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화재 사건, 그곳엔 누가 있었나?
지난 2월 11일 발생한 여수출입국관리보호소 화재 사건은 작게는 출입국관리보호소
의 문제부터 크게는 한국 정부의 불법체류자 처우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
이다. 특히, 희생자들 중에서 한국에 온 후 불법체류자가 된 중국 동포들이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제는 고인(故人)이 된 이태복, 김광석, 김성남.
그들은 모두 코리안 드림을 가지고 모국을 찾아왔지만, 대한민국은 그들에게 호락호
락 한 곳이 아니었다. 그들은 불법체류자라는 이유만으로 대가 없는 부당한 노동을
강요당했고, 당국에 신고하겠다는 협박을 받기도 했다. 적게는 몇 백 만원에서 크게
는 몇 천 만원까지 임금도 받지 못하고, 동포로서 제대로 된 대우도 받지 못하며 살
아온 그들을 화마(火魔)는 끝내 놓아주지 않았다.
지난 2월 15일 입국한 유가족들은 이들의 사망 소식에 눈물을 금치 못했다. 남편과
함께 춘절을 맞이할 거라고 고대하고 있던 고(故) 이태복씨의 부인은 아들의 함께 영
정 앞을 떠나지 못했고, 고(故) 김광석씨의 부인은 남편의 사연을 전해 듣고, 눈물조
차 흘릴 수 없었다.
또한 시신을 확인한 유가족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고인(故人)들의 시신은 불법체
류자이고, 신원확인이 안 된다는 이유로 유가족들에게 통보도 없이 부검되어 피범벅
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바로 아들이 본 10년 전 한국으로 간 아버지의 모습
이었다.
불법 천지 대한민국!!
현재 한국에는 불법체류중국동포들이 2만9천여 명이나 된다. 현재 불법체류중
인 재외동포들이 3만 여명이라고 하니, 그 중 중국동포들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이처럼 국내에 거주하는 불법체류 중국 동포들이 많은 이유는, 그들은 재외동포법
상 동포로서의 지위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불법
체류 신분으로서 중국동포들의 삶은 다른 외국인 노동자들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
다. 밤낮 없이 덮쳐오는 단속의 공포와 감시와 압박이 심한 일터에서 그들의 불안한
생활은 지속된다. ‘걸리면 죽는다’ 는 말처럼, 그들의 단속에 대한 공포는 단속과 정
의 실태를 보면 알 수 있다. 지난 2005년도 국가인권위원회의 ‘미등록자외국인인 권
실태조사’에 따르면, 단속시 수갑 등 경찰장구의 사용은 79.7%로 나타났고, 단속 및
강제연행과정에서 출입국 관리공무원에 의한 구타가 20.8% 그리고 약 40%가 폭언
및 욕설을 듣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외국인근로자 관련 신고건수는 대부분 임
금 체불에 관한 것으로 2006. 6월말 기준 노동부에 접수된 임금체불 액수만 해도 16
억 3800만원으로 나타났다. 노동부 통계에는 나타나지 않은 불법체류자들이 18만명
에 육박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임금체불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노동자들은 휠씬 많
을 것으로 예상 된다.
‘한국행’에 올인 하는 사람들
지난 1월 13일 연변 TV에서는 <방문 취업제>로 인한 사기사건의 현장과 그 피해자
들에 관해 방송하였다. 방문취업제가 시행이 되기도 전, 비용을 주면 한국행 비자발
급을 대행 해준다는 여행사들과 방문취업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한국어 학원에 다녀
야 한다는 말로 고가의 학원 등록을 유도한다는 내용의 방송이었다.
취재진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 지난 2월 26일 중국 연길을 방문 취재하였다. 취재진
은 연길에서 방문취업제에 맞춘 한국행 준비를 위해서 올해 농사를 포기하고 땅을
팔아 학원에 다닌다는 김수철(가명)씨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9천 평의 땅을 1천 8
백만원을 주고 팔았다고 했다. 이처럼 취재진은 방문취업제 실시로 무연고의 중국동
포들도 한국에 갈 수 있다는 사실에 희망을 가지고 어렵게 빚을 내서 한국행을 준비
하고 있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소수민족 정책을 펼 정도로 조선족 사회의 중심이었던 연길. 하지만 10년 넘게 관련
단체의 이권과 부패고리와 한국의 이주 노동자 정책으로 깊은 중병을 얻은 연길은
급속한 인구 감소와 가족해체의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연길 현지의 경제활동 터전
이 점점 상실되고 있는 현실에서 그들에게 한국행은 유일한 돌파구인 것이다.
새로운 갈등의 불씨, 방문취업제
취재진은 2월 27일 법무부의 <방문취업제> 브리핑이 있은 다음날 이틀에 걸쳐서 구
로구와 성남시에 위치한 새벽인력시장을 취재했다. 새벽 4시부터 몰려든 현장의 노
동자들 대부분은 방문취업제 실시에 대한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었다. 특히 건설업
의 경우 많은 내국인 노동자들은 방문취업제 이후 대거 몰려들 중국동포들을 우려했
다. 일선노동계에 따르면, 현재도 많은 건설현장에서는 중국동포들이 대거 몰려 있
고, 방문취업제 이후로는 현장에서 숙련된 기술을 요구하는 일이 아닌 이상, 내국인
노동자들이 설 자리가 없을 거라고 예측했다.
외국인으로 분류되는 중국동포들이 불법체류자로 전락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방문취업제. 한 번의 비자발급으로 1회 3년간, 최장 5년까지 한국에 거주하
면서 32개의 업종에서 자유롭게 취업할 수 있는 사실 때문에 많은 중국동포들이 한
국으로 몰리고 있는 현실에서, 제도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제도가 시행된다
면, 국내의 노동자들이나 중국동포들이 기존보다 더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로 보여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