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공화국, 언론은 침묵하라?>
지난 2일, 태평로 삼성본관 앞에서 시사저널 기자 및 언론노조관계자들의 기자회견
이 있었다. 1989년 창간 후 17년 넘게 독립신문을 자처하며 취재의 성역이 없음을 증
명해 온 시사저널 기자들. 그들이 졸지에 취재 대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기자와 경영진 간의 갈등으로 기자 파업, 직장 폐쇄 등의 분규를 겪고 있는
시사저널 사태를 이 취재했다.
▶ 시사저널 사태, 무슨 일이 있었나
"한국 언론이 자본의 포로가 됐다는 것을 확인해 주는 사건이다 - <시사저널>
고재열 기자"
2006년 6월, 시사저널 금창태 사장은 삼성 이학수 부회장을 다룬 ‘2인자 이학수의
힘, 너무 세졌다’라는 기사를 편집국장과 상의 없이 인쇄단계에서 삭제했다. 이 사건
으로 촉발된 경영진과 기자들 간의 갈등은 8개월째를 맞는 현재까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기사에 하자가 있어서 삭제를 지시했다는 금창태 사장과 본인이 작성한 기사 내용
에 문제가 없음을 주장하는 이철현 기자. 또 기사삭제에 항의하여 사표를 낸 이윤삼
편집국장과 이 사태의 불씨를 제공한 삼성 홍보실 관계자의 진술. 이철현 기자의 손
을 떠난 기사가 이튿날 새벽 인쇄소에서 사라지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 시사저널은 계속되어야 한다 (시사저널 경영진)
VS ''짝퉁'' 시사저널을 고발 합니다 (시사저널 기자)
기자들의 파업과 초유의 직장폐쇄 속에서도 시사저널은 여전히 발행되고 있다. 금창
태 사장은 전․현직 중앙일보 및 삼성 관계자들을 비상근 편집위원으로 대거 위촉했
고, 이들이 파업 중인 기자들을 대신해 시사저널을 제작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
치권에 몸 담았던 사람이 정치기사를 쓰고, 외신을 그대로 번역해서 기사를 만들고
도 출처는 밝히지 않아 논란이 제기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단행본
에 실린 내용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기사도 있다. 이렇게 급조된 시사저널을 두고 한
시사저널 기자는 이른바 ‘짝퉁’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삼성의 공격적인 대언론 로비에서 불거진 시사저널 사태. 이것은 정치권력이 아니
라 자본권력으로부터 위협당하는 대한민국 언론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 대한민국 언론, 눈감고 귀 막고 입을 닫아라!
지난 1월 19일. 삼성의 치밀한 사전봉쇄로 좀처럼 시위 구경을 할 수 없었던 삼성본
관 앞에서 삼성에스원 계약직 노동자들의 집회가 있었다. 보기 드문 기사거리의 등
장으로 여러 매체가 취재했지만, 정작 보도한 일간지는 2~3개에 불과했다. 그나마
본질은 감춰진 채 흥미 위주의 내용이 고작이었고, 한 신문의 경우 가판까지는 실려
있던 큼지막한 시위 사진이 배달 판에서는 감쪽같이 사라지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
것이 대한민국 언론에서 행해지는 ''삼성''보도의 단면이다.
''광고로 길들이거나 법으로 다스리거나''
대한민국 언론 중 삼성으로부터 자유로운 곳이 있을까. 삼성으로 대표되는 재벌 광
고주의 광고 때문에 기사가 빠지거나, 기사 때문에 광고가 빠지는 일은 대한민국 언
론 어디에서나 종종 벌어지는 일이다. 광고수주를 위해 편집국과 광고국간에 암묵적
인 타협이 이루어지고, 신념과 양심보다는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가치가 우선시되
는 대한민국 언론. 그 속에 몸담고 있는 일선 기자들과 광고국 직원들의 내밀한 고백
을 이 직접 들어봤다.
2005년 7월, MBC 이상호 기자가 안기부 도청 파일을 입수하면서 시작된 ''X파일 사
건''. 사건의 핵심인 삼성의 불법정치자금 제공이라는 주제는 삼성의 치밀한 대언론
로비에 의해 흐려지고, 도청의 불법성 여부만이 대부분의 언론에서 쟁점사항이 돼
버렸었다. 광고와 소송위협을 무기로 언론을 순치시킨 결과였다.
‘삼성공화국’ 대한민국 언론은 스스로 침묵해야 하는가.
최근 현직 기자 3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편집권 독립에 가장 위협적
인 세력은 ''대기업 등 광고주''라는 대답이 88.3%(중복응답)로 최상위를 차지했
다. 자본 권력 앞에 자유로울 수 없는 대한민국 언론의 실태를 진단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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