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디나 그렇듯 만호가 다니는 카드회사에도 주식의 열풍이 몰아치고 있다. 출근길 엘리베이터에서도 사무실에서도 직원들은 아침 인사를 주가지수로 대신하고,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인터넷으로 주식 사이트를 검색하고, 자기가 갖고 있는 주식이 얼마나 올랐는지 혹은 내렸는지, 옆자리 동료의 판단이 정확했는지 틀렸는지, 누가 얼마를 벌었는지 잃었는지 알아내느라 업무는 뒷전이다.
오전 내내 급한 일을 처리하는 틈틈이 상사와 동료의 눈치를 보아가며 사자 주문과 팔자 주문을 번갈아 내고 점심시간이면 다시 온통 '오늘은 누가 무엇을 샀는지 팔았는지' '누가 얼마를 벌었다더라 잃었다더라' 하는 이야기뿐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중심에는 언제나 진상이 있다. 진상은 그야말로 족집게처럼 오를 주식과 내릴 주식을 가려내는 혜안을 가진 사람으로 인정받고 있었다. 직원들은 진상에게 무엇을 사고 무엇을 팔아야 할 지 물었고 진상의 훈수대로 하면 백발백중 딴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오백만 원의 종잣돈을 불과 여섯 달만에 이천 오백으로 불려 놓은 것이 진상이 혜안을 갖고 있음을 증명하는 확실한 증거였다.

하지만 만호는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배가 아프다. 고향 친구임에도 입사선배랍시고 꼬박꼬박 선배 대접을 받기를 원하는 진상이 아니꼬운 것이다. 그래서 만호는 되도록 진상과 마주치지 않으려 애쓰는데 그럴수록 진상은 만호가 더욱 못마땅하다. 어려서부터 자기에게 고분고분하지 않았을 뿐더러 남들에게 알려질까 두려운 집안 내력을 속속들이 알고 있고 더욱이 입사 후배인 주제에 언제나 자기 앞에서도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만호의 태도에 남몰래 속을 끓이던 진상은 업자 선정 과정의 부조리를 지적하는 만호를 팀내에서 왕따를 시킨 끝에 결국 채권회수팀으로 보내버린다. 눈엣가시처럼 여기던 만호를 쫓아내버리고 흐뭇해하는 진상. 하지만 하루종일 전화로 불량거래자를 협박해야만 하는 만호는 자신의 일에 점점 흥미를 잃는다.

두 남자 사이의 여인, 연옥

진상을 좋아하는 사내 여직원 중의 하나인 연옥은 진상을 우습게 보는 것 같은 만호가 싫다. 연옥이 보기에 진상은 완벽한 남자이다. 잘 생기고, 머리 좋고, 능력 있고, 매너 좋고, 돈도 있어 보이고. 그런 진상에 비하면 만호는 그야말로 폭탄이다. 언제나 출근 시간을 1,2 분 넘긴 엘리베이터 안에서 흐트러진 모습으로 만나게 되는 만호. 연옥이 그런 만호와 나란히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때마다 만나게 되는 진상. 연옥은 진상이 자기를 만호와 같은 부류의 인간으로 생각할까 봐 너무 싫지만 무슨 인연인지 사사건건 만호와 부닥치게 되고 안 그런 날은 또 왠지 허전하기까지 하다.

그러던 어느 날 회장의 특별지시로 벤처 창업 아이디어를 공모한다는 사내 게시가 붙는다. 그 무렵 진상은 주식투자를 잘못하는 바람에 막대한 손해를 보게 된다. 아파트 중도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까지 받아 던진 승부수가 잘못되어 진상의 계좌는 깡통계좌가 되고 만다. 돈이 다급해진 진상은 평소 은밀하게 접근해 오던 상대 카드사의 첩보원에게 고객명단을 넘기고 급전을 마련해 위기에서 벗어난다. 하지만 조용히 끝날줄 알았던 이 일이 사내에 알려지면서 명단을 빼돌린 직원을 색출하기 위해 비상이 걸린다.

궁지에 몰린 진상은 퇴근후 아무도 없는 빈 사무실에서 만호의 컴퓨터를 조작하여 마치 만호가 명단을 빼돌린 것처럼 일을 꾸미다가 만호가 대충 정리해 둔 벤처 창업 아이디어까지 슬쩍 빼내는데 하필 사무실에 뭘 가지러 왔던 연옥과 마주친다. 진상은 연옥이가 자신이 한 일을 눈치채지나 않았을까 심히 불안한데 연옥은 평소 사모하던 진상과 늦은 시각에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부딪힌 일대의 사건을 운명으로 받아 들인다. 그날 이후 진상은 연옥에게 필요 이상으로 친절을 베풀고 연옥은 진상의 연인쯤으로 착각하게 된다.
졸지에 스파이가 된 만호는 억울함을 호소할 새도 없이 회사에서 잘리고 진상은 만호의 아이디어로 사내 벤처 1호로 채택되어 졸지에 사내벤처의 팀장이 되어 출세의 길을 달리기 시작한다.

또 한명의 여인 미래의 노골적인 접근

진상이 팀장을 맡은 사내 벤처팀에 진상의 배려로 연옥이 차출되자 연옥은 더없이 기쁘기만 한데 그 즈음 평소에 진상에게 은근한 눈길을 보내던 미래가 진상에게 노골적으로 접근하기 시작한다.
연옥은 대졸출신의 예쁘고 늘씬한 미래와 자신을 비교하면서 우울해진다. 미래는 연옥 쯤은 안중에도 없지만 연옥은 미래로 라이벌로 생각한다. 미래가 미니스커트를 입고 출근하면 환호를 보내던 남자직원들도 생전 옷 한 벌 안 사 입던 연옥이 무리를 해서 옷 한 벌 마련해 입고 출근하면 밤업소에 나갈 일 있냐고 비아냥대는 지경이다. 특히 자기가 좋아하는 진상과 가까이 지내는 모습을 볼 때마다 연옥은 머리털이 곤두선다.

한편 성기는 계속되는 사업아이템 선정의 실패로 빚더미에 올라앉아 돈을 빌려준 사채업자의 등쌀에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 급기야 전주는 성기의 채권을 부하들을 통해 직접 회수하기 위해 성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부하들을 성기의 사무실에 출근시킨다. 그 무렵 일자리를 찾아 헤매는 만호 앞에 성기가 나타난다. 백수로 마냥 빈둥거릴 수 없는 만호에게 성기는 솔깃한 제안을 한다. 자신의 회사에 투자하여 주주 겸 이사 겸 직원으로 열심히 뛰어보지 않겠느냐는 것.
만호는 성기의 감언이설에 넘어가 남은 돈을 성기에게 주고 성기의 사무실로 출근한다. 하지만 출근 첫날부터 채권회수팀과 부닥치고 성기 회사의 실체를 알게 되면서 만호는 뼈저린 후회를 한다. 만호는 성기에게서 돈을 돌려 받으려 하지만 이미 그 돈은 여기 저기 급전들을 막느라 흔적도 없이 사라진 뒤였다. 낙담하는 만호. 하지만 달리 뾰족한 방도도 없어 성기를 따라 다니며 건강식품을 팔기 시작한다.

깊어 가는 야망, 어긋나는 사랑

한편 미래를 통해 진상의 사업 아이템을 들은 미래의 아버지는 진상을 만나 단도직입적으로 투자 의사를 밝힌다. 잠시 갈등하던 진상은 독립을 결심하고 만호의 아이디어로 벌린 사내 벤처 사업을 통째로 들고 나와 미래와 함께 회사를 차리고 점점 자신이 소외되고 있다는 사실에 괴로워 하던 연옥은 진상의 노골적인 경멸에 미련없이 사표를 던지고 나온다. 연옥을 떠나보낸 진상은 뒤늦게 순수한 연옥의 마음에 상처를 준 것을 잠시 가슴 아파하지만 일 때문에 곧 잊고 지낸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연옥이가 자기 마음 속에 크게 자리 잡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우연히 연옥의 일을 알게 된 만호는 연옥을 성기 회사에 취직시키려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경리가 필요 없는 성기와 만호를 우습게 알고 있는 연옥. 두 사람 모두 만호의 그런 제안에 코웃음을 칠 뿐이다. 하지만 당장 자신의 용돈과 동생의 학비를 벌어야하는 연옥은 집에서 눈칫밥 먹기 싫어 할 수 없이 만호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성기도 만호에게 큰 소리 칠 형편이 아닌지라 연옥의 출근을 묵인한다.
첫 출근한 연옥은 사무실 분위기에 경악한다. 쓰레기통인지 사무실인지 분간이 안가는 사무실에 직원이라고는 인생 낙오자 같은 남자 둘과 아무리 잘 보려해도 건달이 분명한 다른 두 남자. 연옥은 이런 사무실에 출근해야만 하는 자신이 쪽팔리고 또 한편 불안하기도 하지만 다른 직장을 구할 때까지만 참으리라 생각하고 새로운 직장에 적응하려 애쓴다.

그런데 꼴이 말이 아니기는 사무실 분위기뿐만이 아니었다. 사무실에 새 경리가 출근했다는 소문이 나자마자 주변 상가의 온갖 음식점에서 외상장부를 들고 달려오는가 하면 빌딩 관리인의 임대료 독촉, 전화국의 통화정지 협박전화까지 걸려오자 연옥은 거의 돌 지경이다. 그렇게 하루 이틀 지나면서 연옥도 나름대로 사무실 분위기에 익숙해지고 사무실도 연옥의 손길이 닿으면서 눈에 띄게 깔끔해진다.
그동안 제멋대로 쓰레기를 버리며 살던 남자들도 연옥의 잔소리를 귀찮아하는 척하면서도 차츰 자기 책상도 치우고 담배는 되도록 나가서 피우고 외모도 조금씩 가꾸기 시작한다. 그리고 아직 서로 소 닭 보듯 하지만 만호와 연옥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서로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어간다.

야망의 뒷편에서 싹트는 순순한 사랑

어느 날 신문에 전면 광고로 난 진상의 회사를 보고 놀라는 만호. 나랑 똑같은 생각을 하는 놈이 있었네? 그런데 그 회사가 다름 아닌 진상의 회사라는 연옥의 말에 만호는 다시 한 번 놀란다. 그리고 동시에 명단을 유출한 사람이 진상이란 사실을 성기가 어디선가 알아낸다.
만호와 연옥은 화분을 하나 사들고 초대도 받지 않았지만 무작정 찾아간다. 하지만 진상은 느닷없는 만호의 방문을 노골적으로 경계한다.

진상은 투자자를 모집해 떼돈을 벌고 미래와 약혼을 한다. 그런 진상의 성공을 보면서 만호와 연옥은 더욱 우울해지지만 성기는 성기대로 진상이 펀딩을 통해 떼돈을 번 방식을 응용해 가짜 서류를 만들어 투자자를 모을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만호는 성기의 방법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하고 자신은 이 일에서 빠지겠노라고 선언한다. 인생에서의 기회를 모두 잃어버린 것 같은 상실감에 괴로워하며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한없이 망가져 가는 만호 앞에 연옥이 나타난다.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모르고 있던 두 사람은 두 사람 사이에 묘한 사랑의 감정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서로 당황한다.

어쨌거나 만호는 연옥을 만난 뒤 다시 출근을 하고 연옥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낸다. 처음부터 진상의 돈을 목표로 철저한 준비를 세워 복수를 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만호, 연옥, 성기, 그리고 채권회수팀과 그 보스까지 망라된 희대의 사기단이 구성되고 이들은 진상을 현혹하기 위해 치밀한 각본을 준비해 나간다.
성기는 그동안 건식업계에서 일하면서 알게 된 지식을 총동원하여 생명공학 벤처회사로 회사 이름을 바꾸고 벤처 인증서와 가짜 연구진 명단, FDA 인증서 등을 준비하고 연옥은 아직도 진상에게 미련이 있는 척 접근하여 만호 회사의 정보를 흘린다.

통쾌한 막판 뒤집기!

마침내 투자설명회가 열리는 날. 만호의 아이디어로 재미를 본 진상은 호기심을 못 이겨 설명회장에 나타난다. 만호는 미심쩍어하는 진상을 안심시키기 위해 일부러 차갑게 진상을 대하면서도 은근히 투자를 유도하지만 진상은 만호의 부추김에도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척 한다. 하지만 진상이 본 투자설명회장은 거의 흥분의 도가니이다. 외국투자 회사의 임원들이 속속 설명회장에 나타나고 무조건 투자를 하겠다는 가짜 투자자들이 줄줄이 나서자 이 상황이 연출된 것임을 모르는 진상은 완전히 속아 넘어간다.
하지만 치밀한 성격답게 여기저기 알아보는 진상. 그 결과 만호의 사업이야말로 지금까지 자기가 번 돈과는 비교도 안되는 최첨단의 대규모 프로젝트라는 사실에 고무되어 사업을 통째로 먹을 계획을 세운다.

진상은 만호와 성기가 빈털터리라는 사실에 주목하여 일단 투자자들을 몰아내기 위해 만호네 프로젝트가 사기라는 소문을 내기 시작한다. 진상에게서 별다른 움직임이 없자 낙담하는 만호와 성기. 게다가 진상이 자신들의 사기극을 눈치챈 줄만 알고 만호와 성기, 보스 사이에 내분이 이는 순간 돈보따리를 싸들고 진상이 은밀히 나타나 협상을 시작한다. 절대절명의 순간에 나타난 구세주에게 성기가 모든 것을 넘기려는 순간 만호는 마지막 배팅에 들어간다. 국내 투자자들보다 해외 투자자들이 더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진상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절한 것이다.
안달이 난 진상은 연옥을 통해 내막을 알아보는데 연옥은 한 술 더 떠 몇 천만불 짜리 투자계약이 성사 직전에 있다는 소식을 전한다. 다급해진 진상은 자기의 전재산과 미래 아버지의 돈까지 끌어들여 만호의 애국심에 호소한다. 만호와 성기, 연옥은 못이기는 척 진상에게 회사를 넘긴다.

만호와 성기의 벤처사업을 넘겨 받은 진상은 그동안 벌어졌던 모든 일이 사기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광분하지만 그동안 자기 입으로 사기라고 떠들고 다녔던 사실에 발목이 잡혀 어느 누구에게도 하소연도 못하고 미래로부터 파혼을 당한다.
한손엔 소주, 한 손엔 비닐 봉지를 들고 주식 현황판을 하염없이 보고 있는 노숙자 차림의 진상. 야자수 그늘 아래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 성기의 시선에 제트 스키를 타며 환호하는 만호와 연옥의 모습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