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통일전망대의 첫 방송은 눈 쌓인 금강산에서 시작됐습니다. 관광 비수기인 
겨울철이었지만 금강산은 설경을 보러온 남측 관광객들로 활기가 넘쳤습니다. 북측 
안내원들의 재치 있는 말솜씨와 친근한 태도에 북풍한설 몰아치는 그곳에서도 모두
의 마음은 봄처럼 따뜻해졌습니다. 또한 아침을 알리는 북측 사람들의 출근 행렬은 
금강산의 어떤 절경보다 우리를 흐뭇하게 했습니다. 남측사람들과 함께 일터로 향하
는 온정리 사람들의 모습… 새해를 맞은 금강산에서 발견한 희망이었습니다. 

2006년 통일 전망대를 채운 것은 남북한을 오가며 만난 많은 사람들입니다. 교류의 
현장에서 만난 북녘의 사람들 그리고 남북의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우
리가 찾은 것은 내일에 대한 희망입니다. 

지난 2월 대한적십자사 이산가족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를 찾았습니다. 한 달 후에 있
을 이산가족 상봉을 앞두고 대상자 명단 확인을 하고 있었습니다. 전국의 9만 명 이
산가족 중에서 이번 상봉 대상자는 100여 명뿐입니다. 고령의 이산가족을 생각하면 
가슴 아픈 일입니다.  

시간은 흘러 평생을 손꼽아 기다리던 상봉 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한 평생 마음의 짐
이고 또 희망이었던 혈육을 만나는 자리 수십 년 아껴왔던 말들을 꺼내기도 전에 눈
물이 먼저 흐르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2박 3일의 상봉은 헤어져 있던 긴 세월을 달래기에는 길지 않은 시간입니다. 
또 다시 이별 앞에 눈물도 말라버렸을까요. 오만가지 말을 담고 있는 어르신들의 표
정이 더 슬픈 그런 날이었습니다. 

2006년 전반기만 하더라도 남북관계가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몇 년째 
지속되던 핵문제는 여전히 걱정꺼리였습니다. 하지만 남북 교류는 활발했고 공동행
사도 자주 열렸습니다. 하지만 2006년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남북 관계에 제동
을 걸었습니다. 이산가족 상봉이 중단됐고 당국대화도 차질을 빚게 됐습니다. 하지
만 10월에 들어서면서 그야말로 엄청난 사건이 터졌습니다. 바로 ‘북한의 핵 실험’ 입
니다. 

지난 14일 충남 부여 낙엽이 모두 떨어진 겨울 산에서 반가운 얼굴을 만났습니다. 바
로 금강산의 밤나무 할아버지 이건훈씨입니다. 이건훈씨가 지금하고 있는 일은 밤나
무 나뭇가지들을 잘라 주는 일입니다. 할아버지가 평생을 가꿔 온 부여의 밤나무 숲
은 지난 4월 금강산에서 만난 나지막한 산과 형제처럼 닮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