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1월 1일 / 제 656회
''은폐된 진실 - 특수학교 성폭력 사건''(가제)
11월 1일(화) 밤 11시 5분 방송될「PD수첩」에서는 특수학교에서
벌어진 성폭행 사건을 심층 취재해 수십 년 간 은폐되어왔고 은폐
될 수밖에 없었던 장애여성에 대한 학교 내 성폭력의 현실을 고발
한다.
▶ 피해자는 12명의 여학생, 가해자는 8명의 교직원과 교사
정신지체 장애인인 부모 아래서 자란 청각 장애아 김모양은 방과
후 과자를 준다고 행정실로 부른 교직원 K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
다고 한다. 소리를 지르려 했지만, 피해학생의 목소리는 나오지 못
했고, 거칠게 반항했지만 초등학교 5학년 여학생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김모양은 비슷한 방식으로 기숙사에서도
다른 교직원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했고, 사건이 크게 불거
지자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와 교직원, 그리고 학교 측은 혐의를 전
면 부인하고 나섰다.
경찰조사가 진행되고, 학부모회와 성폭력 상담소가 진상 조사를
시작하자 해당 학교에서 벌어졌던 교직원에 의한 장애학생 성폭
력 사례들이 봇물 터지듯이 쏟아져 나왔다. 지금까지 조사된 바로
는 피해자인 12명의 여학생, 가해자로 추정되는 8명의 교직원이 드
러났다. 김모양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K씨는 평소에도 여학생들
의 엉덩이를 툭툭 치는 식의 상습적인 성추행을 일삼았고, 학생들
사이에서는 ‘변태’라는 별명으로 불리웠다고 한다. 청각 장애아 장
모양은 K씨에게 끌려갔다가 성폭행 당할 위기에서 빠져나온 생생
한 증언을 들려주었다. 전직교사 C씨는 시험에서 낮은 점수를 받
은 아이들에게 체벌 대신 키스나 성폭행을 했다고 한다. 10여년이
흐른 지금도 피해자인 이모양은 당시를 잊지 못하고 마음의 큰 상
처를 지니고 있었지만 취재 중 만난 C씨는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
은 왜 들춰 내냐?”며 취재진을 당혹스럽게 했다.
▶ 덮자, 덮자, 덮자!
또 다른 피해자 이모양의 경우 C 교사에게 성폭행을 당했고 교장
에게도 사실을 알렸지만 “한번만 용서해주자”라는 답변밖에 듣지
못했다고 한다. 수련회에서 또 다른 교직원에 의해 성폭행을 당한
한 모양 역시 현장을 목격한 학생들이 있었지만 선생님들이 이 사
건을 덮었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수많은 성폭력들이 은폐될 수밖
에 없었던 것은 학교의 구조적 모순 때문이었다. 문제의 학교와 재
단의 구조는 족벌 구조 그 자체였다. 이사장은 아버지, 교장은 첫
째 아들, 행정실장은 둘째 아들, 학생부장 역시 친인척이었다. 재
단과 학교의 이해를 위해 언제든지 성폭력 사실을 은폐시킬 수 있
는 최적의 조건이었던 것이다.
이번 김모양 사건의 경우, 학교가 얼마나 비도덕적으로 학생들의
성폭력 사실을 은폐시키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김모양
이 성폭력 상담소를 통해 피해사실을 알린 당일 저녁부터 학교 당
국은 김모양 사건을 감추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그리고 사건을 은
폐시키는 과정에서 각종 반교육적인 행위를 한 것으로 취재결과
드러났다. 성폭행을 당했다는 장애 여학생에 대해 상상도 하지 못
할 정신적, 물리적 압박을 가한 것이다. 20여명의 교사, 학생 그리
고 동문 대표가 모인 인민재판식 간담회에서 “그런 일이 없었다”
고 진술을 번복하는 끔찍스러운 일을 학교 당국이 자행하기에 이
르렀다. 학교 측은 이를 비디오로 촬영했고, 가해자 K씨는 이 자료
를 경찰에 증거로 제출했다. 재학생들과 학부모, 그리고 졸업생들
은 한결같이 지금껏 이런 식으로 은폐되는 상황이 되풀이 되어 왔
다고 주장한다.
▶ 손 놓은 수사기관과 관할 교육청, 진실을 밝힐 의지는 있는 것
인가?
현재 김모양 사건은 고소한지 4개월이 넘었지만 사건의 진상은 여
전히 오리무중이다.
‘특수학교 안에서 일어난 교직원에 의한 성폭행’이라는 특수한 상
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수사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
뿐 만 아니라 주요한 목격자들도 이사장의 아들인 가해자가 언제
든지 회유와 증거인멸이 가능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전
혀 보호받고 있지 못하고 있었고, 수사당국은 손을 쓰지 않고 있었
다. 또 학부모들과 동창회, 그리고 시민단체들에 의해 속속들이 다
른 성폭행 사례들이 접수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학교를 담당하고
있는 교육청은 수수방관하고 있었다.
▶ 장애아동 성폭력사건에 대한 최초의 유죄선고
최근 서울 북부지방법원은 한 초등학교의 교감 선생님이 정신 지
체 초등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를 인정, 징역 1년의 유죄를 선고했
다. 이 판결은 정신지체 장애인이 피해자이고 목격자가 없는 사건
에 대해서는 모두 무죄 판결을 내려온 현실에 비춰 대단히 이례적
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동안의 수사와 판결과는 달리 이 사건에
서 검찰과 법원은 장애학생의 진술의 일관성을 인정했다. 그리고
정신과 전문의의 소견서도 큰 힘을 발휘했다.
그리고 재판부가 직접 나서서 사건을 재수사하고 현장 검증을 실
시할만큼 적극적인 수사의지를 가졌다. 검찰과 법원의 적극적인
의지가 있다면, 장애여학생의 성폭력문제도 해결할 수 있음을 단
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장애아동이라는 피해자의 특수한 지위, 그리고 학교 관계자라는
가해자의 위계적 신분으로 인해 언제든지 사건을 은폐할 수 있는
구조가 존재하는 상황. 앞으로 더 이상의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지
않게 하기 위해서 어떤 조건들이 필요한지 곰곰이 생각해볼 때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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