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 유행어
상업적 무단 이용은 안돼"
"순수 이용자들의 문화 향유는 보호해야"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KBS인터넷, iMBC, SBSi 등 지상파방송 3사의 디지털 콘텐츠 유통 등을 담당하는 자회사
3사(이하 i 3사)가 저작권 위반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법적 조치를 포함한 강력한 공동 대응을 시작했다.
웹하드, P2P, 포털 사이트, 동영상 포털사이트 등 인터넷 서비스업체와 모바일 서비스업체 등 무려 64개 업체에 위반행위의 시정을
촉구하는 내용증명을 30일 보냈고, 이 같은 행위가 앞으로 시정되지 않으면 강력한 추가 조치를 취해나갈 방침이다.
콘텐츠 저작권과 관련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비단 방송계뿐이 아니다. 언뜻 보기에 저작권과 큰 관련이 없어 보이는 개그계도 여러
가지 물밑 작업을 진행 중이다.
개그계가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개그맨이 개발한 독창적인 어투나 캐릭터가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되는 사례다.
예를 들어 MBC '개그야'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유행어 '김기사~ 운전해~' 등이 CF와 휴대폰 벨소리 등에서 다른 성우의 목소리로
녹음돼 마구 사용되는 것은 저작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인기 코너나 개그맨이 만화 캐릭터 형태로 바뀌어 무단으로 상업적인 홍보에 이용되는
경우도 있다.
이와 관련해 한 개그매니지먼트사는 해당 업체에 문제를 제기해 사과 공문을 받기도 했고, 아예 광고를 중단시키기도 했다.
◇방송ㆍ개그계의 저작권 보호 대한 새 인식
방송가와 개그계 등 저작권 보호와 관련해 그 동안 한 발 물러나 있던 분야에서 최근 콘텐츠 저작권 보호를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인터넷 업계에서 UCC(이용자 생산 콘텐츠)의 비중이 날로 커지고 영화ㆍ음반업계에서도 온라인 저작권 침해를 막기 위한 노력이 커지는 가운데
이 같은 흐름이 다른 분야로 급속히 확산되는 분위기다.
아울러 저작권에 대한 인식도 연예계에 새롭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전에는 저작권의 범주로 포함할 생각을 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권리 찾기가 이뤄지고 있다.
사실 개그계가 지적하고 있는 부분은 저작물로 보호돼야 할지 여부가 구체적인 판례로 마련되지 않았다.
하지만 개그계의 한 관계자는 "성공한 개그 코너에는 개그맨이 남모르게 흘린 피와 땀이 많이 담겨 있다"면서 "그런데 이를 상업적인 목적으로
무단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돈을 더 받아내야겠다는 의미보다는 최소한의 권리를 찾자는 의도"라면서 "앞으로 개그계의 공식 공동대응과 관련해 일부 원로
코미디언도 지지 의사를 밝혔고, 다른 매니지먼트사와도 뜻을 모으고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을 둘러싼 이 같은 일련의 흐름에 대해 황용석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특히 디지털 저작권과 관련된 부분은 인터넷 문화가
발달할수록 중요해질 것"이라며 "방송사에 저작권이 있는 콘텐츠를 개인이 저장했다가 상업적인 이윤을 얻을 목적으로 이용하면 저작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방송가 등이 자신의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해 취하는 이 같은 조치는 일면 타당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철저한 저작권 보호만이 능사인가
하지만 이들이 자신의 저작권 보호에는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만 이용자들이 일궈가고 있는 인터넷 문화 보호에는 소홀한 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황 교수는 "개인이 방송 영상 등을 온라인에 올리는 것은 재산권을 침해하겠다는 의도보다는 정보 공유의 의미가 더 큰 것으로 파악된다"며
"상업적이지 않은 목적의 유통까지 규제하려는 움직임과 관련해서는 사회적 공론화 과정 등 유예 기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개인이 올리는 콘텐츠를 일일이 인터넷 서비스업체가 심의한다면 이는 개인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될 수도 있고, 인터넷 이용자 문화에도
큰 타격이 될 수 있다"면서 "현재 우리 나라의 디지털 저작권 관련 상황을 살펴보면, '침해'가 인정되는 부분이 있지만 정책 등의 보완이 미비해
'문화지체' 상황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i 3사 측은 "이번 내용증명 발송은 개인이 아니라 인터넷 서비스업체 등이 대상상이며, 그것도 상업적인 목적으로 저작권을
침해하는 경우만으로 한정했다"고 주장한다.
포털 사이트가 불법 동영상서비스로 회원 유치를 해 배너광고 수익을 올리거나, 웹하드 업체나 P2P 업체가 회원의 불법 파일 다운로드 때마다
비용을 청구하는 방식이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UCC 등 인터넷 문화 고양을 위한 방송사 자체의 움직임도 있다. SBS는 SBS 웹사이트 내의 일부 방송 콘텐츠를 공개, 네티즌이
다양한 방식으로 편집해 다른 회원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NeTV 서비스를 8월부터 실시하고 있다. KBS인터넷도 KBS와 함께 최근 대규모
UCC 공모전을 열기도 했다.
개그계도 "개인이 사적인 목적으로 개그맨의 캐릭터나 유행어를 이용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상업적인 의도가 개입된 부분만을 문제 삼고
있다"고 밝혔다.
황 교수는 "사실 저작권 독점을 비롯해 인터넷 서비스업체가 개인에게 실시하는 규제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나라에서도 저작권의 개념과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본격화되고 관련 규범 등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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