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 순수청년 박종철기획: 최창욱 극본: 노연재 ,여정미 연출: 이정표 방송: 2002년 6월 24일(밤 9시 55분부터)
 

냉전의 시대는 이미 흘러가버린지 오래이고 개인주의가 팽배한 지금...
박.종.철.은 점차 기억속의 이름으로 묻혀가고 있다.

아니 어쩌면 잊혀져 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고문과 그의 죽음 그리고 그 이후 이루어진 축소, 은폐, 조작이라는
반 인권적, 반민주적인 일련의 사태는 돌아보고 싶지 않은 우리의 치부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직 박종철은 우리 곁에 살아 숨쉬고 있다.

왜냐하면 87년, 그 시대를 겪은 세대가 바로 지금의 우리 사회의 허리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중심세대 30~40대이기 때문이다.
직장과 가정에서 한 창 든든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하늘 한 번 바라볼 여유없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
우리들은 박종철과 그 시대를 과연 모두 잊은 것일까?

20대 초반의 순수하고 열정어린 그 시기에
‘나’일 수도 있었고 혹은 ‘내 친구’
어른들에게는 ‘내 아들’일 수도 있었던 평범하고 순수한
젊은이의 죽음과 그 죽음이 미친 반향은 단지 우리 가슴 속 깊숙한 곳에 묻혀져 있을 뿐이다.

하여 이 드라마는 그 가슴 속에 새겨진 ‘옹이’를 건드린다면 크고 깊은 울림을 불러 일으키기에 모자람이 없다고 본다.

열심히 공부해서 부모님께 효도하겠다는 꿈을 안고 서울에 올라온
순박한 청년 박종철.

주위 사람들에게 장난기 많고 따뜻한 사람으로 기억되는 그는 왜, 펜 대신 돌을 들 수밖에 없었을까.
한 젊은이의 생명은 지구보다 무겁다는 말이 있다.
방년 스무 살의 나이로 못 다 한 꿈과 사랑을 남겨둔 채,
그는 갔다.

서울대 언어학과 평범한 대학생 박종철이 운동권 학생이 되기까지, 수배 중이었던 선배 박종운을 하룻밤 재워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끌려가 고문을 당하기까지, 그리고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우직하고 바른 한 평범한 청년이, 양심을 지키고자 했던
작은 행동마저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부끄러운 시대 속에서 일어난 이 사건은, 어쩌다 일어난 우연한 사건이 아니라 양심과 신의에 충실하려했던 한 젊은이에게 예고된 죽음이었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박종철 특집극을 표방하는 이 드라마에서 인간 박종철에 대한 재조명을 통해
감동을 이끌어 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