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A diamond is forever). 1947년 세계 최대의 다이아몬드
회사인 드비어스(De Beers)에 의해 고안된 이 카피는 다이아몬드를 영원한 사랑의
징표로 자리 잡게 했다. 실제로 다이아몬드는 ‘영원한 사랑의 상징’으로 우리나라 혼
수 예물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한국의 다이아몬드 시장에는
그 의미를 무색하게 만들 정도의 많은 문제점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한
국의 다이아몬드 시장에는 속칭 ‘선수’로 불리는 존재가 있어서 이들에게는 실제보
다 높은 등급의 다이아몬드 감정서가 발급되는 특권이 주어지고, 이로써 다이아몬
드 시장을 흐린다는 지적을 지속적으로 받아왔지만, 확실한 증언과 근거의 부족으
로 논란만 지속되어 왔다.
『PD수첩』은 방송사 최초로, 실제 등급보다 높은 등급을 받아내는 일을 전문적으
로 하는 속칭 ‘선수’에게 약 5년에 걸쳐 감정을 받아냈다는 소매업자의 증언을 확보
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직접 ‘선수’ 혹은 ‘작업자’의 역할을 하여 실제보다 높은 등
급으로 감정을 받아냈다는 제보자를 만나 이들이 어떻게 감정사들과 유착되어 있는
지 또 소위 ‘허위감정’을 받아내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이 동원되는지 등에 대
한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PD수첩』은 그동안 다이아몬드 업계에서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소위 ‘선수’를 통한 ‘허위감정’의 실상을 파헤쳐, 한국 다이아몬
드 시장의 현주소를 진단한다.
▣ PD수첩 제작진이 직접 수집, 감정 의뢰한 국내 유통 다이아몬드의 감정결과
는?
『PD수첩』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유통되고 있는 다이아몬드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
하기 위해, 시청자의 제보 및 직접구입을 통해 약 100개의 다이아몬드 반지를 수집했
고 이 중 30개 가량을 국내외 여러 감정원들에 감정을 의뢰했는데 결과는 충격적이
었다.
작년 11월, 남편이 알고 지내는 소매상을 통해 결혼 예물로 다이아몬드 반지를 구입
한 김영미 씨(가명)는 PD수첩 제작진으로부터 감정결과를 전해들은 후 심한 배신감
을 느겼다고 한다.
"아는 곳에서 구입했는데도 이 정도인데, 모르는 곳에서 했으면 더 큰 손해를 봤
겠네요. 그렇지만 집안끼리 믿고 한 거라, 가서 따지고 싶어도 따질 수가 없어
요."
또한 지난 2000년, 250만 원에 구입했던 다이아몬드를 개인사정으로 되팔고 싶어서
올해 판매상을 다시 방문한 박윤희 씨(가명). 그녀는 다이아몬드를 소비자가 되팔
때 일반적으로 구입가격의 70~85% 정도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소
매상이 자신에게 제시한 67만원이라는 가격에 어처구니가 없다고 했다.
"무슨 다이아몬드가 농작물도 아니고 흉년이 들어서 가격이 비싸지고, 풍년이
들어서 가격이 싸지고 이런 것도 아니고... 다이아몬드가 몇 년 사이에 널뛰기를 해
서 가격이 뚝뚝 떨어진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것 같아요. 팔 때는 좋은 등급의 다이아
몬드라고 해놓고서는 이제와선 별로 안 좋은 다이아몬드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니, 완
전히 속은 느낌이죠..."
PD수첩 제작진에게 자신의 다이아몬드를 감정 의뢰한 박윤옥 씨(가명). 그녀는 아
주 좋은 등급이라는 판매원의 설명을 철썩 같이 믿고, 올해 1월 다이아몬드를 구입했
다. 그러나 PD수첩팀의 감정결과 자신의 다이아몬드는 원래의 감정서에 기재된 내
용보다 컬러등급만 해도 무려 14~15등급이 떨어지는, 사실상 시중에서 잘 유통되지
않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차라리 큐빅을 사는 게 낫지, 이건 그냥 돌덩어리라는 얘기 아니냐?"
그녀는 이 짧은 한 마디로 우리나라 다이아몬드 시장에 강한 불신감을 드러냈다.
▣ 우리나라 다이아몬드 등급결정은 엿장수 마음대로?
최고가(最高價) 보석인 다이아몬드의 경우, 그 등급이 어떠한 것인가에 따라 가격이
굉장히 달라지기 때문에, 다이아몬드 등급 결정(grading)은 보석학(gemology)을 전
문적으로 공부한 ‘보석 감정사’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전세계적으로 너무나 당연
한 일이며, 따라서 같은 다이아몬드를 의뢰할 경우,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등급결정
은 거의 편차를 나타내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다이아몬드 감정시장의 현
실은 이러한 전세계 다이아몬드 시장의 기본원칙이나 소비자의 기대에 크게 역행하
고 있다.
소비자가 구입한 다이아몬드의 가치가 불과 몇 달 사이에 1/3 이하로 떨어지는 것
은, 정상적인 다이아몬드 시장에서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지만, 한국의 다이
아몬드 시장에서 이런 사례를 발견하기란 어렵지 않다. 이런 일은 왜 일어나는가? 의
뢰인과 감정인 사이의 커넥션, 불합리한 ‘딱지감정 시스템’ 등으로 엉망진창이 되어
버린 한국 다이아몬드 감정시장의 현실에 그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한국 다이
아몬드 감정시장의 실상을 알고 있는 외국의 전문가들은 한국의 감정원들을 ‘마피
아 조직 같은 감정원(Mafia Lab)’이라고 비꼬고 있으며, 따라서 한국 다이아몬드 감
정원들의 감정결과는 국제적으로 전혀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감정원들
은 이른바 ‘국제 왕따’가 되어 있는 것이다.
▣ 믿고 살 곳이 없는 다이아몬드, 도대체 누구를 믿어야 하는가?
가장 큰 문제는, 다이아몬드 감정시장의 이러한 후진성이 바로 소비자 및 다이아몬
드 소매상들의 손실로 직결된다는 점이다. 특히 다이아몬드에 대한 전문교육을 전
혀 받은 바 없는 일반 소비자들은, ‘널뛰기 감정’의 상황 속에서 도대체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하는지 도저히 알 수 없는 혼란에 빠져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보아 한국 다
이아몬드 산업의 미래를 매우 어둡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PD수첩』은 한국 다이아몬드 시장의 기형적인 구조의 끝에는 마피아 조직처럼 얽
혀있는 ‘감정시스템’의 문제가 있음을 구체적으로 밝혀, 다이아몬드의 잠재적 소비자
인 시청자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 이 글에서 표현된 다이아몬드의 가격은, 모두 금반지값 및 세공비 등을 제외
한 다이아몬드 나석 부분의 가격만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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