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축구 전쟁, 연평도는 꽃게 전쟁(가제)
중국어선은 연평도에서 꽃게 잡이, 연평 어민들은 중국 어선 잡이!
연평 어장은 이미 황폐화 !!
▣ 공포의 6월, 빚에 허덕이는 어민들
꽃게잡이 최대 성어기인 6월 연평도는 그야말로 ‘물 반 꽃게 반’이었다. 하지만 서해
교전 이후 본격화된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으로 연평 어민들의 꽃게 어획량은 1/10로
급감했다. 많을 때는 700척까지 중국 어선들이 대 선단을 이루어 NLL(북방한계선)
북단의 북한 쪽 수역에 둥지를 틀고 조업을 하면서, 밤이나 안개 낀 날은 NLL(북방
한계선)을 넘어 우리 쪽 수역까지 와서 불법조업을 감행한 탓이었다.
꽃게 어획량의 감소로 어민들은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었다. 가구마다 꽃게
조업으로 진 빚이 평균 3억 원 이상이며 이자상환은 커녕 전기세도 내지 못해 단전
된 집들도 있었을 정도였다. 급기야 작년 5월 연평 어민들은 NLL(북방한계선)을 넘
어 와 불법 조업하는 중국어선 4척을 직접 나포하기까지 했다. 같은 시기 대청도에서
는 어민들이 해군기지에 술을 마시고 무단으로 들어가 군인들을 폭행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군이 중국어선 단속에 미온적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4년여에 걸친 중국 어선들의 남획으로 연평어장이 황폐화되기
시작한 것. NLL(북방한계선) 북단에 대 선단을 이루어 바닥까지 긁어대는 마구잡이
식 조업을 하는 바람에 바닥의 뻘흙이 다 일어나서 청정해역이 오염되고 있는 것이
었다. 취재진은 국내 최초로, 해군의 협조를 얻어, 연평도 서북쪽 해안 조업제한구역
(NLL(북방한계선) 인접해역)을 수중 탐사했다. 중국 어선들이 대 선단을 이루어 조
업을 하는 지역과 근접한 곳으로, 우리 어민들에겐 한국전쟁 이후로 조업이 금지돼
왔던 금단의 지역이었다. 하지만 바다의 상태는 심각했다. 촬영을 담당했던 카메라
감독은“한강 밑바닥을 찍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을 했다”고 촬영 소감을 밝혔다. 바
다 속 암반과 모래사장이 온통 진흙 뻘로 덮여 있었던 것. 암반에 대량 식생하던 수
초들은 다 고사했고, 조개들은 뻘흙을 뒤집어쓰고 입을 벌린 채 대량 폐사했으며,
그 사이를 꽃게 몇 마리가 뻘흙을 잔뜩 뒤집어쓴 채 기어 다니고 있었다. 이를 취재
진과 함께 본 서해안 전문가는 예상치 못한 영상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 은밀한 거래, 누가 무엇을 얻나?
중국 어선들은 도대체 어떻게 북한 해역에서 조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일까? 해경에 나
포된 중국 어선들의 출신지를 살펴보면 대부분 중국의 요녕성 단동(丹東)에서 왔다
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북한 신의주와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인접한 국경도시
단동(丹東). 취재진은 즉시 단동으로 향했다. 단동에서 만난 수산업 관계자들을 통
해 북한해역에서 조업하고 있는 중국 어선의 상당수가 단동과 이웃한 동항(東港)에
서 출발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동항은 원래 단동에 속해 있던 작은 행정구
역에 불과했으나, 한국과의 수산물 무역으로 급성장하여 독립한 신흥 무역도시였
다.
이곳의 선사(船社)들은 북한으로부터 ‘비표’를 구입하여 북한 쪽 수역에서 조업을 허
가받은 것이었다. 조업을 위해 북한 쪽에 지불하는 비용은 하루에 우리 돈으로 30만
원 정도. 3월부터 중국 어선들은 대 선단을 이루어 백령도의 두무진과 황해도 장산곶
이 마주 보는 해역을 통과하여 서해 5도 NLL(북방한계선) 북단을 오가며 조업을 하
고 있다. 문제는 중국 어선들이 NLL(북방한계선)을 사이에 두고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남북의 현실을 이용한다는 것. 조업하고 있는 중국어선들 중에는 북한으로부
터 ‘비표’를 구입하지 않고 불법으로 고기를 잡는 어선이 반이 넘는다. 이들 중국 어
선들은 북한 경비정으로부터 단속을 받게 되면 바로 NLL(북방한계선)을 넘어 남한
쪽 수역으로 달아난다. 북한 경비정이나 남한 경비정이나 NLL(북방한계선) 주변에
서 극히 조심한다는 것을 역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또 이들 중국 어선들은 ‘쌍끌이’
또는 ‘외끌이’같은 바닥을 박박 긁어대며 어린 물고기까지 다 잡아 버리는 ‘저인망식
어업’을 주로 하고 있다. 금어기(禁漁期)도 준수하지 않는다.
더욱 역설적인 것은 중국 어선들이 북한 해역 및 연평도 북단에서 잡은 꽃게를 비롯
한 각종 수산물이 한국인 무역업자들에 의해 한국으로 수입되고 있었던 것이었다.
연평도 꽃게가 중국산 딱지를 붙이고 우리 식탁으로 올라오는 것이었다.
▣ 중국어선 불법조업, 안 막나? 못 막나?
지난 5월 남북 국방장관급 회담에서 북한은 “NLL(북방한계선)을 백지화하고 다시
해상군사분계선을 긋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우리 대표단은 NLL(북방한계선) 재설
정에 난색을 표했고, 결국 회담은 합의문도 없이 무산되고 말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
의 열차 방북도 NLL(북방한계선)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고집하는 북한 군부의 제
지로 무산되고 말았다. NLL(북방한계선)을 둘러싼 남북 간의 시각차와 갈등이 고조
되고 있는 상황에서, NLL(북방한계선) 선상에서 남쪽과 북쪽 수역을 교묘하게 오가
며 불법조업을 일삼는 중국 어선들의 존재는 이 지역에서의 우발적인 충돌의 가능성
을 더욱 더 높이고 있다.
대책을 마련해야 할 해양수산부나 국방부, 통일부, 외교부 등 정부 해당 부처들은 서
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기에만 급급할 뿐 해결책 마련에 거의 손을 놓고 있는 형편이
다.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난항을 겪자 연평 어민들은 중국 어선들에 직접 무력행사
를 할 뜻을 비치기도 한다. 모두가 월드컵에 열광하고 있는 사이, 연평도를 둘러 싼
바다에는 4년 전 못지않은 팽팽한 긴장이 느껴지고 있다. 과연 현재의 위기를 슬기롭
게 해결하고, 연평도를 ‘통일 1번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획기적인 해결안이 나올
수 있을까?
PD수첩 “세계는 축구전쟁, 연평도는 꽃게전쟁” 편에서는 국내 최고의 꽃게 산지인
연평도 어민들의 위기를 취재하고, 과연 그 해결책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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