 결과물이 내 평소 일상에서 묻어나는 기분이 들 때면 즐겁고 신기하더라"며 "이민재와 고현탁이 만나 하나되는 기분, 참 짜릿한 거 아닌가. 그리고 다양한 역할을 만나 고민하다 보면 스스로도 몰랐던 면모가 튀어나오기도 하더라. 어렵지만 즐거운 직업"이라며 눈을 빛냈다.

오답노트도 잊지 않는다. 이민재는 "칭찬을 즐기는 편은 아니다. 어찌보면 단점이기도 하다. 나에 대해 너무 엄격하고 욕심이 큰 편인 거 같기도 하다. 내 모습을 보면 부족한 것부터 가장 눈에 잘 띄더라. 하지만 그 과정이 없으면 발전도 없을 거 같다. 불안과 조급도 내 감정의 일부이니 잘 조절하며 익혀갈 것"이라고 말했다.

선배 이보영은 이민재를 '예스럽다'고 비유한 바 있다. 근래 보기 힘든 태도로 작품에 임하며 열과 성을 다하는 후배를 발견한 기쁨을 표현한 말이다. 이무생은 이민재의 질문세례에 감탄했다. 선배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바라보고 습득하려 용기 내 수많은 물음표를 던져 느낌표로 만들었다는 뜻이다. 초심자의 패기와 촌스러운 고집을 두루 갖춘 애어른, 이 알맞은 균형은 그의 배우 앞길의 성장 동력이 되어줄 것이 분명하다. 이민재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iMBC연예 이호영 | 사진 고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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