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정정해달라 - 트랜스젠더의 성결정권
2006년 6월 22일. 대법원에서는 성전환자의 호적상 성별정정에 대한 허가 판결을 내
렸다. 주민등록증에 남아 있는 ‘1’과 ‘2’라는, 단지 숫자 하나 때문에 남성이면서 여성
으로 살아야 했던, 그리고 여성이면서 남성으로 살아야만 했던 성전환자들도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는 게 판결의 요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의 판결은 성
전환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초석일 뿐, 완결점이 아니다. 특히, ‘외부성기재건’이
라는 부분은 수술의 위험성과 고비용 때문에 성전환자 내부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PD수첩에서는 대법원 판결의 한계를 짚어보고 여전히 법의 테두리 밖에 있는 이들
의 삶을 조명한다.
* <독점공개!> 아빠, 여자가 되다!
- 그녀는 과연 그토록 소망하던 ‘남→여’ 호적변경을 허가받을 수 있을까?
그럴 경우, 그는 아들에게 아빠일까 엄마일까?
미영(가명, 45)씨는 평범한 가장이고 싶었다. 대기업의 사무직을 맡고 있던 그는 남
들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했고, 아이도 낳았다. 하지만 미영씨는 남들과
달랐다. 화장대 앞에서 화장을 하는 미영씨를 아내는 이해하지 못했다. 결국 4년 전
그는 아내와 이혼을 했고, 올해 초 뒤늦게 여자로 성전환 수술을 했다. 그리고 그녀
에게는 초등학교 6학년의 아들이 남았다. 처음에는 혼란스러워 하던 아들에게 ‘엄마’
라고 불리어지는 순간, 너무 기쁘고 고마웠다는 미영씨. 그러나 대법원의 판례가 인
정되어 미영씨의 호적이 남성에서 여성으로 정정이 되어도, 현재 호적법 상 ‘아버지’
라는 부분을 수정할 근거는 없다. 어딜 봐도 여자인 엄마. 하지만 호적 등본에는 여
전히 ‘여자 아빠’인 상황. 그녀는 법적으로도 완벽한 여자이자 엄마가 될 수 있을까?
기혼 성전환자의 가정을 PD수첩에서 최초로 공개한다.
* 몸의 성을 바꾼다는 것, 끝없는 고통의 연속
- 국내의 가슴절제수술, 태국에서의 성전환수술 전 과정 동행 취재!
대법원의 판결이 있은 후 성전환자의 호적정정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무분별한 시술
또는 병역기피 등으로 수술이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성
전환수술의 절차는 매우 까다롭고, 어려우며, 위험을 동반한다. 그간 ‘성도착자’나
‘변태’라는 비속어로 불렸던 성전환자는, 의학적으로 ‘성전환증’이라는 정신적 장애
자로 분류된다. 그리고 정신과의 진단 후에는 2년 동안 2주에 한 번씩 호르몬 치료
를 받아야 한다. 성전환수술은 그 이후에야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이 긴 과정을 거
친 성전환수술도 의료사고 및 수술 부작용으로 재수술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
다.
취재진이 만난 22세의 레이(가명)는 설령 수술이 잘못되어 단 하루를 살게 되어도
성전환수술을 받은, 완벽한 모습의 여성이고 싶다고 한다. 성전환자의 천국이라 불
리는 태국에서 남자에서 여자로 성전환수술을 받는 레이를 동행취재, 수술 전의 준
비 과정부터 성전환수술까지의 전 과정을 보여주고 수년 동안 정신적 육체적 고통
을 감수해야 하는 이들의 성전환 과정을 추적한다.
* 여전히 먼 호적변경의 꿈
- 소수자 중의 소수자, 「여성→남성」 트랜스젠더
대법원 판결 후 다른 성전환자들이 환호와 기쁨에 휩싸였을 때도 마냥 기뻐할 수만
은 없는, 잔치에 초대받지 못한 사람들이 있었다.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전환을 한 사
람들이 그들이었다. 몸만 간신이 누일 수 있는 좁은 고시원에서 살며, 하루 24시간
이 모자를 정도로 바쁘게 퀵서비스 일을 하고 있는 K씨. 그런 그가 악착같이 돈을 모
으는 이유는 단 하나. 성전환수술을 해서 완벽한 남성이 되기 위함이다. 6년 째 남성
호르몬을 맞고 있는 그이지만, 언제 수술을 받게 될지는 본인도 알 수가 없다. 적게
는 2천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까지 들어가는 비용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여성에서
남성으로의 성전환수술은 반대의 경우보다 더욱 복잡하다. 가슴과 난소, 자궁의 제
거-요도관 형성-페니스 재건의 수술은 두세 번에 나눠 시술해야 할 정도로 어렵다.
실제로 이러한 비용과 기술의 문제는 남성에서 여성이 되는 것보다 2배 이상의 고통
을 요한다. 이에 여성에서 남성이 되는 경우, 완벽한 반대 성의 몸을 가지고 있는 경
우는 드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의 판결에 따르면 이들은 ‘성기재건수술’을
받지 않는 한 호적상 남성이 될 수 없다. 소수인 성전환자 중에서도 소수인, 여성에
서 남성이 된 사람들.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그들의 삶을 생생한 증언을 통해 전한
다.
* 호적변경, 이제 법으로 대답할 차례
- 희망을 안고 법원으로 가는 성전환자들
그동안 성전환자의 호적정정은 지역과 판사에 따라 같은 상황에 놓여 있더라도 다
른 판결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1년을 기다렸지만 단 10분 만에, 단 세 가지의 질문만
으로 기각 당하는 사례도 있었다. 이제 대법원의 판결은 내려졌다. 그리고 그동안 대
한민국 국민이면서도 국민일수 없었던, 그늘에 숨어 있던 성전환자들은 하나 둘씩
호적정정을 신청하기 시작했다. 판결문에 관련 사례가 전혀 언급되어 있지 않은 미
영씨도 호적정정 신청을 하러 지방법원으로 내려갔다. 어쩌면 거부당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그녀는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법원으로 간다. 이들은 이제 각자
의 현실을 고려해 법으로 명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들에게 호적정
정은 단지 숫자의 정정이 아닌 대한민국의 일원이 되는 아주 작은 첫걸음이기 때문
이다.
남자/여자가 되고 싶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원래의 모습을 찾아가는 것이라 말하
는 성전환자들. 본 프로그램에서는 대법원 판결 후에도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성전환자들의 생활을 보여주고, 이들이 사회적 차별에서 벗어나 사회구성원으로 살
아갈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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