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중반, 아마도 85년도 정도라고 생각되는 일이긴 하지만 군산앞바다에 당시 국교관계가 없었던 중국해군 소속 어뢰정 한척이 나타나 나라가 발칵 뒤집힌 일이 있었다.
당시 필자는 취재기자로서 중국 어뢰정을 중국 측에 돌려주는 한국 해군 함정에 동승해 이른바 역사적 사건을 현장에서 목격하고 또 취재해서 보도를 한 적이 있다. 중국해군과 우리 해군이 서해 공해상에서 서로 만나, 상호간에 합의한 대로 어뢰정에 타고 있었던 중국해군과 어뢰정 그리고 내부 반란으로 희생된 중국해군 장교의 시체를 넘겨주는 작업과 또 양측 군대가 처음으로 접촉을 하는 과정이 취재의 핵심 포인트였다.
그런데 이 취재는 군산항에서 우리 해군함정을 타고 공해상까지 나가서 전 과정을 취재하고 다시 돌아오는 데 1박 2일이나 걸리는 긴 여정으로 그것도 흔들리는 해군 함정, 취재를 위한 편의 시설조차 제대로 없는 좁은 공간과 불편하기 짝이 없는 편의 제공 등 쉽지 않은 취재 상황에서 절반은 뱃멀미와 싸우고 한편으로는 상대사와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신경전을 벌여야 했다.
게다가 장장 28시간 동안 배를 타고 돌아 온 뒤에는, 항구에 내리자마자 바로 중계차의 마이크를 잡고 절반 수면부족, 절반 뱃멀미, 그리고 견딜 수없는 배고픔 속에서 숨 가쁘게 무슨 소리를 했는지도 모를 정도로 힘이 들었다. 그런 과정에서 끊임없이 집착하고 또 상대사와 치열한 경쟁을 벌인 포인트는 당시로서는 한국전쟁 휴전이후 처음으로 한국군과 중국군이 공식으로 만나고 또 양측이 인수인계 서류를 서로 교환하는 그 순간을 포착하는 일이었다. 이른바 역사적인 장면 그 한 순간을 잡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아 부었던 것이다.
공전의 대 히트를 친 드라마 주몽의 초반에 주몽역을 맡은 송일국이 늪에 빠져 사경을 헤매는 장면이 나온 적이 있다. 차가운 초가을 날씨에 맨땅에 구덩이를 파고 거기에다 물을 부어넣고 또 낙엽을 채우고 진흙탕을 일부러 만들어서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생사의 갈림길을 눈앞에 두는 장면을 찍는 것이다.
작업은 수 시간이 걸렸다. 차가운 바람, 갈수록 낮아지는 기온, 구덩이에 머리까지 쳐 박고 온 얼굴이 흙투성이가 되는 신을 몇 차례 거듭해야 했다. 옆에서 작업을 도와주는 사람조차도 이빨이 덜덜 떨리는 상황에서 거듭된 늪의 촬영 시간은 거의 반나절 가까이 진행됐지만 실제 드라마 화면으로 불과 수분에 지나지 않았다.
영화의 경우도 불과 몇 초에 지나지 않는 장면을 찍기 위해 심할 경우 수십억을 쏟아 붓고 몇 달을 준비하고 수백 명이 동원되고 하는 경우가 흔치않다. 특히 추리 영화나 액션 영화의 경우 최후의 한 장면을 사실을 그려내기 위해서 엄청난 양의 촬영 작업을 해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최근 들어 IT업계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각광을 받고 있는 UCC의 활성화를 둘러싸고 다양한 방법들이 제시되고 있다. 수 십 차례의 각종 UCC 콘테스트가 활발히 열렸고 정부에서는 UCC의 활성화를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도 서두르고 있다. 정부나 민간차원에서 다양한 활성화 대책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중의 하나가 방송사가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는 동영상이라고 하더라도 네티즌들이 이 동영상을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이에 상응하는 길이의 동영상에 대해 일정 금액을 제공하도록 하자는 이른바 인용권 5분 인정이란 방법이 제시된 적이 있다.
UCC 활성화를 위해서 순수 UCC뿐 만아니라 방송프로그램이나 영화 등 저작물의 일부 화면을 재편집 또는 구성해 UCC의 재미와 깊이를 더 해줄 수 있도록 해주자는 차원의 제안이다.
일견 들어보면 그럴듯한 아이디어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 인용권 제안에는 몇 가지 논리적 오류가 있다.
그 중의 하나는 인용권이라는 단어 그 자체이다.
“권”이라는 말은 다시 말해 권리, 권한이라는 이른바 법적인 용어이다. 저작권에서 설정해놓은 ‘인용권’이란 학술 연구, 보도, 그리고 공익 공영적인 차원의 특수목적을 가진 경우, 저작권이 있는 콘텐츠라고 하더라도 그 내용을 일부 인용해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도록 하고 있다.
우선 그런 점에서 UCC를 위한 인용권과 저작권법의 인용권과는 엄연히 내용과 목적에 차이가 있다. 하나는 상업적 목적인데다 법적인 아무런 권한도 없는 자칭 인용권이다, 반면 기존의 인용권은 저작권법상에 인정을 받은 공익적 목적을 위한 권리권한이다.
엄연히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용어의 혼동이 초래될 가능성이 크다. 법적인 인용권과는 달리 편의를 위한 차원의 인용권이란 단어가 정작 도입이 된다면 이에 대한 배경과 법적 지식이 없는 네티즌의 경우 이를 혼용하거나 동일시할 경우가 많아져 정작 중요한 저작권 보호에 상당한 혼선에 빚어 질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문제점은 5분이라는 길이의 문제다.
UCC 전문 사이트에 올려져있는 방송과 영화 관련 동영상의 5분에 대한 분석을 해보았다. 어떤 UCC는 특정 드라마의 주요 장면 즉 엑기스만 골라서 5분 동안 편집해 올려놓았다. 이른바 50분 드라마를 5분 안에 축약을 해놓은 것이다.
어느 5분짜리 UCC는 특정영화의 가장 중요한 라스트 신만 골라서 5분 안에 적어도 7개의 영화 장면을 보여주고 있었다. 또 어떤 UCC는 50분짜리 드라마를 5분씩 잘라서 열 개의 파일을 올려놓은 뒤 이들 10개의 파일을 이어서 볼 수 있도록 해놓고 있었다.
문제는 이 5분이라는 시간의 물리적 길이다. 28시간 생고생해가면서 포착한 역사적인 장면도 단 5분이고 추위 속에서 덜덜 떨면서 물바가지를 뒤집어쓰는 고통과 어려움 속에서 수 십 명이 노력해서 만들어낸 드라마의 한 장면도 5분이고, 수십 억 원을 들여 제작한 세트와 수천 명을 동원한 인원 그리고 수십 시간의 준비과정을 거쳐 포착한 어느 영화의 한 장면도 5분이다.
UCC사이트에 저작권에 대해 어떤 고려나 스스로 경각심조차 느끼지 않은 상태에서 네티즌들이 편집하거나 재가공해 올려놓은 5분도 5분이다.
과연 이 5분과 저 5분은 같은 5분일까? 물리적 시간은 분명히 같긴 하지만 그 무게는 분명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인용권 5분을 제안하는 과정에서 저 5분의 무게를 얼마나 생각하고 이 5분을 제안했을까 궁금하다. 아마도 저 5분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느껴보고 또 저 5분을 한번이라도 직접 만들어 본 경험이 있다면 이 5분이란 말이 그렇게 쉽고 당당하게 나오지는 않았으리라 생각된다.
과연 이 5분과 저 5분의 등가 교환이 가능할까? 적어도 UCC를 직접 만들어 본 네티즌이 있다면 그들은 이 문제의 정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
콘텐츠 유통 업무는 와인의 소믈리에와 같은 속성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최근에 읽은 ‘신의 물방울’에 묘사된 것처럼 참다운 소믈리에는 비록 포도주를 직접 담그거나 제조하지는 않았지만 포도주가 지닌 참 맛을 알기위해 엄청난 노력을 해야 비로소 입신이 가능한 직업세계이다.
UCC를 비즈니스 모델로 하고자하는 OSP가 있다면 그들은 어떤 의미에서는 콘텐츠 유통사업자이다. 달리 말해 콘텐츠의 소믈리에인 것이다. 문화 콘텐츠의 제작도 포도주의 주조과정이나 하나도 다를 바 없다. 엄청난 정성과 노력을 투입해 무형의 정신활동을 형상화 시킨 작업물이 콘텐츠이다. 이른바 영혼의 결정체가 바로 콘텐츠인 것이다.
그런 정신활동의 결정체인 콘텐츠를 유통하고자 한다면 그리고 제대로 된 콘텐츠 소믈리에가 되고자 한다면 그 콘텐츠가 얼마나 어렵고 힘든 과정을 거쳐 만들어 지는 지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문화 콘텐츠가 지닌 무게와 깊이를 이해할 수 있는 이른바 UCC 소믈리에가 많이 나와야 비로소 UCC 문화의 미래와 건전한 유통질서의 조기정착은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콘텐츠의 무게와 깊이 그리고 그 콘텐츠가 가진 참다운 메시지가 무엇인지 모르고 진행하는 UCC의 유통과 서비스는 결코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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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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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력> |
| 81년 외대 영어과 졸업 |
| 90년 동경특파원 |
| 2000년 보도국 국제부장 |
| 2001년 보도제작부장 |
| 2003년 ㈜iMBC 대표이사 사장(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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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BC |
| 2000년 3월 회사 설립 |
| 2002년 2월 벤처기업 등록 |
| 2003년 4월 방송콘텐츠 유료화 |
| 2005년 1월 코스닥
상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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