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 위험한 비밀 (1부)
지난 5월 <치과의 위험한 비밀> 방송 이후 분노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시청자 게시판
과 각종 포털 사이트를 중심으로 청원운동이 일어날 만큼 가히 폭발적이었다. PD수
첩 제보 게시판에도 병원의 위생 관리와 더불어 병원감염에 대한 제보가 줄을 이었
다.
이에 PD수첩 제작팀은 기획특집 2부작 <병원의 위험한 비밀>을 통해 병원 내 감염
관리 실태를 밀착 취재했다.
■ <치과의 위험한 비밀>, 그 후
PD수첩 방송 이후 발칵 뒤집힌 것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만은 아니었다. 치과협회는
즉각 성명서를 발표했고, 보건복지부 구강보건팀은 서둘러 ‘치과 진료기재 소독 준
수’ 사항 만들기에 돌입했다. 그리고 방송 2개월 후, 제작진은 여러 곳의 치과를 다
시 돌아보았다.
다시 찾은 치과에서 제작진은 아쉽게도 변화를 실감하지 못했다. 무작위로 돌아 본
치과들은 물론이고, 지난 방송에 나왔던 병원마저도 그대로 인 곳이 많았다. 치아 교
정 시 사용하는 보철을 다른 사람에게 재사용하기도 한다는 치위생사의 증언도 들
을 수 있었다. 한 병원에서는 제대로 소독하지 않은 것을 지적하자 식당 주방에서 먹
던 숟가락 젓가락과 다를 바가 무엇이냐고 황당한 대답을 하기도 했다.,
제작팀은 방송 후 서울시 치과의사회에서 회원들에게 팩스로 보냈던 공문을 한 장
을 어렵게 구할 수 있었다. 개선을 위한 노력에 대한 내용이기 보다는 방송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과연 치과는 변할 수 있을까?
■ 천차만별의 내시경 소독법
1995년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는 총 5단계(세척▷소독▷헹굼▷건조▷보관)로 이루
어진 내시경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았
을 경우에는 치명적인 감염의 우려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서울 모지역에서 내시경
검사를 하고 있는 병원 중 무작위로 찾은 10곳 중 내시경학회에서 발표한 가이드라
인을 지키고 있는 곳은 불과 1~2곳이었다. 나머지 병원들의 소독법은 모두 제각각이
었다. 그 중 대표적인 몇 가지 방법을 꼽아보자면,
* A내과 : 내시경 검사 후 내시경을 휴지로 두 번 닦고 바로 다음 환자에게 사용
* B내과 : 조직 검사 후 생검겸자와 스코프를 한 장의 알콜솜으로만 문질러 닦음
(* 생검겸자 : 내시경을 이용한 정밀검사 시 조직을 채취할 때 사용)
* C내과 : 내시경 검사 후 내시경을 주방용 중성세제를 이용한 물 세척만 함
* D종합병원 : 하나의 내시경을 물세척만 하면서 3명의 환자를 진료 한 후에야
전용 세척기 사용
등이 있었다. D병원 같은 경우에는 꽤 유명한 종합병원이었기에 더욱 충격적이었다.
대한소화기내시경 학회에서 2002년과 2004년에 실시한 소독에 관련된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종합병원은 44%, 개인병원은 68%정도가 스스로 시행하는 소독법이 부족
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학생 때 배운 적이 없어서 소독액 조차도 써본 적도 없다는
이도 있었다.
실제로 이런 허술한 소독법을 잘 알고 있는 업자들은 아예 자신이 파는 내시경을 들
고 가서 검사를 받는가 하면, 한 병원의 직원들이나 그 가족들은 아침 일찍 1번으로
내시경 검사를 받게 하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한다.
■ 소독하지 않은 내시경, 보이지 않는 위험
지난 9일 부산에서 열린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세미나에서 만난 소독위원회 관계자
는 치유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까지 염두 해 두고 진료할 수는 없는 것이고, 내시경
자체는 손 세척만으로 충분한 소독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제작진이 찾아갔던 병원들 역시 모두 제각각 다른 답변을 했다. 제작진에게 다른 병
원은 소독액을 쓰는지 되물어보는 곳이 있는가하면, 건조가 제대로 되지 않은 젖은
내시경을 두고 오히려 진료 시 윤활제 역할을 한다는 어이없는 답변도 있었다.
제작진은 위의 A.B.C.D 방법들이 얼마나 소독 효과가 있는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 같
은 방법으로 실험을 해보았다. 가이드라인을 지킨 내시경에서는 균이 검출되지 않았
지만, 나머지 A.B.C.D 방법으로 소독했던 내시경에서는 다량의 균이 죽지 않고 살아
있었다.
미국의 David Lewis 박사는 소독이 제대로 되지 않는 내시경으로 진료를 받았을 경
우에 자칫 잘못하면 에이즈와 같은 치명적인 질병에 감염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
례로 1991년 미국 휴스턴의 Alice Prat은 내시경 검사를 받은 후 사망했다. 그 원인
은 제대로 소독하지 않은 내시경 생검겸자로 인해 다른 에이즈 환자의 질병이 감염
되었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소독하지 않은 내시경으로 인한 감염 피해 사례는 많다. 하지만 질병
관리본부는 국내에서 신고 된 감염 사례는 전무하다고 한다. 모든 병원이 사용하는
소독법은 중구난방인데, 이제까지 감염 사례는 한명도 없다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
야 하는 것일까?
■ 멋대로, 마음대로. 사각지대의 중소 병의원
내시경실 뿐만 아니라 성형외과, 산부인과, 이비인후과 등에서도 소독법은 제각각이
었다. 각 병원들의 소독 및 관리 방법을 알아보는 도중 제작진은 감염관리실의 설치
가 의무적인 300병상 이상의 대형병원에 비해 중소 병의원은 전혀 관리나 감독이 이
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기 위해 보건복지부를 찾
았지만 감독권한이 각 시군구청으로 위임되었다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담당 기관인 관할 보건소에서도 자율 점검표를 작성하여 배포하는 것이 고작이었
다. 얼마 전 자율 검사 기간이 끝났다는 서울의 B구 같은 경우 점검 결과가 100%로
잘하고 있음으로 나왔다고 한다.
모든 권한이 있다는 보건소라지만 평소에 불시 점검을 할 수 있는 권한조차 없다고
한다. 담당자는 그저 법적으로 내려온 자율 점검에 맡길 수밖에 없다는 답답한 심정
을 토로 했다.
결국 보건복지부나 관할 구청, 그리고 관할 보건소에서 돌아온 대답은 그저 ‘의사들
의 양심’을 믿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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