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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 주말극 (그대 그리고 나)의 야외 촬영장에 나가면, 촬영이 한창 진행되는
한켠에서 한 손에는 대본을 쥐고 다른 한 손으로는 출연자들과 제작 스텝들에게
연신 이런저런 손짓을 보내고 있는 사람이 쉽게 눈에 들어온다.
그가 바로 (그대 그리고 나)에서 조연출을 맡고 있는 이태곤(31세) 씨다.
지난 1993년 MBC에 입사, 드라마 조연출 생활 6년째를 맞고 있는 그는 이제 조연출자로서는 최고참인 셈이다.
대학 민주화 운동이 한창이던 80년대에 대학을 다녔던 이른바 '386 세대'인 그는 한양대 신문방송학과를 다니던 재학 시절, 국민의 가치관이나 인성에 큰 영향을 끼치는 TV 영상 매체의 힘을 깨닫게 되었고, 결국 그것이 학창시절 내내 꿈꾸어 왔던 '기자'에서 '드라마 연출가'로 그의 진로를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제가 대학을 다니던 80년대만 해도 사람들에게 있어서 옳고 그름에 대한 뚜렷한 가치 기준이 부족한 때였습니다. 그 당시 사람들의 인식과 가치관을 쉽게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 바로 TV 매체였는데, 그 가운데서도 저는 특히 드라마가 사람들이 올바르게 살아가는 방향을 설정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교과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뜻을 품고 시작한 드라마 조연출의 생활은 그리 만만한 것은 아니었다. MBC에 입사한 후, 단막극인 (MBC 베스트 극장)을 시작으로, 미니시리즈의 (TV 시티) (서울 블루스), 수목 드라마 (아들의 여자), 일요 아침 드라마 (짝)을 거쳐 특별 기획 (제4공화국), 그리고 지난해 방송되었던 특별 기획 드라마 (산)에 이르기까지 그는 지난 6년간 제대로 한 번 쉬어보지도 못한 채 계속 앞을 향해 달려 오기만 했다.
그리고 지난해 9월, 드라마 (산)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주말연속극 (그대 그리고 나)에 투입되었다. 개인적으로 오락적인 목적보다는 계도적인 비중이 큰 건전하고 따뜻한 드라마에 많은 애착을 가지고 있던 그는 그 어느 드라마보다 더욱 큰 기대를 가지고 이번 드라마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그는 이번 작품에서 힘있고 편한 연출로 정평이 나있는 선배 연출가 최종수 감독과 일하면서, 그의 탄탄하고도 안정된 연출 능력을 현장에서 직접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이 무엇보다 큰 행운이라고 말한다.
"드라마를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아 처음 영덕으로 촬영을 내려갔을 때였어요. 극중 민규(송승헌 분)가 경찰서에서 풀려나와 아버지 재천(최불암 분)과 다른 식구들과 함께 집으로 오기 위해 바닷가를 걷는 장면이었는데, 이상하게도 최종수 감독님이 카메라를 풀샷(Full Shot)으로 잡으라고 지시하는 거예요. 주말극에서는 원래 풀샷 장면을 찍는 경우가 많지 않거든요. 나중에 서울로 돌아와서 드라마 최종 편집을 하고 보니 바로 그 장면때문에 드라마 전체의 분위기가 살아나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어요."
그는 결코 요란하거나 화려하지는 않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주인공인 드라마, 점점 피폐되어가는 요즘 사람들의 가슴에 경종을 울릴 수 있는 드라마, 그러면서도 자연스레 터져나오는 웃음이 묻어나는 가족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고 털어놓는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IMF 한파로 전례없이 가장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는 요즘, 시청자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고 있는 (그대 그리고 나)는 바로 그가 만들고 싶어하는 드라마의 모범 답안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그도 규칙적이지 못한 방송 생활로 개인적인 생활이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고 날마다 풀지 못한 채 쌓이기만 하는 육체적인 피로로 건강상의 문제가 생길 때면, 가끔 힘들어 하기도 한다.
그러나 드라마를 만드는 연출가라는 직업, 그 자체에서 누구보다 더 큰 자부심을 느낀다는 그는 옆을 스쳐가는 누군가가 자신이 만든 드라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듣기만 해도 힘이 난다고 자신의 일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기도 했다.마지막으로 이제 극 전개상 중반을 막 넘어선 (그대 그리고 나)가 끝까지 시청자들에게 계속 사랑을 받는 드라마로 남았으면 하는 조연출자로서의 바람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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