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순이 열풍이 남긴 것들..미의 기준마저 바꿨다
 

올해 최고 시청률 기록을 연일 경신하며 인기몰이를 했던 MBC 수목미니시리즈 '내 이름은 김삼순'(극본 김도우·연출 김윤철)이 21일 종영했다.

그러나 종영 후에도 드라마의 주인공 김삼순(김선아 분)을 필두로 한 '삼순이' 열풍은 당분간 사그라들지 않을 것 같다. '내 이름은 김삼순'은 '삼순이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며 시청자들과 우리 사회 곳곳에 깊숙이 파고들어 적지않은 족적을 남겼기 때문이다.

◆미의 기준마저 바꾼 삼순이

'삼순이 신드롬' 중 가장 돋보이는 것은 사람들의 인식변화다. 뚱뚱하지도, 예쁘지도, 날씬하지도 않고 이름마저 촌스러운 노처녀 김삼순의 사랑찾기를 주제로 한 '내 이름은 김삼순'은 외모에 자신 없어하는 여성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동안 드라마에서는 주로 섹시하거나 청순가련형 미인들이 주인공으로 등장, 멋있는 남자들과 사랑을 엮어갔다. 그러다 보니 드라마를 좋아하는, 남녀를 불문한 많은 사람들이 외모지상주의에 빠져 자신의 외모에 대해 한번쯤 고민을 해보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김선아는 주인공 김삼순 역을 위해 체중을 무려 5㎏ 이상 늘린 후 연기에 나섰고, 극중 호텔을 경영하는 어머니를 둔 레스토랑 사장이자 파티쉐(제과기술자)인 자신의 고용주 현진헌(현빈)에게 당당히 할 말을 하면서 사랑을 이끌어내며 '예쁘지 않아도 사랑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당당하고 솔직한 것도 아름답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삼순이는 불경기도 피해갔다

'내 이름은 김삼순'은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다. 인터넷 쇼핑몰 인터파크에서는 지난해 3월부터 판매된 이 드라마의 원작소설이 베스트셀러 100위 안에도 들지 못하다 드라마 4회가 방송된 다음날인 6월10일 1위로 뛰어오르는 이변을 낳았다.

또 드라마에 소품으로 사용된 돼지인형과 소금램프, 극중 현진헌이 조카 미주에게 읽어주던 소설 '모모' 등도 인기를 끌었다. 지속되는 경기침체로 인해 많은 제품들이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적어도 '삼순이 관련 제품'들은 드라마 방송기간 동안 호황을 누린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온·오프라인을 망라한 유통업계에서는 다양한 '삼순이 마케팅'이 펼쳐졌다. 인터넷 쇼핑몰 롯데닷컴은 '내 이름은 김삼순'의 주무대가 레스토랑이었고 주인공 김삼순이 파티쉐였던 것과 연계, 제과·제빵기구와 아이디어 주방용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삼순이도 삼식이도 즐겁고 신나는 음식남녀 요리열전'을 진행하고 있다.

인터파크는 자사 모델이자 드라마에서 '삼식이' 현진헌 역을 맡아 인기를 끈 현빈의 소장품 경매 등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디앤샵과 iMBC는 iMBC회원, '내 이름은 김삼순' 클럽 회원, 디앤샵 고객 중 3000명을 초청, 23일 오후 8시 드라마 촬영지였던 서울 대치동 이뽀뽀따뮤스에서 '내 이름은 김삼순' 종영기념 '삼삼파티'를 개최한다.

또 오리온은 지난 13일 '내 이름은 김삼순' 방송에서 현진헌이 한라산에서 만난 김삼순에게 초코파이를 건네는 장면이 나오자 개그맨 김현숙과 손헌수를 등장시켜 이를 패러디한 초코파이 CF를 제작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내 이름은 김삼순'으로 인해 가장 많은 경제적 효과를 누린 것은 누가 뭐래도 이 드라마를 방송한 MBC일 것이다. 지난해 여름 이후 드라마들이 타방송사와의 시청률 경쟁에서 뒤처지며 광고수익까지 감소했던 MBC는 '내 이름은 김삼순'을 계기로 다시 광고영업에 활기를 띄고 있다.

◆영원히 기억될 삼순이 말말말

'내 이름은 김삼순'이 이처럼 인기를 끈 만큼 등장인물들의 대사도 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회자됐다. 더구나 이 드라마에서 나온 대사들 중에는 시청자들의 마음 속 깊숙이 파고들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의 명대사도 많았다.

특히 드라마 4회에서 현진헌이 키스할 듯한 자세로 다가오자 당황한 자신의 모습을 한탄하며 김삼순이 내뱉은 "내가 너무 굶었어. 너무 굶은 거야", "아흐, 쪽팔려. 내가 너무 오래 살았어. 이제 죽을 때가 된거야"라는 대사는 시청자들의 웃음을 이끌어 냈지만 비슷한 처지의 여성들에게는 아픔이 될 만한 대사였다.

 

또 현진헌과의 사랑이 뜻대로 되지 않자 홧김에 혼자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던 김삼순이 아버지의 환영을 보고 울며 "심장이 딱딱해졌으면 좋겠어"라는 대사 역시 명대사로 꼽기에 손색이 없을 만큼 애절했다.

이밖에 김삼순의 "목도리처럼 내몸에 칭칭 감고 다녔으면 좋겠다", "난 단 한번도 사랑을 쉽게 해본 적 없어요", "사랑은 원래 유치한 거예요", 현진헌의 "엄지 공주처럼 주머니에 쏙 넣어갖고 다녔음 좋겠다", "늑대는 99%만 빠지고 1%는 남겨둔다" 등의 대사는 연애를 하는 연인들이 한번쯤 써봐도 좋을 만한 것들이다.


김은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